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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의 잠수함을 둘러싼 이야기들 핵잠수함 HMS Conqueror에게 격침된 ARA Belgrano (사진1)는 WW2 당시의 USS Phoenix (CL-46)를 사들여 약간 개조한 경순양함으로서 1만2천톤 배수량에 32.5 노트의 속력을 내는 크고 빠른 군함. 당시 벨그라노는 영국 항모 전단으로부터 약 450k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대략 9~10시간 항해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 아무리 경순양함이라고 해도, WW2 당시의 낡은 기술로 만들어진 군함이 현대적인 항모와 미사일 구축함들을 당해낼 수 있었을까? 어쩌면 가능. 일단 벨그라노는 포탄을 주고받으며 싸우던 무식한 군함답게 주 장갑판 (main belt) 두께가 140mm로 꽤 두꺼웠음. 또한 기본 설계 자체가 몇 방 정도는 적 포탄을 맞고도 견딘다는 개념으로 설계되었으므로 엑.. 2021. 10. 28.
빌나를 향하여 - 나폴레옹의 잔머리 베레지나를 빠져나온 나폴레옹은 이제 어디로 향했을까요? 애초에 보리소프의 불타버린 다리 앞에 갈 때까지도 나폴레옹의 다음 행선지는 민스크였습니다. 여기는 좀더 많은 보급품이 쌓여 있었고 폴란드보다는 러시아에 좀더 가까운 곳이었으므로 정치적으로 더 유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록 민스크가 이미 치차고프의 손아귀에 있다고 하더라도, 싸워서 빼앗으면 되니까요. 이 행선지는 대부분의 정규군이 베레지나의 다리를 건넌 뒤인 11월 28일 밤까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1월 28일 베레지나 서쪽 강변에서 치차고프의 선봉과 전투를 치루어본 결과, 나폴레옹은 이제 그랑다르메가 도저히 치차고프의 본대를 꺾을 힘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우디노와 네가 비록 치차고프에게 패배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2021. 10. 25.
포클랜드 전쟁 잡담 (10/21) 1982년 3월 19일, 일단의 아르헨티나 고철상들이 포클랜드 섬 동쪽 1400km 지점의 작은 영국령 South Georgia (사진1) 섬에 상륙하여 아르헨티나 깃발을 올리고 그 섬이 아르헨티나 영토라고 주장하며 소란을 피움. 영국은 쇄빙선 HMS Endurance (사진2)에 포클랜드 주둔 해병대 21명을 태워 보내 이들을 쫓아냄. 몇 주 뒤인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섬을 침공. ** 중국의 대만 침공이나 일본의 독도 침공이나 이런 식으로 민간인들이 사전에 동원되어 꼬투리를 만들 가능성이 많음. English Electric Canberra는 WW2 당시 목재로 만든 고속 폭격기로 유명한 de Havilland Mosquito의 후속작으로 1940년대에 개발을 시작, 1951년에 실전 배.. 2021. 10. 21.
승자와 패자 - 베레지나 에필로그 보통 베레지나 도강은 나폴레옹의 대표적인 패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보셨듯이, 베레지나 도강 작전은 분명히 나폴레옹의 전략적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탈출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쿠투조프는 그것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모든 상황은 나폴레옹에게 절망적이었는데도 나폴레옹은 그의 잔존 병력 대부분을 이끌고 성공적으로 탈출했으니까요. 나폴레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아끼지 않던 프로이센 출신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도 베레지나 도강에 대해서는 모든 악조건을 극복하고 이루어낸 나폴레옹의 성공적인 작전이라고 극찬했습니다. 더구나 베레지나의 동서쪽에서 벌어진 물리적 전투에서도 그랑다르메가 모두 전술적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나폴레옹과 그의 휘하 원수들의 뛰어난 리더쉽 덕분이었습니다... 2021. 10. 18.
