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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166

안나 카레니나가 한줄로 말하는 '좋은 결혼 상대' 명작 고전 소설 중 가장 인상적인 첫문장이 어떤 것이냐에 대해서는 항상 왈가왈부 말이 많습니다. 대체로 탑 랭킹에 들어간다고 다들 인정하는 것들 중에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Moby-Dick)이 대표적으로 들어갑니다. Call me Ishmael. 이 짧은 문장은 정말 영어의 가장 큰 아름다움 중 하나인 간결함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명문입니다. 이 문장의 번역은 대략 '내 이름은 이스마엘이다' 혹은 '날 이스마엘이라고 불러다오' 정도로 할 수 있습니다만,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많은 뜻이 함축되고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에 이것이 명문이라고 인정되는 것입니다. 즉 이스마엘이라는 것이 본명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가명일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왜 굳이 가명을 쓰는 것일까, 이름도 왜 하필이면 이스마엘.. 2021. 3. 1.
항모 및 기타 밀리터리 잡담 미국의 2번째 항모 USS Lexington (CV-2)은 원래 1916년에 전투순양함으로 건조되기 시작한 것인데 1922년에 항모로 개조. 단, 그때까지만 해도 "야간 혹은 폭풍우처럼 함재기 못 띄우는 상황에서 적함과 마주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항모도 적함과 포격전을 벌일 수 있도록 8인치 2연장 포탑 4기를 유지. 이 포탑들은 1942년 초에 "아무리 봐도 힙하지 않아"라며 떼냄. 1986년, 리비아 카다피의 폭탄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은 리비아를 폭격. 이른바 엘도라도 작전. 이를 위해 영국에 주둔한 F-111 폭격기를 이용했는데 프랑스와 스페인이 이 폭격에 대한 영공 개방을 거부하는 바람에 수천 마일을 우회함. 공중 급유 받으면 연료야 괜찮겠지만 조종사들 화장실은... (여기서 다시 한번.. 2021. 2. 25.
안디옥은 어디인가 - 십자군, 로마군, 갈리아인과 사도 바울의 이야기 최근에 광주 안디옥교회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또 다시 집단 감염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한국 개신교단에 대한 맹비난이 있었습니다. 오늘 글은 그런 비난에 대한 것은 아니고 그냥 안디옥이라는 곳이 뭐하는 곳이길래 이렇게 교회에 안디옥이라는 이름이 많은가에 대한 글입니다. 일단 안디옥은 정말 많이 쓰이는 이름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안디옥은 안티오크(Antioch) 또는 안티오키아(Antiochia)를 말하는 것으로서, 유명 게임 스타크래프트에도 프로토스 종족의 고향별 아이우르(Aiur)의 지방명으로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안티오키아(Antiochia)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후 그의 제국을 나눠가진 부하 장군들 중 셀레우코스(Seleukos)가 세운 도시들의 .. 2021. 2. 4.
영화 테넷(Tenet)의 원문 대사 및 해석 * 이 포스트에는 영화 테넷(Tenet)에 대한 중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에야 영화 테넷(Tenet)을 보았습니다. 하도 어렵다고 소문이 나서 반쯤 포기하고 봤고요, 2번쯤 보고나니까 비로소 좀 이해가 되더라구요. 재미있었습니다. 저는 한 4번 봤네요. (테넷의 클라이맥스 부분을 선정한 기사 중 참 재치있게 잘 뽑았다고 생각되는 기사 타이틀입니다.) 저는 원래 영어에 서툰 편입니다만, 그래도 같은 영화를 한글 자막 끼고 4번 정도 보니까 일부 구절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영화는 그냥 줄거리와 비주얼 만으로도 가치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대사 한줄한줄의 멋도 함께 느끼면 좋거든요. 가령 영화 '신세계'에서 최민식의 명대사인 다음 장면을 영어 자막으로 본다고 생각해보십시요. 그 쿨한 허탈함과 낭패감이 제대로.. 2021. 1. 28.
은퇴와 일, 꿈과 저축에 대한 잡상 아직 고등학생이거나 또는 이제 막 대학에 진학하게 될 고교 졸업생들은 어떤 전공을 가질지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실상 첫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제 19살 된 고교 졸업생에게 확고한 꿈이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좀 어려운 일입니다. 저처럼 이제 50이 넘은 사람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성인들도 자기가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바가 뭔지 잘 모르고 사는데 말입니다. (지금 봐도 명짤입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지 않나요?) 제가 저희 아이나 친척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은 그런 경향이 더 강한데, 취업하려면 공대를 가는 것이 좋다. 단, 공대를 가면 취업은 되는데 맘에 안 드는 곳에 취업이 되더라.' 이건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순수하.. 2021. 1. 21.
군함을 pay off 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미국이나 영국 해군 관련 영문 기사를 읽다보면 pay off 라는 표현을 가끔 읽게 됩니다. '지불하고 끝내다' 라는 뜻의 이 표현은 대체로 다음 사진 속의 기사에서처럼, 군함에 사용될 때는 '퇴역시킨다' 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군함을 퇴역시키는데 대체 무슨 돈을 내길래 pay off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요 ? 이건 과거 영국 해군의 군함 운용 방식과 전통에서 비롯된 표현입니다. 근대 이전에는 원래 상비군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만, 특히 해군의 경우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영국 해군 군함의 이름 앞에 붙는 HMS (His/Her Majestic Ship)이라는 호칭의 기원도, 해전을 위해 동원된 함대 내의 선박 중에서 민간 소유였다가 임시로 동원된 배와 원래부터 국왕 소유였던 배를 구분하기 위해 붙여졌던.. 2021. 1. 7.
