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861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3) - 누가 어뢰를 두려워 하겠나 자기가 직접 하지 않고 말로 시키기만 하는 제독 입장에서는 어뢰 방어망처럼 완벽한 물건이 없음. 정박해 있을 때는 항상 군함 양현에 어뢰 방어망을 치게 하면 잠수함으로부터든 뇌격기로부터든 어뢰 공격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방어가 됨. 이미 장만해둔 방어망을 꺼내어 물 위에 뜬 부표에든 군함 현측에서 내민 지지봉에든 매달아 놓기만 하면 되니까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도 없음. 하지만 직접 자기 손으로 그 일을 해야 하는 수병 입장에서는 어뢰 방어망 부설 및 철거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는 작업. 어뢰 방어망은 마치 중세 사슬갑옷처럼 쇠고리를 엮어 만든 물건. 아무리 아연도금을 해놓았다고 해도, 파도가 치는 소금물 속에서 부식도 되고 일부 고리가 끊어지는 일은 수시로 일어남. 그걸 평소엔 돌돌 말아서.. 2025. 5. 15.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7) - 전쟁의 안개 나폴레옹의 기습을 피해 할러로 피신했던 블뤼허에게는 3가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베르나도트, 전쟁의 안개, 그리고 탄약이었습니다. 첫째, 원래부터 베르나도트는 블뤼허와 그의 프로이센 장군들에게는 나폴레옹보다 더 얄밉고 믿을 수 없는 얌체였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블뤼허는 잘러강을 건너 할러로 후퇴를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든 베르나도트를 자신보다 더 먼저 남쪽으로 향하도록 유도하려 애썼습니다. 베르나도트에게 내세운 핑계는 나폴레옹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슐레지엔 방면군이 방패 역할을 할 테니 베르나토트의 북부 방면군은 안전하게 먼저 남쪽으로 가시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베르나도트가 블뤼허보다 용기 측면에서 좀 떨어질지는 몰라도 지능은 훨씬 뛰어났습니다. 블뤼허의 속셈은 자신이 .. 2025. 5. 12.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2) - 어뢰 방어망은 대체 왜? 정찰기로 개조된 경폭격기 Martin Maryland 3대가 번갈아가며 열심히 찍어온 타란토의 항공 사진을 분석하면서 분석관들이 유심히 살펴본 것은 방파재와 섬 등 지형은 물론 군함들의 정박 위치와 척수, 그리고 대공포와 탐조등 진지들의 위치 등등. 또 군함들, 특히 주목표물인 전함들 주변에 둘러쳐 있을 어뢰 방어망의 위치. 항공사진을 분석해보니 전함 계류장에는 예상대로 어뢰 방어망이 설치되어 있었음. 그런데 전함들 전체를 방어하려면 총 12.6km의 그물이 필요했는데, 실제로 설치된 그물은 그 1/3 수준인 4.2km. 그나마 공습 직전에 찍은 사진을 보니 11월 초에 불어닥친 폭풍 덕분에 그 중 상당 부분인 2.9km 정도의 그물이 해안가에 끌어올려져 수리를 기다리고 있었음. 영국군 정찰기가 타.. 2025. 5. 8. 건빵 이야기 죄송합니다만 오늘 분량은 예전에 썼던 글을 재탕해서 올립니다. -------------------- 건빵은 영어로는 hardtack이라고 합니다. 사실 건빵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영어 단어는 매우 많습니다. 두번 구웠다는 뜻에서 biscuit이라고도 부르고, 단단한 빵이라고 해서 hard bread라고도 부릅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군은 이 지겹게 먹던 건빵을 그냥 Tommy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오리지널 건빵은 맛이 없습니다.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이 군대에서 드셔 보신 건빵이나 시중에서 사드시는 건빵은 그런 대로 맛이 있지요 ? 그건 거기에 설탕과 베이킹 파우더가 많이 든, 거의 과자 수준의 건빵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 건빵은 일제 시대 때 일.. 2025. 5. 5.