포클랜드 전쟁 잡담 (10/14)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때 징발되어 임시 항공모함이랍시고 전쟁터로 보내진 SS Atlantic Conveyor는 원래 컨테이너선으로서, 최소한의 개조만 한 뒤 일종의 'ferry용 aircraft carrier'로 파견되었던 선박. 적재했던 Harrier 전투기나 헬리콥터들은 '바나나 포장'이라는 고무재질로 만든 커버를 씌워 선창에 보관했었음 (사진1). 다만 1대의 해리어 전투기와 두어대의 헬리콥터는 당장 쓰기 위해 갑판 위에 꺼내놓고 이착륙을 시키고 있었음. 이 선박에 아르헨티나 공군의 엑조세 미사일이 날아와 꽂혔을 때 공중에 떠있던 것은 Chinook 1대와 Westland Wessex 1대, 총 2대의 헬기 뿐. 14대의 해리어 전투기들은 미리 다른 항모에 다 날려보낸 뒤라 살렸으나, 나머지 헬.. 2021. 10. 14.
다리는 불타고 있는가? - 베레지나의 여인 비트겐슈타인의 러시아군을 막아내느라,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스투지엔카의 임시 교량 쪽을 일대를 살펴볼 수 있었던 빅토르는 깜짝 놀랐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낙오병들과 피난민들이 아직도 다리를 건너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도 서둘러 다리를 건너기보다는, 이제 어둠이 내려앉은 강변 여기저기에 흩어져 모닥불을 피우는 등 밤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제9군단이 친 방어선을 정면으로 돌파할 생각을 감히 하지 못하고 오전 일찍부터 그저 원거리에서 포격만 해대던 러시아군에 대해 방어 측이던 그랑다르메가 오히려 공격을 감행했던 것은 오로지 낙오병들과 피난민들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큰 희생을 치루면서 종일 고생했건만, 낙오병과 피난민들은 무엇.. 2021. 10. 11.
밀리터리 잡담 (10/7) 진짜 항모 킬러는 중국이 개발한 대함탄도탄 DF-21보다는 잠수함인데, 잠수함은 아무래도 수상함보다 속도가 느리고 어뢰는 사거리가 비교적 짧기 때문에 잠수함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항모가 멈추지 않고 항상 쾌속으로 항진하는 것. 그리고 절대 적이 예상하는 항로로 움직이지 않는 것. 그런데 그 두가지를 결합하다보니 나온 것이 지그재그 항진. WW1 때부터 애용되어온 이 지그재그 항진은 일반적으로 잠수함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왔음. 영화 죠스에도 그 일화가 나온 USS Indianapolis (CA-35)가 일본 잠수함 I-58에게 격침된 후 함장 Charles B. McVay III는 살아남은 사람 중 하나였는데 격침 당시 인디애나폴리스가 지그재그 항진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잠수함.. 2021. 10. 7.
베레지나의 동쪽 - 비극과 투지 빅토르의 제9군단은 비교적 최근에 편성되어 보로디노 전투 이후인 9월 초에야 네만 강을 건넜던 약 3만 규모의 군단으로서, 대부분 바덴(Baden), 헤센(Hessen), 작센(Sachsen) 등 독일인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거기에 일부 폴란드인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이들도 물론 척박한 러시아 땅에 들어서자마자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베레지나 강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이미 1만2천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비트겐슈타인의 추격을 뿌리치고 스투지엔카 외곽으로 달려온 빅토르 휘하엔 불과 8천명의 병력 밖에 없었습니다. 나머지 4천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이들은 파르투노(Louis Partouneaux) 장군 휘하의 1개 사단이었는데 이들은 나폴레옹의 명에 따라 일종의 미끼로서 며칠 전부터 보리소프의.. 2021. 10. 4.
