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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7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7) - 미-일의 비교되는 사후 평가 미드웨이 해전은 미해군의 대승리였지만 미해군 입장으로서도 반성할 부분이 많았음. 미해군이 일본해군에 비하면 무척 자유분방하고 군기 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인 사후 평가를 거친다는 점에서는 일본해군보다 훨씬 엄격한 것이 미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그렇게 반성할 부분이나 개선안으로 제시된 내용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음. - 일부 관제사나 조종사들이 사전에 약속된 용어를 제대로 쓰지 않음. 가령 엔터프라이즈 관제사는 arrow (화살)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그건 방위각에서 자북(magnetic north)가 아니라 정북(true north)를 뜻하는 것. 하지만 이는 엔터프라이즈 내부에서만 쓰는 용어라서 엔터프라이즈 소속 조종사들만 그 용어를 알아들었고, 호넷이나 요크타.. 2024. 2. 1.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6) - 요크타운의 침몰 쳐들어오는 일본 편대 요격을 위해 고공으로 먼저 출발했던 와일드캣 4대의 궤적을 레이더 스크린에서 초조히 주시하고 있던 페더슨 소령은 일본 편대와 와일드캣 편대가 서로 교차하며 지나가는데도 와일드캣 편대장으로부터 tallyho (적기 발견시의 구호) 무전이 들어오지 않자 패배를 직감. 페더슨은 무선 침묵을 깨고 서둘러 와일드캣들에게 '전속 회항! (Return buster!) 너희들이 적기를 지나쳤다'라고 지시. 바로 직후 tallyho를 외친 것은 뒤를 이어 저공으로 보냈던 2대의 와일드캣. 역시나 두 번째로 쳐들어온 일본 편대는 역시나 뇌격기인 Nakajima B5N 'Kate'들. 히류에 탑승하고 있던 야마구찌 소장이 일본 기동부대를 폭격하고 되돌아가는 요크타운 돈틀리스들의 뒤를 밟기 위해 빠른 이.. 2024. 1. 25.
후티 반군, 해전사에 새 장을 열다 - 대함탄도탄(ASBM) 이야기 한때 우리 언론들이 Houthi를 부족 이름인줄 알고 후티족 반군이라고 부르는 바람에 후티반군이 굉장히 원시적인 수준이라고들 오해하지만 , 실은 예멘의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후티 반군이며 멋진 군복을 입고서 각종 미사일을 동원한 군사 퍼레이드도 벌일 정도의 수준. 요즘 핫한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는 UAV, 대함순항미쓸과 함께 대함탄도탄(Anti-Ship Ballistic Missile, ASBM)이 사용되었는데, 의외로 이번에 사용된 것이 실전에서 대함탄도탄이 사용된 역사상 첫사례라고. 아래 사진은 후티 반군의 2023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나온 이란제 Tankil 대함탄도탄 (사거리 500km, 전자광학 및 적외선 유도). 대함탄도탄은 원래 냉전 시절 소련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미해군을 상대.. 2024. 1. 1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5) - CXAM 레이더의 활약 미해군 함재기들의 공격으로 카가, 소류, 아까기의 3척이 한꺼번에 완파되는 피해를 입고나서도 일본 기동부대의 공격력은 아직 살아있었음. 4번째 항모인 소류가 바로 몇 km 북쪽에서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기 때문. 소류에서는 10시 58분 18대의 발(Val) 급강하 폭격기와 6대의 제로센 전투기로 구성된 공격편대가 발진. 이들은 운이 좋았음. 이함해서 보니, 방금 공격을 마치고 돌아가는 미해군 돈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을 멀찍이 뒤에서 따라감으로서 쉽게 미해군 항모전단을 찾을 수 있었음. 그 꼬리가 긴 돈틀리스들의 모함은 바로 요크타운. 한편, 쳐들어갈 때는 무거운 폭탄과 항공유를 잔뜩 싣고 가느라 비행 시간이 2시간 정도나 걸렸던 요크타운의 돈틀리스들은 폭탄.. 2024. 1. 11.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4) - 일본 해군은 뭘 잘못 했나? 