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와 청어 - red herring이란 무엇인가 ?

잡상 2019. 7. 25. 06:30 Posted by nasica


어제 페이스북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새로 영국 총리가 된 보리스 존슨의 우스꽝스러운 사진들이었지요.   그 중에서 하나는 먹을 것과 관계되어 있어 특히 제 관심을 끌었습니다.  보리스 존슨이 손에 훈제 청어(kipper)를 들고 뭔가 떠들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정치인이 대중 앞에서 손에 훈제 청어를 들고 연설을 했을까요 ?

 



관련 뉴스를 뒤져보니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모두 우습게 여기고 놀리는 보리스 존슨이 더욱 우습게 보일만 한 사건이 있었더군요.

보리스 존슨이 훈제 청어에 관해 연설을 한 것은 보수파 정치 모임에서였습니다.  보리스 존슨의 주장에 따르면 맨(Man) 섬의 훈제 청어 상인이 훈제 청어를 얼음팩(ice pillow)으로 포장해야 했는데, 이는 '무의미하고 비용만 높이는데다 환경 파괴적'인 일이며, 이 모든 것은 EU의 비합리적 규제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그런 규정이 존재한다면 그건 정말 보리스 존슨의 주장대로 무의미한 규정일 것입니다.  훈제 청어는 대표적인 장기 보전 식품이므로 그걸 얼음으로 포장하는 것은 통조림을 얼음 포장하는 것과 마찬가지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비합리적인 EU 규제에 대해서는 어느 영국 신문사 편집인으로부터 들었다고 언급하면서, 이런 비합리적인 규제나 남발하는 EU로부터 영국이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체 어느 신문사 편집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는 전형적인 가짜 뉴스였습니다.  보리스 존슨의 연설 내용에 발끈한 EU 측에서 밝혔는데 EU에는 그런 규정이 없으며, 영국에 그런 규제가 있다면 그건 순수하게 영국 국내 규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걸 지적하는 리투아니아의 EU 감독관인 안드리우카이티스(Vytenis Andriukaitis)는 트위터에 이렇게 쓰며 보리스 존슨을 조롱했습니다.

"생선은 머리부터 먼저 상합니다.  유력한 총리 후보로서, 보리스 당신은 머리를 차갑게 유지하실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러니 결국 그 얼음팩이 완전히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닐 겁니다."

보리스 존슨은 영국에서 모든 이들이 조롱거리로 즐겨삼는 인물이긴 한데, 이 뉴스를 전한 기사의 제목도 의미심장했습니다.  아래와 같았거든요.

"Boris Johnson’s kipper claim is red herring, says EU"
보리스 존슨의 훈제 청어 주장은 붉은 청어(사실을 왜곡하는 것)라고 EU가 말했다.

여기서 red herring, 즉 붉은 청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  원래 청어는 등푸른 생선인데, 이걸 훈제하면 좀 붉은 색을 띠게 됩니다.  그래서 붉은 청어란 곧 훈제 청어를 뜻하는데, 이는 관용어로서 '사실을 오도하는 것, 잘못된 실마리' 등을 뜻합니다.  왜 훈체 청어가 그런 불명예스러운 뜻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

 

 


여기에는 몇가지 설이 있습니다.  주로 통용되는 이야기는 영국에서 여우나 토끼 등을 쫓는 사냥개를 훈련시킬 때, 일부러 그 추격로를 가로질러 훈체 청어를 문질러 둠으로써 사냥개를 혼란에 빠뜨리는 함정을 놓는다고 합니다.  미숙한 사냥개는 처음에는 강렬한 훈제 청어의 냄새에 이끌려 원래 쫓던 사냥감을 놓치게 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 혼란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사냥개를 훈련시킬 때 훈제 청어를 이용한 그런 함정을 쓰는 관행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폴레옹 전쟁 당시인 1807년 2월 14일, 정기 간행물인 Political Register에서 영국 언론인인 윌리엄 코벳(William Cobbett)이 아래와 같은 기사를 내놓으면서 붉은 청어라는 것이 뭔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거의 굳어져 버렸습니다.  거기서 코벳은 자신이 어릴 때 사냥개 훈련에서 훈제 청어를 썼다고 언급하면서, 제4차 대불 동맹 전쟁에서 나폴레옹이 패배했다고 잘못 보도한 영국 언론을 비판하며 이렇게 썼습니다.

"It was a mere transitory effect of the political red-herring; for, on the Saturday, the scent became as cold as a stone."

"그건 정치적 사실의 왜곡(붉은 청어)에 의한 그저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었다.  토요일이 되자 그 냄새는 마치 돌처럼 차갑게 식어버렸다."

