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11 WW2 레이더 이야기 (1) - 렌도바 섬 상륙 작전 할시 제독이 1943년 1월 말의 렌넬 섬(Rennel Island) 해전에서 순양함 USS Chicago (CA-29)가 격침된 것은 VHF 무전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관련 장비의 대량 생산을 촉구한 일의 배경을 살피느라 그 동안 수정 공진기, 즉 크리스탈 오실레이터(crystal oscillator) 이야기를 계속 했었는데, 이제 그 VHF 무전기가 실전에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순서임. 이제 과달카날을 완전히 장악하고 헨더슨 기지로부터 육군항공대의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미군은 동 솔로몬 제도 중 서쪽 뉴 조지아(New Georgia) 섬으로 진출을 시도.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것은 뉴 조지아 섬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문다(Munda)의 일본군 비행장.. 2024. 11. 21.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4) - 포로가 된 아들 9월 중순, 블뤼허의 슐레지엔 방면군은 다소 갑갑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일단 당장 대치하고 있는 막도날의 보버 방면군을 계속 몰아치고는 있었으나, 베르나도트를 치려는 나폴레옹으로부터 '보버 방면군이 전선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계획이 흐트러진다'라는 닥달을 받은 막도날도 결사적으로 블뤼허에게 저항하고 있어서 서쪽 드레스덴으로의 진군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막도날의 등 뒤에는 엘베강과 드레스덴이 있었고 막도날은 여차하면 드레스덴의 견고한 성벽 뒤로 숨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나폴레옹의 주력군이 도사리고 있는 드레스덴에 블뤼허 혼자서 접근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중에야 그것이 밀가루 수송선단 호위를 위한 병력 전개라는 것을 알았지만) 엘베강 우안인 그로스엔하.. 2024. 11. 18. WW2의 수정 이야기 (8) - 안티 에이징 솔루션을 찾아서 많은 비용을 들여 제조해놓은 수정 박판들이 crystal aging이라는 노화 현상 때문에 결국 몇 주, 몇 달 후에는 모조리 불량품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군 통신사령부 산하 QCS는 공황 상태에 빠짐. 이미 수백만 개의 완성품이 쌓여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달에 1백만 개씩 계속 양산이 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였음. 지금이라도 생산 중단을 명령해야 하나? 하지만 그럴 경우 대안은 있나? 당장 세계 곳곳의 전투 현장에서 많은 미군들이 목숨을 잃어가며 싸우고 있는데, 그들을 위한 무전기는 어떻게 하지? 특히 이 crystal aging에 따른 무전기 고장의 피해는 영국에 주둔한 제8 공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남. 태평양 전선처럼 덥고 습한 환경도 아닐 텐데 왜.. 2024. 11. 14.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3) - 엘베강의 밀가루 9월 들어 나폴레옹의 상황은 무척이나 난처한 것이 되어 버렸는데, 그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로스비어런과 덴너비츠에서 연달은 패배였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드레스덴의 나폴레옹을 남북동쪽에서 둘러싼 3개군 중에서 나폴레옹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베르나도트의 북부 방면군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이건 매우 뜻밖의 결과였습니다. 