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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치와 실속 - 나폴레옹의 재혼 성공한 남자가 이혼을 하는 이유는 조강지처와의 성격 차이나 식어버린 애정 문제가 아닙니다. 이유는 단 하나, 새 여자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조세핀과의 이혼이 공식 발표되기 한 달 전, 러시아 주재 프랑스 대사인 콜랭쿠르는 본국으로부터 지시문을 받습니다. 나폴레옹과 로마노프 가문과의 혼인을 추진해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상은 짜르 알렉산드르의 둘째 여동생, 안나(Anna Pavlovna)였습니다. 안나는 당시 14세로서 사실 결혼하기는 너무 이른 나이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생일이 1월이었으므로 불과 몇 달 뒤면 15세가 되었고, 15세면 당시로서는 혼인이 불가능한 나이도 아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자신과 무려 26세 차이가 나는 이 어린 소녀에게 혼인 의사를 밝힌 것이지요. (안나 파블로브나입니다. .. 2017. 12. 17.
사랑과 이별 - 조세핀과의 이혼 오스트리아와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파리로 돌아온 나폴레옹을 기다리는 것은 아스페른-에슬링보다 더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나폴레옹 본인이 시작한 싸움이었습니다. 바로 이혼이었지요. 보통 남자였다면 나폴레옹이 조세핀과 이혼할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조세핀은 결코 이상적인 배우자가 아니었습니다. 황후에 걸맞은 품위와 교양 대신 허세와 낭비가 심했고, 결정적으로 나폴레옹이 목숨을 걸고 전쟁을 하는 동안 젊은 미남자들과 바람을 피운 적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조세핀은 시댁 식구들과의 사이도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보나파르트 가족들은 처음부터 조세핀을 싫어했습니다. 그건 여러가지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시댁 식구들이 보기에 이제 막 출세를 시작한 집안의 대들보 나폴레옹이 나이도 많고 애까지 .. 2017. 12. 10.
코스트코 양파와 5가지 맛의 비밀 - 한국 반찬 문화의 기원을 찾아서 (이 사진의 출처는 아래 헤드라인에 보이는 LA Times의 기사입니다.http://www.latimes.com/world/asia/la-fg-korea-onion-salad-20170919-story.html ) 코스트코의 카페테리아에서는 핫도그와 피자, 치킨베이크 등의 음식을 파는데, 그 카페테리아 한쪽 구석에 잘게 썬 양파를 무제한으로 주는 일종의 양파 디스펜서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걸 접시에 하나 가득 담아서 그 위에 역시 옆에 있는 케첩과 머스터드를 잔뜩 뿌리고 섞은 뒤에 먹습니다. 마치 양파 샐러드처럼요. 양파 샐러드라니 ! 그런거 드셔 보신 적 있습니까 ? 그런데 그거 의외로 먹을 만 합니다. 아마 물에 담궈놓았던 양파인지 매운 냄새가 많이 희미해진 다음이거든요. 저도 거기서 핫도그 .. 2017. 12. 3.
누가 누굴 봉쇄한 것일까 - 나폴레옹과 영국 해군의 해상 봉쇄 최근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해상 봉쇄에 나서겠다고 선언했지요. 해상 봉쇄란 사실 '빨갱이를 때려잡자'라는 구호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가령 유니세프에서 북한 아기들을 위해서 보내주는 백신 등 의약품도 막을까요 ?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요. 또는 태국이 북한으로 수출하는 쌀을 압류할까요 ? 그럼으로써 손해를 보는 태국 곡물 회사의 손해는 누가 보상해주나요 ? 쌀은 식량이니까 봐준다고 쳐도, 가령 몰리브덴(molybdenum)은 어떤가요 ? 이건 대륙간 탄도탄의 탄두 부분(nose cone)에 꼭 필요한 합금 재료이기도 하지만, 공구강 등 일반 산업용으로도 많이 쓰이는 금속입니다. 페루에서 북한에 수출하는 이 금속 자원을 미해군이 마음대로 몰수할 국제법적 근거가 있을까요 ? 이것이 해적 행위와 무엇이 다른.. 2017. 12. 3.
나폴레옹과 인공지능의 체스 대결 - Mechanical Turk 이야기 1809년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 빈을 두번째로 점령했을 때의 일입니다. 참혹했던 아스페른-에슬링 전투와 바그람 전투를 치르고 난 뒤 심신이 피폐했던 나폴레옹이 머물고 있던 쇤브룬 궁전에 색다른 여흥거리 하나가 찾아옵니다. 독일어로 Schachtürke(영어로는 chess turk, 또는 mechanical turk라고 알려졌습니다)라고 불리던 체스 두는 인공지능 기계였습니다. 맬젤(Johann Nepomuk Maelzel)이라는 독일 발명가가 가져온 이 기계는 39년 전인 1770년 만들어진 물건이며, 당시 그 첫번째 체스 상대는 나폴레옹도 잘 알고 있던 코벤츨(Ludwig von Cobenzl) 백작이었다고 했습니다. 코벤츨 백작은 나폴레옹이 대승을 거둔 마렝고 전투 이후 제2차 대불동맹전쟁을 끝내면서.. 2017. 11. 26.
땅과 돈과 피의 평화 - 쇤브룬 (Schönbrunn) 조약 7월 11일 츠나임 휴전이 이루어지자, 전투 현장에 있던 장교들과 병사들은 양측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나, 총알이 날아오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전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불만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일단 프랑스 측에서는 나폴레옹의 참모들, 특히 참모장 베르티에(Berthier)가 이 휴전에 반대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저 배은망덕한 합스부르크 왕가를 완전히 권좌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지요. 놀랍게도 오스트리아 측, 즉 합스부르크 궁정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직 충분히 싸울 수 있는데 왜 패배를 인정하고 휴전하느냐는 것이었지요. 양측의 불만은 다 근거가 있었습니다. 프랑스로서야 이기고 있는데 왜 그만 하느냐는 불만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측도 비록 물러서기는 했.. 2017. 11. 18.
