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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첸을 향하여 (8) - 등 떠밀려 결정된 싸움터 엘베 강변에서 연합군이 후퇴한 경위를 대충 들어보면 결국 비트겐슈타인이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후퇴했다는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비트겐슈타인의 입장은 다소 달랐습니다. 그의 생각에 따르면 프랑스군이 엘베 강을 비텐베르크와 벨게른 등 훨씬 남쪽에서 분산 도강할 것이니 그들이 도착하기 전에 프로이센군과 러시아군을 다시 합세시켜, 나폴레옹에게 일격을 먹이겠다는 심산이었습니다. 즉 아군은 집결되고 적군은 분산된 상태로 싸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디서 그러는 것이 좋을까요? 연합군의 후퇴 동선을 보면 프로이센군의 경로는 약간 남동쪽으로, 러시아군의 경로는 약간 북동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이들이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다보면 결국 이들은 만나게 되어 있었습니다. 대충 그 위치는 바우첸(Bautzen)이었습니.. 2023. 1. 30.
레이더 개발 이야기 (18) - 공습도 예보가 되나요? 로열 에어포스는 레이더의 종주군(?)답게 다우딩 장군의 세심한 감독하에 체계적인 레이더 경보 및 그에 따른 요격 체계를 갖춤. 그러나 로열 네이비는 레이더를 곁가지로 시작했고 또 공군처럼 도시와 공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대 방공만 하면 되었으므로 체계적인 요격 체계를 갖출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음. 그러다보니 아랫것들끼리 알아서 체계를 만들어야 했음. 가령 1939년 9월, 사상 최초로 실전에서 레이더로 적기를 탐지한 전함 HMS Rodney는 120km 밖에서 독일 공군기들을 포착했고, 바로 옆에 항모 HMS Ark Royal이 있었으므로 요격 함재기들을 출격시킬 수 있었음. 그러나 안 했음. 레이더로 보아하니 다른 곳을 공습하러 가는 적기들인데 구태여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따라서 .. 2023. 1. 26.
바우첸을 향하여 (7) - 비트겐슈타인의 결정 밀로라도비치가 프랑스군의 기습 도하 작전을 막지 못하고 쩔쩔 매던 5월 9일, 프로이센군의 총사령관은 블뤼허가 아니었습니다. 원래 부상을 입고 있었던 블뤼허는 이 날 특히 상태가 좋지 않아 병석에 드러누웠고, 지휘권을 다른 사람에게 이양해야 했습니다. 상식적인 관례에 따른다면 프로이센 야전군 내의 서열 2위인 요크 대공이 임시 사령관이 되어야 했는데, 뜻밖에도 일개 참모에 불과한 그나이제나우가 지휘권을 이양받았습니다. 이는 프로이센군 위아래 모두가 블뤼허의 모든 작전은 어차피 그나이제나우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고 요크 대공 본인도 새파랗게 아랫것인 그나이제나우로부터 명령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 무척이나 불쾌하게 생각했습니다... 2023. 1. 23.
레이더 개발 이야기 (17) - 미드웨이 해전의 미국산 레이더 영국과 미국은 같은 언어와 인종에 역사와 문화까지 어느 정도 공유하는 국가이므로 지금도 찰떡궁합으로 붙어다니는 사이. 하지만 WW2가 시작되고 군사 동맹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은 군사기밀을 서로 감추고 있었음. 가령 항공모함에서 위험한 가솔린 항공유를 어떻게 보관해야 안전한지 로열네이비는 알고 있었지만 1940년까지도 미해군에게는 그걸 알려주지 않았음. 로열 에어포스가 형제의 나라 미국에게는 레이더 개발에 대해 힌트를 주었을까? 처음에는 전혀 주지 않았음. 그러나 이미 미해군은 레이더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었음. 실은 1930년에 이미 그 가능성을 보고 이미 시작을 하고 있었음. 아래 그림은 HMS Ark Royal의 단면도. 1937년에 진수된 아크 로열은 전함 또는 전투순양함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 처.. 2023. 1. 19.
