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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327

항공모함 잡담 (9/30) 로열 네이비의 자랑은 청결함. 매일 성마석(holystone)과 모래로 갑판 바닥을 뽀득뽀득 닦았음. 그러나 청결함은 주로 상갑판 정도에서 끝났고, 18~19세기 범선들에서는 항상 악취가 났음. 그 주된 범인은 (목욕 못하는 선원들의 몸을 제외하면) orlop deck에 저장된 닻출과, 거기서 스며나온 진흙 섞인 바닷물이 뱃바닥에 고인 bilge water. 사진1에서 붉은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가장 낮은 갑판인 orlop deck. 여기에 저장되는 닻줄에서는 왜 항상 악취가 났을까? 닻줄을 가장 많이 던지게 되는 곳은 당연히 항구. 항구는 얇음. 당연히 진흙이 있고, 특히 인간이 많이 사는 곳이니 인간의 몸에서 배출되는 온갖 오물이 바다 바닥에도 쌓임. 그래서 (위생 관념이 없던 시대엔 특히) 항구 바닥.. 2021. 9. 30.
밀리터리 잡담 (9/23) 일본은 병사들의 밤 눈이 밝은 것으로도 유명했으나 불행히도 과대망상의 기질이 농후하여 정찰병으로서의 자질은 빵점. 1942년 5월 Coral Sea 해전에서도 일본 정찰기가 2만톤급 유조선 USS Neosho (AO-23)를 보고 '미해군 정규 항모 1척 발견!'이라고 호들갑. 두대의 일본 항모에서 총 78대의 함재기가 날아왔다가 허탕을 치고 이 불쌍한 유조선을 맹폭. 그런데 7방의 직격탄을 맞고도 침몰하지 않고 4일간이나 떠있다가 결국 승무원들은 미군 구축함에게 구조됨. 이때의 일본해군이 헛발질하는 덕분에 열세였던 미해군이 위기를 벗어나고 미드웨이에서 반격할 수 있었음. 뒤이어 레이테만 해전에서도 누가 봐도 조그맣고 귀여운 호위항모들을 보고 '미해군 정규 항모들의 대함대를 발견!'이라고 호들갑 떠는 바.. 2021. 9. 23.
밀리터리 잡담 (9/16) WW2 직후인 1945년 12월 5일, 7대의 TBM Avenger 뇌격기들(사진1, 그 편대 사진은 아님)이 플로리다 로더데일 기지(Fort Lauderdale)에서 통상적인 모의 폭격 훈련을 위해 플로리다 동쪽 바다로 출격. 통상 Flight 19이라고 불리는 이 편대의 총 15명의 승무원들을 이끈 것은 Charles Taylor 대위. 테일러 대위는 WW2 기간 중 태평양에서 복무했고 총 2,500의 비행시간을 기록한 베테랑. 나머지 조종사들은 비교적 신참이지만 그래도 최소 300시간의 비행시간을 쌓은 조종사들. (근데 어차피 의미없음. 편대장이 가자는 방향으로 가야지 초짜 중위 나부랭이들이 뭘 알겠나.) 훈련은 잘 진행되어 두 곳의 목표물에 성공적으로 투하. (사진2. 빨간 삼각형이 예정된 코스... 2021. 9. 16.
미군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기사 발췌 오늘은 좀 무거운 내용입니다. 이 기사는 2021년 8월 3일 뉴욕 타이즈 매거진 기사입니다. 전체 기사는 아래 link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21/08/03/magazine/military-sexual-assault.html ‘A Poison in the System’: The Epidemic of Military Sexual Assault Nearly one in four U.S. servicewomen reports being sexually assaulted in the military. Why has it been so difficult to change the culture? www.nytimes.com 바쁘신 분들을 위해 주요 fact만 요약하.. 2021. 9. 9.
