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390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22) - 안전벨트와 크리스마스 트리 HMS Illustrious에서 타란토로 출격할 조종사들과 항법사들의 최종 브리핑 때, 작전 장교인 George Beale 중령은 공격 대상인 전함과 항만 시설에 대해 정말 깨알 같이 자세하게 일일이 설명. 그게 너무 길고 지루했는지, 빌 중령이 '귀환 비행에 대해서는...'이라고 말하자 콜사인이 'Blood'였던 Scarlett 대위는 '그딴 거 이야기에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맙시다!'라고 큰 소리로 외쳐 모두를 웃게 만들었음.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고, 스칼렛 대위에게는 정말 귀환 비행이 필요 없었음. 스칼렛 대위는 제1차 공격대의 선두 편대장이었던 Williamson 소령의 항법사. 선두의 조명탄 소드피쉬들이 임무를 완수하여 조명을 밝히자, 이어서 윌리엄슨은 그의 편대기 2대를 이끌고 1.. 2025. 7. 17.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21) - 불꽃놀이 12대의 소드피쉬들은 2시간 훨씬 넘는 비행 중 구름 탓에 편대가 일부 흩어지긴 했으나, 전문 항법사까지 태운 로열네이비 함재 폭격기답게 전파 유도의 도움 없이도 큰 어려움 없이 타란토 항구에 도착. 그런데 원래 계획대로라면 완벽한 기습 작전이었어야 했는데, 도착해보니 이미 타란토는 누군가 건드려놓은 말벌집 상태. 가장 먼저 타란토 항구로 돌입하여 조명탄을 투하해야 했던 Charles Lamb 대위의 표현에 따르면 타란토 항구는 글자 그대로 에트나(Etna) 화산 같았다고. 이미 하늘 높이 대공포 예광탄이 마구 쏘아올려지고 있었음. (딱 이 모습) 대체 이탈리아놈들은 소드피쉬의 내습을 어떻게 미리 알고 있었을까? 실은 타란토의 이탈리아군으로서는 그게 그날 밤 들어 벌써 3번째 공습경보였음. 먼.. 2025. 7. 10.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20) - 연료 절약 타란토 공습의 성공을 위해서는 정확한 실시간 표적 확인이 매우 중요. 그런데 타란토 항구에 대한 사진 촬영은 로열네이비가 아니라 말타섬의 로열에어포스 소속 Martin Maryland가 수행했다고 하지 않았나? Maryland 정찰기들은 당연히 사진을 찍고 나서 말타섬으로 되돌아갈 텐데, 그 사진을 지중해상의 항모 HMS Illustrious에서는 어떻게 받아 보았을까? 당시 가장 빠른 정보 전달 방식은 무전에 의한 음성, 무전에 의한 모르스 부호, 그리고 유선 텔레타이프(teletyep), 무선 텔레타이프(radioteletype) 등이 있었으나, 이들은 모두 음성과 텍스트로만 정보 전달이 가능. (WW2 중 영국군의 teletypist들의 모습) (텔레타이프로 오가는 정보도 도청이 가능했을까? .. 2025. 7. 3.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9) - 왜 둘로 나눴을까? 11월 11일, 타란토 습격을 위해 항모 HMS Illustrious에 대해 내려진 명령을 보면 매우 구체적이라서, 당시 항모 운용의 세부적인 구석까지 들여다 볼 수 있음. 요약하면 아래와 같음. 1) 정해진 출격 해역 'X'에 오후 8시에 도착. (이때는 아직 달이 안 떠서 어두운 상태) 2) 'X' 위치에 도착하면 현지의 풍향에 따라 바람을 향해 달리도록 침로를 변경한 뒤 30노트로 속도를 올림. (어뢰를 달아서 무거운 Swordfish들은 맞바람을 안지 않으면 이함을 못함) 3) 제1차 공격대 12대 날림. 4) 제1차 공격대의 출격이 끝나면 바람 반대방향으로 17노트 속력으로 달려 다시 출발 위치인 'X'로 이동. 5) 오후 9시에 다시 'X' 위치에서 아까와 똑같이 바람을 향해 30노트로 .. 2025. 6. 26.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8) - 왜 자꾸 추락해? 타란토 습격이 끝난 뒤 올린 전과에 대해 영국해군 수뇌부는 물론, 처칠 수상도 크게 기뻐함. 