전기 셔틀 노릇을 한 항공모함 - USS Lexington 이야기 시애틀 근처의 작은 도시인 타코마(Tacoma) 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와 산업이 불어나면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 감당을 위해 몇 년 전에 쿠쉬먼 댐(Cushman Dam No. 1)을 건설했습니다. 이렇게 그 수력 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에 의존하던 타코마 시에 1929년 겨울, 뜻하지 않은 재앙이 닥쳤습니다. 시애틀은 비가 자주 오는 곳이라서 그럴 줄은 몰랐는데 여기에도 가뭄이 든 것입니다. 쿠쉬먼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쿠쉬먼 댐에서의 수력 발전에 문제가 생겼고, 당장 타코마 시는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아야 했고, 단기 실업자가 급증했습니다. (지금도 존재하는 퓨짓 사운드 미해군 조선소의 위치입니다. 지도 아래에 타코마가 보입니다.) (구글맵에서 찾아본 .. 2020. 12. 31.
누가 과부들의 집을 집어삼켰나 - 누가복음 20장~21장 이야기 누가복음 21장에 나오는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한 이야기를 다들 아실 겁니다. 부자들이 두둑한 헌금을 낼 때, 가난한 과부가 동전 두개를 내는 것에 대해 예수님께서 칭찬을 하셨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목사님들이 건축헌금 걷을 때 특히 자주 인용하시는 구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과연 예수님이 그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신 것일까요? 성경 번역이 너무 딱딱해서, 저 나름대로 예수님께서 실제로 쓰셨을 것 같은 구어체로 풀어썼습니다. 제가 읽은 바로는, 결코 예수님께서는 귀족들에게 어울리는 점잖빼고 엄숙한 선생님이 아니라 가난한 서민들에게 그들의 언어로 말씀하신, 유머 감각이 풍부한 연설가셨다고 합니다. (누가복음 21장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 이야기를 그린 그림입니다. Jacques Tissot의 그림입니다. .. 2020. 12. 24.
다가오는 인플레와 금리 인상에 대비하라 지난주 금요일인 12/11에 방송된 KBS FM 라디오 오후 4시의 경제 프로그램인 '최경영의 경제쇼'에서 들은 이야기가 흥미로와서 기억나는 것 중에 중요했던 것들을 여기에 정리했습니다. 이 날은 서강대학교 김영익 교수라는 분과의 대담이었습니다. 제 기억이 일부 잘못 되었을 수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으시면 아래 URL에서 다시듣기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program.kbs.co.kr/1radio/radio/economy/pc/list.html?smenu=c16974 - 리먼 사태 이후 장기 초저금리 상황 때문에 자산 가격에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 출구 전략을 살펴야 할 시기이다. - 전세계적으로 돈을 이렇게 많이 풀면 당연히 발생해야 할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았다. - 그 이유 중 하나는 .. 2020. 12. 17.
재미로 읽는 경항모 이야기 (3) HMAS Sydney (1만9천톤, 24.5노트), Majestic-class 경항모이자 호주 해군이 처음으로 보유한 항모. 1944년 HMS Terrible로 진수되었으나 전쟁이 끝나면서 호주에게 매각되어 HMAS Sydney가 됨. 사진 속 모습은 대략 1949년에 찍힌 것. 한국전에도 참전. 불과 10년 사용한 뒤 1958년부터는 고속 병력 수송선으로 사용됨. 그 목적으로 월남전에도 참전. 결국 1973년 퇴역했는데, 관광 명소 겸 박물관 쉽으로 남겨두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결국 1975년 매각되어 해체됨. 이걸 매입한 회사는... 한국의 동국제강. 뜯어서 고철로 씀. ** 세번쨰 사진은 점심식사 장면. 저 철제식판을 보고 미국 양덕들이 놀람. "야, 난 저거 미해군에서만 쓰는 줄 알았어" ** 4번.. 2020. 12. 3.
재미로 읽는 경항모 이야기 (2) 보그(Bogue)급 호위항모(CVE)는 WWII 초기에 미국에서 상선을 기반으로 생산하여 lend-lease 프로그램 하에 영국해군에게 넘겨준 것. 이들은 영국 해군에서는 이를 어태커(Attacker)급 항모로 분류하여 수송선단 호송용으로 사용. 당시 미해군은 금주법 시대의 잔재가 아직 남아서 수병들에게 술이 지급되지 않는 dry ship의 전통이 있었고, 술이 없으면 단 것이 땡기는 사람 심리에 따라 대신 아이스크림 만드는 기계도 있었고 대형 세탁기까지 딸려 있었음. 그러나 그록(grog)이 life blood였던 영국 해군에서는 이 보그급 호위항모를 인수할 때 '남자라면 그록이지 뭔 애들처럼 아이스크림이냐' 라며 아이스크림 제조기를 제거. 또한 '영국 수병은 양동이 1개와 비누 1장이면 몸과 옷을 깨.. 2020. 11. 26.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왜 4딸라인가 ? - EU와의 면책 협약 6줄 요약 -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은 EU에 마진을 거의 붙이지 않고 가장 싼 가격에 공급됨 - 그 이유 중 하나는 백신 부작용에 관련된 법적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일정 부분에 대해 면책특권을 받기로 EU와 합의했기 때문 - 역으로 말하면 다른 백신들은 그 가격에 부작용 발생시에 대비한 소송비용과 보상금을 포함한 가격이라는 이야기 - 관련된 법정 스릴러 소설 존 그리셤 '소송 사냥꾼' 꿀잼 - 우리나라가 6년째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 1위를 하고 있는 것도 이유가 있다 - 코로나 방역을 위해 송년회 등 연말 모임 갖지 마시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그게 애국이고 이웃사랑이자 절세하는 방법입니다 지난 주 한국 언론에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1회 접종분(dose) 가격 예상치가.. 2020.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