항모 관련 잡담 (9/2) 영화 미드웨이를 보면 어뢰를 쏘는 뇌격기는 맞아죽기 딱 좋을 뿐이고 (un-PC주의) '남자라면' 급강하 폭격기가 역시 쵝오라는 생각이 들지만 1943년 하반기부터 본격 투입된 Casablanca급 호위항모들의 표준 구성은 전투기와 뇌격기의 28대 조합. 왜 급강하 폭격기가 빠졌을까? 이유는 크게 3가지. 1) 호위항모의 주임무는 대잠전 그에 따라 어뢰와 폭뢰, 큰 폭탄 작은 폭탄 등을 다양하게 구비할 수 있는 뇌격기가 더 적합했음. 2) 그냥 전투기가 해도 되네? (사진1) F6F Hellcat과 F4U Corsair 같은 대형 전투기가 나오면서 얘들이 장착하는 폭장량이 급강하 폭격기를 능가. 게다가 특히 로켓탄이 도입되면서 그냥 전투기에서 쏘아대는 로켓탄이 훨씬 더 정확하고 안전하게 목표물을 타격하게.. 2021. 9. 2.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은 에비앙 생수를 마셨나? 저는 이번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결국 미군을 몰아내고 카불을 함락시킨 사건을 보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탈레반의 보급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몇 명이 폭탄 테러하는 수준을 벗어나 지역을 장악하고 도시를 점령하는 군대 수준이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병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WW2 이후 미군이 지지는 않았더라도 무척 고전했던 모든 전쟁, 그러니까 한국전이나 베트남전, 그리고 이번 아프간전 모두 미군이 적의 보급망을 끊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 모두 소련과 중국이 꾸준히 무기와 식량 등의 보급품을 계속 전장에 투입했고, 미군은 그런 보급로를 끊으려 막대한 항공 전력을 투입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윌리엄 홀덴과 그레이스 켈리 주연의 1954년 영화 The Bridges at Toko-R.. 2021. 8. 26.
항공모함 관련 잡담 (8/19) 아래 두 사진은 같은 배. 원래 미국에서 상선 기반으로 만든 Bogue급 호위항모였으나 영국 해군에 공여되어 호위항모 HMS Searcher (1만4천톤, 18노트)로 활약. 전후 그리스에 팔려 SS Captain Theo로 한때 해운왕국 그리스의 부흥에 기여. HMS Searcher는 1945년 5월 4일 노르웨이의 U-boat 기지를 공습하여 U-boat 지원함 2척과 U-boat 1척을 격침한 3척의 호위항모 중 1척. 이 공습이 영국 해군 항공대 최후의 공습 작전. 왜냐하면 저 공습은 5월 4일 독일해군 항복 이후 벌어진 공습이라서... 영국 조종사 4명 사망, 독일 해군 150명 사상. 1956년 냉전이 한창이던 대서양 공해상. 훈련중인 미해군 제6함대 항모전단을 향해 당시 소련의 최신예 폭격기.. 2021. 8. 19.
문무대왕함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본 해상 보급의 짧은 역사 (3) 이렇게 석탄이 아니라 석유를 연료로 하는 Queen Elizabeth급 전함들 덕분에 해상 연료 보급, 그러니까 해상 급유가 한발짝 더 가까와졌습니다. 이제는 거추장스러운 석탄통이 아니라 액체로 된 석유를 긴 호스를 이용하여 주고 받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이런 해상 급유는 영국 전함에 중유 보일러가 채택되기 전에 먼저 시도되었습니다. 기존 석탄 전함들도 석탄의 효율적 연소를 위해 석탄에 중유를 끼얹는 것이 표준이었기 때문에, 보통 석탄 3천톤을 싣는 전함은 중유 1천톤도 함께 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미 1906년 영국 해군은 전함 빅토리어스(HMS Victorious)와 유조선 페트롤레움(Petroleum) 사이에 굵은 강철 케이블을 연결하고 거기에 호스를 매달아 급유를 하는 실험을 해보았.. 2021. 8. 12.
