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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8

모니카는 어떻게 뉴욕 아파트 월세를 감당했을까 ?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Friends"는 우리나라 무한도전급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시트콤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어느 미국 신문 투고란에 '난 전형적인 여피족의 삶을 살았다'라는 의미로 'TV에서는 프렌즈를 시청했다'라는 묘사를 쓴 글이 올라왔던 것이 기억날 정도입니다. 많은 분들께는 굳이 그 배역과 극중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만, 모니카와 레이첼, 피비와 조이 등 이 다섯 친구들은 뉴욕의 꽤 넓은 (제 느낌으로는 한 45평 ?) 아파트에서 일종의 쉐어하우스 형태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욕이나 런던 등의 소득대비 주거비로 볼 때 서울 아파트값이 결코 비싼 편이 아니며 오히려 싼 편에 속한다고 하지요. 그에 따르면 뉴욕.. 2018. 9. 23.
분노의 포도, 그리고 1센트짜리 캔디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작 (배경 1930년대 미국) ------------------- (미국 중부의 수만명의 소작농들이 은행에 땅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은 끝에, 포도와 오렌지가 가득하다는 캘리포니아로 무작정 떠납니다. 대개 중고차 상인에게 속아서 산 고물 트럭에 남루한 가재도구와 지친 식구들을 싣고, 몇푼 안되는 여비를 가지고 긴 여행을 떠나는 소작농들의 행렬이 긴 66번 국도를 메우다시피 합니다. 여기서는 어떤 소작농 가족이, 도로변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물과 빵을 구합니다. 당연히 휴게소 주인 내외는 이들이 반갑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그렇습니다." 하고 사나이가 말했다. "그럼 샌드위치를 사시지 그래요. 맛있는 샌드위치와 햄버거가 있어요."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야 간절.. 2018. 9. 20.
마늘을 사랑한 영국인 리처드 샤프 오래 전에 차두리 선수가 아직 현역일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이 신문에 났었습니다. 그때 아주 인상적인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여기서 적응하려면 독일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신다. 한국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마늘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다음날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뭐가 미안하지요 ?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이 미안한거지요. 제가 다른 곳에서 듣기로도, 유학생이 주말에 한국 음식 해먹고 가면 서양애들은 귀신처럼 냄새로 알아차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양애들은 대개 마늘 냄새를 무척이나 싫어하지요. (이것이 바로 드래곤 브레스보다 더 무섭다는 갈릭 브레스) 이렇게 마늘 냄새가 그 다음날까지 나는 것은 이유가 있답니다. Allyl methyl sulfide(AMS.. 2018. 9. 13.
유대교에는 내세가 없다고요 ? - 카페 소사이어티 최근에 카투사 군대 친구 둘과 오랜만에 만나 잡담을 하다가 그만 종교 이야기가 나와버렸습니다. 모인 친구들이 (저 포함해서) 열혈이든 냉담이든 다 기독교 일당인지라 종교 이야기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중 열혈에 속하는 친구 하나가 이슬람에 대해 분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최근에 이슬람에 대해 공부를 좀 했는데, 그건 정말 종교도 아니야. 일단 성전이라고 있는 것이 구약 성경 베낀 것에 불과하고, 또 칼리프다 뭐다 하면서 자기들끼리 얼마나 싸우고 죽이는지..." 그 말을 듣고 저처럼 깐죽거리는 사람이 가만 있을리가 없었지요. "야, 그럼 기독교하고 똑같쟎아 !" 물론 친한 친구들이라서 그냥 웃고 끝내긴 했지만, 실제로 기독교도 이슬람과 동일하게 유대교에서 파생된 종교가 맞습.. 2018. 9. 10.
다니엘과 장발장과 나폴레옹의 콩 이야기 한 십여년 전에, 집에서 National Geographic 잡지를 구독한 적이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어찌어찌하다가 구독하게 된 것이었는데, 영문판이었습니다... 그렇쟎아도 내용이 심오한 잡지였는데 영문판이니 더욱 읽기가 어려워 결국 대부분 읽지도 않은채 구독이 끝나버렸지요. 그런데 그 얼마 안 되는 읽은 기사 중에 곡물의 역사에 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게 기억되는 부분이, "만약 콩이 없었다면 인류는 결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지 못 했을 것이다"라는 문구였습니다. 즉, 최초의 인류가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태어났을 때 아프리카 평원에 콩류가 없었다면 인류가 큰 뇌를 발달시키는데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콩은 지금도 인류에게 값싼 단.. 2018. 9. 3.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의 군대에는 취사병이 없었다 ** 이번 목요일은 'PX병과 취사병을 없앤다'라는 군 개혁안을 기념하여 올리는 재탕글입니다. 제가 카투사로 군 생활을 했던 미군 부대에는 식당(mess hall)이 2개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미군 애들 중 취사가 주특기인 애들이 요리도 하고 식당 관리도 했습니다만, 다른 하나에서는 한국인 아저씨들이 미국인 민간 군속 아저씨의 관리 하에 그런 주방일을 했습니다. 즉, 식당이 거의 민영화되어 있더라고요. 카투사에 가게 되면 미군에서만 사용하는 희한한 용어들을 몇개 배우게 되는데, 그 중 kitchen polic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주방을 감시하는 경찰이라는 뜻이 아니라, 주방에서 (요리 외에) 하는 청소 및 설거지 같은 잡역을 말하는 단어입니다. Police up 이라는 단어는 동사로서 뭔가를.. 2018. 8. 9.
