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51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7) - 해가 빨리 지는 바다 올빼미 같은 특수한 경우를 뺴고는 새는 밤에 날지 않음. 네발 짐승들 중에는 야행성 짐승도 많지만 대부분의 조류는 주행성임. 하늘을 나는 새는 냄새나 소리가 아니라 눈으로 먹이와 위험을 파악해야 하므로, 해가 없는 밤에는 날지 않는 것임. 같은 이유로, WW2 직전까지도 각국의 해군 항공대는 야간 비행은 어지간해서는 하지 않았음. 폭격할 적의 도시도, 그리고 돌아올 아군 기지도 모두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육군과는 달리, 해군 항공대의 목표물은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는 군함이었기 때문. (물론 민간에서는 WW1~WW2 사이에 야간 비행을 곧잘 했음. 그래서 이 책 표지처럼 생뗵쥐뻬리의 '야간비행'이라는 소설까지 있는 것임.) (또한 WW1 기간 중 독일은 쩨펠린 비행선과 Gotha 폭격기를 이용.. 2025. 4. 10.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3) - 보고서를 닥달하는 이유 10월 9일 오전 나폴레옹이 블뤼허를 잡겠다고 멀더강을 따라 바트 뒤벤으로 밀고 올라가는 동안, 랑쥬롱의 러시아 군단과 함께 바트 뒤벤에 있던 블뤼허는 휘하 각 군단들에게 라이프치히로의 진격을 취소한다는 명령문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블뤼허에게 들어온 여러 첩모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라이프치히로 직행하고 있었으므로 서둘러 후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9일 오후가 되면서 여기저기서 그랑다르메 병력이 멀더강 좌우 강변을 따라 북상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날아온 보고서는 그 날 아침 7시경 아일렌부르크 동쪽의 모크레나(Mockrehna)에 있던 자켄(Fabian Gottlieb von der Osten-Sacken) 장군이 보낸 것이었는데, 그때만.. 2025. 4. 7.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7) - 이탈리아의 폭격기 그러던 와중에 WW2가 터졌음. 영국 지중해 함대는 굉장히 난처한 처지에 빠짐. 누가 봐도 우선순위는 영국 본토 방어가 더 중요했으므로 항모 HMS Glorious를 비롯한 주력함들은 모두 본토 함대(Home Fleet)로 소환되고 남은 것은 낡고 작고 느린 항모 HMS Eagle (2만2천톤, 24노트)과 순양함 몇 척 뿐. 심지어 전함은 낡은 석탄 전함 하나도 없었음.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지중해는 1차적으로 프랑스의 책임이었음. 그러나 1940년 5월 프랑스가 독일에게 항복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지게 됨. (HMS Eagle은 원래 칠레 해군에서 주문한 수퍼 드레드노트급 전함 Almirante Cochrane이었는데, 아직 진수 이전이던 1918년 2월, 당시 WW1을 치르고 있던 영국해.. 2025. 4. 3.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2) - 나폴레옹 버프는 없다 10월 7일 오전, 마이센으로 향하고 있던 나폴레옹에게 도착한 것은 전날 저녁 벤너비츠(Bennewitz)에서 보내온 네의 보고서였습니다. 그 보고서의 내용은 당장이라도 라이프치히에 도착할 것 같아 보이던 블뤼허가 일단 진격을 멈추고 멀더강의 우안에 멈춰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먼저 엘베 강변의 프랑스군 요새인 비텐베르크(Wittenberg)의 포위 공격을 마무리하여 후방에 대한 걱정을 덜어낸 뒤에 움직이려는 것 같다는 네의 추측도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네는 결단성과 용기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자였으나 결코 지략으로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네의 추측성 보고를 나폴레옹이 100% 믿었다면 이상한 일이겠지만, 희한하게도 이때의 나폴레옹은 자기에게 유리한 보고만 골라서 믿.. 2025. 3. 31.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6) - 글로리어스의 고난 흔히 1941년 12월 일본해군의 진주만 습격은 1940년 11월 영국해군의 타란토(Taranto) 습격에 영감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함.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음. 다만 영국해군이 타란토 습격의 본질인 항구에 정박한 적함을 뇌격기로 기습 공격한다는 개념 자체를 발명한 것은 아니었음. 그런 개념을 처음 공개한 것은 바로 미해군. 아니러니컬하게도 바로 진주만에 대한 워게임에서 나왔음. 아직 해전의 주역은 든든한 장갑과 대구경 주포를 갖춘 전함의 몫이고 항공모함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전함의 작전을 위한 정찰이라는 생각이 주도적이던 1932년 2월, 하와이 방어를 위한 워게임이 벌어짐. 이때 공격군을 맡은 Harry E. Yarnell 제독은 사람들의 고정 관념을 깨버림. 야널 제독의 공격 함.. 2025. 3. 27.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1) - 전진과 철수 나폴레옹에게는 블뤼허와 베르나도트를 이번 전투에서 확실히 괴멸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다만 그건 전투에서 이들을 패배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아니라, 이번에도 이들이 싸우지 않고 도망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였습니다. 이를 위해서, 그는 당장 라이프치히로 무작정 달려가기 보다는, 먼저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상황을 파악한 뒤 먼저 엘스터와 데사우의 다리들, 즉 블뤼허와 베르나도트의 탈출로부터 끊기로 합니다. 이건 너무 낙관적으로 승리를 자신하는 행위 아니었을까요? 나폴레옹은 블뤼허-베르나도트와의 결전에서 패배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이 세운 1차적인 계획은 먼저 마이센으로 간 뒤, 거기서 정보를 더 획득하여 그에 따라 토르가우로 갈지 뷔르첸으로 갈지 정한다는 것이었.. 2025. 3. 24.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5) - 유틀란트에서 마타판까지 WW1 이전에는 함교에서 전성관(voice tube 혹은 speaking tube)을 통해 어느 방향에 있는 어느 적함을 때리라고 각각의 포탑에 명령을 전달하면, 각각의 포탑이 알아서 적과의 거리와 방위각 등을 판단하고 포격하는 방식. 