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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3) - 누가 어뢰를 두려워 하겠나 자기가 직접 하지 않고 말로 시키기만 하는 제독 입장에서는 어뢰 방어망처럼 완벽한 물건이 없음. 정박해 있을 때는 항상 군함 양현에 어뢰 방어망을 치게 하면 잠수함으로부터든 뇌격기로부터든 어뢰 공격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방어가 됨. 이미 장만해둔 방어망을 꺼내어 물 위에 뜬 부표에든 군함 현측에서 내민 지지봉에든 매달아 놓기만 하면 되니까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도 없음. 하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그 일을 해야 하는 수병 입장에서는 어뢰 방어망 부설 및 철거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는 작업. 어뢰 방어망은 마치 중세 사슬갑옷처럼 쇠고리를 엮어 만든 물건. 아무리 아연도금을 해놓았다고 해도, 파도가 치는 소금물 속에서 부식도 되고 일부 고리가 끊어지는 일은 수시로 일어남. 그걸 평소엔 돌돌 말아서.. 2025. 5. 15.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1) - 정찰 없이는 공격도 없다 군사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그 어떤 화력도 방호력도 막대한 군수물자도 정보만한 가치를 가지지 못함. 타란토 습격 작전 같은 경우, 좌표와 수심, 지형 등의 정보는 수만년 전부터, 그리고 부두 시설 등은 수백년 전부터 고정되어 있는 항구이니 정보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음. 가장 중요한 정보는 타란토에 과연 어떤 군함들이 얼마나,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느 위치에 정박하고 있는지 하는 부분.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대공포와 탐조등, 그리고 어뢰 방어망 등의 방어시설이 어떻게 설치되어 있느냐 하는 것. 특히 군함이란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이므로, 공습 바로 직전의 정보가 절실하게 필요. 그런 정보를 알아내는 것에는 간첩 등등의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 2025. 5. 1.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0) - 섶을 지고 불 속으로 타란토 군항을 뇌격기로 습격하는 작전 계획의 명칭은 'Operation Judgement' (심판 작전). 영국해군 일부 장교들은 이 위험한 작전에 대해 '심판 받는 쪽이 과연 이탈리아 해군이냐 영국해군이냐'라며 불안해하기도. 실은 실제 적탄에 노출될 소드피쉬 조종사들의 불안감은 매우 높았음. 한 조종사는 '경기병 여단(Light Brigade)의 돌격 때도 지휘부가 그런 결과를 예측하고도 돌격 시켰겠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여기서 말하는 경기병 여단의 돌격이란 1854년 크리미아 전쟁 때 제7대 카디건 공작(7th Earl of Cardigan)인 제임스 브루드넬(James Brudenell)이 감행했던 발라클라바 (Balaclava) 전투에서의 돌격을 말하는 것. 러시아군 포병들이 완벽한.. 2025. 4. 24.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9) -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일단 낮이건 밤이건 항구에 정박한 전함들을 공격하는 것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음. 일단 수심. 항구는 당연히 수심이 대양보다는 무척 얕음. 폭탄으로 공격할 때는 문제가 안될 테지만 어뢰로 공격하자니 이게 심각한 문제였음. 전에도 언급했듯이, 보통 항공어뢰는 투하되면 일단 21m 이상의 깊이로 잠수했다가 목표를 향해 돌진하면서 수심 유지 장치에 의해 미리 정해둔 심도로 조금씩 떠오르게 되어 있음. 그런데 타란토 항구에서도 전함들이 정박하는 계류장의 평균 수심은 15m에 불과. 결국 평소 하던 대로 어뢰를 투하하면 그 어뢰들은 모조리 타란토 항구의 진흙바닥에 쳐박히게 된다는 소리. 이 문제는 1941년 12월 진주만을 습격했던 일본해군 뇌격기들도 직면했던 문제. 흔히 일본해군은 그 문제를 타란.. 2025. 4. 17.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8) - 해가 빨리 지는 바다 올빼미 같은 특수한 경우를 뺴고는 새는 밤에 날지 않음. 네발 짐승들 중에는 야행성 짐승도 많지만 대부분의 조류는 주행성임. 하늘을 나는 새는 냄새나 소리가 아니라 눈으로 먹이와 위험을 파악해야 하므로, 해가 없는 밤에는 날지 않는 것임. 같은 이유로, WW2 직전까지도 각국의 해군 항공대는 야간 비행은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았음. 폭격할 적의 도시도, 그리고 돌아올 아군 기지도 모두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육군과는 달리, 해군 항공대의 목표물은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군함이었기 때문. (물론 민간에서는 WW1~WW2 사이에 야간 비행을 곧잘 했음. 그래서 이 책 표지처럼 생뗵쥐뻬리의 '야간비행'이라는 소설까지 있는 것임.) (또한 WW1 기간 중 독일은 쩨펠린 비행선과 Gotha 폭격기를 이용.. 2025. 4. 10.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7) - 이탈리아의 폭격기 그러던 와중에 WW2가 터졌음.  영국 지중해 함대는 굉장히 난처한 처지에 빠짐.  누가 봐도 우선순위는 영국 본토 방어가 더 중요했으므로 항모 HMS Glorious를 비롯한 주력함들은 모두 본토 함대(Home Fleet)로 소환되고 남은 것은 낡고 작고 느린 항모 HMS Eagle (2만2천톤, 24노트)과 순양함 몇 척 뿐.  심지어 전함은 낡은 석탄 전함 하나도 없었음.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지중해는 1차적으로 프랑스의 책임이었음.  그러나 1940년 5월 프랑스가 독일에게 항복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됨.   (HMS Eagle은 원래 칠레 해군에서 주문한 수퍼 드레드노트급 전함 Almirante Cochrane이었는데, 아직 진수 이전이던 1918년 2월, 당시 WW1을 치르고 있던 영국해.. 2025. 4. 3.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6) - 글로리어스의 고난 흔히 1941년 12월 일본해군의 진주만 습격은 1940년 11월 영국해군의 타란토(Taranto) 습격에 영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함.