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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3편) - 젊은 베르나도트의 슬픔 여기서 시간과 장소를 다시 혁명 직전의 프랑스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1763년, 소위 남자들의 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남부 가스코뉴(Gascogne)의 소도시 포(Pau)에서 검사로 일하던 장 알리 베르나도트(Jean Henri Bernadotte)에게 아들이 태어납니다. 당시 52이세이던 베르나도트 검사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아마 생각지도 않은 늦둥이였을 것입니다. 이 아이에게는 형과 같은 이름인 장(Jean)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곧 형과 구별하기 위해 장-밥티스트(Jean-Baptiste)라는 이름으로 살짝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포 시에는 장-밥티스트 베르나도트가 태어난 집이 거의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도심 한복판의 골목 속에 있는 집이라 으리으리한 저택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큼.. 2018. 7. 9.
인공지능 박사들이 G사에 취직하지 않은 이유 - 샌프란시스코의 비극 2016년 자료이긴 하지만, 캘리포니아 예산 센터(California Budget Center)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내에서 가장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곳은 샌프란시스코입니다. 도시의 상위 1%의 평균 소득은 360만 달러인데 나머지 99%의 평균 소득(81,094 달러)의 44배나 됩니다. 1989년에는 상위 1%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15.8%였으나, 2016년에는 무려 30.8%가 되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 꼭 더 나쁜 것은 아닙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인류를 발전시켰으니까요. 다들 못 먹고 못 입는 환경에서는 모두 평등합니다. 그러다 부자 한 명이 기업을 세워 억만장자가 되면 당연히 불평등이 심화되는 것이지만, 그 부자의 기업 덕분에 나머지 99%가 배불리 먹게.. 2018. 7. 5.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2편) - 북구의 외톨이 1796년, 구스타프 4세 아돌프는 18세가 되어 삼촌인 카알 13세의 섭정 통치에서 벗어나 귀족들의 기대를 받으며 정식으로 왕좌에 올랐습니다. 그는 종교상의 이유로 러시아 대공녀를 거부하고 독일 바덴(Baden) 대공의 손녀인 도로테아(Friederike Dorothea)와 결혼했는데, 이는 좋든 싫든 러시아와 협력해야만 했던 스웨덴의 처지에서 좋은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러시아와의 협력에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유는 프랑스 때문이었지요. 당시 자코뱅들에 의한 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던 프랑스에 대한 증오심은 구스타프 4세와 러시아의 짜르 파벨 1세(Pavel I)가 함께 가지는 것이었거든요. (구스타프 4세와 도로테아의 단란한 신혼 시절... 이들을 결속시킨 것이 애정보다는 권.. 2018. 7. 2.
가벼운 듯 무거운 퀸의 가사들 - Another one bites the dust 가사 해석 최근에 유튜브에 영화 트레일러가 올라온 것을 봤습니다. 올해 11월 개봉 예정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입니다. 물론 락밴드 퀸과 그 메인 싱어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원래 퀸 음악의 팬이기도 하지만 트레일러가 너무 멋져서 저는 꼭 극장에 가서 볼 작정입니다. 이 영화 트레일러는 아래에서 감상. https://youtu.be/CwAjcU2_maI 특히 이 트레일러 중, 프레디 머큐리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작사작곡해서 그룹 멤버들에게 처음 연주를 시키며 설명하는 장면인 듯 한데, 브라이언 메이가 보헤미안 랩소디의 발라드 부분의 끝 부분을 기타로 연주해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대화를 주고 받는 부분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브라이언 메이 : So now what ? (그.. 2018. 6. 28.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1편) - 왕과 의회 그리고 미트볼 이제 여러분은 약 4~5회의 포스팅에 걸쳐 나폴레옹의 껄끄러운 부하이자 인척이었던 장 베르나도트(Jean-Baptiste Jules Bernadotte)가 어떻게 현대 스웨덴 왕가의 초대 왕인 카알 14세(Karl XIV Johan)이 되었는지를 보시게 됩니다. 여러분들 대부분께서도 평민 하사관 출신의 프랑스 원수인 베르나도트가 프로이센과의 전쟁 때 포로로 잡힌 스웨덴 군인들을 잘 대우해준 덕분에 스웨덴에 좋은 인상을 남겼고, 때마침 스웨덴 왕에게 후사가 없자 후계자로 지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의문이 남습니다. 스웨덴 왕가에 설마 친척이 하나도 없었을 것 같지 않은데, 인척인 덴마크나 독일 귀족도 아니고 대체 왜 뜬금없이 프랑스의 장군을 왕으로 받아들였을까요 ? 그리고 기존 .. 2018. 6. 25.
