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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11) - 지질학자 베르나도트 블뤼허와 그나이제나우 등 프로이센측 기록만 보면 베르나도트처럼 겁이 많고 비협조적이며 이기적인 지휘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연합군이 실력이 아니라 신분으로 사령관을 뽑는 것이 관례라고 할지라도,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에서는 그런 관례 없었습니다.  베르나도트는 평민 출신의 부사관 출신으로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프랑스군 원수봉을 손에 쥔 인물이었습니다.   (베르나도트입니다.  생각해보면 장군 자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따냈지만 원수봉을 따낸 것은 나폴레옹의 인척이라는 것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군요.  17세의 나이로 사병으로 입대한 그는 5년만에 부사관이 되었고, 다시 5년만에 부사관으로서는 최고 계급인 특무상사(Adjutant-Major)로 승진했습니다.  이는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거입니.. 2025. 1. 6.
S band 레이더의 등장 (1) - 육군이 먼저 간다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던 1940년 Tizard 사절단의 방미에서는 주로 영국의 첨단 군사 기술들이 미국에게 제공된 셈이지만, 실은 영국측 과학자들도 미국의 기술력에 감탄하기도 했었음.  가령 레이더 기술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영국은 이 회담에서 미국도 해군의 CXAM과 육군의 SCR-270 등의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상당히 놀랐다고.  Tizard 사절단의 영국측 과학자들은 모든 기술을 퍼주기로 작정을 하고 온 사람들인데도, 대체 어디까지 퍼줘야 할지 상대방을 믿지 못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고, 미국측에서도 영국의 꼰대들이 과연 풀어놓을 획기적 기술을 가지고 있을까 매우 의심스러워하는 입장이었는데, 서로가 독자적으로 비슷한 기술의 레이더를 만들어낸 것을 알고는 분위기가 확 바뀌어.. 2025. 1. 2.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10) - 들켜 버린 편지 타우엔치언이 블뤼허에게 전한 소식은 애써 놓았던 엘스터의 다리가, 불과 몇 개 대대의 그랑다르메가 엘베 강 건너 바르텐부르크에 나타났다는 소식에 놀란 베르나도트의 명령에 의해 해체되었다는 매우 복장 터지는 소식이었습니다.  뿐만 아니었습니다.  타우엔치언은 여태까지 베르나도트의 지휘에서 벗어나 블뤼허와 작전을 함께 하겠다고 큰 소리를 뻥뻥 쳤지만, 얼굴을 맞대고 나서 하는 소리는 베르나도트의 명령에 따라 그의 제4군단 전체를 북서쪽인 예센(Jeßen)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네의 위협을 받은 베르나도트가 모든 부대를 로슬라우(Roßlau) 일대로 불러들이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슐레지엔 방면군이 도강 지점으로 찍어놓았던 뮐베르크(Mühlberg)에도 타우엔치언의 부대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그.. 2024. 12. 30.
크리스마스 특집 - Hallelujah 가사 해설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들은 자주 알라후 아크바르! (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치지요.  예전엔 극단주의 이슬람 테러범들이 저 구절을 자주 외쳐서 서방 사람들에게는 극혐 단어가 되었습니다만, 그 뜻은 사실 좋은 것이라서 뭔가 매우 기쁜 일, 혹은 매우 엄숙한 일이 일어날 때 저 단어를 외칩니다.  그리고 서방의 기독교인들에게도 매우 정확하게 일치하는 단어가 있고, 무슬림들이 알라후 아크바르를 외치는 바로 그런 상황에서 기독교인들도 그 단어를 외칩니다.  바로 할렐루야(Hallelujah)입니다. 할렐루야는 영어로 하자면 Praise the Lord!  그러니까 신을 찬양하라는 뜻으로서, Yah(신, 야훼)을 찬미한다는 뜻의 고대 히브리어인 hallū-Yāh (할루-야)에서 나온 말입니다.  근대 히브리어로 ha.. 2024. 12. 26.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9) - 막상막하 적군이 삽질을 하면 아군에게는 기회가 생기기 마련이었습니다.  네가 엘스터-바르텐부르크 방면에서 연달아 잘못된 판단을 내리며 우물쭈물하고 있는 것은 단지 연합군에게 피해를 입힐 기회가 사라졌다는 뜻만은 아니었습니다.  네의 베를린 방면군이 막아야 할 적군, 그러니까 베르나도트의 본진은 데사우(Dessau) 일대에서 무인지경으로 활개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베르나도트의 본진과 대치하고 있는 것은 드프랑스(Jean-Marie Defrance) 장군의 중기병 사단 하나와 다보로프스키(Jan Henryk Dąbrowski)의 폴란드 보병사단 하나 뿐이었습니다. (드프랑스 장군입니다.  그는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평민이지만 나름 중산층의 삶을 살았는데, 천성이 군인이었는지 혁명 이전에 이미 사병으로 카리브해의.. 2024. 12. 23.