바우첸을 향하여 (6) - 나폴레옹보다 뛰어난 포병 불타다 남은 러시아군의 부교를 낚아채간 프랑스군이 그걸 수리하는 모습은 강 건너를 순찰하는 코삭 기병들의 눈에도 잘 보였습니다. 아무리 러시아군이 별 생각이 없다고 해도 당장 그 근처에서 프랑스군이 도강을 시도하리라는 것은 뻔했습니다. 바로 2일 전 비트겐슈타인이 엘베 강변을 지킨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그 작전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논리 중 하나는 '나폴레옹이 마치 A지점에서 강을 건너려는 듯 허장성세를 펼치다 멀리 떨어진 B지점에서 강을 건너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뻔히 보이는 도하 시도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었습니다. 드레스덴 노이슈타트에 남아있던 러시아군 수비대 지휘관인 밀로라도비치는 아침부터 여차하면 위비가우 강변으로 뛰어갈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프.. 2023. 1. 16.
레이더 개발 이야기 (16) - 마침내, Cavity Magnetron! 여러가지 꼼수로 버텨보긴 했지만, 영국 공군 레이더 개발팀은 결국 당시 진공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제대로 된 공대공 레이더는 불가능하다고 결론. 당시 진공관은 미터 단위의 파장을 가진 장파 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그로 인해 비교적 작아야 하는 항공기 탑재용 레이더에서는 전파에 방향성을 주는 것이 불가능했고, 그 때문에 지표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사파 등의 온갖 난제를 극복할 방법이 없었음. 하지만 생각해보면 영국 공군의 Chain Home 레이더만 하더라도 (비록 앞면 뒷면 정도의 방향성 밖에 없었으나) 일부 방향성을 주긴 했었음. 이건 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핵심은 야기-우다 안테나(Yagi-Uda Antenna)의 원리. 야기-우다 안테나는 전기 신호를 받아들여 전파를 생성하는 활성.. 2023. 1. 12.
바우첸을 향하여 (5) - 대충대충 러시아군 엘베 강 동쪽의 연합군이 작전 계획에 대해 아웅다웅 하고 있는 동안, 나폴레옹의 군단들은 속속 엘베 강변에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중앙부인 드레스덴에는 외젠 지휘에 막도날의 제11 군단, 마르몽의 제6 군단과 제1 기병군단이, 그 남쪽 프라이베르크(Freiberg)에는 베르트랑의 제4 군단이, 그리고 그 북쪽 마이센에는 로리스통의 제5 군단이 향했습니다. 나폴레옹은 5월 8일 드레스덴 인근에 도착했는데, 처음에는 뭔가 멋진 정치적 의미를 띤 근사한 입성을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부관에게 지시하여, 드레스덴 시청의 책임자를 자신이 있는 인근 마을로 즉각 데려오게 했습니다. 그러나 드레스덴의 다리는 이미 파괴되어 불타고 있었고 시내 분위기도 어수선한 편이어서 그랬는지, 이후 불려온 시청 대표에게는 아주 차.. 2023. 1. 9.
레이더 개발 이야기 (15) - 진공관의 한계와 ChatGPT Cavity magnetron이 없던 시절인 1939년, 이미 영국은 훌륭한 지대공 레이더인 Chain Home 시스템을 운용. 이 체인홈 레이더에서는 20 ~ 55 MHz의 전파를 사용. 이렇게 비교적 낮은 주파수, 즉 긴 파장의 전파를 썼기 때문에 radar beam의 폭은 150도 정도로 넓게 퍼질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바다 위에 나타나는 독일 폭격기를 잡아내는 데는 요긴한 역할을 수행. 이 체인홈에서도 인덕터와 커패시터를 결합한 LC 공명회로를 이용하여 주파수를 만들었을까? 맞음. 1915년 미국 엔지니어 Ralph Hartley가 발명한, 2개의 직렬 인덕터와 1개의 커패시터를 병렬로 연결한 Hartley oscillator를 약간 변형하여 사용함. 아래 그림1이 체인홈의 단순화된 회로. .. 2023. 1. 5.