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1) - 정찰 없이는 공격도 없다 군사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 그 어떤 화력도 방호력도 막대한 군수물자도 정보만한 가치를 가지지 못함. 타란토 습격 작전 같은 경우, 좌표와 수심, 지형 등의 정보는 수만년 전부터, 그리고 부두 시설 등은 수백년 전부터 고정되어 있는 항구이니 정보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음. 가장 중요한 정보는 타란토에 과연 어떤 군함들이 얼마나,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느 위치에 정박하고 있는지 하는 부분.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대공포와 탐조등, 그리고 어뢰 방어망 등의 방어시설이 어떻게 설치되어 있느냐 하는 것. 특히 군함이란 부동산이 아니라 동산이므로, 공습 바로 직전의 정보가 절실하게 필요. 그런 정보를 알아내는 것에는 간첩 등등의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 2025. 5. 1.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6) - 나폴레옹의 변덕 나폴레옹이 빋은 편지는 바로 전날인 10월 11일 뮈라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10일에 보르나에서 비트겐슈타인의 러시아군을 무찌르고 전선을 확보했다던 뮈라는 불과 하룻만에 전혀 다른 소식을 전했습니다. 슈바르첸베르크가 후퇴하는 듯 하더니 오히려 더 증강된 병력을 내세워 전진하고 있으며, 중과부적으로 자신은 이미 라이프치히 외곽인 크뢰번(Cröbern)까지 후퇴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건 뷔르첸까지 진격했을 때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었습니다. 불과 5만 정도의 병력을 가진 뮈라가 몇 배의 병력을 거느린 슈바르첸베르크의 북진을 언제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을 예측했던 나폴레옹은 이미 전군을 작센에서 빼내 엘베강 우안으로 건너가 식량이 풍부한 브란덴부르크에서 작전을 펼치기로 모든 계획.. 2025. 4. 28.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10) - 섶을 지고 불 속으로 타란토 군항을 뇌격기로 습격하는 작전 계획의 명칭은 'Operation Judgement' (심판 작전). 영국해군 일부 장교들은 이 위험한 작전에 대해 '심판 받는 쪽이 과연 이탈리아 해군이냐 영국해군이냐'라며 불안해하기도. 실은 실제 적탄에 노출될 소드피쉬 조종사들의 불안감은 매우 높았음. 한 조종사는 '경기병 여단(Light Brigade)의 돌격 때도 지휘부가 그런 결과를 예측하고도 돌격 시켰겠냐'라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여기서 말하는 경기병 여단의 돌격이란 1854년 크리미아 전쟁 때 제7대 카디건 공작(7th Earl of Cardigan)인 제임스 브루드넬(James Brudenell)이 감행했던 발라클라바 (Balaclava) 전투에서의 돌격을 말하는 것. 러시아군 포병들이 완벽한.. 2025. 4. 24.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5) - 집착이 모든 것을 망친다 전장을 작센에서 브란덴부르크로 옮겨버리기 위해 엘베강 우안으로 건너가겠다는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여전히 나폴레옹에게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정보였습니다. 일단 블뤼허건 베르나도트건 대체 적군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공격을 하든 말든 할텐데, 그들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했습니다. 더욱 혼란스럽게도, 사방으로 풀어놓은 척후들과 간첩으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제각각이었습니다. 그나마 몇몇 첩보를 종합해본 결과로는, 블뤼허는 강을 건넜던 교두보인 바르텐부르크가 아니라 베르나도트의 교두고가 있는 데사우로 간 것 같았습니다. 특히 모크레나에서 용하게 후퇴했던 자켄도 데사우에서 블뤼허의 본대와 합류했다는 소식도 들어왔습니다. 상식적으로도 블뤼허가 바우첸에서 바르텐부르크까지 5일간이나 북서쪽으로 강행군한 이유는.. 2025. 