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사

교회와 십일조는 너희를 구원하지 못한다 - There But For Fortune 가사 해설

by nasica 2021. 1. 14.
반응형


저는 불만이 많고 믿음이 약하기는 해도 기독교인입니다.  구원예정설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수십년 전 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배우기는 했습니다만, 그때는 그게 무슨 얼토당토 않은 개솔휘인가 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인 몇 년 전에야 그에 대해 좀 읽어보게 되었는데, 제가 이해한 그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신의 은총 없이는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며, 우리가 구원을 받는다면 우리의 믿음이 강하거나 우리의 선행이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이 아니다."

즉 교만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불교처럼 개인의 노력으로 깨달음을 얻고 해탈하는 것이 아닌, 오로지 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기독교 교리의 핵심인 셈입니다.  

저는 어느덧 매주 교회를 다닌지 2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만, 여러 교회에서 단 한번도 목사님이 이 구원예정설에 대해서 언급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해가 갑니다.  평신도들에게는 그 개념이 다소 난해하고 허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예수님이 구주임을 믿고 선행을 쌓고 기도 열심히 하고 십일조 꼬박꼬박 해야 구원받고 천국에 갈 수 있다고 가르쳐야 하는데, 사실 하나님께서는 누구를 구원할지 이미 다 정해 놓으셨고 니들의 노력은 사실 아무 것도 아니며 천국이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 받으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은 굉장히 충격적인 내용일 수 있습니다. 

 

 

(죽은 자의 영혼의 무게를 재고 있는 대천사 미카엘입니다.  15세기 스페인 화가 Juan de la Abadía el Viejo의 그림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여러분이 선행을 할 고운 심성을 심어준 분도 하나님이시고, 여러분이 교회를 접할 수 있는 시대와 장소에 태어나게 해주신 분도 하나님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의 믿음이나 십일조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며 오로지 신의 은총만이 여러분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의 구원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은 너무 불공평하지 않냐고요?  글쎄요, 신의 뜻을 인간의 두뇌로 이해를 하려는 것은 무한도전에 가까운 일입니다만, 애초에 우리의 생김새나 키, IQ, 다리 길이 등이 모두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결정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구원 여부도 그렇게 미리 결정되는 것이 불공평한 일일지는 몰라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잘 이해를 못합니다만, 이것은 결코 체념적인 운명론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으니 난 노력할 필요도 없고 착하게 살 필요도 없다는 뜻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오로지 신의 은총에 의한 것이며 결코 우리가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누려도 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니 내가 이걸 누리는 것은 공정하다' ?  과연 그럴까요 ?  source : tri-lakescares.org/2016/01/28/on-a-plate-a-short-story-about-privilege/ )  

 

 


저는 구원예정설의 진정한 의미가 바로 그런 것이며, 예수님께서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요한복음 13:34) 라는 새로운 계명을 내리신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대표적인 반전 노래였던 'There But For Fortune'이야말로, 구원예정설의 의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불운에 처한 이웃들을 위해 사회 복지 확대에 찬성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존 바에즈가 부르는 There But For Fortune은 다음 유튜브에서 감상하세요.

 

youtu.be/S4BYOJ1tc-k

 

 

There But For Fortune
행운이 없었다면 거기에

--------------------------


Show me the prison, show me the jail
Show me the prisoner whose life has gone stale

감옥을 보여줘요, 교도소를 보여줘요
삶이 바래져버린 죄수를 보여줘봐요

And I'll show you a young man with so many reasons why
There but for fortune go you or I

그 사람이 그렇게 될 때까지 수많은 사연이 있는 젊은이라는 것을 보여줄게요
행운이 없었다면 거기에 당신이나 제가 갈 수도 있었어요

Show me the alley, show me the train
Show me the hobo who sleeps out in the rain

뒷골목을 보여줘요, 기차를 보여줘요
빗 속에서 잠을 자야하는 부랑자를 보여줘봐요

And I'll show you a young man with so many reasons why
There but for fortune go you or I

그 사람이 그렇게 될 때까지 수많은 사연이 있는 젊은이라는 것을 보여줄게요
행운이 없었다면 거기에 당신이나 제가 갈 수도 있었어요  

Show me the whiskey stains on the floor
Show me the drunkard as he stumbles out the door

바닥에 떨어진 위스키 자국을 보여줘요
문간에서 쓰러지는 주정뱅이를 보여줘봐요

And I'll show you a young man with so many reasons why
There but for fortune go you or I

그 사람이 그렇게 될 때까지 수많은 사연이 있는 젊은이라는 것을 보여줄게요
행운이 없었다면 거기에 당신이나 제가 갈 수도 있었어요 

Show me the country where the bombs had to fall
Show me the ruins of the buildings once so tall

폭탄이 떨어져야 했던 나라를 보여줘요
한때 우뚝 섰던 건물들의 잔해를 보여줘봐요

And I'll show you a young land with so many reasons why
There but for fortune go you and I
You and I

그 나라가 그렇게 될 때까지 수많은 사연이 있는 젊은 나라라는 것을 보여줄게요
행운이 없었다면 거기에 당신과 제가 갈 수도 있었어요  
당신과 제가요

 

 

 

 

 

반응형

댓글7

  • 아즈라엘 2021.01.14 07:54

    한국교회가 코로나 시국에 저렇게 발광하는 이유가 십일조떄문이라는게 정설일지도...
    원양어선타서 일억오천 벌어놓으니 그걸 싸그리 교회에 십일조로 바쳐서 개빡친 남자가 교회목사를 칼로 찌르고 도망갔던 사건이 생각나네요

    답글

  • keiway 2021.01.14 13:38

    부의 대물림은 인류사 언제나 있었던 일이죠.
    자식이 잘 되도록 해주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본성이니까요. 저도 그렇습니다.