애초에 연합군의 3개 방면군 중에서 주력은 누가 뭐래도 러시아-프로이센-오스트리아의 3대 군주들이 총집합한 보헤미아 방면군이었고, 가장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다크 호스가 블뤼허와 그나이제나우가 이끄는 슐레지엔 방면군이었습니다. 아무도 베르나도트가 큰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은 베르나도트가 뭐 대단한 리더쉽을 발휘하거나 과감한 작전을 펼친 것은 아니었.. 2024. 11. 11. WW2의 수정 이야기 (7) - 통신 두절 1943년 하반기에 접어들 무렵엔 이미 상당한 양의 수정 공진기가 제조되어 세계 각지의 물자 집적소는 물론 최전선 부대에게까지 보급되어 있었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씩 수정 공진기를 이용한 무전기가 먹통이 되었다는 장애 보고서가 올라오기 시작. 세상에 인간이 만든 물건 중에 고장 없는 물건이 없는 법이므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 그런 보고서에 대해 관계자들은 대개 '일부 불량품이야 당연히 있는 법이지'라든가 '무식한 병정놈들이 최첨단 무전기를 제대로 쓸 줄 몰라서 발생한 문제' 등으로 치부하며 별 신경을 쓰지 않음. (왜 먹통이냐고? 니들이 뭔가 잘못 만졌겠지!) 하지만 가면 갈 수록 점점 그런 장애 보고서가 많이 올라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장 건수가 늘자 이.. 2024. 11. 7.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 - 왕세자에 대한 고자질 블뤼허는 베르나도트가 9월 6일 덴너비츠에서 네를 격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뻤습니다만, 곧 이어 별도로 날아든 뷜로(Friedrich Wilhelm Freiherr von Bülow)의 편지를 읽고는 무척 복잡한 심경이 되었습니다. 뷜로는 베르나도트 밑에서 북부 방면군 산하 프로이센 제3군단을 맡고 있었는데, 그는 베르나도트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옛 적군인 그에 대해 깊은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같은 프로이센 사람인 블뤼허에게는 별도의 편지를 보내 '베르나도트를 믿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입니다. 이 편지에서, 뷜로는 덴너비츠에서 열심히 싸운 것은 자신과 타우엔치언이 지휘하는 프로이센군 제3,4군단 뿐이었으며, 베르나도트는 온갖 핑계를 대며 진격을 미루다 승부가 판가름난 이후인.. 2024. 11. 4. WW2의 수정 이야기 (6) - 유보트와 연금술 처음 미국에서 내놓은 수정 수입 확대안은 브라질에서의 수정 생산량을 늘리는 것. 그러기 위해서 미국인들이 생각한 방법은 지극히 미국적인 방법. 얘들은 별 생각도 없이 그냥 '기계화'를 추구하여 불도저와 굴삭기 등 온갖 노천 광산용 중장비를 잔뜩 브라질에 보내기로 함. 이미 소련과 영국에 lend-lease라는 이름 하에 엄청난 양의 탱크와 지프차, 트럭과 대포, 탄약과 식량 등을 퍼나르고 있었는데 브라질에 불도저와 굴삭기 수십 대 정도야 못 보내겠는가? 그런데 1차로 보낸 중장비들은 대서양을 횡단하다 유보트에 걸려 어뢰를 얻어맞고 꼬로록. 좌절하지 않고 다시 보내 결국 무사히 하역. 그런데 거기서부터가 진짜 문제. 수정이 나는 곳은 당연히 해안의 도시 주변이 아니라 내륙의 고원지대. 그런데 .. 2024. 10. 31.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1) - 명령 불복종 여태까지 왜 바이에른이 10월 8일 오스트리아와 리드(Ried) 조약을 맺고 나폴레옹을 배신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셨습니다. 이제 다시 시선을 나폴레옹과 슈바르첸베르크, 블뤼허와 베르나도트에게 돌려보시겠습니다. 9월 6일 덴너비츠(Dennewitz) 전투에서 베르나도트가 네를 완패시킨 뒤, 과연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먼저 나폴레옹은 8월 29~30일의 쿨름 전투 이후에도 보헤미아로 쳐들어가 슈바르첸베르크의 보헤미아 방면군과 결전을 벌이려고 시도는 해보았습니다. 