Diamonds and Rust by Joan Baez 60~70년대 포크 뮤직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가수 중에, 존 바에즈(Joan Baez)가 있습니다. 멕시코계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그녀는 십대 후반에 이미 음반 작업을 할 정도로 타고난 가수였고, 자신도 '그건 그냥 내게 주어진 것일 뿐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목소리로 감미로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특히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여 반전, 인권 등 사회적인 노력을 많이 불렀습니다. 바에즈는 작사 작곡도 하긴 했지만 그보다는 다른 가수의 노래나 민요 같은 것을 재해석하여 부르는 것에 탁월한 재주가 있었습니다. 바에즈가 작사 작곡한 노래 중에 대단한 명곡이 있습니다. 바로 'Diamonds and Rust', 즉 '다이아몬드와 녹부스러기'라는 노래입니다. 다만 이 여가수.. 2017. 11. 14.
바그람 전투 (제18편) - 통쾌하지 않은 승리 1809년 7월 6일 밤 바그람 전투의 총성이 잦아든 뒤 나폴레옹은 다른 전투에서처럼 '퇴각하는 적군을 즉각 추격 섬멸하라'고 부하들을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냉혈한인 그도 휘하 병사들이 거의 잠도 못자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로 무려 40시간에 걸쳐 힘겨운 싸움을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이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추격을 명하지 않은 이유는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오스트리아군은 비록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났지만, 무너지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전투 이후 프랑스군의 라콩브(Lacombe)라는 장교가 그의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전투 결과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공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적을 물리치기는 했으나 그들을 패주시키지는 못했습니다." 사실이었습.. 2017. 11. 11.
장군님이 모는 택시 탄 썰 장르 : 경험담주의 : 장세동 찬양글 아님 때가 벌써 5년전, 문재인-박그네 선거가 얼마 안남은 초겨울이었습니다. 회사일로 외근하다 택시를 타고 회사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회사일 중에 골치아픈 문제가 있어서 기분은 과히 좋지 않았습니다. 기사 아저씨께서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아주 건장하고 퉁퉁한 스타일의 산적처럼 생기신 분이었습니다. 겨울인데도 소매를 좀 걷으셨는데, 굵은 팔뚝에 털이 숭숭 난 것이 마치 서양인 팔뚝 같았어요. 기사 아저씨 중에는 손님과의 대화를 즐기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 분이 바로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출발하고나서 곧 제게 말을 걸기 시작하시더군요. 공손하면서도 아주 쾌활한 말투셨습니다. 다만 저는 그때 대화할 기분이 아니라서 그저 짧게 '예, 예' 정도로만 대답했는데, 그래.. 2017. 11. 3.
장발장이 먹은 미리엘 주교의 수프 이야기 2012년, 휴 잭맨 주연의 레미제라블 영화 중에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를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입니다. 은접시에 퍼주는 음식을 굶주린 장발장이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대체 저 음식이 무엇인지가 궁금했습니다. 화면을 보면 뭔가 고기도 좀 들어있는데 말입니다. 그 음식이 당연히 원작 소설에 나오는 내용 그대로는 아닙니다만, 어떤 음식이 나왔는지는 원작 소설에 묘사가 되긴합니다.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와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할 때 가정부 할머니인 마글루아 부인이 내놓는 미리엘 주교의 평범한 저녁 식사 메뉴가 나열됩니다. Cependant madame Magloire avait servi le souper. Une soupe faite avec de l'eau, de l'huile, du pain .. 2017. 10. 29.
바그람 전투 (제17편) - 요한이 왔다 ! 나폴레옹은 우익에서의 다부의 성공적인 진격을 보면서 '막도날의 기둥'만을 출격시킨 것이 아니었습니다. 막도날의 기둥이 웅장한 모습으로 적과 충돌한 뒤, 그 뒤를 이어 우디노와 외젠 등 다른 부대들도 일제히 전면 공세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루스바흐 고지 위에서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카알 대공의 심정은 처참 그 자체였습니다. 막도날의 기둥이 오스트리아군의 방어진을 들이받고 혼전을 벌이고 있던 오후 2시경, 카알 대공은 다부의 공격에 의해 무너지고 있던 오스트리아군 좌익을 수습하기 위해 호헨촐레른의 오스트리아군 제2 군단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의 눈에는 전체 전선에 걸쳐 쇄도해오는 프랑스 그랑다르메의 모습 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의 사령부가 있는 라스도르프(Raasdorf) 마을 인근에 여유있게 집결.. 2017. 10. 21.
검은 나폴레옹 vs. 하얀 나폴레옹 - 백인들에게는 불편했던 영웅 (하편) 지난편에서 르클레르의 원정 함대가 1802년 1월말, 생 도밍그 인근 사마나 만에 집결하는 모습까지를 보셨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 원정대의 임무를 다시 살펴보도록 하시지요. 나폴레옹이 르클레르에게 준 임무는 생 도밍그를 다시 프랑스 중앙 정부의 권위 밑으로 복귀시키라는 다소 고상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 투쌩을 죽이라는 말인가요 ? 왜요 ? 투쌩은 한번도 프랑스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을 하겠다거나, 반항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무슨 명분으로 투쌩을 잡아들이나요 ? 사실 이 원정대의 목적은 생 도밍그의 반란 노예들과의 전쟁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의 공식적인 임무는 새로운 주지사(Captain general)의 안전한 부임이었지요. 나폴레옹은 투쌩과 구태여 툭탁거리며 싸우고 싶지 않았습.. 2017.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