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753

"딸 같은 며느리"란 없다 웹질 하다 재미있는 사진을 본 김에 퍼왔어요. (Source : https://twitter.com/OnePenny0605/status/1265220599430803456 ) 우리나라 시부모님들 중에는 "아들의 결혼이란 딸 같은 며느리를 새로 집에 들여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그게 모든 비극의 씨앗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의 결혼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은 "아들이 자기 짝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나는 것"입니다. 우리 속담에도 "자식도 품 안에 자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다 커서 독립해야 하는 자식을 언제까지 자기 곁에 묶어 두려는 것은 부모의 과욕일 뿐입니다. 어떤 분은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자식이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라고 하시지만.. 2020. 6. 4.
두 도시의 분위기 - 쿠투조프의 등장 전방에서 프랑스군과 러시아군, 나폴레옹과 바클레이 등이 뒤엉켜 몸과 마음이 다 고생하는 동안, 후방의 러시아인들도 적어도 마음은 큰 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러시아 제국의 수도이자 황실 가족들이 모여 살던 서구적 도시 상트 페체르부르크는 상류층이나 서민층이나 모두 '이 전쟁은 이미 진 것'이라는 패배주의가 주도적이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자금과 인력을 모집하는데 성공하고 8월 초 상트 페체르부르그로 돌아온 알렉산드르가 보니, 심지어 자기 모친인 황태후조차도 각종 귀중품을 이미 도시 밖으로 빼돌려 놓고 자신도 언제든 피난갈 수 있도록 마차를 준비시켜 놓은 상태였습니다. 다른 귀족 가문들도 모두 말과 마차를 즉시 출발 가능 상태로 대기시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트 페체르부르그와는 달리 모스크바는 적어도.. 2020. 6. 1.
밀덕을 위한 레미제라블 이미 알려져 있는 바입니다만, 레미제라블은 헐리우드 영화가 아니라 영국 영화입니다. 그리고 원작 뮤지컬도 브로드웨이 원작이 아니라 영국 것이고요. 그래서 출연진들 대부분도 영국인들이고, 촬영지도 영국 런던입니다. (저 배경 건물들이 파리의 어디냐고요 ? 삼색기가 휘날린다고 다 파리가 아닙니다. 저기 런던입니다.) 가령 'Look down - Paris' 부분에서 가브로슈가 왠 부자집 마차 창문에 올라가서 'How do you do, my name is Gavroche' 하고 노래를 하는 장면에서, 가사 내용 중에 'What the hell' 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브로슈 역할을 맡은 다니엘 허들스톤이라는 꼬마 배우는 이것을 What the 'ell 이라고 h 발음을 빼고 부릅니다. 덕.. 2020. 5. 28.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는 조조 래빗 (Jojo Rabbit) 관련 몇가지 * 이 포스팅에는 영화 조조 래빗에 대한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가 들어있을 수 있습니다. 1. 스칼렛 요한슨은 바지를 입는다 이 영화의 의상 담당은 루비오(Mayes C. Rubeo)라는 멕시코 계통의 여자분인데,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의상 부문 후보에 올랐고 아쉽게 수상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분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굉장한 영광을 얻은 것이고, 실제로 라틴 계열 분들 중에서는 최초로 이 상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 분 인터뷰에 따르면 극중에서 조조의 당차고 용감한 엄마 로지(Rosie) 역의 스칼렛 요한슨과 직접 상의해가면서 로지의 의상을 디자인했답니다. 영화 속에서는 엄마 로지의 직업이 나오지는 않지만, 루비오는 로지가 뭔가 진보적이고 패션 감각이 있는 직업, 가령 무대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2020. 5. 25.
영화 속 쇼핑 장면에서 갈색 봉투 속에 든 것은 정말 파일까? 지난 주에 많은 찬사와 비난을 함께 받으며 끝난 화제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저도 (빼놓지 않고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자주 봤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부부치고는 거주하는 집이나 벌이는 파티 등 생활 수준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그런 경향은 꼭 이 드라마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그렇게 서구적인 삶을 사는 드라마 속의 배우들이 쇼핑을 할 때 꼭 등장하는 소품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 부부의 세계에서도 김희애가 들고 나왔습니다. 커다란 갈색 종이봉투에 든 바게뜨와 길쭉한 대파 몇줄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야 저게 파라는 것을 알겠습니다만, 저는 외국 영화에서 프랑스인들이 쇼핑할 때 꼭 나오는 길쭉한 대파를 볼 때마다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파를 먹나.. 2020. 5. 21.
스몰렌스크에서 모스크바로 - 러시아 측의 사정 러시아군의 상황도 당연히 좋지는 못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러시아군은 정말 걸음아 날살려라 도망치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전쟁 초기, 병사들의 노숙에 대해 항상 시적으로 기술하던 젊은 독일계 에스토니아 귀족 출신의 러시아 기마근위대 장교 욱스퀄(Boris von Uxkull)도 8월 21일 철수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겁먹은 토끼처럼 달아나야 했다' 라고 기록했습니다. 이렇게 죽어라 도망치는 처지이다보니 보급도 프랑스군에 비해 별로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먹을 것도 부족했지만 먹을 것이 있다고 해도 그걸 조리해 먹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후위부대는 코노브니친(Petr Petrovich Konovnitsin) 장군이 이끌고 있었는데, 이들은 스몰렌스크에서 출발한 이후 2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냅다 뛰.. 2020. 5. 18.