그는 생시르의 제14군단을 선두로 빅토르의 제2군단과 근위대, 그리고 와해된 방담의 제1군단 잔존 병력까지 보헤미아로 넘어가는 얼츠거비어거(Erzgebirge) 산맥 일대에 투입했습니다. 실제로 생시르의 제14군단의 선두는 9월.. 2024. 10. 28. WW2의 수정 이야기 (5) - 기초 학력과 브라질 미육군 통신사령부에서 무전기용 수정 박판 대량 생산 임무를 받고 창설된 부대인 Quartz Crystal Section (QCS)는 몇몇 전자기 관련 박사님들의 도움만을 가지고 전쟁 특수 와중에도 일거리를 구하지 못한 사실상 실업자 신세의 공장주들과 노동자들을 빠른 시간 안에 전자부품용 수정 박판 제조 전문가로 탈바꿈 시켜야 했음. 이 엄두가 나지 않는 임무에 대해 QCS가 가진 자산은 몇몇 관련 기술 문서 뿐. 딱히 수정 가공 전문업체도 아닌 공장 사람들에게 수정의 압전 효과 및 가공 등에 대한 기술 문서 몇 개를 던져주고 알아서 수정 박판 만들어오라고 하면 과연 일이 제대로 돌아갔을까? 돌아갔음. 여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필요했음. 첫째, 자본주의적인 인센티브. 당시 QCS의 주문을.. 2024. 10. 24. 바이에른의 배신 (11) - 제롬의 무기고 바이에른이 오스트리아와 전향 협상을 한창 진행 중이던 9월 중순, 제1선인 작센 저 후방에서 사건이 하나 벌어집니다. 당시 27세이던 러시아의 체르니셰프(Alexandre Ivanovich Chernyshev) 장군은 베르나도트의 북부방면군 소속이었는데, 달랑 3천의 기병들, 즉 코삭 기병 5개 연대(각 연대는 대략 500명)와 정규 기병 6 개 대대(squadron, 각 squadron은 대략 120명)에 1개 기마포병대(4문)만 이끌고 9월 14일 엘베 강을 건넌 것입니다. 이렇게 코삭 기병대가 주축이 된 러시아군 부대가 프랑스군 후방에 침투하여 온갖 노략질로 후방 통신과 보급을 위협하는 일은 늘상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수천 단위의 부대가 하나로 뭉쳐서 움직이는 일은 드물었고, .. 2024. 10. 21. WW2의 수정 이야기 (4) - 독일군 무전기의 충격 미군에서도 훨씬 간단한 구조를 가진 덕분에 고장도 적고 성능도 안정적인 수정 공진기를 군용 무전기에 사용하자는 의견이 많았음. 그러나 적어도 1939년 중반까지 미군 장성들은 그런 의견을 묵살. 장군님들은 (1) 유연성 (2) 비용 (3) 가용성의 세 가지 이유로 수정 공진기를 싫어했기 때문. 수정 공진기가 비싸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 수정을 보석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수정은 그 자체가 싼 물건은 아니었음. 게다가 지난 편에서 설명한 대로 1kg의 수정에서 20~30개의 수정 박판을 만들어내는데 비용이 30달러 정도 든다고 했으니, 공진기를 만들기 위한 수정 박판 1개의 가격은 이윤을 뺀 생산단가가 1~1.5달러 정도였다는 이야기. 1935년의 1달러는 지금의 23달러 .. 2024. 10. 17. 바이에른의 배신 (10) - 두 개의 봉인이 풀리다 막시밀리안 1세의 맏아들인 루드비히는 1809년 당시 23세 한창 나이였는데, 당연히 실전에서 사단장 노릇을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습니다. 그의 성향은 원래부터 반(反)프랑스, 친(親)오스트리아이자 낭만적인 민족주의였습니다. 그는 특히 독일 중세 시대에 대한 매니아로서 나중에 왕이 된 이후 상(上) 바이에른(Oberbayern), 하(下) 바이에른(Niederbayern), 슈바벤(Schwaben), 프랑켄(Franken) 등의 옛 지방명을 복원하고 자신의 호칭도 '바이에른 국왕이자, 프랑켄 공작, 슈바벤 공작, 팔츠 백작' 등으로 고치기도 했습니다. 좀 오버스러운 이런 성향은 그가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장애에 가까울 정도로 귀가 잘 들리지 않고 말더듬이 심했다는 점에 대한.. 2024. 10. 14. 이전 1 2 3 4 ··· 6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