이건 수 km 앞의 적함을 공격할 때나 유효했던 전술이었고, 하물며 야간에는 절대 통하지 않는 방식. 일단 10km가 넘는 원거리에 위치한 적함과의 거리를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고, 조명탄이든 달빛이든 탐조등이든 어떻게든 적함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발포하는 순간 적함을 다시 놓치는 경우가 많았음. 주포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섬광 때문에 관측자가 순간 눈이 멀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 다시 적함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 WW1 당시엔 이미 대.. 2025. 3. 20.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0) - 나폴레옹의 산수 동쪽 바우첸 일대에서 대치 중이던 블뤼허가 난데 없이 전군을 이끌고 북쪽 바르텐부르크에 나타났다는 것은 뜻하는 바가 뻔했습니다. 바로 베르나도트와 합류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이제 막 남쪽 보헤미아 방면군이 얼츠거비어거 산맥을 넘어 켐니츠 남서쪽 방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더 할 나위 없이 분명했습니다. 연합군은 남쪽과 북쪽에서 일제히 움직여 라이프치히에서 합류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연합군의 3개 방면군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었고, 나폴레옹이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연합군의 의도를 파악하자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드디어 앞이 보이지 않던 외통수에서 벗어날 기회가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8월 27일 .. 2025. 3. 17.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4) - 어뢰와 조명 개발된지 얼마 안된 어뢰가 진짜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온 것은 영국 해군이 어뢰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어뢰정(torpedo boat)이라는 특수함정 HMS Lightning을 취역시킨 1876년부터. 작고 빠르고 건조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어뢰정들이 크고 둔중한 장갑 전함에 재빨리 접근하여 어뢰를 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원래 장갑 전함들의 장갑판은 흘수선 위에 집중되었고, 흘수선 아래 깊숙한 곳까지는 보호하지 못했음. 아무리 강력한 포탄이라고 해도 물 속에 들어가는 순간 속도가 확 떨어졌기 때문에 수면 바로 아래 부분 정도까지만 장갑판을 두르면 충분했기 때문. 그런데 그보다 더 아래 부분, 그러니까 장갑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을 어뢰가 때리면 전함은 끝장. (이건 어뢰정에 대한 대비를 고려하.. 2025. 3. 13.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19) - 애들 말고 어른들을 보내게 온라인 쇼츠 컨텐츠 중에 나름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가 전갈, 지네, 거미 등의 절지류 및 곤충들끼리 싸움을 붙이는 내용입니다. 곤충판 검투사 대결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잔인한 쇼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마귀입니다. 사실 사마귀는 다리도 가늘어 힘이 특별히 센 것도 아니고 독도 없어서 대단한 검투사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마귀가 자주 승리하는 이유는 바로 갈고리 같은 앞발이 아니라 눈 덕분입니다. 타란튤라나 전갈처럼 무시무시한 절지류들은 대부분 눈이 좋지 않아 바로 몇 cm 앞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사마귀는 언제나 먼저 상대의 존재와 모양, 크기 등을 파악한 뒤 언제 어디를 공격할지 계산을 하고 움직입니다. 사마귀의 싸움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정보의 중요성.. 2025. 3. 10. 예루살렘의 종소리 - Coldplay의 Viva La Vida 가사 해설 콜드플레이의 최고 히트곡인 Viva La Vida는 워낙 유명한 곡이고 이미 훌륭한 번역과 설명도 많지만, 콜드플레이가 4월에 내한공연하는 것을 기념하여 번역했습니다. 노래 제목 Viva La Vida는 스페인어로서 그냥 "인생 만세" 정도의 뜻입니다. 그래서 제목과 함께 그 신나는 박자를 들으면 그냥 인생을 즐기자는 내용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만, 그 가사 내용은 꽤 심각하고 체념적인 것입니다. 이 노래 가사의 형식은 몰락한 군주/왕/독재자의 독백으로 되어 있는데, 가사를 들어보면 이 노래의 주인공은 원래 왕족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어서 왕이 될 운명은 아니었는데, 어떤 혼란스러운 변혁기에 어쩌다 기회를 잡아 권좌에 오른 것처럼 나옵니다 (It was the wicked and wild wind, bl.. 2025. 3. 6.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18) - 거절할 수 없는 제안 이제 나폴레옹과 그의 그랑다르메 본진이 슈바르첸베르크의 보헤미아 방면군보다 먼저 라이프치히에 도착할 것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블뤼허와 그나이제나우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미 언급한 대로, 베르나도트는 미적거리며 내렸던 라이프치히로의 진격 명령을 기다렸다는듯이 모조리 취소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라이프치히로 진격하는 것은 자살행위가 분명했고, 블뤼허조차도 그걸 고집하지는 못했습니다. 라이프치히로 가지 않는다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달려오고 있는 것은 단순히 라이프치히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분산된 상태인 슐레지엔 방면군과 북부 방면군을 보헤미아 방면군이 합류하기 전에 각개격파하기 위해서였으니까요. 이대로 우물쭈물하고 있다가는 나폴레옹에게 덜미를 잡힐 .. 2025. 3. 3. 이전 1 2 3 4 ··· 7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