'쓰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에 나온 이 노래의 정체는 ? - The Night They Drove Old Dixie Down 가사 최근에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이 영화는 한줄 요약하면 '용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이 장면은 이혼한 아빠가 엄마를 찾아와 이야기를 하다가 성질이 나니까 탁자를 엎어버리고 엄마를 두들겨 패려하는 상황에서 엄마를 보호하려는 아들이 아빠 목에 식칼을 들이대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떻게 감히 친부의 목에 칼을...' 하며 손사래를 칠 내용이겠습니다만, 가정 폭력에서 엄마를 지키려는 용감한 아들의 믿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기서 아들로 나오는 배우는 Lucas Hedges인데, 요즘 인상 깊게 본 영화에는 다 저 젊은 배우가 조연으로 나오더군요. Manchester by the Sea, .. 2020. 5. 14.
스몰렌스크에서 모스크바로 - 프랑스 측의 사정 나폴레옹은 스몰렌스크를 점령한 뒤 부하들에게 신이 나서 러시아군의 비겁함을 비웃으며 이제 러시아 본토에 발판을 마련했으니 러시아의 돈과 자원을 이용해서 병력을 쉬게 하며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서 추가 병력을 모집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그의 마복시였던 콜랭쿠르에게는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계획까지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신성한 도시 중 하나인 스몰렌스크를, 그것도 러시아 백성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렇게 포기했으니 러시아군의 입장은 정말 난처해졌어. 이제 우리는 러시아군을 조금 더 편안한 거리로 쫓아내기만 한 뒤에 통합 작업을 시작하면 돼. 이 요충지를 이용해서 병력을 쉬게 하면서 이 지방을 조직화하겠어. 알렉산드르의 기분이 아주 좋아질 일이지. 그러면 이제 내 군단들은 더욱 강해질 거야. 난 비텝스크에 .. 2020. 5. 11.
성선설과 요한복음 13:34 - Perfect Day 가사 해설 최근에 페이스북에서 본 그림 중에, 19세기 후반 러시아 화가인 야로센코(Nikolai Yaroshenko)가 그린 Всюду жизнь (Life is everywhere, 삶은 어디에나) 라는 이름의 그림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시베리아 유배지로 압송되는 어느 불행한 가족의 아이가, 기차칸 철창을 통해 자신들이 먹기에도 부족한 빵을 새들에게 나누어주는 장면입니다. 저 아이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이지요. 생각해보면 동물 중에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동물은 인간 외에 또 있을까 싶습니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야말로 사람의 본성 중 하나라고 했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은 사람도 아니라는 뜻이지요... 2020. 5. 7.
영화 1917의 인상적인 몇 장면 - A Wayfaring Stranger 가사 해설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몇가지 소소하지만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습니다. ** 주의 : 1917은 스포일러가 그닥 중요한 영화는 아니지만 아무튼 이 포스팅에는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내용이 꽤 많이 들어 있습니다. 1. 왜 '루테넌트'가 아니라 '렙테넌트'인가 ? 미국 전쟁 영화에서는 중위(lieutenant)를 루테넌트라고 발음합니다. 그런데 영국군이 나오는 영국 영화 1917에서는 자세히 들어보면 중위를 부를 때 '렙테넌트(leftenant)'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영어가 원래 스펠링 따로 발음 따로 되는 단어들이 많은 단어이긴 합니다만, 군사 용어 중에 특히 그런 것이 많고, 그런 것들은 대부분 전통적 선진국 프랑스에서 수입된 단어입니다. 중위 내지는 부관이라는 뜻의 .. 2020. 5. 4.
까치 세계에도 주택난으로 인한 비혼주의가 있다 ?? 최근 재택 중에 창 밖을 내려다보니 나무가지에 까치 한쌍이 집을 짓고 있더군요. 그걸 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까치들은 저렇게 짝을 이루면 그 짝이 평생 갈까, 아니면 새끼들을 키워내고 해가 바뀌면 헤어졌다가 새로운 짝을 만날까 ?"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1. 까치는 일부일처제 아, 왠지 좀 흐믓하고 위안이 되지 않습니까 ? 까치는 한번 짝을 이루면 보통 죽을 때까지 함께 다니며 함께 새끼를 키웁니다. 제가 10분 동안 직접 관찰을 해보니 주로 한마리가 잔가지 등의 재료를 가져오고 다른 한마리가 부지런히 집을 만들더군요. 알은 한번에 5~6개를 낳는데, 육아는 암컷 담당인 것이 여기서도 적용되어 암컷이 18일 정도 둥지를 떠나지 않고 알을 품습니다. 이때 수컷은 밖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가져와 암컷을.. 2020. 4. 30.
쥐노, 러시아군을 구해내다 - 스몰렌스크 전투 (6) 바클레이는 8월 17~18일에 벌어진 스몰렌스크 전투 동안 프랑스군이 강 북안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것에 집중하며 탈출로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스몰렌스크에서 전투가 벌어진 이유는 스몰렌스크를 통과하는 민스크-모스크바 간의 군사도로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고민할 것 없이 그냥 그 군사도로를 따라 모스크바 방향으로 탈출하면 그만이었지요.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스몰렌스크에서 출발하는 모스크바로 향하는 군사도로는 초반 4~5km가 드네프르 강변을 따라 나있었던 것입니다. 스몰렌스크를 폭격하던 프랑스군 포병대가 이 길을 따라 후퇴하는 러시아군을 1~2시간 동안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지도상에 노란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발루티노(Valutino, Валути.. 2020.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