 

(Red herring이라는 단어를 영국 사전에 올리는데 큰 공헌을 한 윌리엄 코벳입니다.  가짜 뉴스를 전한 언론들을 비판하면서 쓴 red herring이란 단어 자체가 알고 보면 잘못된 정보에서 나온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이렇게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강한 인상을 남기면 정치인이나 언론인이나 원하는 바를 이룬 셈이지요.  아무리 터무니 없는 가짜 뉴스라고 해도, 일단 유력 정치인 또는 유력 일간지가 언급을 하면 그 사실 자체가 뉴스가 되어 대중에게 인식되니까요.  사실 그런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것은 굳이 일부 정치인이나 언론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뉴스를 그냥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점이 가짜 뉴스 전성시대를 이끄는 주된 요인 아닌가 싶습니다.    

 

그나저나 저 신임 영국 총리는 왜 하필이면 왜곡의 상징인 훈제 청어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펼쳤던 것일까요 ?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것일까요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었던 것일까요 ?






Source : https://www.ft.com/content/1ba5b9c4-a954-11e9-b6ee-3cdf3174eb89
https://english.stackexchange.com/questions/30239/where-does-the-phrase-red-herring-come-from
https://en.wikipedia.org/wiki/Red_her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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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2019.07.25 0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재미난 글 감사합니다. 요즘엔 월요일과 목요일만 오매불망 기다리게 되네요^^

  2. 육식동물 2019.07.25 1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중해 세계가 난민웨이브의 무분별한 물량공세로 민주주의와 인권이 경각에 달하고
    북구에선 동구권이 제 1세계를 향한 강력한 도발을 걸어오는 시점에 전임도 여자로선 여걸이지만
    신임이 더 잘 해내야 한다는 점에선 보리스 존슨 말고 달리 될 수 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현재 영국 정계내 필두인사중 제일 윤리,실력 양면으로 두각에 있는 인물인데 누가 되겠습니까.
    헌트는 원래 후달렸고 노동당엔 제레미 코빈같은 대안도 없이 목소리만 크면서 러시아나
    이란에 경도된 이상한 인간이 당수로 있는 정국에 강인한 지도자가 필요하니까 말입니다

    영국인들이 전보다 더 나은 정치를 얻게 될텐데 부럽네요

  3. 고로 2019.07.25 1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순실 재산 300조라고 뉴스 많이 나왔었는데 안민석 의원님 수금은 잘하고 게시나 몰겠네요..

    • 개돼지조무사 2019.07.25 1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친노문가 적통의 대전략에 어찌 경쟁자가 허락되겠습니까, 자기들이 그린 그림대로 차기를 정하고 20년 장기집권의 꿈을 이루려는 마당에.

      이런 절대계파에서 민석이가 뭘 하겠어요? 드디어 능욕당해 죽은 시체 다시한번 능욕해서 친일군사독재잔당과 방씨일가를 죽여보겠다는 프로젝트에 자기같은 쩌리가 착출되자 어떻게든 당중앙의 총애를 얻어서 다음 공천하나 얻고 자기도 더 출세의 발판을 삼아볼까 하는 욕망만 불타고 있었겠죠.

      그러다 32살 무직 여자 사기꾼한테 20살은 더 많은 국회의원이 홀랑 속아넘어가서 그거 수습하느라 미치겠는데 최순실 재산이 문제겠습니까

      자기는 공익제보자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로 움직였고 똑똑한 국민이라면 그게 당연한 거란걸 이해했을 거라고 5000만을 다 저능아로 매도해버리는 최후의 자존심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걸 보면 분위기 파악도 못할만큼 정신이 몰린 모양인데 봐 줘야죠

      어떻게 공 한번 세워서 친노혈통에 잘 보여볼까 했다가 완전 박살나게 생겼으니

  4. 0_- 2019.07.25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길리를 다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되돌릴지, '별로 위대하지 않은' 잉여랜드로 만들지가 달린 영길리 차기 총리군요. 지금으로 봐선 아무래도 후자 같긴 합니다만.
    저 양반 일생최고의 굴욕샷은 저런 하찮은 것(..)이 아니라 p**nhub 에 "DUMB BRITISH BLONDE F**KS 15 MILLION PEOPLE AT ONCE" 라고 올라온 영상 아닐지 ^^;

  5. 최홍락 2019.07.26 07: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난번 오스만투르크 얘기가 나와서말인데 보리스 존슨의 증조부가 오스만투르크의 마지막 내무장관 알리 케말이라고 하네요.

  6. 유애경 2019.07.26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분 '영국의 트럼프 '라고 불리워 지고 있는 모양이에요. 호불호가 엄청 갈리고 있고아버지쪽 조상이 무려 영국왕 조지2세...

  7. 카를대공 2019.07.27 0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훈제청어라기에 추리소설 얘기인줄 알고 헐레벌떡 클릭 했습니다.
    그건 아니고 요즘 핫한 보리스 존슨 얘기였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