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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1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6) - 미끼 항모 8월 24일 오후 1시 20분, USS Saratoga의 레이더가 무려 150km 밖에서 포착한 대형 항공기 편대는 가만히 보니 사라토가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과달카날의 헨더슨 비행장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음. 지난 편에 언급했던 일본해군 '베티' 폭격기는 결국 미해군 항모들을 보지 못했거나 봤어도 무전을 날리지는 못했던 것. 헨더슨 비행장에는 아직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이 공습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 사라토가에서는 헨더슨 비행장에 공습 경보를 주려고 했으나, 불안한 열대 대기층의 교란으로 인해 무선통신의 치직거림이 너무 심해 교신에 실패. 그러나 헨더슨에서도 완전 무방비로 있지는 않았고, 항상 상공에 4대의 해병대 소속 와일드캣을 CAP(Combat Air Patrol)으로 .. 2024. 3. 14.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5) - 레이더가 좋아한 항공기 열악한 남태평양 과달카날에서 일본군이 버리고 간 활주로를 열심히 다듬은 미해군 공병대는 마침내 8월 20일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상태로 개장하고 그 기지 이름을 Henderson Field라고 지음. 일본군이 여기 활주로를 닦고 있다는 것을 안 미군이 화들짝 놀랐던 것과 동일하게, 미군이 곧 활주로를 완성한다는 정보에 일본군도 화들짝. 그래서 일본해군은 최강항모인 쇼가꾸와 즈이가꾸 등 항모 3척과 전함 2척, 순양함 9척과 다수의 구축함으로 구성된 함대에 상륙할 육군 1500까지 싣고 과달카날로 출동. 일본해군이 항모들을 대거 출동시킨 것은 과달카날의 헨더슨 비행장 따위 때문이 아니라 그 일대에 얼씬대는 것이 분명한 미해군 항모를 잡기 위한 것. 과달카날의 활주로는 꼭 항모를 동원하지 않아도 의외로 잡.. 2024. 3. 7.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4) - 기술은 없어도 전술은 있다 1942년 8월초부터 과달카날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일본해군은 레이더를 경시했던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을까? 꼭 그렇지는 않았음. 1) 일단 미해군의 CXAM 레이더는 결코 완벽하지 않았고 2) 레이더만으로 제로센을 쏘아 떨어뜨리지는 못했기 때문. 먼저, 8월 7일 새벽 미해병대가 미해군의 엄호하에 툴라기와 과달카날 등에 상륙하자, 라바울의 일본군 기지에서는 미쓰비시 G4M1 "Betty" 쌍발 폭격기 27대를 날려보내 상륙 함대를 공격. 일찌감치 이들의 내습을 알고 있던 미해군은 Wildcat 전투기들을 보내 요격하려 했으나, 문제가 2가지 있었음. 첫째, 이 27대의 폭격기에는 17대의 제로센 호위 전투기들이 딸려 있었음. 둘째, 언제나 그렇지만 CXAM 레이더는 포착된 적기의 고도 파악을 제대.. 2024. 2. 29.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남자라면 중후장대(重厚長大)! 그러니까 일본은 레이더 개발을 위한 기초 기술도 가지고 있었고 레이더라는 물건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음. 전쟁 전에는 기술 이전을 꺼리던 독일도 WW2 개전 이후 적극적으로 레이더 기술을 일본에 전수해주려 했는데, 아예 뷔르츠부르크(Würzburg) 레이더 한 세트를 잠수함에 실어 일본에 보냈음. 그러나 그렇게 두 척을 연달아 보냈으나 두 척 모두 일본에 가는 도중 격침됨. 하지만 별도로 보낸 주요 부품과 설계도는 그대로 일본에 도착. 뿐만 아니라 싱가폴의 영국군 기지를 함락시킨 뒤 영국 육군의 GL Mk-2 radar와 탐조등 제어용 레이더 (Searchlight Control, SLC)를 노획했고 특히 SLC의 조작법이 적힌 문서도 고스란히 획득. 필리핀 .. 2024. 2. 22.