지난 편을 요약하면 호넷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항로를 잘못 잡는 바람에 일본 기동부대를 찾지 못하고 허탕을 쳤고, 호넷/엔터프라이즈/요크타운의 뇌격기들은 CAP을 치고 있던 제로센들에게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듬. 요크타운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가장 마지막으로 늦게 출발했으니 그렇다치고,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었을까? (예쁜 돈틀리스의 그림. 나중에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많은 폭탄을 실을 수 있었던 Helldiver 폭격기가 나온 뒤에도 해군 조종사들은 돈틀리스를 더 선호. 이유는 저속에서의 조종성이 좋아서 항모 착함이 매우 쉬웠기 때문. 그건 단지 조종사들이 실력이 없거나 편한 것만 찾아서가 아님. 많은 함재기 조종사들이 비전투 착함 사고로 희생된.. 2024. 1. 4.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미해군 항모들의 역주행 한편, 요크타운에서는 플렛처 제독이 새벽 5시 반 경에 PBY Catalina 수상정으로부터 일본 기동부대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음. 원래 당연히 공격 성공 확률은 대규모 편대를 모아서 한꺼번에 날리는 것이 좋음. 그러나 정작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은 모두 일본 기동부대를 찾아 정찰임무를 띠고 날아다니고 있었음. 이럴 땐 어쩌지?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이 귀환하여 급유 및 폭탄 장착을 마친 뒤 호넷과 엔터프라이즈의 폭격기/뇌격기들과 함께 다 같이 날아가야 하나? (Consolidated PBY Catalina는 원래 정찰 및 폭격용으로 만들어진 장거리 수상정. PBY에서 PB는 Patrol Bomber를 뜻하고 Y는 그 제작사인 Consolidated사에서 지정한 코드명. 보시다시피.. 2023. 12. 2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2) - 양측의 우선순위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은 절대 열세였던 미해군이 막강한 세력의 일본해군을 때려부순 전투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알고 보면 양군의 전력은 거의 엇비슷. 당시 미해군에게 가용했던 항모는 USS Enterprise, USS Hornet, USS Yorktwon 3척이었고 일본해군은 4척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일본측이 훨씬 더 우월한 것 같지만, 미해군 항모들은 배수량에 비해 함재기를 더 많이 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보유 항공기 대수는 약 233대로서, 일본 항모 4척이 보유한 항공기 248대와 엇비슷. 거기에다 낡은 기종이거나 쾌속 함정 폭격에는 부적절한 고공 폭격기라서 별 쓸모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미드웨이 육상 기지에 배치된 전투기와 폭격기가 120대 넘게 있었으므로 어찌 보면 미군에게 더 유리했던 상.. 2023. 12. 21.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1) - 과묵한 일본 조종사 지난 편을 요약하면, 산호해 해전에서 USS Lexington이 왜 격침되었는가를 조사한 미해군은 '레이더 팀에게 넓은 방에 작도 장비와 칠판 등을 충분히 주고 통신 시설 강화하라'는 결론을 도출했음. 일본해군에게 조사를 시켰으면 조종사들 정신 교육을 강화하라는 결론이 나왔을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미해군과 일본해군의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통신이었음. 흔히 군대는 총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급으로 싸운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통신. 전통적으로 육군이야 전령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고 유선통신 발명 이후로는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하면 되었으므로 큰 문제가 없었으나, 해군은 예로부터 함선 간에, 그리고 해안 요새와 함선 간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 2023. 12. 14.
