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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있는 자신감 - 바타이옹 카레(bataillon carré)란 무엇인가 비록 카야 마을로 내몰리기는 했지만, 원래 수암 사단의 병력 수가 프로이센군 2개 여단에 비해 크게 열세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지에 몰린 것은 수암 사단 대부분이 신병으로 이루어져 경험이 부족한데다 프로이센군이 2개 방향에서 공격해왔고, 결정적으로 포병 전력에서 크게 열세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얼마 안되는 수암 사단의 포병대는 전투 초기에 프로이센 포병대와의 대결에서 밀려 파괴되었으므로 프로이센 포병들은 프랑스 보병들에게 화력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정적으로 우월했던 포병 전력을 4개 마을 안쪽으로 전개시켰다면 수암 사단은 거기서 끝장이 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로이센군 지휘부는 노장 블뤼허부터가 그저 용감할 뿐 엉성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처음 그로스괴르쉔 마을을 공격할 때 적극 활용.. 2022. 9. 26.
밀덕 잡담 - 초기 레이더의 어려움과 극복 솔까말 난 잘 이해가 안 가는데 아무튼 Wilkins는 강렬한 반사파를 얻기 위해서는 폭격기 날개폭에 맞춰 약 25m 장파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 실제로는 꼭 그렇지는 않았으나, 파장이 cm 단위인 단파를 얻기 위해서는 고주파를 생성해야 했지만 어차피 당시 전자 소재 기술로는 그런 고주파 생성이 어려웠으므로 장파를 써야 했음. 문제는 수신 효율이 좋으려면 안테나의 길이는 파장 길이의 1/4이 제일 좋았다는 점. 그러니 25m 장파를 위해서는 안테나 길이가 6m가 넘었고, 대지로부터의 반사파 간섭을 피하려고 높은 곳에 여러 개를 매달아야 하다보니 엄청난 송전탑 같은 레이더 타워를 세워야 했음. 특히 수신 안테나는 금속 소재로부터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목재로만 만들었음. 그런데 수신 안테나는 특히나 높이가.. 2022. 9. 22.
불안한 시작, 소극적인 전개 - 뤼첸 전투 초기 상황 원래 비트겐슈타인의 기본적인 작전은 나폴레옹의 주력부대가 뤼첸을 지나 라이프치히 쪽으로 충분히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었다가, 프랑스군 우익의 뒤통수를 후려갈긴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면 당연히 프랑스군 주력부대가 저 멀리 지나간 뒤에 공격을 개시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탁 트인 평야지대인 라이프치히 일대에서 정찰을 해보니, 저 멀리 프랑스군 주력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행군해가는 것이 분명히 보였습니다. 기병대들이 잡아온 프랑스군 포로들을 취조해보아도, 5월 2일 아침에 나폴레옹의 사령부도 뤼첸을 떠나 라이프치히로 출발한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4개 마을에 주둔한 프랑스군은 군기 빠진 후위부대 2천여명임을 참모 뮐링 대령 본인이 직접 정찰을 해보고 확인했습니다. 그러니 .. 2022. 9. 19.
밀덕을 위한 과학 - 레이더 개발 이야기 뉴튼 이후 가장 위대한 업적을 세운 물리학자라는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은 1864년 전가지장에 대한 역학이론 (A dynamical theory of the electromagnetic field)라는 유명 이론을 발표. 그러나 그를 실험으로 입증은 못(안) 함. 이 이론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이걸 실험으로 입증한 사람이 바로 헤르츠(Heinrich Hertz). 그는 1886년 spark-gap transmitter (그림1)에 교류 전류를 가한 뒤, 완전히 분리된 다른 spark-gap receiver에서 똑같은 주기의 spark를 관찰함으로써 전자파라는 것이 실존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 (그림2). 그런데 이렇게 역사적인 큰 발견을 해놓고도 당시 29세의 젊은 교수였던 헤.. 2022. 9. 15.