4. 21.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9) -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일단 낮이건 밤이건 항구에 정박한 전함들을 공격하는 것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음. 일단 수심. 항구는 당연히 수심이 대양보다는 무척 얕음. 폭탄으로 공격할 때는 문제가 안될 테지만 어뢰로 공격하자니 이게 심각한 문제였음. 전에도 언급했듯이, 보통 항공어뢰는 투하되면 일단 21m 이상의 깊이로 잠수했다가 목표를 향해 돌진하면서 수심 유지 장치에 의해 미리 정해둔 심도로 조금씩 떠오르게 되어 있음. 그런데 타란토 항구에서도 전함들이 정박하는 계류장의 평균 수심은 15m에 불과. 결국 평소 하던 대로 어뢰를 투하하면 그 어뢰들은 모조리 타란토 항구의 진흙바닥에 쳐박히게 된다는 소리. 이 문제는 1941년 12월 진주만을 습격했던 일본해군 뇌격기들도 직면했던 문제. 흔히 일본해군은 그 문제를 타란.. 2025. 4. 17.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4) - 브란덴부르크로 간다 바트 뒤벤 성(Schloss Schnaditz, 또는 Bad Düben Schloss)에 도착한 나폴레옹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남부 전선에서 보헤미아 방면군의 진격을 저지하고 있던 뮈라가 보낸 것이었습니다. 그 보고에 따르면 오스트리아군이 페니히(Penig)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비트겐슈타인이 이끄는 러시아군 약 2만5천이 알텐부르크와 자이츠(Zeitz) 사이를 통해 북진하고 있었습니다. 페니히와 자이츠를 잇는 거리는 약 48km로서, 원래 나폴레옹이 뮈라에게 지키라고 지시했던 보르나(Boran)부터 로슐리츠(Rochlitz) 사이의 약 30km 전선보다 훨씬 긴 거리였습니다. 뜻하는 바는 뮈라는 보르나-로슐리츠 전선을 지킬 수 없을 것이므로 결국 라이프치히로 후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 2025. 4. 14.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8) - 해가 빨리 지는 바다 올빼미 같은 특수한 경우를 뺴고는 새는 밤에 날지 않음. 네발 짐승들 중에는 야행성 짐승도 많지만 대부분의 조류는 주행성임. 하늘을 나는 새는 냄새나 소리가 아니라 눈으로 먹이와 위험을 파악해야 하므로, 해가 없는 밤에는 날지 않는 것임. 같은 이유로, WW2 직전까지도 각국의 해군 항공대는 야간 비행은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았음. 폭격할 적의 도시도, 그리고 돌아올 아군 기지도 모두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육군과는 달리, 해군 항공대의 목표물은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군함이었기 때문. (물론 민간에서는 WW1~WW2 사이에 야간 비행을 곧잘 했음. 그래서 이 책 표지처럼 생뗵쥐뻬리의 '야간비행'이라는 소설까지 있는 것임.) (또한 WW1 기간 중 독일은 쩨펠린 비행선과 Gotha 폭격기를 이용.. 2025. 4. 10.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3) - 보고서를 닥달하는 이유 10월 9일 오전 나폴레옹이 블뤼허를 잡겠다고 멀더강을 따라 바트 뒤벤으로 밀고 올라가는 동안, 랑쥬롱의 러시아 군단과 함께 바트 뒤벤에 있던 블뤼허는 휘하 각 군단들에게 라이프치히로의 진격을 취소한다는 명령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블뤼허에게 들어온 여러 첩모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라이프치히로 직행하고 있었으므로 서둘러 후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9일 오후가 되면서 여기저기서 그랑다르메 병력이 멀더강 좌우 강변을 따라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날아온 보고서는 그 날 아침 7시경 아일렌부르크 동쪽의 모크레나(Mockrehna)에 있던 자켄(Fabian Gottlieb von der Osten-Sacken) 장군이 보낸 것이었는데, 그때만.. 2025. 4. 7. 이전 1 2 3 4 ··· 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