빵껍질 없는 빵 이야기 - 식빵의 역사 우리 동네에 뺑드미 제빵소라는 빵집이 있는 것을 오며가며 본 적이 있습니다. (망했는지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Pain은 불어로 빵이고, de는 "~의"라는 뜻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미(mie)라는 단어는 처음 보는 것이었어요. 스마트폰으로 불어 사전을 뒤져보니 (세상은 정말 편하고 좋아졌습니다!) mie라는 것은 빵의 껍질이 아닌 속살을 뜻하는 단어이더군요. 결국 뺑드미(pain de mie)는 '속살로 된 빵'이라는 뜻인데, 불한 사전에는 '식빵'이라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빵에는 정말 많은 종류가 있는데, 우리는 그저 다 '빵'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구미 사람들에게 아무거나 '빵'이라고 지칭하면 안되는 모양입니다. 가령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 주인공과 그 여친인 캐서린이.. 2018. 6. 21.
북한은 대체 왜 병력의 70%를 전진배치했을까 ? - 철도와 군대 4줄 요약 : 1) 북한은 전체 병력 70%를 휴전선에 배치하는 기형적인 병력 배치를 하여 한미 연합군의 후방 상륙에 속수무책인데, 이는 아마 엉망인 내부 교통망 때문인 듯 합니다.2) 상륙 작전을 하는 한미 연합 훈련은 분명히 공세적 훈련 맞고, 북한군을 속수무책으로 만드는 그런 훈련에 기겁을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3) 비핵화 협상에서 무장해제를 하는 측은 북한입니다. 만약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그냥 한미 훈련을 다시 하면 됩니다. 독도함 해체하라는 요구도 아닌데 마치 우리가 무장해제하는 것처럼 오도할 필요는 없습니다.4) 만약 북한이 핵을 고수하고, 정말 남한에 사용하기 위해 핵을 만든 것이라면, 어차피 상륙작전이나 기갑부대 훈련으로는 핵을 막지 못합니다. 비핵화와 연.. 2018. 6. 17.
형제간의 전쟁 - 1810년 네덜란드 합병 1809년 바그람 전투에서 오스트리아를 격파한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로부터 추가적인 영토를 뜯어냅니다. 그러나 이때가 나폴레옹 제국이 최대 영토를 자랑하던 때는 아니었습니다. 그 순간은 1810년에 오는데, 이때 나폴레옹이 우디노의 군단을 동원하여 추가로 타국을 정복했고 그 땅을 아예 프랑스 영토로 편입했거든요. 1810년은 비교적 조용한 한 해로 알려졌는데, 그런 한가한 시기에 나폴레옹의 먹이가 된 나라는 어디였을까요 ? 바로 네덜란드였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침공할 때 당시 네덜란드의 국왕은 용감하게도 병사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리며 저항을 지시했는데, 그 국왕은 바로 나폴레옹이 아끼는 동생 루이 보나파르트였습니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 이 복잡한 이야기를 듣고 나시면 왜 네덜란드 축구팀의.. 2018. 6. 14.