항공모함 잡담 (9/30) 로열 네이비의 자랑은 청결함. 매일 성마석(holystone)과 모래로 갑판 바닥을 뽀득뽀득 닦았음. 그러나 청결함은 주로 상갑판 정도에서 끝났고, 18~19세기 범선들에서는 항상 악취가 났음. 그 주된 범인은 (목욕 못하는 선원들의 몸을 제외하면) orlop deck에 저장된 닻출과, 거기서 스며나온 진흙 섞인 바닷물이 뱃바닥에 고인 bilge water. 사진1에서 붉은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가장 낮은 갑판인 orlop deck. 여기에 저장되는 닻줄에서는 왜 항상 악취가 났을까? 닻줄을 가장 많이 던지게 되는 곳은 당연히 항구. 항구는 얇음. 당연히 진흙이 있고, 특히 인간이 많이 사는 곳이니 인간의 몸에서 배출되는 온갖 오물이 바다 바닥에도 쌓임. 그래서 (위생 관념이 없던 시대엔 특히) 항구 바닥.. 2021. 9. 30.
베레지나의 동과 서 - 러시아군의 등장 베레지나 강 위에 놓인 2개의 다리는 결코 근대 공학의 금자탑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워낙 단시간에 날림으로 만든 것이라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가끔씩 일부 구간이 무너져 끊어지기도 했지만, 무너지지는 않더라도 일부 구간은 축 늘어져서 상판이 강물에 약간 잠긴, 부분 잠수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렇게 위태위태한 다리가 유일한 퇴각로라면 서로 먼저 가겠다고 난리가 날 것 같지만 26일 밤 ~ 27일 저녁까지 베레지나 양안은 매우 평온했고 질서정연한 도강이 이루어졌습니다. 간헐적으로 다리 일부 구간이 무너지거나 엉성한 상판 통나무 사이에 말 다리가 끼어 부러지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여 교통 체증도 일어났는데도 그랬습니다. 이런 질서는 나폴레옹의 존재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욕을 먹.. 2021. 9. 27.
밀리터리 잡담 (9/23) 일본은 병사들의 밤 눈이 밝은 것으로도 유명했으나 불행히도 과대망상의 기질이 농후하여 정찰병으로서의 자질은 빵점. 1942년 5월 Coral Sea 해전에서도 일본 정찰기가 2만톤급 유조선 USS Neosho (AO-23)를 보고 '미해군 정규 항모 1척 발견!'이라고 호들갑. 두대의 일본 항모에서 총 78대의 함재기가 날아왔다가 허탕을 치고 이 불쌍한 유조선을 맹폭. 그런데 7방의 직격탄을 맞고도 침몰하지 않고 4일간이나 떠있다가 결국 승무원들은 미군 구축함에게 구조됨. 이때의 일본해군이 헛발질하는 덕분에 열세였던 미해군이 위기를 벗어나고 미드웨이에서 반격할 수 있었음. 뒤이어 레이테만 해전에서도 누가 봐도 조그맣고 귀여운 호위항모들을 보고 '미해군 정규 항모들의 대함대를 발견!'이라고 호들갑 떠는 바.. 2021. 9. 23.
네덜란드의 희생과 헌신 - 베레지나 강의 다리 이른 아침 베레지나 서쪽 강변에서 러시아군이 물러가는 것을 확인하지마자, 나폴레옹은 자끄미노(Jean-François Jacqueminot) 중령에게 명하여, 엽기병이 일부 섞인 폴란드 창기병 1개 중대에게 각각 안장 뒤에 유격병(Voltigeur, 펄쩍 뛰는 사람이라는 뜻) 1명씩을 태우고 강을 건너도록 했습니다. 스투지엔카 마을 앞은 여울목이라서 베레지나 강의 수심은 최대 2m 미만이었고 말을 타고 건널 경우 허리춤의 탄약포를 적시지 않고 강을 건널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강을 건넌 뒤 유격병들을 내려놓고 부채살처럼 퍼져 그 일대에 아직 남은 소수의 코삭 기병들을 쫓아냈습니다. 유격병들은 그 일대에 배치되어 사방을 경계했습니다. (자끄미노 중령입니다. 당시 25세에 불과했던 그가 중령 계급.. 2021.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