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2) - 상상력의 부족은 외국어로 메운다 1920~30년대 일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파 분야 석학이 있었으니 바로 도호쿠(東北) 대학의 야기 히데쯔구 교수. 이 양반이 지향성 안테나인 야기-우다 안테나를 만든 그 야기 교수임. 이 양반은 고주파 생성 방법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이 있었음. WW2가 시작된 1939년, 고주파 레이더에 사용할 cavity magnetron을 만든 영국의 John Randall 교수와 그의 대학원생 조교 Harry Boot도 자기들이 마그네트론을 처음 만든 것이 아니었음. 지난 레이더 개발 이야기 (16) - 마침내, Cavity Magnetron! 에서도 소개했듯이, 그 양반들도 1916년 미국 제네럴 일렉트릭 사의 엔지니어 Albert W. Hull이 발표한 논문에서 마그네트론이라는 이름과 그 원리를 처음 봤.. 2024. 2. 15.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1) - 일본군의 비밀 병기 항공모함의 약점은 공격 당하면 침몰한다는 것이지만 장점은 30노트의 속력으로 먼 바다를 움직이므로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워 공격하기도 어렵다는 것. 지상에 건설해놓은 항공기지의 장점과 약점은 정확하게 그 반대. 불침항모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항상 적의 폭격과 포격에 두들겨 맞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함.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항공모함은 보급 문제로 며칠 혹은 몇 주만 그 해역에 머물 수 있지만 항공기지는 그냥 영원히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선박의 배수량은 무한정 커질 수 없으므로 항모의 규모와 그 역량에는 제한이 있지만, 항공기지의 규모와 방어 시설은 거기에 얼마나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무한정에 가깝게 커질 수 있음. 따라서 결국은 항공기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임. (에섹.. 2024. 2. 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7) - 미-일의 비교되는 사후 평가 미드웨이 해전은 미해군의 대승리였지만 미해군 입장으로서도 반성할 부분이 많았음. 미해군이 일본해군에 비하면 무척 자유분방하고 군기 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인 사후 평가를 거친다는 점에서는 일본해군보다 훨씬 엄격한 것이 미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그렇게 반성할 부분이나 개선안으로 제시된 내용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음. - 일부 관제사나 조종사들이 사전에 약속된 용어를 제대로 쓰지 않음. 가령 엔터프라이즈 관제사는 arrow (화살)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그건 방위각에서 자북(magnetic north)가 아니라 정북(true north)를 뜻하는 것. 하지만 이는 엔터프라이즈 내부에서만 쓰는 용어라서 엔터프라이즈 소속 조종사들만 그 용어를 알아들었고, 호넷이나 요크타.. 2024. 2. 1.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6) - 요크타운의 침몰 쳐들어오는 일본 편대 요격을 위해 고공으로 먼저 출발했던 와일드캣 4대의 궤적을 레이더 스크린에서 초조히 주시하고 있던 페더슨 소령은 일본 편대와 와일드캣 편대가 서로 교차하며 지나가는데도 와일드캣 편대장으로부터 tallyho (적기 발견시의 구호) 무전이 들어오지 않자 패배를 직감. 페더슨은 무선 침묵을 깨고 서둘러 와일드캣들에게 '전속 회항! (Return buster!) 너희들이 적기를 지나쳤다'라고 지시. 바로 직후 tallyho를 외친 것은 뒤를 이어 저공으로 보냈던 2대의 와일드캣. 역시나 두 번째로 쳐들어온 일본 편대는 역시나 뇌격기인 Nakajima B5N 'Kate'들. 히류에 탑승하고 있던 야마구찌 소장이 일본 기동부대를 폭격하고 되돌아가는 요크타운 돈틀리스들의 뒤를 밟기 위해 빠른 이.. 2024. 1. 25.
