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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2) - 상상력의 부족은 외국어로 메운다 1920~30년대 일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파 분야 석학이 있었으니 바로 도호쿠(東北) 대학의 야기 히데쯔구 교수. 이 양반이 지향성 안테나인 야기-우다 안테나를 만든 그 야기 교수임. 이 양반은 고주파 생성 방법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이 있었음. WW2가 시작된 1939년, 고주파 레이더에 사용할 cavity magnetron을 만든 영국의 John Randall 교수와 그의 대학원생 조교 Harry Boot도 자기들이 마그네트론을 처음 만든 것이 아니었음. 지난 레이더 개발 이야기 (16) - 마침내, Cavity Magnetron! 에서도 소개했듯이, 그 양반들도 1916년 미국 제네럴 일렉트릭 사의 엔지니어 Albert W. Hull이 발표한 논문에서 마그네트론이라는 이름과 그 원리를 처음 봤.. 2024. 2. 15.
드레스덴을 향하여 (10) - 그의 사전에 원수 두 명은 없다 8월 23일 오후, 드레스덴 남쪽 피르나(Pirna)에 주둔하고 있던 생시르 원수로부터 나폴레옹에게 날아든 급보의 내용은 나름 극적이었습니다. 그랑다르메가 지키고 있지 않던 페터스발트(Peterswald) 고개길을 이용하여 러시아군 군단 하나가 쳐들어왔고 그 뒤로는 오스트리아군이 따르고 있는데, 그 규모는 오스트리아군 전체로 보인다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었습니다. 전에 언급한 것처럼 이때 점심을 먹고 있던 나폴레옹은 들고있던 와인잔을 탁자에 내리치며 깨뜨렸다고 전해지지만, 그렇다고 그가 완전 패닉에 빠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의 드레스덴 방어 계획은 결코 지타우와 럼부르크, 즉 보헤미아에서 작센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철통같이 지킨다는 정적인 것이 아니었거든요. 기본적인 방어는 피르나에 주둔한 생시르의 제1.. 2024. 2. 12.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1) - 일본군의 비밀 병기 항공모함의 약점은 공격 당하면 침몰한다는 것이지만 장점은 30노트의 속력으로 먼 바다를 움직이므로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워 공격하기도 어렵다는 것. 지상에 건설해놓은 항공기지의 장점과 약점은 정확하게 그 반대. 불침항모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항상 적의 폭격과 포격에 두들겨 맞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함.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항공모함은 보급 문제로 며칠 혹은 몇 주만 그 해역에 머물 수 있지만 항공기지는 그냥 영원히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선박의 배수량은 무한정 커질 수 없으므로 항모의 규모와 그 역량에는 제한이 있지만, 항공기지의 규모와 방어 시설은 거기에 얼마나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무한정에 가깝게 커질 수 있음. 따라서 결국은 항공기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임. (에섹.. 2024. 2. 8.
드레스덴을 향하여 (9) - 자만은 구멍을 낳고 나폴레옹이 블뤼허의 슐레지엔 방면군을 먼저 제거하기로 마음 먹고 동쪽으로의 전격전을 기획하면서, 그는 당연히 남쪽 보헤미아 방면군이 자신이 자리를 비운 드레스덴 또는 그 배후지인 라이프치히를 공격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지난 편에서 보셨듯이, 그는 이중삼중으로 드레스덴의 방어를 든든히 준비했습니다. 말이 쉬워서 이중방어 삼중방어이지, 그저 무작정 대규모 병력을 드레스덴에 배치하고 참호를 파고 요새를 쌓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어차피 방어에 배치할 병력은 한정되어 있고 그나마 2선급 부대가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따라서 방어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적이 어디로 침투해올 것인지 예상하고 그 길목을 틀어막이야 했습니다. 다행히 드레스덴을 수도로 하는 작센 왕국과 보헤미아 사이에는 일련의 산맥이 동서로.. 2024. 2. 5.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7) - 미-일의 비교되는 사후 평가 미드웨이 해전은 미해군의 대승리였지만 미해군 입장으로서도 반성할 부분이 많았음. 미해군이 일본해군에 비하면 무척 자유분방하고 군기 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인 사후 평가를 거친다는 점에서는 일본해군보다 훨씬 엄격한 것이 미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그렇게 반성할 부분이나 개선안으로 제시된 내용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음. - 일부 관제사나 조종사들이 사전에 약속된 용어를 제대로 쓰지 않음. 가령 엔터프라이즈 관제사는 arrow (화살)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그건 방위각에서 자북(magnetic north)가 아니라 정북(true north)를 뜻하는 것. 하지만 이는 엔터프라이즈 내부에서만 쓰는 용어라서 엔터프라이즈 소속 조종사들만 그 용어를 알아들었고, 호넷이나 요크타.. 2024. 2. 1.
