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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 개발82

무선 침묵 이야기 (4) - 대서양 상공의 콘돌 해군은 군함을 타고 싸우는 군대가 아니라 바다에서 싸우는 군대.  그러니까 해군이 꼭 군함으로 싸울 이유는 없으며 항공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지상에서 싸우기도 함.  가령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해군 구축함 HMS Glamorgan을 타격한 Exocet 미사일은 포클랜드 해안 근처 언덕에 숨어있던 엑조세 미사일 임시 발사대에서 아르헨티나 해군 요원들이 쏜 것.  원래 그 엑조세 미사일과 그 발사대는 아르헨티나 구축함 ARA Segui에 달려 있던 것을 떼어내 C-130 수송기로 실어왔던 것.  (당시 아르헨티나 해군이 급조해서 만든 지상 이동형 엑조세 미사일 발사대.) 그런데 고대 아테네와 페르시아가 싸운 살라미스(Salamis) 해전, 베네치아를 주축으로 한 서유럽과 오스만 투르크가 붙은 레판.. 2024. 8. 15.
무선 침묵 이야기 (1) - 항모에서 순양함과 구축함으로 흔히 현대적인 미해군 항모전단 하나는 어지간한 국가의 공군력 전체와 상대해도 완승을 거둔다고들 하지만 그건 그냥 하는 소리일 뿐이고, 실제로 항모가 적 공군기지 근처에 접근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  짧은 비행갑판에서 이착함해야 하는 제약조건이 주어진 함재기는, 그런 조건 없이 연료와 폭장량을 한도까지 마음껏 실을 수 있는 지상발진 전폭기에 비하면 아무래도 성능과 작전 반경에서 불리하기 때문.   게다가 지상 공군기지에 폭탄 몇 방 명중했다고 그 공군기지 전체가 사용불능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좁은 공간에 항공유 탱크와 탄약고, 복잡하고도 예민한 각종 전자장비 등을 구겨 넣은 항모에는 폭탄이 한두 방만 명중해도 작전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음.  항모의 유용함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항공전력을 .. 2024. 7. 25.
남태평양의 밤 하늘 - 과달카날에서의 야간 요격 과달카날 전투는 결국 헨더슨 항공기지를 차지하기 위해 미일 양군의 수많은 생명들이 덧없이 스러진 일련의 육-해-공 전투.  그만큼 헨더슨 기지의 지리적 위치가 중요했다는 것인데, 일본해군의 제해권 장악이 여의치 않자 자연스럽게 일본육군의 지상전도 보급 및 병력 충원 문제로 패배로 끝났음.  하지만 일본군은 라바울에 이미 강력한 항공전력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원거리에서 끊임없이 헨더슨 기지에 대한 폭격이 가능.  하지만 그마저도 헨더슨 기지의 레이더 지원을 받은 미해병대 전투기들의 분전으로 1942년 말까지 일본기 570대가 격추되며 결국 좌절. 하지만 일본군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이, 포기를 모르고 질척거린다는 점.  주간 폭격은 불가능하다고 판명되자, 1942년 11월부터 일본군은 별 효과도 없는 야간 폭.. 2024. 6. 27.
미해병대의 레이더 이야기 (1) - Clutter와 noise의 차이 1942년 8월 7일 과달카날에 처음 상륙한 미해병대를 지켜준 것은 전함과 순양함, 그리고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F4F Wildcat 전투기들이었는데, 이들은 USS Enterprise와 USS Saratoga 등의 항모로부터 이함한 것들.  미해병대의 상륙 목적은 일본군이 닦던 활주로를 점령하고 그걸 미군 비행장으로 완성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병력과 함께 온갖 물자와 장비들이 필요했는데, 문제는 이게 미군이 역사상 거의 처음 해보는 대규모 상륙작전이라는 것.  (흔히 Higgins boat라고 불렸던 상륙용 주정(LCVP, landing craft, vehicle, personnel)은 1941년 5월에야 첫 시험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나중에 개발된 것.) (미군의 LCVP는 일본군이 중일전쟁.. 2024. 6. 13.