후티 반군, 해전사에 새 장을 열다 - 대함탄도탄(ASBM) 이야기 한때 우리 언론들이 Houthi를 부족 이름인줄 알고 후티족 반군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후티반군이 굉장히 원시적인 수준이라고들 오해하지만 , 실은 예멘의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후티 반군이며 멋진 군복을 입고서 각종 미사일을 동원한 군사 퍼레이드도 벌일 정도의 수준. 요즘 핫한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는 UAV, 대함순항미쓸과 함께 대함탄도탄(Anti-Ship Ballistic Missile, ASBM)이 사용되었는데, 의외로 이번에 사용된 것이 실전에서 대함탄도탄이 사용된 역사상 첫사례라고. 아래 사진은 후티 반군의 2023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나온 이란제 Tankil 대함탄도탄 (사거리 500km, 전자광학 및 적외선 유도). 대함탄도탄은 원래 냉전 시절 소련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미해군을 상대.. 2024. 1. 1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5) - CXAM 레이더의 활약 미해군 함재기들의 공격으로 카가, 소류, 아까기의 3척이 한꺼번에 완파되는 피해를 입고나서도 일본 기동부대의 공격력은 아직 살아있었음. 4번째 항모인 소류가 바로 몇 km 북쪽에서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기 때문. 소류에서는 10시 58분 18대의 발(Val) 급강하 폭격기와 6대의 제로센 전투기로 구성된 공격편대가 발진. 이들은 운이 좋았음. 이함해서 보니, 방금 공격을 마치고 돌아가는 미해군 돈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을 멀찍이 뒤에서 따라감으로서 쉽게 미해군 항모전단을 찾을 수 있었음. 그 꼬리가 긴 돈틀리스들의 모함은 바로 요크타운. 한편, 쳐들어갈 때는 무거운 폭탄과 항공유를 잔뜩 싣고 가느라 비행 시간이 2시간 정도나 걸렸던 요크타운의 돈틀리스들은 폭탄.. 2024. 1. 11.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4) - 일본 해군은 뭘 잘못 했나? 지난 편을 요약하면 호넷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항로를 잘못 잡는 바람에 일본 기동부대를 찾지 못하고 허탕을 쳤고, 호넷/엔터프라이즈/요크타운의 뇌격기들은 CAP을 치고 있던 제로센들에게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듬. 요크타운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가장 마지막으로 늦게 출발했으니 그렇다치고,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었을까? (예쁜 돈틀리스의 그림. 나중에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많은 폭탄을 실을 수 있었던 Helldiver 폭격기가 나온 뒤에도 해군 조종사들은 돈틀리스를 더 선호. 이유는 저속에서의 조종성이 좋아서 항모 착함이 매우 쉬웠기 때문. 그건 단지 조종사들이 실력이 없거나 편한 것만 찾아서가 아님. 많은 함재기 조종사들이 비전투 착함 사고로 희생된.. 2024. 1. 4.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미해군 항모들의 역주행 한편, 요크타운에서는 플렛처 제독이 새벽 5시 반 경에 PBY Catalina 수상정으로부터 일본 기동부대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음. 원래 당연히 공격 성공 확률은 대규모 편대를 모아서 한꺼번에 날리는 것이 좋음. 그러나 정작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은 모두 일본 기동부대를 찾아 정찰임무를 띠고 날아다니고 있었음. 이럴 땐 어쩌지?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이 귀환하여 급유 및 폭탄 장착을 마친 뒤 호넷과 엔터프라이즈의 폭격기/뇌격기들과 함께 다 같이 날아가야 하나? (Consolidated PBY Catalina는 원래 정찰 및 폭격용으로 만들어진 장거리 수상정. PBY에서 PB는 Patrol Bomber를 뜻하고 Y는 그 제작사인 Consolidated사에서 지정한 코드명. 보시다시피.. 2023. 1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