문무대왕함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본 해상 보급의 짧은 역사 (2) 1883년 당시 29세이던 로우리(Robert Swinburne Lowry)가 당시 영국 육해군의 씽크 탱크라고 할 수 있는 왕립 육해군 합동 연구소(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에 제출한 논문에서 주장한 바는 꽤 신선한 것이었습니다. 보급 받는 군함과 보급함이 정박 상태가 아니라 약 5노트의 저속으로 항행하면서 두 군함 사이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방수통에 넣은 석탄을 연속적으로 전달받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로우리는 이 방법을 통해 시간당 20톤의 석탄 보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영국 해군성은 나이 많은 귀족 아재들이 지배하는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인 집단이라서, 그런 아이디어를 비실용적이라며 퇴짜를 놓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장교들이 보기에 아이디어 자체는 신박.. 2021. 8. 5.
문무대왕함 집단 감염 사태를 계기로 본 해상 보급의 짧은 역사 (1)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 해군 장교의 모험담을 그린 소설 시리즈물 중 가장 유명한 것 2가지가 C.S. Forester의 Hornblower 시리즈와 Patrick O'Brian의 Aubrey & Maturin 시리즈입니다. 이 소설들은 영미권에서는 거의 신필 김용선생의 영웅문 시리즈에 해당하는 권위를 갖습니다. 이 두 소설 시리즈의 주인공들인 혼블로워와 오브리는 모두 영국 해군 함장인데, 두 사람은 성격은 완전히 반대지만 공통점이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둘 다 홍차가 아니라 커피 애호가라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둘 다 함상에서도 목욕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당시 군함에서는 물이 귀했으므로 당연히 두 함장 모두 목욕은 바닷물로 합니다. 아무도 샤워 따위는 하지 않으면서 몇 개월 동안 바다에서 .. 2021. 7. 29.
항공모함 잡담 (7/22) 1944년 3월 호위항모 USS Charger(CVE-30, 1만1천톤, 17노트)의 연습 착함에서 벌어진 일. 저 F4U Corsair는 그대로 뒤집히며 엔진이 든 코가 부러짐. 조종사 사망. 전체 영상을 보면 1) 조종사가 착함할 때 어정쩡하게 뜬 상태로 착함했고 2) arresting wire가 너무 느슨. 둘 중 어느 하나만이라도 제대로였다면 살 수 있었으나 두 가지 요건이 다 충족되지 않아 tail hook이 걸리고도 저런 참사가 발생. 저 arresting gear의 적정 tension은 항공기 기종마다 다르고 항공기가 소지한 연료 잔량과 무장 잔량 등에 따른 착함 무게에 따라서도 달라져야 함 (사진3). 의외로 세심한 조종이 필요한 부분인데 그것도 무수한 시행 착오를 거쳐 얻을 수 있는 정보.. 2021. 7. 22.
항공모함 잡담 (7/15) 20세기 들어서 미해군이 적에게 나포 당한 군함은 딱 2척. 그 중 하나는 1942년 필리핀 코레히돌 요새에서 일본군의 폭탄 공격에 손상을 입고 침몰했던 950톤짜리 소해정 USS Finch (AM-9). 이 배는 분명히 침몰했었는데 얕은 바다에 침몰했던지라 일본군이 건져내어 순찰선으로 사용. 그래서 이게 진짜 나포 당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아무튼 나포 당한 군함으로 기록됨. 변명의 여지 없이 진짜 나포된 배는 바로 정보 수집함 USS Pueblo (AGER-2). 1968년 북한 해군에게 나포됨. 83명의 승조원 중 1명은 이 과정 중 사살되고 나머지는 모조리 포로가 됨. 김신조가 박정희 죽인다고 청와대 습격한지 3일 후 벌어진 일. 이 군함은 현재 평양 보통강변에 박물관으로 정박되어 있음. 심지어.. 2021. 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