바우첸을 향하여 (4) - 엘베 강 양쪽의 고민 엘베 강을 건너 한숨 돌린 연합군은 이제 무엇을 해야 했을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사람은 바로 총사령관 비트겐슈타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도 딱히 명확한 계획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당연히 궁극적인 목표야 나폴레옹의 패배였지만, 그를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길 방법은 없었으니 당연히 언제 어디서에선가 싸우기는 해야 했는데, 그 언제와 어디서가 문제였습니다. 일단 나폴레옹이 엘베 강을 건너 추격해 올 것이 자명했으니, 그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급했습니다. 엘베 강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더 유리한 조건에서 싸울 수 있는 후방으로 더 후퇴해야 하는가가 1차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엘베 강을 버리고 후퇴하는 것은 매우 바보 같은 일이었습.. 2023. 1. 2.
레이더 개발 이야기 (14) - 19세기에는 파동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WW2 중 제대로 된 공대공 레이더를 개발하려던 영국 공군의 치열한 노력은 결국 cavity magnetron이라는 소자를 만들어 내면서 결실을 맺음. 이 캐버티 마그네트론 덕분에 연합군은 전쟁 내내 훨씬 우수한 레이더로 독일과 일본을 제압. 캐버티 마그네트론 덕분에 연합군은 그야말로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자신만 야시경을 가진 것과 같은 우월함을 누렸음. 그런데 이 캐버티 마그네트론 없이도 영국은 물론 독일과 일본도 레이더를 만들어 잘 운용했었음. 캐버티 마그네트론 없이 어떻게 수십 MHz에 이르는 주파수를 만들어냈을까? 그 이야기까지 가려면 먼저 18세기 중반 독일 포메른 지방으로 가야함. Ewald Georg von Kleist라는 카톨릭 수사가 있었는데, 전기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 실험을 하고.. 2022. 12. 29.
바우첸을 향하여 (3) - 샤른호스트의 빈 자리 5월 6일 아침, 나폴레옹은 스파이들로부터 프로이센군과 러시아군이 각각 따로 엘베 강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우 흡족해 했습니다. 특히 프로이센은 북쪽의 마이센(Meissen)으로 향하고 러시아군은 예상대로 남쪽의 드레스덴으로 향한다는 것을 듣고, 나폴레옹은 자신이 토르가우로 네의 군단을 보낸 것에 프로이센군이 베를린이 위협받고 있다고 겁을 집어먹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는 기분 좋게 그 날 저녁 뷔르젠(Wurzen)까지 도착했지만, 프로이센군 중 일부 1만2천 정도만 마이센으로 갔을 뿐 나머지는 모두 러시아군을 따라 드레스덴으로 갔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이 소식에 놀란 나폴레옹은 정확한 정보를 얻기를 원했고, 프랑스군의 진격은 또 잠시 멈춰야 했습니다. 혹시나 이것들이 결별하지 않으면 어떡.. 2022. 12. 26.
레이더 개발 이야기 (13) - 야간 전투기의 다양한 꼼수 보웬이 만들던 공대공 레이더 AI (Airborne Interception) Mark II는 여태까지 기술했듯이 많은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이젠 정말 곧 전쟁이 터진다고 판단한 영국 국방부는 그 미완성인 AI Mk II를 생산하여 30대의 Bristol Blenheim (사진1)에 장착하라는 주문을 냄. 브리스톨 블렌하임은 원래 민간 여객기로 1935년에 개발된 것이었는데, 바로 작년에 복엽 폭격기인 Handley Page Heyford를 최신예 폭격기랍시고 도입했던 영국 공군은 그 단엽기에 전신을 듀랄루민으로 만든 멋진 고속 쌍발 여객기 블렌하임에 홀딱 넘어가서 2년 만에 폭격기로 개조하여 도입했던 기종. 폭격기로서도 그저 그런 성능이었지만 그래도 쌍발 엔진에 장거리 전투반경을 가지.. 2022.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