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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시대의 포로들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나폴레옹 전쟁 당시에도 포로가 (당연히) 많이 생겼습니다. 동양적, 특히 일본식 사고 방식에서는 싸움에 졌는데 죽지 않고 생포되어 목숨을 구하는 것이 굉장히 치욕적인 일로 받아들여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럽에서는 싸우다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항복하는 것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일단 항복이라는 것은 그저 목숨을 구하기 위해 적에게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계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항복에는 조건부 항복과 무조건 항복이 있었는데, 일단의 부대가 전장에서, 혹은 지키던 도시나 마을에서 더 이상 싸우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과 조건부 항복을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가장 유리한 항복 조건이란 지키고 있던 장소를 적에게 넘겨주는 대신, 항복하는 부대가 .. 2018. 2. 15.
어느 용자의 초상 - 프랑스군의 포르투갈 탈출 1809년 5월 12일 포르투 전투에서 승리한 영국군이 뒤를 바싹 뒤쫓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군은 허겁지겁 산길로 후퇴해야 했고, 따라서 모든 짐은 물론 대포까지 다 버리고 가야 했습니다. 분노한 포르투갈 민간인들에게 학살당할 것이 뻔한데도 부상병들을 버리고 감은 물론, 군자금까지 병사들에게 마구 나누어줄 상황이었습니다. 때는 이른 5월이라 차가운 비까지 계속 내려 후퇴하는 프랑스 병사들의 사기까지 축 적셔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갈 길 바쁜 프랑스군의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나타났습니다. 폰트 노바(Ponte Nova, 새 다리, 스페인어로는 Puento Nuevo)라는 이름의 다리에 도착했을 때, 술트 원수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두개의 긴 대들보만 남기고 그 위를 가로지른 널판지는 다 해.. 2018. 2. 10.
아바(ABBA)의 페르난도(Fernando) 가사 해석 - 뜻 밖의 저항 가요 '맘마미아'라는 영화는 스웨덴 출신의 전설적인 팝 그룹 아바(ABBA)의 대표곡들을 모아서, 뮤지컬로 제작한 것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 가사의 내용과 영화 줄거리를 정말 잘도 끼워맞췄구나라고 감탄을 했었습니다. 아바는 70~80년대 초까지 활동했던 그룹이라서, 저는 중학교 정도 때 주로 그 노래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형편없습니다만) 그때 영어 실력으로는 가사는 거의 들을 수가 없었지요. 저는 중학생 때 생각하기를, '나중에 대학가면 이런 노래 가사도 다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영어 실력이 좋아지겠지' 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OTL) 최근에 본 그 '맘마미아'라는 영화 때문에, 문득 생각이 나서 아바의 히트송 CD를 찾아서 퇴근 시간에 들어보았어요. 지금 들어도 노래가 다 .. 2018. 2. 6.
이발사 vs. 원수 - 포르투(Porto) 전투 3편 웰슬리의 영국군이 도우루 강 남안에서 강을 건널 방법을 못 찾고 당황하는 동안, 술트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5월 10일 도우루 강 남쪽에 있는 그리조(Grijó)라는 작은 마을에서 영국군이 프랑스군을 공격하여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술트는 비교적 여유를 부리고 있었습니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이었을까요 ? 그는 나름대로 안전조치를 취해놓고 있었습니다. 포르투가 위치한 도우루 강 하구는 꽤 넓고 깊어서 사람이나 말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여울목이 전혀 없었습니다. 따라서 술트는 도우루 강 인근의 모든 바지선과 보트, 조각배들을 모조리 압류하여 북쪽 강변에 끌어다 놓은 상태였습니다. 영국군에게 날개 혹은 지느러미가 없는 이상, 도우루 강을 건너 올 수는 없다고.. 2018. 2. 4.
주한미군이 전쟁 준비에 나섰다 ? 난연(flame-resistant) 군복 지급 소동 최근 몇몇 언론에서 '주한미군에게 난연(flame-resistant) 군복을 지급할 계획이며, 이는 한국에서 곧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180202004289http://mbn.mk.co.kr/pages/news/newsView.php?category=mbn00009&news_seq_no=3448676 "주한미군사령부가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전투복'을 주한미군 전원에게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관련 업체에 주문한 것으로 1일 알려졌습니다. 난연 전투복은 미군이 2006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한 미군 장병을 폭발 화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이번 결정은 유사시 한반도에서 .. 2018. 2. 3.
상속세가 산업을 붕괴시키는가 ? - 프랑스 샤또의 사례 요즘 네이버 뉴스 댓글을 보면 진보파와 보수파가 전쟁을 벌이는 것이 눈에 확연하게 보입니다. 제가 보니 보수파의 댓글 부대도 이젠 MB나 503은 완전히 포기한 것 같고, 그냥 현 진보파 정부를 공격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진보 댓글파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독자들은 주목하지 않는데도 보수 댓글파가 매우 격렬하게 반응하며 댓글과 좋아요를 눌러대는 기사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상속증여세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국민 가정에서는 상속세를 낼 일이 없습니다. 과표기준으로 5억원까지는 면세고, 해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얼마 내지도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상속증여세가 뼈아프게 다가올 계급은 수십억대의 재산을 가진 집안 .. 2018. 1. 29.
