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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7 폭격수가 주인공인 영화 : 우리 생애 최고의 해 (상)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 of our lives)는 '벤허'와 '로마의 휴일' 등으로 유명한 명감독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가 감독한 1946년 흑백 영화인데, 제가 알아볼 정도의 유명 배우는 출연하지 않습니다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무려 7개 부분을 석권한 명작 영화입니다. 아마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줄거리는 전혀 모르셔도'우리 생애 최고의 해'라는 제목만큼은 다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향인 Boone City (아마 가상의 도시인 듯)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육해군 3명의 제대 군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시대극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유는 지금과는 조금씩 다른 당시의 여러가지 소소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생.. 2020. 10. 1.
보로디노 전투 (10) - 빵껍질에 묻은 것 오전 12시 즈음 프랑스군 좌익 뒤쪽에서 벌어진 러시아 기병대의 별 효과도 없던 돌격에 깜짝 놀란 나폴레옹이 전황을 다시 계산하느라 꾸물거리는 동안, 이때부터 거의 2시간 가량 본의 아니게 전투는 잠시 멈춤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전력을 다했던 프랑스군은 더 이상 공세를 계속할 힘이 없었고, 러시아군도 완전히 허물어진 중앙과 좌익 방어선을 재편성하느라 바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양군 모두, 한가지 병종만 쉬지 않고 전투를 계속 했습니다. 바로 포병대였습니다. 양군의 포병대는 멈춰서서 도열한 적군을 향해 열심히 포격을 가했습니다. 이 포격전에 있어서는 프랑스군이 러시아군보다는 더 우위에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근위대는 거의 전투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지만 근위 포병대 일부는 이 포격전에 투입했고 .. 2020. 9. 28.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종사들은 어떻게 길을 찾았을까?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 해군의 모험담을 담은 소설 'Aubrey & Maturin' 시리즈의 주인공은 잭 오브리인데, 잭이 함장으로 있는 영국 해군 군함에는 항상 미드쉽맨(midshipman)이라고 불리던 해군 사관후보생들이 여러 명 타고 있었습니다. 잭은 이 사관후보생들에게 '너희들은 배 조종 능력(seamanship)은 괜찮지만, 항법(navigation)에서는 문제가 많다'라면서 좁은 선실에 이 소년들을 앉혀 놓고 삼각함수 같은 수학을 직접 가르치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당시의 천문 항법에 대해서는 nasica1.tistory.com/118 참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비행기도 19세기 초의 범선과 똑같았습니다. 상대 전투기에 맞서 격렬한 선회와 급강하를 반복하며 비행기를 조종하는 능력과, .. 2020. 9. 24.
보로디노 전투 (9) - 우연 또는 필연 오전 11시 정도에 고리키 마을 동쪽으로 사령부를 더 후퇴시킨 쿠투조프는 무척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건 결코 모든 전황을 통제하고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철저한 나태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러시아군 참모 장교 하나는 당시 쿠투조프의 모습에 대해 '러시아 최고 가문들 출신의 우아하게 차려 입은 장교들과 함께 여유롭게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런 목가적인 신사분들에게 보기 흉하게 피를 철철 흘리는 프랑스군 보나미 장군이 끌려오자, 쿠투조프는 완벽하고 우아한 프랑스어로 접견하며 치료를 받고 쉬라고 권한 뒤, 마치 이미 승리하기라도 한 듯이 휘하 참모 장교들과 계속 노닥거렸습니다. 쿠투조프의 소풍 분위기를 해친 것은 피투성이 보나미 장군이 아니었습니다. 보나미가 부축을.. 2020. 9. 21.
항공모함은 대체 어디에 (2) - 영화 '생존자들'의 재미있는 기술적 배경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연합군은 전파 기지국을 운용하여 군용기의 항법 계산에 활용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만, 적의 공격에 항상 노출되는 군용기의 특성상 언제나 그런 전파 항법 장치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공포나 적 전투기의 총탄에 수신기가 고장나는 일은 흔했습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서 나폴레옹 시절에 하던 방식대로 육분의로 태양이나 별을 봐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그것도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니 기본적으로는 정해진 속도와 나침반에 따른 정해진 항로로 직진을 하면 일정 시각에 일정 장소에 다다르도록 추측 항법(dead reckoning)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장거리 폭격기들의 항로를 보면 되도록 직선 항로를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1944년 2월 라이.. 2020. 9. 17.
보로디노 전투 (8) - 양파 쿠투조프의 지휘는 확실히 일관성도 없고 너무 무성의했습니다. 그러나 쿠투조프의 기본 전략이 괜찮았던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먼저, 분명히 쿠투조프는 러시아군은 프랑스군과 기동전을 벌일 실력이 안된다고 정확하게 평가하고 무조건 좁은 지형에서의 방어전으로 전략을 확실히 정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영국의 웰링턴과 확실히 비슷했지요. 그러나 웰링턴과는 다른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웰링턴은 영국군을 향상 2~3줄의 얇은 횡대로 펼쳐서 최대한의 화력을 전진하는 프랑스군에게 퍼붓는 전술을 썼습니다. 필요시에는 반원 모양으로 대오를 수축시켜 종대로 공격해오는 프랑스군의 선두 부분을 집중 사격하는 세심함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사회 밑바닥 층을 모병제로 끌어모아 만든 영국군 특성상 이해력은 떨어져도 장기간에 걸쳐 실.. 2020. 9. 14.