드레스덴을 향하여 (8) - 대환장 파티 8월 21일의 뢰벤베르크 전투에서 연합군이 많은 사상자를 내고 후퇴하면서도 단 한 명의 포로도 내지 않았다는 것은 슐레지엔 방면군 병사들의 질적 수준이 황급히 징집된 병사들로 이루어진 그랑다르메보다 더 높았다는 것을 뜻했습니다. 사람이 미우면 그 사람이 손에 쥔 숟가락도 밉다더니, 후퇴하여 한숨을 돌린 이후 블뤼허와 그나이제나우는 평소 밉상이던 요크 장군 휘하의 국민방위군(Landwehr) 부대들의 어설픈 전투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부하들이 얼마나 급조되어 끌려온 병사들인지 잘 알고 있던 요크 장군은 이 국민방위군 부대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첫 전투를 훌륭하게 싸워냈다고 칭찬했습니다. 가령 뢰벤베르크 인근의 전투에서 이 국민방위군 부대들 중 유격병 대대에게 주어진 임.. 2024. 1. 29.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6) - 요크타운의 침몰 쳐들어오는 일본 편대 요격을 위해 고공으로 먼저 출발했던 와일드캣 4대의 궤적을 레이더 스크린에서 초조히 주시하고 있던 페더슨 소령은 일본 편대와 와일드캣 편대가 서로 교차하며 지나가는데도 와일드캣 편대장으로부터 tallyho (적기 발견시의 구호) 무전이 들어오지 않자 패배를 직감. 페더슨은 무선 침묵을 깨고 서둘러 와일드캣들에게 '전속 회항! (Return buster!) 너희들이 적기를 지나쳤다'라고 지시. 바로 직후 tallyho를 외친 것은 뒤를 이어 저공으로 보냈던 2대의 와일드캣. 역시나 두 번째로 쳐들어온 일본 편대는 역시나 뇌격기인 Nakajima B5N 'Kate'들. 히류에 탑승하고 있던 야마구찌 소장이 일본 기동부대를 폭격하고 되돌아가는 요크타운 돈틀리스들의 뒤를 밟기 위해 빠른 이.. 2024. 1. 25.
드레스덴을 향하여 (7) - 분위기 파악 못하는 블뤼허 8월 20일 아침, 나폴레옹은 지타우(Zittau)에서 보헤미아 방면군이 드레스덴을 노릴 경우 어떻게 지타우 일대에서 막을 것인지를 살펴본 뒤 괴를리츠(Görlitz)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발마로 들어온 슐레지엔 방면으로부터의 급보에는 막도날이 가지고 있던 암호키가 적군에게 탈취되었다는 소식이 들어 있었습니다. 바로 전날인 19일 시버나이헨(Siebeneichen) 마을에서 코삭 기병들이 막도날의 개인 짐마차를 노획할 때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당시 나폴레옹이 사용하던 암호키가 어떤 형태였는지는 모릅니다. 아마도 16세기부터 프랑스 육군에서 발전되어온 비쥬네르(Vigenère) 암호를 변형한 것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데, 그랬다면 암호키라는 물건은 아마도 몇가지 키워드가 적힌 종이였을 것입.. 2024. 1. 22.
