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373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6) - 글로리어스의 고난 흔히 1941년 12월 일본해군의 진주만 습격은 1940년 11월 영국해군의 타란토(Taranto) 습격에 영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함.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음. 다만 영국해군이 타란토 습격의 본질인 항구에 정박한 적함을 뇌격기로 기습 공격한다는 개념 자체를 발명한 것은 아니었음. 그런 개념을 처음 공개한 것은 바로 미해군. 아니러니컬하게도 바로 진주만에 대한 워게임에서 나왔음. 아직 해전의 주역은 든든한 장갑과 대구경 주포를 갖춘 전함의 몫이고 항공모함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전함의 작전을 위한 정찰이라는 생각이 주도적이던 1932년 2월, 하와이 방어를 위한 워게임이 벌어짐. 이때 공격군을 맡은 Harry E. Yarnell 제독은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깨버림. 야널 제독의 공격 함.. 2025. 3. 27.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5) - 유틀란트에서 마타판까지 WW1 이전에는 함교에서 전성관(voice tube 혹은 speaking tube)을 통해 어느 방향에 있는 어느 적함을 때리라고 각각의 포탑에 명령을 전달하면, 각각의 포탑이 알아서 적과의 거리와 방위각 등을 판단하고 포격하는 방식. 이건 수 km 앞의 적함을 공격할 때나 유효했던 전술이었고, 하물며 야간에는 절대 통하지 않는 방식. 일단 10km가 넘는 원거리에 위치한 적함과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조명탄이든 달빛이든 탐조등이든 어떻게든 적함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발포하는 순간 적함을 다시 놓치는 경우가 많았음. 주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섬광 때문에 관측자가 순간 눈이 멀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다시 적함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 WW1 당시엔 이미 대.. 2025. 3. 20.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4) - 어뢰와 조명 개발된지 얼마 안된 어뢰가 진짜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온 것은 영국 해군이 어뢰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어뢰정(torpedo boat)이라는 특수함정 HMS Lightning을 취역시킨 1876년부터. 작고 빠르고 건조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어뢰정들이 크고 둔중한 장갑 전함에 재빨리 접근하여 어뢰를 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원래 장갑 전함들의 장갑판은 흘수선 위에 집중되었고, 흘수선 아래 깊숙한 곳까지는 보호하지 못했음. 아무리 강력한 포탄이라고 해도 물 속에 들어가는 순간 속도가 확 떨어졌기 때문에 수면 바로 아래 부분 정도까지만 장갑판을 두르면 충분했기 때문. 그런데 그보다 더 아래 부분, 그러니까 장갑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을 어뢰가 때리면 전함은 끝장. (이건 어뢰정에 대한 대비를 고려하.. 2025. 3. 13.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3) - 전열함의 시대 원래 전통적인 유럽식 해전은 전열함(ship of the line)들끼리의 싸움. 나폴레옹 전쟁 이전부터, 최소한 2열의 포갑판에 74문 정도의 대포를 장착한 거구의 전열함들이 마치 보병 대오를 이루듯 전열을 짜고 상대 함대와 대포질을 해대다, 결국 칼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수병들이 적함에 널빤지(board)를 대고 뛰어들어 백병전을 벌이는 것으로 끝남. 이렇게 적함에 뛰어드는 전투원들을 boarding party, 즉 승선조라고 불렀음. (트라팔가 해전에서의 넬슨의 기함 HMS Victory.) 그런데 그 시절에도 해군에는 프리깃(frigate) 함들이 있었음. 전열함들과는 달리 그냥 1열의 포갑판만 갖추고 40문 정도의 대포를 갖춘 프리깃들은 전열함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서 속도가 빨랐고 주로 정.. 2025. 2. 27.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2) - 달빛 해전 결국 이런 비극적 사고로 인해, 이후 당분간은 이런 위험한 야간 요격 작전은 실시하지 않게 됨. 나폴레옹도 야간 전투를 매우 싫어하는 편이었다고 하는데, 가만 보면 역사적으로 강대국 지휘관들은 모두 야간 전투를 싫어하고, 약한 측이 언제나 야습을 선호함. 이유는 간단. 인간은 태생적으로 주행성 동물로서 시각에 의존하는 바가 매우 크고, 그래서 야간 전투란 필연적으로 극심한 혼란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 혼란 속에서는 통제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기 마련이고, 통제가 안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음. 즉, 낮에 싸우면 여유있게 승리를 거뒀을 쪽이 밤에는 까딱 잘못하면 지거나 이거더라도 피해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강대국 군대에서는 굳이 야간 전투를 선호하.. 2025. 2. 20.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 - 용감한 늙은 조종사는... 1943년 11월, 타라와와 마킨 섬 점령 작전 때 미해군 항모들은 일본 해군 폭격기들의 끊임없는 공격에 시달렸음. 그러나 신형 SM 레이더의 정확한 유도를 받은 F6F Hellcat 전투기들이 내습하는 일본 폭격기들을 모조리 사냥.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낮의 경우. 밤에 날아오는 일본 폭격기들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었음. 