WW2의 IFF 이야기 (5) - 이렇게 편할 수가! IFF Mark I이나 II나, 공통점은 레이더의 탐색 전파에 반응하여 증폭 신호를 반송한다는 것.  레이더 전파가 수평 편광(horizontal polarization)이다 보니 항공기에 붙여야 하는 안테나도 수평이어야 했고, 그러다보니 항공기 양쪽 측면에 안테나를 배치해야 했는데도, 항공기가 어느 방향으로 비행하느냐에 따라 IFF 신호를 제대로 반송하지 못했음.  결과적으로 레이더의 수평 편광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 같지만 실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님.  진짜 문제의 원인은 레이더의 탐색 전파에 반응한다는 것이었음. 실은 1940년에 Frederic C. Williams라는 영국 엔지니어가 '앞으로 레이더의 탐색 전파 주파수가 더 높은 것으로 바뀔 수도 있는데, 그렇게 가변적인 주파수에 일일.. 2024. 12. 19.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8) - 나사가 빠진 원수 뷜로가 엘베강에 놓은 다리는 우안에 엘스터(Elster) 마을을 끼고 있었습니다만, 강의 좌안에도 뭔가 교두보를 가지고 있어야 했습니다.  프로이센군은 엘스터 마을 건너편의 바르텐부르크(Wartenburg)를 점령하고 거기에 소규모 병력을 배치해놓고 있었습니다.  9월 22일, 네의 명령을 받은 모랑 사단이 들이친 곳은 바로 바르텐부르크 마을이었습니다.  여기엔 헬빅(Hellwig)이라는 이름의 소령이 거느리는 소규모 프로이센군 밖에 없었으므로, 모랑은 손쉽게 바르텐부르크 마을을 점령했습니다만, 헬빅의 부대는 동쪽의 뺵뺵한 숲 속에 들어가 계속 머스켓 소총을 쏘며 저항했습니다. (엘스터 마을과 바르텐부르크 마을은 보시다시피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저 북서쪽에 포위된 프랑스군의 요새 비텐베.. 2024. 12. 16.
