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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7

새로운 신분제 - 집주인이 현대의 귀족인걸까? 앤 헤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2006년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패션 잡지사 비서로 취직한 앤 헤서웨이가 친구들과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 건배를 할 때 아주 인상적인 건배사를 합니다. 기억들 나시나요? 바로 "To jobs that pay the rent" (월세를 내줄 일자리를 위하여) 였습니다. 에드 쉬란(Ed Sheeran)의 출세곡은 마약에 중독된 매춘 여성에 대한 노래인 'A team'인데, 그 가사 중에도 'Struggling to pay rent' 라는 부분이 있지요. 노래 속의 여성은 매춘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명품 가방은 커녕 월세를 내기 위해 아둥바둥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To jobs that pay the rent") 이렇게 서구의 영화나 소설을 보면 저렇게 집세.. 2020. 6. 18.
포트 낙스(Fort Knox) 이야기 원래 지폐, 즉 은행권(bank note)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진짜 돈을 은행에 맡겨두고 받은 영수증입니다. 진짜 돈은 바로 금이지요. 그런데 진짜 돈인 금은 무겁고 유통시키면 조금씩 마모되니까, 대신 이 '영수증'을 들고 은행에 가면 진짜 돈으로 바꿔준다며 유통시킨 것이 바로 지폐입니다. 그래서 사실 영국이나 프랑스나 18세기까지만 해도 한 국가 안에서 지폐 발행권이 꼭 정부에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여러가지 종류의 지폐가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가령 나폴레옹은 1803년 파리 시내에서는 지폐는 프랑스 중앙은행(Banc de France)에서만 발행할 수 있도록 선포합니다. 그 전에는 파리 시내에서조차도 여러가지 지폐(은행권)이 남발되었다는 이야기지요. (지폐 남발 막장의 끝을 보여준 아시냐(assi.. 2020. 6. 11.
골드바 이야기 - 1940년 영국 경순양함 에머랄드 호와 2020년 뉴욕 상품거래소 저는 소위 말하는 골드버그(gold bug), 즉 금성애자입니다. 전에 어떤 정권에서였는지 장관 후보자가 과거에 부동산 투기했던 것이 드러나서 청문회에서 추궁을 당하자, '부동산을 너무 사랑해서 샀을 뿐 투기는 아니다' 라고 말씀하셔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저는 투기 목적도 당연히 있지만, 저야말로 그냥 금이 너무 좋아서 금을 삽니다. 이 글은 6/6 토요일에 미리 짜집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간밤에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금값이 2.25% 폭락하여 "내가 하는 투자가 다 그렇지"라고 자포자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글이 나올 6/8 월요일에는 또 얼마나 더 폭락했을지 모르겠군요. (제게는 무척 슬픈 날입니다.) (그러나 너무 고소해하지는 말아주세요. 혹시 압니까, 제가 1100불에 샀을지. 제가 언제 샀.. 2020. 6. 8.
"딸 같은 며느리"란 없다 웹질 하다 재미있는 사진을 본 김에 퍼왔어요. (Source : https://twitter.com/OnePenny0605/status/1265220599430803456 ) 우리나라 시부모님들 중에는 "아들의 결혼이란 딸 같은 며느리를 새로 집에 들여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게 모든 비극의 씨앗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의 결혼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은 "아들이 자기 짝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나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자식도 품 안에 자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 커서 독립해야 하는 자식을 언제까지 자기 곁에 묶어 두려는 것은 부모의 과욕일 뿐입니다. 어떤 분은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자식이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라고 하시지만.. 2020. 6. 4.
밀덕을 위한 레미제라블 이미 알려져 있는 바입니다만, 레미제라블은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영국 영화입니다. 그리고 원작 뮤지컬도 브로드웨이 원작이 아니라 영국 것이고요. 그래서 출연진들 대부분도 영국인들이고, 촬영지도 영국 런던입니다. (저 배경 건물들이 파리의 어디냐고요 ? 삼색기가 휘날린다고 다 파리가 아닙니다. 저기 런던입니다.) 가령 'Look down - Paris' 부분에서 가브로슈가 왠 부자집 마차 창문에 올라가서 'How do you do, my name is Gavroche' 하고 노래를 하는 장면에서, 가사 내용 중에 'What the hell' 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브로슈 역할을 맡은 다니엘 허들스톤이라는 꼬마 배우는 이것을 What the 'ell 이라고 h 발음을 빼고 부릅니다. 덕.. 2020. 5. 28.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조조 래빗 (Jojo Rabbit) 관련 몇가지 * 이 포스팅에는 영화 조조 래빗에 대한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1. 스칼렛 요한슨은 바지를 입는다 이 영화의 의상 담당은 루비오(Mayes C. Rubeo)라는 멕시코 계통의 여자분인데,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의상 부문 후보에 올랐고 아쉽게 수상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분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을 얻은 것이고, 실제로 라틴 계열 분들 중에서는 최초로 이 상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 분 인터뷰에 따르면 극중에서 조조의 당차고 용감한 엄마 로지(Rosie) 역의 스칼렛 요한슨과 직접 상의해가면서 로지의 의상을 디자인했답니다. 영화 속에서는 엄마 로지의 직업이 나오지는 않지만, 루비오는 로지가 뭔가 진보적이고 패션 감각이 있는 직업, 가령 무대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2020. 5. 25.