계획대로 전개되는 전투란 없다 - 뤼첸 전투의 시작 비트겐슈타인이 그로스괴르쉔 등 4개 마을에 주둔한 프랑스군 후위 부대를 공격하려 했던 것은 꼭 짜르와 프로이센 국왕에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그 인근에 블뤼허와 빈칭게로더, 요크와 베르크 등 주요 부대들을 모두 집결시켜 놓고 있었고, 이제 오후 3시쯤 도착하게 되어 있는 토르마소프의 러시아군 본대만 오면 이번 작전에 투입할 병력을 거의 다 전투 위치에 가져다 놓는 셈이었습니다. 따라서 더 미룰 이유도 없었습니다. 프랑스군 우익의 후위 부대임이 분명한 눈 앞의 저 2천 병력을 제거한 뒤에는, 후방을 털린 프랑스군 우익을 뒤쪽으로 완전히 우회하여 바이센펠스-뤼첸 일대의 탁 트인 평원에서 자신들의 우월한 기병 전력을 투입하여 프랑스군 우익에게 결정적 한방을 먹일 작전이었습니다... 2022. 9. 12.
항공모함의 화장실 이야기 최신예 항모 USS Gerald R. Ford (CVN-78, 10만톤, 30노트)에는 더 이상 증기 캐퍼펄트도 없지만 없어진 것이 또 하나 있음. 바로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urinal). 소변기를 없앤 이유는 gender neutral한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 이젠 화장실에서도 여성 평등이냐 이것도 꼴페미들의 난동 때문이냐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것 같지만 그건 아님. 미해군에서 여성 비율은 지상근무 포함 전체 해군 수병 중 약 18%에 불과. 그러나 항모에는 여러 수병들이 사용하는 숙소마다 화장실이 붙어 있음. 그런데 여태까지처럼 그걸 일일이 소변기가 붙어 있는 남성용 화장실과 소변기가 없는 여성용 화장실로 붙박이 구분을 해놓았더니, 도중에 남녀 비율이 변하든 단순히 일부 여성 수병들의 숙소를 바꾸든.. 2022. 9. 8.
군주들의 언덕에서 - 짜르의 싸움 구경 흔히 장군들이 아무렇게나 구술하면 그에 따라 병사들은 밤새도록 행군을 하며 고생한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5월 1일 밤 ~ 5월 2일 새벽 비트겐슈타인에게 그건 억울한 비난이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거의 한숨도 못자고 상세한 병력 이동 명령을 작성해서 각 부대에 전달했고, 자신도 나폴레옹을 빠뜨릴 함정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부대를 이끌고 이동했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밤 늦게까지 들어오는 최신 정보를 파악한 뒤 특유의 꼼꼼함을 살려, 각 주요 지휘관마다 부대를 어느 장소로 몇시까지 이동시키도록 세세한 명령서를 따로따로 작성했습니다. GPS나 무선통신은 커녕 항공지도나 타자기도 없던 시절, 거위 깃털과 잉크 그리고 거친 종이만으로 지휘관의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어두운 등불 밑.. 2022. 9. 5.
시작과 끝 vs. 윤회 - The Windmills of Your Mind 가사 해설 이번에 제임스 웹 망원경이 보여준 사진은 다시 한번 인생의 덧없음을 보여줍니다. 은하수쪽이 아닌, 우리 눈에는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텅빈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손가락 끝에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를 얹었을 때 그 알갱이로 가려지는 면적을 확대해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은 은하계가 보인다는 것을 제임스 웹 망원경이 보여준 것입니다. 대체 이 우주 속에는 얼마나 많은 세계들이 있는 것일까요? 그렇게 무서울 정도로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먼지만도 못해 보이는 인간이라는 존재, 더 나아가 우리 하나하나의 인생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요? (이 사진 속에 빛나는 존재들은 별이 아닙니다. 하나하나가 은하계로서, 그 속에 또 무수히 많은 별들이 있습니다.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 하나.. 2022. 9. 1.