미육군의 레이더 개발 이야기 (4) - 두 레이더 이야기 1937년 B-10 폭격기를 성공적으로 포착해내는 레이더 시범을 통해 탄력을 받은 미육군 통신사령부(Signal Corps)는 먼저 SCR-270 조기경보 레이더를 개발하고, 이어서 SCR-268 대공포 조준 레이더를 개발.  SCR은 Signal Corps Radio을 뜻하는 이니셜.   조기경보 레이더라는 본질이 같았으므로 미해군의 CXAM 레이더와 근본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았던 SCR-270 레이더와는 달리, SCR-268 레이더는 일단 모양새부터 매우 달랐음.  일단 기본적인 모양새는 마치 옛날 범선의 돛대처럼 생겼음.  가운데 기둥 같은 세로축을 중심으로, 활대 같은 가로축이 달려 있는 형상.  그리고 그 가로 활대 같은 것에 침대 스프링틀 같은 것들이 덕지덕지 달린, 가로로 긴 십자가 같은 .. 2024. 6. 6.
미육군의 레이더 개발 이야기 (3) - lobe switching이란 무엇인가? 전파 발신원의 방향이 어디인지는 헤르츠 박사가 전파의 존재를 입증한 초기부터 그 탐지 원리가 알려졌던 것.  즉, 루프 안테나의 각도에 따라 신호 강도가 달라지므로, 루프 안테나를 빙글빙글 돌려보면 그 방향을 잡을 수 있었음.  문제는 그런 식으로 미세한 강도의 차이를 사람의 눈 또는 귀로 잡아내는 것이 그닥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   (루프 안테나를 이용한 전파 발신원 방향 탐지기의 기본 원리)  (야기 안테나는 이 그림처럼 송신 뿐만 아니라 수신에서도 전파 발신원의 방향을 찾는데 사용될 수 있음.  https://hackaday.com/2021/08/19/wheres-that-radio-a-brief-history-of-direction-finding/ 참조.)전편에서 언급했듯이, 유인 전투기를 적기.. 2024. 5. 30.
미육군의 레이더 개발 이야기 (2) - lobe는 좁을수록 좋다 뭔가 잎사귀처럼 생긴 형태를 뜻하는 로브(lobe)라는 단어가 전파 관련 용어로 사용되면 안테나의 방사 패턴에서 가장 강력한 영역을 지칭.  대부분의 단순한 안테나는 막대기 모양으로 생겼으므로 라디오 방송처럼 omni-directional, 즉 전방향으로 고르게 전파를 방사하는 안테나조차도 방향과 간섭에 따라 각도에 따른 로브를 가짐.   (omni-directional antenna의 전형적인 예가 시골 길가 벌판에 보이는 저런 막대기형 monopole (단극, 모노폴) 안테나.  수평 방향으로 고르게 전파를 쏘아댐.) (그러나 omni-directional antenna라고 하더라도, 수직으로 서있으니까 수평방향으로만 고르게 쏘는 것이고 수직 방향에서는 당연히 고르지 않고 저렇게 간섭에 따라 로브가 .. 2024. 5. 23.
미육군의 레이더 개발 이야기 (1) - 의외로 섬세한 육군 시간을 거슬러 1920년대로 잠깐 이동.  미육군에서도 장거리 목표물 탐지 및 거리 측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음.  당시 미육군 통신사령부 (Signal Corps)에서는 전자파보다는 적외선에 더 큰 가능성을 두고 적외선 감지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고 있었고, 또 음향 탐지를 통해 적군의 항공기를 탐지하는 것도 연구하고 있었음.  그러나 일부 적은 수의 인원들은 전자파를 이용해서도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전자파를 연구.  다만 그 팀은 항공기가 두 전파 발신원 사이를 통과할 때 간섭을 일으킬 텐데 그 간섭 효과를 측정하면 항공기를 탐지할 수 있다는 개념에 집중하는 등 애초부터 방향을 잘못 잡았고, 결국 실질적인 성과는 전혀 없었음. (미육군 통신사령부 (Signal Corps)는 1856년 Alb.. 2024. 5. 16.