공격을 주도했던 지중해 함대 사령관 커닝햄은 아래와 같이 말하여 그 기쁨을 표현. "고작 6시간의 총 비행시간으로, 20대의 함재기가 이탈리아 함대에 입힌 피해는 (WW1 중의) 유틀란트 해전으로 독일 대양함대에 입힌 피해보다 더 컸다." 이렇게만 보면 영국해군은 정말 적은 전력만 동원하여 엄청난 전과를 올린 것 같지만 이 'Judgement' 작전을 위해 영국 지중해 함대가 동원한 자원은 엄청나게 많았음. 지난 편에서 소개했듯이 영국 지중해 함대는 타란토 습격을 위해 몇 주에 걸쳐 정말 참새 방앗간 드나들 듯 타란토 항구에 정찰기를 날려 사진을 찍어댔음. 그 정도로 영국 정찰기가 날아들면 이탈리아군이 아무.. 2025. 6. 19.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7) - 파괴를 위한 천문학 타란토 항구에 설치된 방공기구들(barrage balloons)을 항공사진으로 확인한 영국해군은 이리저리 궁리해보다 이건 따로 방법이 없다고 결론을 내림. 그래서 조종사들 보고 부딪혀 죽으라고? 그건 아니고 살고 싶으면 알아서 피하라는 뜻. 이를 위해서 영국해군 지휘부가 조종사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방공기구들이 항구내 어디에 설치되었는지를 상세하게 표시한 지도. 이게 가능했던 것은 역시나 말타섬 영국공군 Martin Maryland 정찰기들 덕분. 이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뻔질나게 타란토 항구를 드나들며 항공사진을 계속 찍어왔고, 덕분에 소드피쉬 조종사들은 방공기구들의 숫자와 위치가 변하는지를 수시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음. 원래 타란토 항구에는 총 90개의 방공기구가 크게 3열로 .. 2025. 6. 12.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6) - 어뢰 방어망을 넘으면 다음은? 1940년 7월 8일 새벽 다카르 항구에 정박한 프랑스 해군 전함 Richelieu를 향해 돌격하던 6기의 Swordfish 뇌격기들은 적도 인근에서는 지구 자기장이 약하기 때문에 자성 신관의 세팅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없음. 그러나 영국해군은 자성 신관(magnetic pistol)과 충격 신관(contact pistol)을 둘 다 갖춘 듀플렉스 신관(Duplex piston)을 갖추고 있었고, 이 물건이 언제나 확실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음. 새벽의 어둠을 틈타 적 항구를 기습하는 것은 딱 1번 가능한 일이고, 이럴 때 지나친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달걀을 모두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분산 투자가 안전. 그래서 이 6기.. 2025. 6. 5.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5) - 지구 전체를 필요로 하는 어뢰 WW1 이후 각국 해군은 어뢰와 잠수함이라는 신무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분주하게 연구. 그래서 나온 것이 지난 번에 설명한 어뢰 방어망과 어뢰 방어 벌지(anti-torpedo bulge, 혹은 그냥 torpedo blister) 등등의 것들. 특히 주요 군함들이 어뢰 방어 벌지를 장착하게 되면서, 이 방패를 어떻게 뚫을 것인지에 대해 각국의 어뢰 전문가들이 골머리를 앓게 됨. 특히 WW1에서의 피해가 적어 상대적으로 국력에 여유가 있던 미국에서는 그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여러가지를 테스트. 가령 아직 미완성인 채로 워싱턴 해군 조약에 걸려 1921년 진수만 시킨 채 녹슬고 있던 전함 USS Washington (BB-47, 3만3천톤, 21노트)를 상대로 실제 어뢰를 발사. 그 결과, 약.. 2025. 5. 29.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4) - 세네갈 항구의 소드피쉬 기본적으로 수심이 얕은 항구 깊숙한 곳에 들어앉은 전함을 항공 어뢰로 공격하는 전술은 많은 경험을 수 쌓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 훈련을 해도 어디까지나 가상의 적함을 대상으로 그냥 망망대해에서 할 수 밖에 없음. 