후티 반군, 해전사에 새 장을 열다 - 대함탄도탄(ASBM) 이야기 한때 우리 언론들이 Houthi를 부족 이름인줄 알고 후티족 반군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후티반군이 굉장히 원시적인 수준이라고들 오해하지만 , 실은 예멘의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후티 반군이며 멋진 군복을 입고서 각종 미사일을 동원한 군사 퍼레이드도 벌일 정도의 수준. 요즘 핫한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는 UAV, 대함순항미쓸과 함께 대함탄도탄(Anti-Ship Ballistic Missile, ASBM)이 사용되었는데, 의외로 이번에 사용된 것이 실전에서 대함탄도탄이 사용된 역사상 첫사례라고. 아래 사진은 후티 반군의 2023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나온 이란제 Tankil 대함탄도탄 (사거리 500km, 전자광학 및 적외선 유도). 대함탄도탄은 원래 냉전 시절 소련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미해군을 상대.. 2024. 1. 18.
드레스덴을 향하여 (6) - 늙은 블뤼허의 슬픔 나폴레옹이 드레스덴과 그 일대의 방어 작전을 꼼꼼히 준비하며 지타우(Zittau) 일대를 돌아보고 있는 동안, 블뤼허는 그랑다르메를 향해 서둘러 서쪽으로 진격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는 자신이 나폴레옹의 제1 목표라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조미니의 진술에 따라, 블뤼허는 자신이 대면하고 있는 엘베강 일대에서 나폴레옹은 수비 태세를 유지할 것이고 나폴레옹 본인은 먼저 베르나도트의 북부 방면군을 공격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블뤼허는 나폴레옹이 모르는 군사 기밀 하나를 더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7월에 작성된 트라헨베르크 의정서(Trachenberg Protocol)에 따른 보헤미아 방면군의 작전 목표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보헤미아 방면군은 나폴레옹의 후방이자 그랑다르메의 독일내 거.. 2024. 1. 15.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5) - CXAM 레이더의 활약 미해군 함재기들의 공격으로 카가, 소류, 아까기의 3척이 한꺼번에 완파되는 피해를 입고나서도 일본 기동부대의 공격력은 아직 살아있었음. 4번째 항모인 소류가 바로 몇 km 북쪽에서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기 때문. 소류에서는 10시 58분 18대의 발(Val) 급강하 폭격기와 6대의 제로센 전투기로 구성된 공격편대가 발진. 이들은 운이 좋았음. 이함해서 보니, 방금 공격을 마치고 돌아가는 미해군 돈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을 멀찍이 뒤에서 따라감으로서 쉽게 미해군 항모전단을 찾을 수 있었음. 그 꼬리가 긴 돈틀리스들의 모함은 바로 요크타운. 한편, 쳐들어갈 때는 무거운 폭탄과 항공유를 잔뜩 싣고 가느라 비행 시간이 2시간 정도나 걸렸던 요크타운의 돈틀리스들은 폭탄.. 2024. 1. 11.
드레스덴을 향하여 (5) - 드레스덴의 삼중 방어 이 무렵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가 이미 연합군 측에 붙었다는 것을 집요하게 인정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이는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보고 들으려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인데, 매우 좋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만큼 오스트리아의 참전이 나폴레옹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었습니다. 8월 16일에는 보헤미아에 심어둔 스파이로부터 러시아군이 보헤미아로 이미 들어왔다는 소식이 날아왔지만, 나폴레옹은 이런 소식조차 좀처럼 믿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교전이 허용되는 날짜인 8월 17일이 되자, 나폴레옹은 즉각 럼부르크(Rumburg, 체코어로 Rumburk)에 근위대 1개 기병사단과 1개 보병사단을, 그리고 폴란드 병사들로 구성된 제8군단과 제4기병군단을 지타우(Zittau)로 투입하여 남쪽의 보헤미아 국경 안.. 2024.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