항공모함은 대체 어디에 ? (1) - 영화 '생존자들'의 재미있는 기술적 배경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차를 몰다 보면 머리 위로 미군 헬리콥터가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날아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제가 알기로는 미군 헬리콥터가 경부 고속도로 인근으로 비행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길을 찾기 쉬우니까 그냥 그 도로를 따라 가는 거라고 합니다. 보통 전투기나 수송기 같은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들이 헬리콥터 조종사들을 약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헬리콥터는 주로 낮에 저공으로 비행하기 때문에 그냥 지도를 보고 가면 되므로 항법 공부를 할 필요가 사실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냥 누가 하는 소리를 들은 것 뿐이고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헬리콥터 중에도 각종 복잡한 항법 장치를 갖추고 야간 비행.. 2020. 9. 10.
보로디노 전투 (7) - 쿠투조프의 미친 듯한 지휘 이렇게 프랑스군이 오전 10시경에 이미 주요 전장에서 큰 승리를 거두기 일보 직전인 상황 속에서, 러시아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쿠투조프의 활약에 대해서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셰바르디노 언덕 위에 접이식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망원경으로 전황을 직접 살펴 보았다고 했지요. 그에 비해 쿠투조프는 고르키(Gorki) 마을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이 곳은 쿠투조프가 나폴레옹의 주공격 방향이 될 거라고 예상한 스몰렌스크-모스크바 대로변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주전장이 될 러시아군 좌익과는 거리도 꽤 멀었지만 무엇보다 대로변이라는 낮은 지형 특성상 쿠투조프는 여기서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전날부터 프랑스군이 "우리는 러시아군의 좌익을 남쪽으로부터 공격해들어갈 거다아아아"라고 .. 2020. 9. 7.
프랑스어, 영어를 침공하다 - 영화 바스터즈의 한 장면 전에 케이블 TV에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 라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를 봤습니다. 사실 이거 예전에 본 거 다시 본 겁니다. 그만큼 재미있었거든요. 이 영화에서는 걸죽한 남부 테네시 (Tennessee) 사투리를 쓰는, 그야말로 양아치 삘이 100% 나는 브래드 피트의 연기도 기가 막혔지만, 무엇보다도 나찌 친위대 대령 한스 란다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발츠 (Christoph Waltz)의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아저씨 연기력 ㅎㄷㄷ) (프랑스 농부 아저씨가 란다 대령과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진짜 저런 SS 대령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술술 다 불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대단한 연기였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다들 최고로 뽑는 장.. 2020. 9. 3.
보로디노 전투 (6) - 압승 전투가 시작된지 4시간 만인 오전 10시, 다시 3개의 철각보가 모두 프랑스군 손에 떨어진 뒤, 바그라티온은 그에 굴하지 않고 다시 철각보를 뺴앗기 위해 병력을 모아 쳐들어갔습니다. 러시아 사내들의 용기도 만만치 않아서 끝내 이들은 프랑스군을 무찌르고 다시 철각보들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이 때, 포탄 파편이 날아와 바그라티온의 다리를 때리며 부러뜨렸습니다. 바그라티온은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며 계속 전투를 지휘했지만 곧 기력을 잃고 주저 앉았고, 부하들에 의해 전장 밖으로 실려나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기 위해 나왔던 바클레이의 부관이자 바그라티온이 싫어하던 독일인 로벤슈테른(Karl Fedorovich Lowenstern) 장군이 마침 거기에 있다가 그 모습을 보고 달려왔.. 2020. 8. 31.
제2차 세계대전 중 미육군 1주일치 식단 인터넷질 하다가 구글에서 찾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미육군 배식에 대한 포스터를 찾았습니다. 그거 번역했어요. 물론 종이 위에 인쇄된 것과 실제 병사들 식탁에 올랐던 것 사이에는 간격이 크겠지만... 저희 집보다 잘 먹네요. --------------------------- "왜 병사들이 육군 입대 이후 첫달 동안 평균 7파운드씩 체중이 늘었을까?" 엉클 샘(미 정부를 의인화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잘 먹는 군대의 모든 병사들에게 하루에 고기 1파운드를 처방합니다. 모든 좋은 엄마의 첫번째 관심은 아들이 충분히 먹도록 하는 것입니다. 엉클 샘의 보급부대는 오늘날 우리 군대의 모든 병사들에게 엄마처럼 세심히 배려합니다. 병사들의 식사는 영양이 풍부하고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며, 병사들은 입대한 첫달 동안 체중.. 2020. 8. 27.
보로디노 전투 (5) - 바그라티온의 철각보 전투는 오전 6시에 프랑스군의 대포가 불을 뿜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러시아군 포병대도 사격을 시작하며 보로디노 일대는 포성과 화약 연기로 뒤덮였습니다. 이때 러시아군의 대포 수는 637문, 프랑스군은 587문이었는데 특히 프랑스 포병대는 비교적 작은 구경의 경포들만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군의 포격이 훨씬 더 위력적이어야 했는데, 사실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신중한 쿠투조프는 약 300문의 대포를 전황에 따라 전개하겠다면서 후방에 예비대로 묶어 놓고 있었고, 전개된 337문의 대포도 아무런 공격이 진행되고 있지 않던 러시아 우익에 많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약 150문의 러시아 대포만 열심히 대응 포격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군도 109문의 대포는 근위 포병.. 2020.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