영화 속 쇼핑 장면에서 갈색 봉투 속에 든 것은 정말 파일까? 지난 주에 많은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으며 끝난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저도 (빼놓지 않고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자주 봤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부부치고는 거주하는 집이나 벌이는 파티 등 생활 수준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그런 경향은 꼭 이 드라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그렇게 서구적인 삶을 사는 드라마 속의 배우들이 쇼핑을 할 때 꼭 등장하는 소품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부부의 세계에서도 김희애가 들고 나왔습니다. 커다란 갈색 종이봉투에 든 바게뜨와 길쭉한 대파 몇줄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야 저게 파라는 것을 알겠습니다만, 저는 외국 영화에서 프랑스인들이 쇼핑할 때 꼭 나오는 길쭉한 대파를 볼 때마다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파를 먹나.. 2020. 5. 21.
'쓰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에 나온 이 노래의 정체는 ? - The Night They Drove Old Dixie Down 가사 최근에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한줄 요약하면 '용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이혼한 아빠가 엄마를 찾아와 이야기를 하다가 성질이 나니까 탁자를 엎어버리고 엄마를 두들겨 패려하는 상황에서 엄마를 보호하려는 아들이 아빠 목에 식칼을 들이대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감히 친부의 목에 칼을...' 하며 손사래를 칠 내용이겠습니다만, 가정 폭력에서 엄마를 지키려는 용감한 아들의 믿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기서 아들로 나오는 배우는 Lucas Hedges인데, 요즘 인상 깊게 본 영화에는 다 저 젊은 배우가 조연으로 나오더군요. Manchester by the Sea, .. 2020. 5. 14.
영화 1917의 인상적인 몇 장면 - A Wayfaring Stranger 가사 해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몇가지 소소하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습니다. ** 주의 : 1917은 스포일러가 그닥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아무튼 이 포스팅에는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꽤 많이 들어 있습니다. 1. 왜 '루테넌트'가 아니라 '렙테넌트'인가 ? 미국 전쟁 영화에서는 중위(lieutenant)를 루테넌트라고 발음합니다. 그런데 영국군이 나오는 영국 영화 1917에서는 자세히 들어보면 중위를 부를 때 '렙테넌트(leftenant)'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영어가 원래 스펠링 따로 발음 따로 되는 단어들이 많은 단어이긴 합니다만, 군사 용어 중에 특히 그런 것이 많고, 그런 것들은 대부분 전통적 선진국 프랑스에서 수입된 단어입니다. 중위 내지는 부관이라는 뜻의 .. 2020. 5. 4.
까치 세계에도 주택난으로 인한 비혼주의가 있다 ?? 최근 재택 중에 창 밖을 내려다보니 나무가지에 까치 한쌍이 집을 짓고 있더군요. 그걸 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까치들은 저렇게 짝을 이루면 그 짝이 평생 갈까, 아니면 새끼들을 키워내고 해가 바뀌면 헤어졌다가 새로운 짝을 만날까 ?"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1. 까치는 일부일처제 아, 왠지 좀 흐믓하고 위안이 되지 않습니까 ? 까치는 한번 짝을 이루면 보통 죽을 때까지 함께 다니며 함께 새끼를 키웁니다. 제가 10분 동안 직접 관찰을 해보니 주로 한마리가 잔가지 등의 재료를 가져오고 다른 한마리가 부지런히 집을 만들더군요. 알은 한번에 5~6개를 낳는데, 육아는 암컷 담당인 것이 여기서도 적용되어 암컷이 18일 정도 둥지를 떠나지 않고 알을 품습니다. 이때 수컷은 밖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가져와 암컷을.. 2020. 4. 30.
중앙은행이 돈을 저렇게 찍어내는데 왜 인플레가 없는가? - Ray Dalio의 설명 이번 편은 제 글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헷지펀드의 운용자인 Ray Dalio가 만든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 라는 30분짜리 유튜브 비디오 클립을, 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대략 중요 부분만 오려 붙이고 설명을 단 것입니다. 이 비디오는 2013년에 나왔는데, 아마 이미 많은 분들이 다 보신 내용일 것이고 또 무척 간단하면서도 단순화된 내용이라서 전문가들이 볼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같은 경알못에게는 무엇보다 "중앙은행들이 이렇게 돈을 마구 찍어내는데 왜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적어도 제게는) 이해하기 쉬운 답을 주었습니다. 실제로는 이 비디오가 설명하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단순하지는 않을 겁니다. 또 2020년 요즘의 경제 상황을 .. 2020. 4. 23.
더 나은 남편이 되기 위한 팁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저는 퇴직 이후 삶을 미리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와이프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극적으로 많아진 것이지요. 뉴스를 보면 이렇게 세계적으로 재택근무나 자가격리가 계속 되면서 코로나 베이비 붐이 예상된다는 소식도 있지만 가정 폭력 증가라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옵니다. 집이 아주 넓은 부자들이야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좁은 집에서 24시간 같이 편하게 지내려면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저 아래에서 보시겠습니다만 미국인들 갬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우리 취향에는 너무 오글거리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더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8가지 팁'을 먼저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론 저 개인 관.. 2020.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