뤼첸 전투 하루 전 상황 - 나폴레옹, 퍽치기 위기 일발 나폴레옹은 4월 24일 마인츠를 떠나 약 250km의 길을 밤에도 쉬지 않고 마차로 달려 그 다음 날인 25일 저녁 9시에 에르푸르트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에 집결한 근위대와 합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동쪽 약 20km 지점에 있는 바이마르(Weimar) 주변에는 4만5천의 막강 병력을 자랑하는 네 원수의 제3 군단이 포진해 있었고, 에르푸르트 남동쪽 약 50km 지점의 잘펠트(Saalfeld) 일대에는 베르트랑(Henri Gatien Bertrand)의 1만8천에 달하는 제4 군단이 있었습니다. 2만4천이 배속된 우디노의 제12 군단도 에르푸르트 남쪽 90km 지점인 코부르크(Coburg)에 주둔했고, 역시 2만4천인 마르몽의 제6 군단은 에르푸르트 서쪽 약 25km 지점인 고타(Gotha)에 도착해 .. 2022. 8. 29.
밀덕 잡담 - 전투기와 반도체, 그리고 절전 태양광 패널로 전기 만드는 인공위성의 고충 중 하나가 전기 아껴 써야 하는 것인데, 반면 제트연료를 펑펑 태우는 전투기는 절전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까? 기본적으로 수백만 년 동안의 태양에너지가 응축된 에너지원인 석유를 쓰는 내연기관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 WW2 때의 프로펠러 전투기 엔진만 해도 그 에너지를 100% 전기로 만든다면 수 Mega Watt 단위. 물론 대부분의 그 출력은 전기가 아니라 항공기 추력을 위한 물리적 에너지로 사용됨. 단발 엔진인 F-16의 경우는 약 60kW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쌍발엔진인 F-14의 경우엔 엔진 하나당 약 75kW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장착. 참고로 전투기 레이더는 약 10kW의 에너지를 (사진1) 그리고 증권사나 은행의 원장 database를 위한 .. 2022. 8. 25.
누가 비트겐슈타인을 괴롭히나 - 손무의 일화 비트겐슈타인의 작전안은 매우 뛰어난 분석과 예측에 기반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그 핵심은 현재까지 포착된 프랑스군의 이동 및 집결 상황으로 볼 때, 나폴레옹의 의도는 라이프치히를 거쳐 토르가우(Torgau)로 진격하여 그 곳의 포위를 푸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아마도 베를린으로 진격하여 프로이센을 굴복시키려 할 것이라고 비트겐슈타인은 보았습니다. 프로이센의 수도인 베를린으로 갈지 연합군의 근거지인 슐레지엔의 브레슬라우로 갈지는 사실 당시 나폴레옹도 결심을 굳히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적어도 나폴레옹의 진격 방향이 라이프치히라는 것은 정확한 판단이었습니다. (1650년 경의 토르가우의 전경입니다. 엘베 강변의 주요 요새도시 중 하나로서, 그 앞의 다리를 장악하고 있으므로 여기를 장악하면 엘.. 2022. 8. 22.
포탑에 붙은 햄버거? - 칼리 구명정 이야기 아래 사진은 WW2 당시의 이탈리아 해군 전함 로마(Roma)의 모습입니다. 주포탑의 윗면을 보면 뭔가 햄버거 패티 같은 것들이 붙어있지요? 저게 과연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구명정인데, 여기에는 나름 사연이 있습니다. 20세기 초반까지, 민간 선박이건 군함이건 구명정에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19세기 전반까지 사용된 범선 전열함들은 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포격전을 벌여도 어지간해서는 침몰하지 않았습니다. 적함에 대포를 쏘는 이유는 격침보다는 적의 돛대와 삭구를 망가뜨려 추진력을 뺴앗거나, 적의 수병들을 쓰러뜨리기 위함이었고, 궁극적으로는 적함에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인 뒤 적함을 나포하는 것이 해전의 결말이었습니다. 이렇게 빼앗은 적함에 대해서는 보상금이 주어졌으므로 함장이나 수병들이나 모두 격침보다는 .. 2022. 8.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