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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쇼핑 장면에서 갈색 봉투 속에 든 것은 정말 파일까? 지난 주에 많은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으며 끝난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저도 (빼놓지 않고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자주 봤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부부치고는 거주하는 집이나 벌이는 파티 등 생활 수준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그런 경향은 꼭 이 드라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그렇게 서구적인 삶을 사는 드라마 속의 배우들이 쇼핑을 할 때 꼭 등장하는 소품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부부의 세계에서도 김희애가 들고 나왔습니다. 커다란 갈색 종이봉투에 든 바게뜨와 길쭉한 대파 몇줄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야 저게 파라는 것을 알겠습니다만, 저는 외국 영화에서 프랑스인들이 쇼핑할 때 꼭 나오는 길쭉한 대파를 볼 때마다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파를 먹나.. 2020. 5. 21.
스몰렌스크에서 모스크바로 - 러시아 측의 사정 러시아군의 상황도 당연히 좋지는 못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러시아군은 정말 걸음아 날살려라 도망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전쟁 초기, 병사들의 노숙에 대해 항상 시적으로 기술하던 젊은 독일계 에스토니아 귀족 출신의 러시아 기마근위대 장교 욱스퀄(Boris von Uxkull)도 8월 21일 철수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겁먹은 토끼처럼 달아나야 했다' 라고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죽어라 도망치는 처지이다보니 보급도 프랑스군에 비해 별로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먹을 것도 부족했지만 먹을 것이 있다고 해도 그걸 조리해 먹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후위부대는 코노브니친(Petr Petrovich Konovnitsin) 장군이 이끌고 있었는데, 이들은 스몰렌스크에서 출발한 이후 2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냅다 뛰.. 2020. 5. 18.
'쓰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에 나온 이 노래의 정체는 ? - The Night They Drove Old Dixie Down 가사 최근에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한줄 요약하면 '용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이혼한 아빠가 엄마를 찾아와 이야기를 하다가 성질이 나니까 탁자를 엎어버리고 엄마를 두들겨 패려하는 상황에서 엄마를 보호하려는 아들이 아빠 목에 식칼을 들이대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감히 친부의 목에 칼을...' 하며 손사래를 칠 내용이겠습니다만, 가정 폭력에서 엄마를 지키려는 용감한 아들의 믿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기서 아들로 나오는 배우는 Lucas Hedges인데, 요즘 인상 깊게 본 영화에는 다 저 젊은 배우가 조연으로 나오더군요. Manchester by the Sea, .. 2020. 5. 14.
스몰렌스크에서 모스크바로 - 프랑스 측의 사정 나폴레옹은 스몰렌스크를 점령한 뒤 부하들에게 신이 나서 러시아군의 비겁함을 비웃으며 이제 러시아 본토에 발판을 마련했으니 러시아의 돈과 자원을 이용해서 병력을 쉬게 하며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추가 병력을 모집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의 마복시였던 콜랭쿠르에게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계획까지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신성한 도시 중 하나인 스몰렌스크를, 그것도 러시아 백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렇게 포기했으니 러시아군의 입장은 정말 난처해졌어. 이제 우리는 러시아군을 조금 더 편안한 거리로 쫓아내기만 한 뒤에 통합 작업을 시작하면 돼. 이 요충지를 이용해서 병력을 쉬게 하면서 이 지방을 조직화하겠어. 알렉산드르의 기분이 아주 좋아질 일이지. 그러면 이제 내 군단들은 더욱 강해질 거야. 난 비텝스크에 .. 2020. 5. 11.
성선설과 요한복음 13:34 - Perfect Day 가사 해설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본 그림 중에, 19세기 후반 러시아 화가인 야로센코(Nikolai Yaroshenko)가 그린 Всюду жизнь (Life is everywhere, 삶은 어디에나) 라는 이름의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시베리아 유배지로 압송되는 어느 불행한 가족의 아이가, 기차칸 철창을 통해 자신들이 먹기에도 부족한 빵을 새들에게 나누어주는 장면입니다. 저 아이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이지요. 생각해보면 동물 중에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동물은 인간 외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야말로 사람의 본성 중 하나라고 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라는 뜻이지요... 2020. 5. 7.
영화 1917의 인상적인 몇 장면 - A Wayfaring Stranger 가사 해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몇가지 소소하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습니다. ** 주의 : 1917은 스포일러가 그닥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아무튼 이 포스팅에는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꽤 많이 들어 있습니다. 1. 왜 '루테넌트'가 아니라 '렙테넌트'인가 ? 미국 전쟁 영화에서는 중위(lieutenant)를 루테넌트라고 발음합니다. 그런데 영국군이 나오는 영국 영화 1917에서는 자세히 들어보면 중위를 부를 때 '렙테넌트(leftenant)'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영어가 원래 스펠링 따로 발음 따로 되는 단어들이 많은 단어이긴 합니다만, 군사 용어 중에 특히 그런 것이 많고, 그런 것들은 대부분 전통적 선진국 프랑스에서 수입된 단어입니다. 중위 내지는 부관이라는 뜻의 .. 2020. 5. 4.