    다만 그렇지 못한 환경의 사람이더라도,
    더 뒤에 있는 출발선에서 출발하더라도 언젠가는 역전할 수도 있다는 기회는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회가 보다 더 확대되는 것이 인류의 진보겠지요.
    신분제 사회에서 현대사회로 진보했듯이.

    하지만 최근의 사회는 자본주의가 오래되면서 사회가 고착화되어
    점점 더 부의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혁명 없는 점진적인 진보는 불가능한 걸까요.

    보다 나은 방향으로 사회와 정치가 전진할 수 있도록 각자 힘을 보태면 좋겠습니다.


    답글

  • 잡지식 2021.01.15 02:01

    저는 운이 좋게도 고등부때 사역하시던 전도사님이 확고한 칼뱅주의자셔서 예정론에 성화까지 설교하시는걸 들었는데, 음.. 확실히 듣고 나니까 한국 교회가 심한 말로 카고 신앙적인 면이 크다는걸 느꼈습니다. 미국인들이 하니까 따라는 했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는 상황이랄까요. 그래도 젊은 목사분들중에는 의지를 가지고 설교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한데, 이게 주류가 될 수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답글

    • 아즈라엘 2021.01.18 03:34

      양복입은 무당들이 좀 많죠
      복음주의가 한국에 들어와서 토속신앙과 합쳐져 기복신앙이 된 희한한 케이스가 되었죠

  • 김춘선부장 2021.01.16 22:04

    싯다르타의 사촌형이 싯다르타 스승의 움막을 불태웁니다. 싯다르타의 스승의 움막을 제일 낮은 계급인 수드라가 지었기 때문이지요.
    싯다르타의 스승은 사촌형에게 쓰레기를 치우고 똥을 치워줄 수드라를 내쳤으니 앞으로 내 변기는 니가 청소해줘야겠다 라고 합니다.
    답글

  • 까까님 2021.01.18 09:06

    얼마나 노력했는가 보다는 누구 자식으로 태어났는가가 더 중요한 게 당연할 수도 있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역사를 보면 최근 100년 정도 뺀 99.99%의 기간 동안 당연히 그랬으니까
    라고... 마누라에게 했던 얘기입니다
    민주주의인지 자본주의인지 그런 패러다임이 흔들리면서 정치사상도 레트로 열풍으로 빠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주 드네요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그 변화가 뇌 속에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저출산이라는 파괴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주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게 민주주의 종말의 시작인지, 그저 더 큰 발전을 위한 잠깐의 출렁임일 뿐인지 따져보는 것 조차 오만한 짓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인류 역사상 독특했던 100년 중에 일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없을 수 없네요
    kelway님 말씀 처럼 부의 대물림은 언제나 있어왔고 신분이라는 벽이 그 대물림의 질서가 흔들리지 않도록 지켜온 것이 인류가 대부분의 세월을 살아온 방식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오늘이 민주주의의 종언이 시작되어 인류가 언제나 그러했던 방식으로 회귀하는 첫날이라 하더라도, 다시 돌아올 옛날과 같은 미래의 그 세상이 나시카님이나 kelway님 말씀 처럼 기회의 싹을 뽑아버리고 가지 하나 꺾인 나무를 잘라내는 식의 세상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아무리 부와 신분이 대물림 되는 세상이더라도 자세히 보면 방어력이 그렇게 탄탄하지만도 않았지요
    부도 신분도 영원은 고사하고 다음 세대로 조차 전해지지 못하는 경우가 하늘의 별 만큼 많았고, 그 중에 역모 같은 걸로 몰락하는 경우에는 걱정할 다음 세대 자체가 없어지기도 하잖아요
    저만 해도 찌질이 노가다로 살아가게 된 이유가 한때 잘 나가던 노가다였던 아버지께서 노가다가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해서 어째저째 이렇게 되버린 경우인데요
    자식 앞날 아무리 대신 살아주려고 해도 There But For Fortune일 뿐이더라구요
    You and I 이 부분이 참 마음에 와닿는 가사입니다
    나시카님 말씀대로 사랑으로 묶여진 유와 아이가 또 사랑으로 묶여진 다른 유 앤 아이와 사랑으로 다시 묶여진다면 정치나 경제 제도가 어찌됐건 가장 안전하고 바람직한 세상일 텐데요
    답글

  • ㅇㅇ 2021.02.11 11:31

    종교는 믿는게아니라생각 무종교는 압도적으로많아지고 머지않아 종교인이 사라질듯해요
    젊은세대는 아예 안믿고 삼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