해방촌 보니스 피자펍의 성공과 서촌의 비극 며칠 전에 해방촌에 갔다가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보니스 피자펍에 갔습니다. 오후 5시라서 좀 일찍 간 것이었는데도 한 15분 정도 줄을 서야 했습니다. 이 글이 결코 보니스 피자펍에서 뭐 얻어먹고 올리는 파워블로거지글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먼저 단점부터 장황하게 나열하겠습니다. 1) 자리가 좁습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커플들이 하는 닭살 돋는 대화를 50cm 옆에서 그대로 다 들어야 합니다.2) 카운터에 찾아가서 직접 주문해야 하는 셀프 주문 시스템입니다. 음료수도 냉장고에서 손님이 직접 꺼낸 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해야 합니다.3) 무엇보다 저를 당황하게 만든 것은 영어로 주문을 해야 하더라는 것입니다. 외국인 종업원이 계산하러 간 저에게 "Hello~"를 하더라고요. (나중에 다른 분께 .. 2018. 6. 11.
머스켓 소총의 경제학 요즘 미국에서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등장하는 AR15 소총, 즉 M4 소총의 민수용 반자동 버전 가격을 찾아보니 대략 600~700불 정도 합니다. 우리 돈으로 약 60~70만원 하는 셈이지요. 비싸게 느껴지시나요 ? 최저임금으로 일할 때 대략 12일 정도를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니 엄청나게 비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10kg짜리 어른 돼지 1마리의 가격이 대략 45만원 정도한다니까, 돼지 1.5마리 정도의 가격입니다. 하지만 원래 무기라는 것은 이 정도보다는 훨씬 비싼 물건이었습니다. 적어도 산업 혁명 이전까지는 말이지요. 일리아드(Illiad)에서 트로이의 편을 든 전쟁의 신 아레스가 그리스군 장수를 때려죽인 뒤 하는 일이 쓰러진 적의 갑옷과 투구를 벗겨 빼앗는 것이었습니다. .. 2018. 6. 7.
하루 일당으로 몇인분의 빵을 살 수 있었나 - 예수님과 영국군의 경우 제 블로그를 오래 출입하신 분들께서는 눈치를 채신 분들이 꽤 있겠습니다만, 저는 원래 역덕이나 밀덕이라기 보다는 돈덕 먹덕에 가깝습니다. 즉, 역사 속의 돈 이야기와 먹을 것 이야기에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 군인 연금 편이나 사탕무 설탕 제조법의 선구자 아카르트 편에서도 탈러(thaler)니 펜스(pence)니 하는 먼나라 옛나라의 돈 단위를 적었지요. 저는 그런 옛 화폐 단위를 적을 때 당시 화폐 속의 금이나 은의 함량을 기준으로 저 나름대로 환산을 합니다. 물론 현대의 금값이나 은값도 환율과 국제 투기 세력의 움직임에 따라 하도 변화무쌍하여 정확한 환산은 의미가 없고, 대충 1만원인지 10만원인지 구분하는 수준에서 만족하는 편이지요. 이렇게 제가 기준을 정한 것은 당시 화폐는 그 금화은화 속에.. 2018. 6. 4.
나폴레옹의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 호 이야기 지난 편에서는 나폴레옹이 불로뉴에 약 20만명의 '영국 방면군'과 약 1천여척의 대형 보트들로 구성된 상륙 함대를 집결시키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이 소식은 공포심과 상상력이 빚어낸 기발한 형상의 각종 상륙함들과 하늘을 뒤덮으며 기구를 타고 날아올 프랑스군의 모습으로 영국 대중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심지어는 프랑스군이 영불 해협 밑에 지하 터널을 뚫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바다를 통해, 하늘을 통해, 심지어 땅속을 통해 쳐들어오는 프랑스 군의 모습. '지나친 상상력은 국가 안보에 해롭습니다') 물론 영국 정부나 군 지휘관들은 이런 황당무계한 찌라시 기사들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만, 대중들이 공포에 질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프랑스군의 영국 상륙 자체는 전.. 2018.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