특히나 전시에는 더욱 그러함. 전시에는 모든 자원이 부족하므로 아군 전함은 나가 싸우기도 바쁨. 아무리 비활성 훈련용 어뢰라고 해도, 전함이 한가하게 아군 항구에 들어앉아 표적 노릇이나 하고 있을 수는 없음. 게다가 항구 자체도 사용할 수 없음. 전시의 군수품 상하역으로 바쁜 항구에서 '뇌격기 훈련하니까 몇시부터 몇시 사이에 선박 통행을 금지한다' 라고 하는 것도 어려움. 그렇게 아무도 경험이 없는 전술을, 실제 상황과는 크게 다른 환경에서 훈련을 한 조종사들에게 시키면서 .. 2025. 5. 22.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3) - 누가 어뢰를 두려워 하겠나 자기가 직접 하지 않고 말로 시키기만 하는 제독 입장에서는 어뢰 방어망처럼 완벽한 물건이 없음. 정박해 있을 때는 항상 군함 양현에 어뢰 방어망을 치게 하면 잠수함으로부터든 뇌격기로부터든 어뢰 공격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방어가 됨. 이미 장만해둔 방어망을 꺼내어 물 위에 뜬 부표에든 군함 현측에서 내민 지지봉에든 매달아 놓기만 하면 되니까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도 없음. 하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그 일을 해야 하는 수병 입장에서는 어뢰 방어망 부설 및 철거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는 작업. 어뢰 방어망은 마치 중세 사슬갑옷처럼 쇠고리를 엮어 만든 물건. 아무리 아연도금을 해놓았다고 해도, 파도가 치는 소금물 속에서 부식도 되고 일부 고리가 끊어지는 일은 수시로 일어남. 그걸 평소엔 돌돌 말아서.. 2025. 5. 15.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2) - 어뢰 방어망은 대체 왜? 정찰기로 개조된 경폭격기 Martin Maryland 3대가 번갈아가며 열심히 찍어온 타란토의 항공 사진을 분석하면서 분석관들이 유심히 살펴본 것은 방파재와 섬 등 지형은 물론 군함들의 정박 위치와 척수, 그리고 대공포와 탐조등 진지들의 위치 등등. 또 군함들, 특히 주목표물인 전함들 주변에 둘러쳐 있을 어뢰 방어망의 위치. 항공사진을 분석해보니 전함 계류장에는 예상대로 어뢰 방어망이 설치되어 있었음. 그런데 전함들 전체를 방어하려면 총 12.6km의 그물이 필요했는데, 실제로 설치된 그물은 그 1/3 수준인 4.2km. 그나마 공습 직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11월 초에 불어닥친 폭풍 덕분에 그 중 상당 부분인 2.9km 정도의 그물이 해안가에 끌어올려져 수리를 기다리고 있었음. 영국군 정찰기가 타.. 2025. 5. 8. 건빵 이야기 죄송합니다만 오늘 분량은 예전에 썼던 글을 재탕해서 올립니다. -------------------- 건빵은 영어로는 hardtack이라고 합니다. 사실 건빵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영어 단어는 매우 많습니다. 두번 구웠다는 뜻에서 biscuit이라고도 부르고, 단단한 빵이라고 해서 hard bread라고도 부릅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군은 이 지겹게 먹던 건빵을 그냥 Tommy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오리지널 건빵은 맛이 없습니다.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이 군대에서 드셔 보신 건빵이나 시중에서 사드시는 건빵은 그런 대로 맛이 있지요 ? 그건 거기에 설탕과 베이킹 파우더가 많이 든, 거의 과자 수준의 건빵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건빵은 일제 시대 때 일.. 2025. 5. 5. 이전 1 2 3 4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