리튬 배터리를 극혐한 공군 장성들 James Webb 우주망원경에 사용되는 프로세서는 영국방산업체인 BAE가 IBM PowerPC 아키텍처 기반으로 만든 RAD750. 그렇게 으리으리한 우주탐사 장비에 들어가는 무척 비싼 프로세서니까 엄청난 고성능 제품일 것 같지만 clock speed는 고작 200MHz.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뿐만 아니라 화성 탐사 로봇차량인 rover에도 바로 이 processor가 사용되었음) 이처럼 군용 및 우주항공 분야의 전자장비는 민간에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저사양 제품을 쓰는 것이 상식. 군용 장비 뿐만 아니라 민간용에서도 항전(avionics) 하드웨어는 성능이 아니라 확실한 안정성과 신뢰성이 더 중요하기 떄문. 게다가 어차피 정해진 시간 안에 정해진 계산값이 나오기만 하면 되니까 굳이 더 빠른.. 2023. 12. 7.
레이더 개발 이야기 (57) - 렉싱턴의 최후 (하) 일본 뇌격기들 18대 중 14대는 렉싱턴을, 4대는 요크타운을 노리고 달려듬. 이 중 3대는 항모 위에서 CAP을 치고 있던 와일드캣들이 격추. 그리고 북동쪽으로 일본기들을 찾아 날아갔다 허탕을 치고 되돌아온 와일드캣들이 추가로 1대를 격추. 이 뇌격기들을 호위하던 제로 전투기들은? 얘들은 항모 주변을 순찰하던 돈틀리스 폭격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음. 무려 4대의 돈틀리스들이 격추됨. 이렇게 난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본 뇌격기들은 침착하게 체계적으로 렉싱턴을 공략. 이들은 각자 맡은 방위각에서 렉싱턴을 노리고 어뢰를 투하. 렉싱턴의 함장 셔먼 대령이 보니 이쪽 어뢰를 피하려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면 저쪽에서 헤엄쳐오는 어뢰를 맞겠고, 반대로 왼쪽으로 틀면 이쪽에서 달려오는 어뢰를 맞을 판. 동시에 고공에서는.. 2023. 11. 30.
레이더 개발 이야기 (56) - 렉싱턴의 최후 (상) 운명의 5월 8일, 아침 8시 7분 경 길(Red Gill) 대위의 레이더는 렉싱턴으로부터 330도 (그러니까 약간 북서쪽) 35km 지점에서 뭔가를 포착. 관찰을 해보니 240도 방향, 즉 남서쪽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음. 길 대위는 즉각 CAP을 그 지점으로 유도해서 확인을 시켰으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레이더 상에서도 사라짐. 길 대위는 그것이 snooper, 즉 일본 해군 정찰용 수상기 같았으며 그것이 아군 함대를 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함대 사령관인 플렛처 제독에게 보고. 바로 직후인 8시 20분, 렉싱턴에서 일본 항모를 찾으라고 날려보냈던 정찰용 Dauntless 급강하 폭격기들 중 한 대가 북쪽 280km 지점에서 일본 함대를 발견했으며, 그것들이 15노트의 속도로 똑.. 2023. 11. 23.
레이더 개발 이야기 (55) - 친구인가 적인가? 전편에서 언급했듯이, 당시의 CXAM radar는 손으로 일일이 안테나를 돌려가며 한참동안 그 목표물을 추적 관찰하면서 방위각과 거리, 속도와 방향을 계산하고 그래프를 보고 고도를 추측해야 하는 물건. 따라서 100여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자동으로 추적하며 수십개의 목표물과 동시 교전을 할 수 있는 현대적 Aegis radar와는 차원이 달랐음. 무엇보다, 여러 대의 적 편대가 따로 따로 나타날 경우 레이더 운용사는 정말 손발이 바빠질 수 밖에 없었음. 당시 항모의 공중전 상황에서 2개 이상의 편대를 추적할 일이 많았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있었음. 왜냐하면 적기 뿐만 아니라 아군 항모를 지켜주는 CAP (Combat Air Patrol) 전투기들이 항상 있었기 때문. 아군 CAP을 적기 쪽으로 유도,.. 2023.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