신문과 돈 - 포르투(Porto) 전투 2편 1808년 9월, 비메이로(Vimeiro) 전투에서 쥐노가 이끄는 프랑스군을 격파하고도 어이없는 신트라(Sintra) 협상으로 쥐노와 그의 군단을 안전하게 프랑스로 호송해보낸 사건 덕분에 영국으로 소환되었던 영국군 지휘관들 중 하나였던 웰슬리는, 그 협상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지휘권을 부여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웰슬리는 이베리아 반도로 돌아오기 위해 여기저기에 줄을 당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쉽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국은 돈 들어가는 싸움질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나폴레옹과 영국 사이에 바다가 있고 로열 네이비가 그 위에 떠 있는 이상 당장 침공 받을 염려가 없는데, 구태여 위험한 유럽 대륙으로 기어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2018. 1. 27.
니콜라 1세의 헛된 꿈 - 포르투(Porto) 전투 1편 1809년 초 나폴레옹이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무어 경이 이끌던 영국 원정군을 대서양으로 쫓아낸 것으로 정리가 끝났다고 생각한 유럽의 서쪽 끝 포르투갈에서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장소는 포르투갈 북쪽의 항구 도시 포르투(Porto, 영어로는 Oporto)였습니다. 당시 영국 신사들의 정찬(dinner)에서 빠질 수 없는 마지막 코스였던 포트 와인(port wine)의 이름이 바로 이 도시 이름에서 나온 것일 정도로, 포르투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이자 대영국 와인 수출 창구로서 매우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당연히 포르투갈 침공을 노리던 술트의 프랑스 군단의 제1차 목표가 바로 이 도시였습니다. (포르투 항구는 큰 강인 도우루 Douro 강 하구에 위치합니다. 전통적으로 도우루.. 2018. 1. 21.
Space Oddity 가사 해설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 중에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원제 :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월터 미티의 이중 생활)이라는 2013년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와 제목은 터버(James Thurber)라는 작가가 1939년에 발표한 동명 단편 소설에서 따온 것입니다만, 내용은 매우 다릅니다. 원작 소설은 그냥 백일몽에 자주 빠져 자신이 해군 조종사라든가 외과 의사라든가 하는 다른 인물이 되는 상상을 하는 월터 미티라는 평범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주인공 월터 미티가 자주 백일몽에 빠진다는 점만 따왔을 뿐, 유명 잡지인 라이프(Life) 지에서 사진 원판 관리를 하는 초라한 중년 독신 남자가 잡지사 폐간이라는 위기 속에서 겪는 모험과 그 .. 2018. 1. 17.
미국이 가상화폐 양성화에 나섰다고요 ? 전혀요. 방금 서울경제신문에서 '가상화폐 양성화 나선 미·러···동남아는 고강도 억제 지속'이라는 자극적 제목의 기사를 올린 것을 봤습니다. 기사의 핵심은 아래 부분입니다. ‘가상화폐 종주국’인 미국도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촘촘한 규제가 마련된다면 거래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재계인사들의 모임인 ‘워싱턴 경제클럽’에서 “가상화폐가 ‘현대판 스위스 은행 계좌’가 되도록 허용하면 안 된다”며 이를 위해 주요20개국(G20)을 포함해 다른 국가들과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가 불법행위를 감추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으로 규제 수위를 시사하면서 양성화된 거래는 허용할 것임을 표명한 셈이다. 아울러 미국은 현행법상 은행이 가상화폐 지갑 소유자의.. 2018. 1. 14.
기업 이윤을 위해 국민이 희생되는 것이 옳은가 ? - 코스트코 이야기 어제 "최저임금 7530원 되자 ‘시급 1만원’으로 올린 코스트코"라는 기사가 떴더군요. 그 기념으로 전에 썼던 글 재탕해서 올립니다. ------------------------------- 이번 글은 다소 뜬금없지만, 코스트코(Costco Wholesale)에 대한 저의 짧은 관찰입니다. 저는 한 10여 년 전부터 이 미국계 창고형 할인 매장의 회원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이게 있거든요. 여기서 파는 이런저런 색다른 외국산 먹거리도 좋습니다만, 무엇보다 싼 가격 때문에 여기를 애용합니다. 특히 여기 들릴 때마다, 우유와 베이글, 달걀과 치즈만 사가도 1년 연회비(3만5천원이던가...)는 뽑는다고 생각합니다. 시중가와 비교할 때 매우 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형 할인매장의 주말 강제 휴업에 대해 뭐 나.. 2018. 1. 13.
교황과 무역 - 포르투갈의 전운 오스트리아 대사 슈바르첸베르크 대공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나폴레옹의 아들에게 바친 '로마 왕'(Roi de Rome)이라는 칭호는 단지 신성로마제국의 정통성을 나폴레옹에게 공치사로서만 넘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이미 로마는 나폴레옹의 손아귀에 넘어온 상태였습니다. 로마 및 그 주변은 원래 세속 군주로서의 로마 교황이 가지는 교황국(the Papal States)에 속하는 영토였습니다. 그러나 유럽의 지배자 나폴레옹 눈 앞에는 고양이는 커녕 생쥐만도 못한 존재에 불과했습니다. 비오 7세(Pius VII)는 1804년 나폴레옹의 대관식에도 참석하는 등 나폴레옹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다 소용없었습니다. 이미 1809년 5월 17일, 나폴레옹은 빈에서 칙령을 내려 로마 교황의 세속 군주로.. 2018.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