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음.  다만 영국해군이 타란토 습격의 본질인 항구에 정박한 적함을 뇌격기로 기습 공격한다는 개념 자체를 발명한 것은 아니었음.  그런 개념을 처음 공개한 것은 바로 미해군.  아니러니컬하게도 바로 진주만에 대한 워게임에서 나왔음.   아직 해전의 주역은 든든한 장갑과 대구경 주포를 갖춘 전함의 몫이고 항공모함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전함의 작전을 위한 정찰이라는 생각이 주도적이던 1932년 2월, 하와이 방어를 위한 워게임이 벌어짐.  이때 공격군을 맡은 Harry E. Yarnell 제독은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깨버림.  야널 제독의 공격 함.. 2025. 3. 27.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5) - 유틀란트에서 마타판까지 WW1 이전에는 함교에서 전성관(voice tube 혹은 speaking tube)을 통해 어느 방향에 있는 어느 적함을 때리라고 각각의 포탑에 명령을 전달하면, 각각의 포탑이 알아서 적과의 거리와 방위각 등을 판단하고 포격하는 방식.  이건 수 km 앞의 적함을 공격할 때나 유효했던 전술이었고, 하물며 야간에는 절대 통하지 않는 방식.   일단 10km가 넘는 원거리에 위치한 적함과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조명탄이든 달빛이든 탐조등이든 어떻게든 적함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발포하는 순간 적함을 다시 놓치는 경우가 많았음.  주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섬광 때문에 관측자가 순간 눈이 멀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다시 적함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   WW1 당시엔 이미 대.. 2025. 3. 20.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4) - 어뢰와 조명 개발된지 얼마 안된 어뢰가 진짜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온 것은 영국 해군이 어뢰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어뢰정(torpedo boat)이라는 특수함정 HMS Lightning을 취역시킨 1876년부터.  작고 빠르고 건조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어뢰정들이 크고 둔중한 장갑 전함에 재빨리 접근하여 어뢰를 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원래 장갑 전함들의 장갑판은 흘수선 위에 집중되었고, 흘수선 아래 깊숙한 곳까지는 보호하지 못했음.  아무리 강력한 포탄이라고 해도 물 속에 들어가는 순간 속도가 확 떨어졌기 때문에 수면 바로 아래 부분 정도까지만 장갑판을 두르면 충분했기 때문.  그런데 그보다 더 아래 부분, 그러니까 장갑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을 어뢰가 때리면 전함은 끝장. (이건 어뢰정에 대한 대비를 고려하.. 2025. 3. 13.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3) - 전열함의 시대 원래 전통적인 유럽식 해전은 전열함(ship of the line)들끼리의 싸움.  나폴레옹 전쟁 이전부터, 최소한 2열의 포갑판에 74문 정도의 대포를 장착한 거구의 전열함들이 마치 보병 대오를 이루듯 전열을 짜고 상대 함대와 대포질을 해대다, 결국 칼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수병들이 적함에 널빤지(board)를 대고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이는 것으로 끝남.  이렇게 적함에 뛰어드는 전투원들을 boarding party, 즉 승선조라고 불렀음. (트라팔가 해전에서의 넬슨의 기함 HMS Victory.) 그런데 그 시절에도 해군에는 프리깃(frigate) 함들이 있었음.  전열함들과는 달리 그냥 1열의 포갑판만 갖추고 40문 정도의 대포를 갖춘 프리깃들은 전열함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서 속도가 빨랐고 주로 정.. 2025. 2. 27.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2) - 달빛 해전 결국 이런 비극적 사고로 인해, 이후 당분간은 이런 위험한 야간 요격 작전은 실시하지 않게 됨.  나폴레옹도 야간 전투를 매우 싫어하는 편이었다고 하는데, 가만 보면 역사적으로 강대국 지휘관들은 모두 야간 전투를 싫어하고, 약한 측이 언제나 야습을 선호함.  이유는 간단.  인간은 태생적으로 주행성 동물로서 시각에 의존하는 바가 매우 크고, 그래서 야간 전투란 필연적으로 극심한 혼란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  혼란 속에서는 통제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기 마련이고, 통제가 안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음.  즉, 낮에 싸우면 여유있게 승리를 거뒀을 쪽이 밤에는 까딱 잘못하면 지거나 이거더라도 피해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강대국 군대에서는 굳이 야간 전투를 선호하.. 2025. 2. 20.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 - 용감한 늙은 조종사는... 1943년 11월, 타라와와 마킨 섬 점령 작전 때 미해군 항모들은 일본 해군 폭격기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렸음.  그러나 신형 SM 레이더의 정확한 유도를 받은 F6F Hellcat 전투기들이 내습하는 일본 폭격기들을 모조리 사냥.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낮의 경우.  밤에 날아오는 일본 폭격기들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었음.  당시에도 이미 공대공 레이더를 장착한 야간 전투기가 활약 중이었지만, 레이더를 장착하고 그 레이더 운용병을 태워야 했던 당시 야간 전투기들은 예외없이 모조리 쌍발 전투기 혹은 쌍발 전투기로 개조한 폭격기. (사진은 미육군 최초의 야간 전투기로 설계 제조된 Northrop P-61 Black Widow.  1943년 10월에 최초로 공장에서 출고되었고, 취역한 것은 .. 2025.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