당시에도 이미 공대공 레이더를 장착한 야간 전투기가 활약 중이었지만, 레이더를 장착하고 그 레이더 운용병을 태워야 했던 당시 야간 전투기들은 예외없이 모조리 쌍발 전투기 혹은 쌍발 전투기로 개조한 폭격기. (사진은 미육군 최초의 야간 전투기로 설계 제조된 Northrop P-61 Black Widow. 1943년 10월에 최초로 공장에서 출고되었고, 취역한 것은 .. 2025. 2. 13. WW2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이야기 (1) - 밤에 가면 되지! 1943년 중반 이후 cavity magnetron을 이용한 SM radar까지 도입되면서 미해군 항모전단의 대공 방어 태세는 더욱 공고해짐. 어지간한 공습은 한참 전부터 미리 파악이 가능했고, SM 레이더는 내습하는 적편대의 대수와 함께 이들이 몇 단계 고도로 나누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까지도 모조리 탐지 가능했음. 덕분에 어지간해서는 장비에 만족할 줄을 몰랐던 함장들도 보고서에 SM radar를 이용한 전투기 관제는 매우 효율적이라고 다들 적었을 정도. (이 사진은 Essex급 정규항모로 새로 건조된 USS Lexington (CV-16)의 CIC의 높은 의자에 앉은 Fighter Director Officer Allan F. Fleming 중령의 모습. 대략 1943년 11월 Gilbert 제.. 2025. 2. 6. 새로운 레이더, 새로운 항모 (2) - 함교냐 CIC냐 해군은 해군대로, 육군은 육군대로 자기들이 가장 많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는데 (한편 공군은 지들이 편하게 지낸다는 거 스스로 인지하는 것 같음), 육군의 어려움 중 하나는 최전선에서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조명을 마음대로 켜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분명히 장교 및 부사관은 한밤중에라도 상황판에 숫자나 그림을 그려가며 작전 회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음. 그러던 중 영국 육군 누군가가 plexiglass의 가장자리에 자외선을 비추면 그 위에 색연필(grease pencil)로 써놓은 글자가 어둠 속에서 빛난다는 것을 발견. (색연필을 grease pencil이라고 하는데, 보통 china marker 또는 chinagraph pencil라고도 부름. 이유는 중국에서 발명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자기.. 2025. 1. 30. 새로운 레이더, 새로운 항모 (1) - WW2의 플렉시글라스 언제든 사고로 인해 강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자동차의 창문은 안전을 위해 특수 유리로 만들어짐. 앞창문, 그러니까 윈드쉴드는 두 장의 판유리 사이에 인장강도가 좋은 합성수지 필름을 집어넣고 접합한 것을 쓰고 옆창문과 뒷유리는 특수 열처리를 통해 강도를 높이고 깨질 때도 날카로운 파편이 튀지 않도록 만든 것을 쓰는 것이 보통. 그런데 WW2 당시의 군용기에는 어떤 유리가 사용되었을까? 폭격기든 전투기든 수송기든 언제든 불시착 또는 기총소사, 대공포 등의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므로 그 유리를 일반 유리를 쓰면 곤란. (저게 다 유리라면... 적 전투기로부터 기총소사 한 번 받으면 진짜 슬픈 일이 많이 벌어질 듯.) 흔히 플라스틱은 WW2 이후에야 대량 생산되었다고 오해하기 쉬움. 이유는 보병들의 소.. 2025. 1. 23. S Band 레이더의 등장 (3) - 해군도 간다 미육군의 cavity magnetron을 이용한 SCR-584 레이더는 너무나 성공적이었으므로 평소부터 적군에는 지더라도 육군에는 질 수는 없다고 벼르고 있던 미해군도 금새 그를 따라함. 그래서 나온 것이 prototype 레이더인 CXBL 레이더. 이렇게 새로 나온 CXBL 레이더는 8번째 Essex급 정규항모 USS Lexington (CV-16, 3만6천톤, 33노트)에 최초로 탑재되었는데, 막상 탑재하려다 보니 기존 CXAM 레이더와는 약간 차원이 다른 문제를 고민해야 했음. (원래 USS Cabot이라는 이름으로 건조되던 Essex급 8번 항모는 산호해 해전에서 자침된 USS Lexington을 기리기 위해 도중에 이름이 Lexington으로 바뀌었음) CXAM 레이더에 비해 매우 조밀한 레.. 2025. 1. 16. S band 레이더의 등장 (2) - 항모 아일랜드가 점점 지저분해지는 이유 Cavity magnetron 이전의 레이더는 운용 교리가 간단했음. 위아래로 펼쳐진 부채살 같은 레이더 빔(beam)을 사방으로 휘휘 휘둘러대다 보면 거기에 뭔가 걸리기 마련. 그런데 그 부채살의 두께, 즉 beam width는 SCR-268 레이더의 경우 약 10도. 그러니 정확한 방위각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부채살에 뭔가가 걸리면 레이더 빔을 좌우로 조금씩 움직여가며 정확한 위치를 잡으려 애써야 했음. 이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여태까지 여러번 미해군 요격기 조종사들을 애먹인 고도 측정의 문제. 위아래로 활짝 펼쳐진 부채살을 휘두르다가 거기에 뭔가가 부딪혔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을 뿐, 정확히 위쪽에 부딪힌 것인지 아래쪽에 부딪힌 것인지를 알 수가 없음. 그나마 로이드 거울(Lloyd's .. 2025. 1. 9. S band 레이더의 등장 (1) - 육군이 먼저 간다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던 1940년 Tizard 사절단의 방미에서는 주로 영국의 첨단 군사 기술들이 미국에게 제공된 셈이지만, 실은 영국측 과학자들도 미국의 기술력에 감탄하기도 했었음. 가령 레이더 기술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영국은 이 회담에서 미국도 해군의 CXAM과 육군의 SCR-270 등의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상당히 놀랐다고. Tizard 사절단의 영국측 과학자들은 모든 기술을 퍼주기로 작정을 하고 온 사람들인데도, 대체 어디까지 퍼줘야 할지 상대방을 믿지 못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고, 미국측에서도 영국의 꼰대들이 과연 풀어놓을 획기적 기술을 가지고 있을까 매우 의심스러워하는 입장이었는데, 서로가 독자적으로 비슷한 기술의 레이더를 만들어낸 것을 알고는 분위기가 확 바뀌어.. 2025. 1. 2. 이전 1 2 3 4 ··· 3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