산타 크루즈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5) - 꼭대기에 사람 있어요! 이렇게 거의 08시 55분에야 레이더로 북서쪽에서 날아오는 일본기의 존재를 파악한 호넷과 엔터프라이즈는 부랴부랴 그 방향으로 와일드캣 전투기들을 파견.  가는 와중에 호넷의 전투기들은 적기의 고도에 대한 어떤 정보도 듣지 못했으나, 현재 자신들의 고도인 3km는 너무 낮다고 보고 자체 판단으로 고도를 높이기 시작.  가보니 무려 53대에 달하는 뇌격기, 급강하 폭격기, 호위 전투기들이 뒤섞인 대편대.  그리고 결정적으로 적기의 고도는 5km.  이에 엔터프라이즈의 전투기들도 급히 고도를 높였으나 간신히 그 고도에 도달할 때 즈음 이미 일본기들은 다이빙을 시작.  결국 레이더에 의한 적기 포착이 너무 늦었던 것.   와일드캣 전투기들은 제대로 된 교전을 수행할 수가 없었고, 대부분의 일본 폭격기 및 뇌격기.. 2024. 5. 9.
산타 크루즈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4) - 신호가 흐르는 파이프 안테나는 그냥 금속제 막대기들을 엮어 놓은 신호의 매체에 불과.  안테나를 통해 송출되는 레이더파, 즉 강력한 전자기 에너지를 가진 펄스 신호파는 어디서 생성될까?  1942년 당시엔 아직 cavity magnetron 개발이 완료되지 못했으므로 CXAM 레이더는 진공관을 이용하여 신호파를 생성.  이렇게 진공관에서 생성된 신호파는 회로를 거쳐 안테나로 향함.  그런데 안테나는 비바람에 노출된 군함 마스트 꼭대기에 설치되는 것이 보통.   당연히 안테나 몸체에 정교한 진공관과 모듈레이터 등의 전자회로를 설치해둘 수는 없고 거리가 꽤 떨어진 함체 내의 어딘가 안전한 곳에 설치해야 함.   (아주 단순화된 레이더 구조.  저 duplexer는 별 것이 아니라 그냥 필요에 따라 같은 안테나가 한번은.. 2024. 5. 2.
산타 크루즈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개파조사와 그의 수제자 이렇게 일본해군 기동부대를 치러 날아가던 미해군 함재기들은 모함을 향해 날아가는 일본해군 함재기들의 대편대를 목격하고는 즉각 모함들을 향해 무전을 날려 '그쪽으로 적기들이 날아간다'라고 알려줌.   덕분에 USS Enterprise와 USS Hornet은 레이더가 적기를 탐지하기도 전에 바싹 긴장하고 대비.  그러니 미리 유도된 CAP 전투기들에 의해 거의 완벽하게 요격이 가능했을 것. (USS Hornet (CV-8, 2만5천톤, 32노트)는 요크타운 및 엔터프라이즈와 함께 Yorktown-class 항모 3척 중 하나.  이 세자매 중 종전시까지 살아남은 것은 엔터프라이즈 뿐.  이 사진은 1941년 10월의 모습인데, 아직 마스트에 CXAM 레이더 안테나가 없는 것을 볼 수 있음.  그게 설치된 시.. 2024. 4. 25.
산타 크루즈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2) - 일본해군에게 레이더는 필요없다 10월 26일 새벽 3시 10분, 산타 크루즈 제도의 북쪽에서 카탈리나 비행정의 ASV 공대함 레이더에 포착된 것은 역시나 일본해군 항모 기동부대. 그러나 포착하면 뭘하나? 고질적인 무전통신 문제가 재발했는지, 이 보고는 무려 2시간 뒤인 5시 12분에야 엔터프라이즈-호넷의 항모전단에 도착. 게다가 일본 기동부대와의 레이더 접촉을 유지한 채로 그 근처에서 정찰 비행을 계속해야 했을 것 같은 그 카탈리나 비행정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접촉을 유지하지 않고 기지로 되돌아 와버림. 2시간이나 늦은 보고를 받아든 미해군은 지금쯤 일본 기동부대의 위치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므로 공격은 무의미하다고 보고 정찰기만 또 띄움. 만약 이때 무선통신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야간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일본해군은 일방적인 공.. 2024. 4.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