총기 자유화가 되면 갑질이 사라질까 생각해보면 총기 소유가 자유화되면 우리나라의 갑질 문화도 좀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총으로는 힘없는 할머니조차도 사람을 해칠 수 있으니까, 남들에게 모질게 대할 때 ‘혹시 저 사람이 빡쳐서 총들고 찾아오지는 않을까?’라고 한번쯤 멈칫 할테니까요. 동네 조폭이건 월세를 4배 올려달라는 악덕 건물주이건 503의 친위 쿠데타군이든지요. 저만 해도 미국에서 운전할 때는 굉장히 얌전하게 운전을 하는 편인데, 가장 큰 이유가 혹시라도 빡친 상대 운전사가 총들고 내려서 “Hey you 어머니...”할까봐 겁이 나서 그렇습니다. ​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작 (배경 1930년대 미국) ------------------- (다른 주에서 몰려온 굶주린 농민들이 막노동 일거리를 찾아 캘리포니아에 오지만, 그들을 기다리.. 2018. 7. 28.
나폴레옹 시대 역사 소설들 중 식사 장면 모음 혼블로워 시리즈 중 제8편은 "The commodore"입니다. 혼블로워가 임시 제독(commodore)이 되어, 소함대를 이끌고 발트해로 진입해서, 프랑스와의 전쟁을 저울질하고 있던 러시아의 짜르 알렉상드르에게 프랑스에게 저항하도록 외교관 역할을 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알렉상드르가 불시에 혼블로워의 기함을 방문하여, 영국 해군 측에서 점심 식사를 대접합니다만, 혼블로워는 일부러 평상시 영국군 장교들이 먹는 식사를 그대로 제공하기로 합니다. The Commodore by C.S.Forester (배경 : 1812년 러시아) ------------------------------- 오찬은 혼블로워의 선실에서 8명이 함께 들었다. 혼블로워와, 기함의 함장인 부시, 그리고 2명의 선임 장교 및 4명의 러시.. 2018. 7. 19.
결승전 상대가 크로아티아가 아니라 흐르바츠카 ? - Exonym과 Endonym 이번 월드컵에서 결승까지 올라간 발칸 반도의 소국 크로아티아(Croatia)는 여러가지 단편적인 사실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가령 사무실 근무자들의 멍에처럼 느껴지는 넥타이의 원조 국가라고 알려져 있지요. 프랑스어로 넥타이를 끄라바뜨(cravate)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동시에 '크로아티아산의'라는 형용사이기도 합니다. 이는 17세기 전반기의 30년 전쟁 때 프랑스 측에서 복무한 크로아티아 용병들이 자기 나라 전통의 작은 매듭 수건을 목에 찬 것이 파리 사람들의 눈에 멋있게 보여서 유행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 밖에 그 보병들의 용맹함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찌 측에 협력한 어두운 역사 등으로 알려져 있고, 특히 두브로브니크의 아름다운 경치가 최근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 2018. 7. 16.
최저임금 단상 1. 외국에서 출장온 사람들과 자동차로 서울 시내를 함께 움직이면 꼭 나오는 소리 중 하나가 "한국인들은 외식을 많이 하나 보다. 식당이 정말 많구나!" 입니다. 우리나라는 식재료 물가에 비해 정작 음식점에서 파는 음식 가격이 몹시 싼 편인데, 특히 식당이나 편의점 등 영세 자영업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저렴한 인건비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예전부터 하긴 했었습니다. 2.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많은 음식점과 편의점, 영세 공장 등이 문을 닫게 될 수 있습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그렇게 '경쟁력이라고는 저렴한 인건비 밖에 없는' 업소들이 망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옳은 방향이겠습니다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입니다. 3. 그런 부작용이 누군가에게는 찰과상.. 2018. 7. 14.
인공지능 박사들이 G사에 취직하지 않은 이유 - 샌프란시스코의 비극 2016년 자료이긴 하지만, 캘리포니아 예산 센터(California Budget Center)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내에서 가장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곳은 샌프란시스코입니다. 도시의 상위 1%의 평균 소득은 360만 달러인데 나머지 99%의 평균 소득(81,094 달러)의 44배나 됩니다. 1989년에는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15.8%였으나, 2016년에는 무려 30.8%가 되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 꼭 더 나쁜 것은 아닙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인류를 발전시켰으니까요. 다들 못 먹고 못 입는 환경에서는 모두 평등합니다. 그러다 부자 한 명이 기업을 세워 억만장자가 되면 당연히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지만, 그 부자의 기업 덕분에 나머지 99%가 배불리 먹게.. 2018. 7. 5.
빵껍질 없는 빵 이야기 - 식빵의 역사 우리 동네에 뺑드미 제빵소라는 빵집이 있는 것을 오며가며 본 적이 있습니다. (망했는지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Pain은 불어로 빵이고, de는 "~의"라는 뜻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미(mie)라는 단어는 처음 보는 것이었어요. 스마트폰으로 불어 사전을 뒤져보니 (세상은 정말 편하고 좋아졌습니다!) mie라는 것은 빵의 껍질이 아닌 속살을 뜻하는 단어이더군요. 결국 뺑드미(pain de mie)는 '속살로 된 빵'이라는 뜻인데, 불한 사전에는 '식빵'이라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빵에는 정말 많은 종류가 있는데, 우리는 그저 다 '빵'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구미 사람들에게 아무거나 '빵'이라고 지칭하면 안되는 모양입니다. 가령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주인공과 그 여친인 캐서린이.. 2018.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