까치 세계에도 주택난으로 인한 비혼주의가 있다 ?? 최근 재택 중에 창 밖을 내려다보니 나무가지에 까치 한쌍이 집을 짓고 있더군요. 그걸 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까치들은 저렇게 짝을 이루면 그 짝이 평생 갈까, 아니면 새끼들을 키워내고 해가 바뀌면 헤어졌다가 새로운 짝을 만날까 ?"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1. 까치는 일부일처제 아, 왠지 좀 흐믓하고 위안이 되지 않습니까 ? 까치는 한번 짝을 이루면 보통 죽을 때까지 함께 다니며 함께 새끼를 키웁니다. 제가 10분 동안 직접 관찰을 해보니 주로 한마리가 잔가지 등의 재료를 가져오고 다른 한마리가 부지런히 집을 만들더군요. 알은 한번에 5~6개를 낳는데, 육아는 암컷 담당인 것이 여기서도 적용되어 암컷이 18일 정도 둥지를 떠나지 않고 알을 품습니다. 이때 수컷은 밖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가져와 암컷을.. 2020. 4. 30.
쥐노, 러시아군을 구해내다 - 스몰렌스크 전투 (6) 바클레이는 8월 17~18일에 벌어진 스몰렌스크 전투 동안 프랑스군이 강 북안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것에 집중하며 탈출로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스몰렌스크에서 전투가 벌어진 이유는 스몰렌스크를 통과하는 민스크-모스크바 간의 군사도로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고민할 것 없이 그냥 그 군사도로를 따라 모스크바 방향으로 탈출하면 그만이었지요.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스몰렌스크에서 출발하는 모스크바로 향하는 군사도로는 초반 4~5km가 드네프르 강변을 따라 나있었던 것입니다. 스몰렌스크를 폭격하던 프랑스군 포병대가 이 길을 따라 후퇴하는 러시아군을 1~2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지도상에 노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발루티노(Valutino, Валути.. 2020. 4. 27.
중앙은행이 돈을 저렇게 찍어내는데 왜 인플레가 없는가? - Ray Dalio의 설명 이번 편은 제 글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헷지펀드의 운용자인 Ray Dalio가 만든 "How the Economic Machine Works" 라는 30분짜리 유튜브 비디오 클립을, 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대략 중요 부분만 오려 붙이고 설명을 단 것입니다. 이 비디오는 2013년에 나왔는데, 아마 이미 많은 분들이 다 보신 내용일 것이고 또 무척 간단하면서도 단순화된 내용이라서 전문가들이 볼 내용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같은 경알못에게는 무엇보다 "중앙은행들이 이렇게 돈을 마구 찍어내는데 왜 인플레가 일어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적어도 제게는) 이해하기 쉬운 답을 주었습니다. 실제로는 이 비디오가 설명하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단순하지는 않을 겁니다. 또 2020년 요즘의 경제 상황을 .. 2020. 4. 23.
화염 속의 얼음 - 스몰렌스크 전투 (5) 웅장한 성벽을 둘러싸고 벌어진 스몰렌스크 전투는 낮에도 장관이었으나 밤이 되자 더욱 장엄한, 어떻게 보면 무시무시한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프랑스군은 낮부터 박격포를 이용하여 좁은 스몰렌스크 시내에 계속 폭발탄을 쏘아넣고 있었습니다. 스몰렌스크 시내의 건물들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진 것들이라서, 이 포격은 곳곳에서 화재를 일으켰고 밤이 되자 온 시내가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성 밖에서 포병들을 지휘하던 프랑스군 불라르(Boulart) 대령의 시선에는, 시커먼 성벽 위에서 불바다를 배경으로 총을 들고 움직이는 러시아군 병사들의 모습이 지옥불을 속에서 움직이는 꼬마 악마들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프랑스군의 팡텡 데 조두와르(Fantin des Odoards) 대위는 '단테도 지옥에 대한 묘사를 할 때 이 광경에서.. 2020. 4. 20.
더 나은 남편이 되기 위한 팁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저는 퇴직 이후 삶을 미리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와이프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극적으로 많아진 것이지요. 뉴스를 보면 이렇게 세계적으로 재택근무나 자가격리가 계속 되면서 코로나 베이비 붐이 예상된다는 소식도 있지만 가정 폭력 증가라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옵니다. 집이 아주 넓은 부자들이야 이야기가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좁은 집에서 24시간 같이 편하게 지내려면 좋은 남편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저 아래에서 보시겠습니다만 미국인들 갬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우리 취향에는 너무 오글거리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더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8가지 팁'을 먼저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론 저 개인 관.. 2020. 4. 16.
맨손과 성벽 - 스몰렌스크 전투 (4) 나폴레옹이 눈 앞의 스몰렌스크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도하 지점을 찾기 위해 드네프르 강 상류로 병력을 파견한 것은 매우 정확한 판단이었습니다. 다만 그 지휘관으로 쥐노(Jean-Andoche Junot)를 선정했다는 것이 일단 좋지 않았습니다. 쥐노는 무명이던 나폴레옹의 출세 계기가 되었던 1793년 툴롱 포위 작전에서 만난 첫 부하이자 친구로서, 누구보다도 오래 나폴레옹의 측근으로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주 오랜 기간 함께 동고동락했던 쥐노에게 주요 보직을 맡기지 않았다는 것은 한마디로 쥐노에게 뛰어난 재능이 없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나폴레옹의 제1차 이탈리아 침공 작전 때, 로나토(Lonato) 전투에서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었는데, 그때 이후로 성격이 변하여 성급하고 자제력이 떨.. 2020.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