WW2의 IFF 이야기 (4) - 수평이냐 수직이냐 솔로몬, 과달카날, 산타 크루즈 등에서의 해전 이후 미해군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꼭 나오는 지적 사항이 있음.  바로 IFF에 대한 것.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 IFF 장비의 숫자가 부족하여 레이더를 이용한 전투기 관제가 어렵다는 것이고, 둘째는 IFF를 꺼놓고 다니는 조종사들이 있다는 것이며, 세째가 항모나 지상기지의 정비사들이 제대로 IFF를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요약하면 당장 사용 중인 IFF에 문제가 많다는 불평. 숫자 부족 문제는 이해가 감.  당시 미해군이 사용하던 것은 로열 에어포스가 개발하여 사용한 IFF Mark II으로서, 1940년 11월, 미국과 영국 간의 군사기술 교류 프로그램이었던 Tizard Mission의 일환으로 미군에 전달되었고, 미군은 이걸 SCR-535.. 2024. 12. 12.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7) - 강들과 다리들 도강 작전 자체도 어렵지만 도강했다가 패배했을 때 재빨리 다시 강을 건너 후퇴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작전을 위해 그나이제나우가 나름 머리를 써서 만든 작전의 기본 얼개는 입구와 출구를 분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강을 건너 진격하기 전에 먼저 퇴로부터 확보했는데, 토르가우 하류 48km 지점이자 비텐베르크 상류 16km 지점의 우안에 위치한 엘스터(Elster) 마을 근처에 참호로 보호된 강화 진지를 구축하고 거기에 다리를 놓기로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강을 건너는 것은 토르가우 상류 24km 지점에 있는 뮐베르크(Mühlberg)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뮐베르크에서 강을 건너면 나폴레옹은 당연히 퇴각도 그 쪽으로 하리라고 생각하고 포위망을 펼칠 생각이겠지만, 만.. 2024. 12. 9.
WW2의 IFF 이야기 (3) - 해결책은 영국으로부터 지난 편에서 언급한 SK-1 레이더 안테나 윗부분에 설치된, 세로 방향으로 배치된 4개 쌍극자의 정체는... 짐작하셨듯이 IFF (identification friend or foe) 안테나. 현대적인 IFF는 interrogator와 transponder의 2개의 요소로 구성됨.  즉, '너 우리편이니?'라고 묻는 신호를 발신하는 장치와, 그 신호를 받을 경우 '나 니네편 맞아'라고 답신을 보내는 장치가 있음.  보통은 이 두 장치가 하나로 결합된 시스템을 사용. (F-16 전투기의 콧잔등에 있는 저 빗금 같은 세로줄이 IFF 안테나) (이 사진은 2013년 BAE Systems Electronics & Systems가 미공군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AN/APX-125 F-16 Mode 5 advanced.. 2024. 12. 5.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6) - 트라헨베르크 의정서의 결함 나폴레옹이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우유부단함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블뤼허는 트라헨베르크 의정서에 알고 보니 큰 결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 취지에 따르면 연합군의 3개 방면군은 곰을 둘러싼 3마리의 사냥개처럼 어느 하나가 곰의 정면을 상대하는 동안 나머지 두 마리가 곰의 뒷다리를 물어 뜯어야 했습니다.  그러다 곰이 공격 방향을 휙 바꿔 뒷다리를 무는 사냥개를 공격하면, 그 사냥개는 재빨리 후퇴해야 했고요.   그런데, 지형지물로 인해 재빨리 후퇴를 못한다면 그 사냥개의 운명은 끝장나는 것이었습니다.  블뤼허는 자신의 슐레지엔 방면군의 신세가 바로 그 끝장난 운명의 사냥개와 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바로 엘베강 때문이었습니다.  엘베강을 도강하여 이제 등 뒤에 강을 끼게 되면, .. 2024. 12. 2.
WW2의 IFF 이야기 (2) - 벅매스터 함장의 보고서 미드웨이 해전 직전에 벌어진 1942년 5월의 산호해 해전을 겪은 뒤 USS Yorktown의 함장 Buckmaster 대령은 2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작성.  주된 내용은 항공모함 레이더 운용 시설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서, CIC가 넓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 대공 탐색 레이더는 1대로는 부족하고 2대를 갖춰야 한다는 것 등.  레이더를 2대 갖춰야 한다는 이유는 당시 요크타운의 레이더가 고장 나는 바람에 대혼란을 겪은 바 있었기 때문. "CXAM 레이더의 고장에 의한 피해는 레이더가 여전히 작동하는 다른 항공모함이 없었다면 재앙이 되었을 것입니다. 전투기 관제를 다른 레이더 장착 함정이 인계받거나 레이더 없는 항모에서 여전히 지휘할 수는 있지만, 어느 쪽도 항공모함의 자체 레이더 정보를 활용하는 전투기 관제.. 2024.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