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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람 전투 (제6편) - 라데츠키의 분전 오스트리아군의 좌익을 맡고 있던 로젠베르크(Franz Seraph von Orsini-Rosenberg) 대공의 제4 군단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기만을 위한 미끼였습니다. 카알 대공의 주공은 어디까지나 우익, 즉 게라스도르프(Gerasdorf) 쪽의 클레나우의 제6 군단과 콜로브라트(Kollowrat)의 제3 군단이었지요. 그러나 미끼도 너무 작으면 큰 고기를 낚을 수 없는 법이었으므로 로젠베르크의 군단도 총 1만8천의 꽤 큰 것이었습니다. 거기에다 저녁 무렵에 만신창이가 되어 합류한 노르드만(Nordmann)의 전위대 6천, 그리고 노스티즈(Nostitz)의 기병대 3천이 합류해 있었으므로 총 2만7천의 강력한 군세였습니다. (로젠베르크는 당시 49세로서, 작위는 Reichsfürst 였습니다. 왕보다는.. 2017. 7. 16.
토르 라그나로크 - 바이킹들의 빵 몇 달 전에 토르 3, 라그나로크(Thor Ragnarok)의 티저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었습니다. https://youtu.be/v7MGUNV8MxU 무척 재미있어 보이는 이 티저 영상의 배경 음악은 1970년대의 헤비메탈 그룹인 레드 제펠린(Led Zeppelin)의 히트곡인 '이민자의 노래'(Immigrant Song)입니다. 이민자라고 하니까 뭔가 애달프고 핍박받는다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는데, 요즘 구미 선진국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이민자는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멋진 노래가 묘사하는 이민자 역시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습니다. 바로 바이킹에 대한 노래이거든요. 저 토르 3 티저 영상을 만든 프로듀서가 정말 기가 막히게 영화와 잘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낸 것이지요. A.. 2017. 7. 9.
바그람 전투 (제5편) - 혼돈 속의 새벽 7월 5일 밤 11시 경 첫날 전투가 초라하게 끝난 이후, 병사들은 야영 준비를 했습니다. 때가 7월이라 낮에는 무척 더웠지만 의외로 밤은 무척 추웠고, 오스트리아군도 프랑스군도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우고 몸을 녹였습니다. 보통의 경우 나폴레옹의 병사들은 하루 종일 목숨을 걸고 죽을 힘을 다해 싸운 뒤 야영을 할 때는 주린 배를 움켜쥔 채 아무 것도 못 먹고 잠을 청해야 했으나, 이날은 좀 달랐을 것입니다. 아스페른-에슬링 전투 이후 나폴레옹은 전투 준비에 만전을 기했고, 참모장인 베르티에에게 병사들을 위해 60만병의 와인과 30만회 배급할 분량의 브랜디를 준비하도록 한 바 있을 정도로 보급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덕분에 로바우 섬으로부터 다리를 건너는 병사들의 배낭 속에는 2일치의 식량과 브랜디가 들어.. 2017. 7. 2.
세계 어린이들의 아침식사 - 뉴욕타임즈 기사 이 글은 뉴욕 타임즈의 아래 기사 중 일부를 번역하고 사진을 옮긴 옛날 글인데, 주말 오전에 읽기 좋을 것 같아 다시 올립니다.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4/10/08/magazine/eaters-all-over.html?_r=3 1. 일본 도쿄, 사키 사키가 처음으로 나또를 먹었을 때는 이 여자애가 생후 7개월 되었을 때였는데, 먹자마자 토했다. 엄마인 아사까는 아마 냄새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냄새는 마치 깡통제 고양이 사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츰 이 끈적끈적한 발효콩은 사키의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고, 전통적인 일본식 아침식사에 빠지지 않는 일부가 되었다. 다른 메뉴는 흰쌀밥, 미소된장국, 간장과 청주로 요리한 으깬 호박, 오이 장아찌 .. 2017. 7. 1.
바그람 전투 (4편) - 모두가 흰색이다 ! 이렇게 7월 5일 저녁 6시 경, 나폴레옹의 군단들이 게라스도르프(Gerasdorf)-바그람(Wagram)-마르크그라프노이지들(Markgrafneusiedl) 마을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 방어선 앞에 전개하면서 나폴레옹은 이 날의 1차 목표, 즉 도나우 강을 건너 전체 병력을 전개한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습니다. 마르히펠트에 쓸데없이 포진해있던 오스트리아군을 제때에 포착, 쉴새없이 공격하여 6천이 넘는 피해를 입힌 것도 기분 좋은 시작이었으나, 나폴레옹이 아군과 적군의 전개 모습을 보니 상황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요한 대공이 이끄는 오스트리아 내부군(Army of Inner Austria)이 접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프레스부르크(Pressburg, 현재의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 2017. 6. 25.
바그람 전투 (3편) - 도강 프랑스 병사들이 나폴레옹 섬(L'ile de Napoleon)이라고 별명을 붙인 로바우 섬에서의 준비는 6월 말 다리가 준비되면서 사실상 완료되었습니다. 회전 부교(pivoting bridge), 즉 작전이 시작되면 로바우 섬의 강변에 고정된 한쪽 끝을 축으로 회전하여 도나우 강 좌안에 붙게 되어 있던 다리는 나폴레옹의 공병단장 베르트랑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으로서, 약 800m에 달하는 긴 다리가 놀랍게도 하나의 통판(single span)으로 만들어진 걸작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작센 왕에게 이 회전 부교가 엘베 강변의 작센 도시 '비텐베르크(Wittenberg)의 다리보다 더 넓고 아름다운 다리'라며 자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준비가 끝났는데 시간을 더 끌 나폴레옹이 아니었지요. 그는 7월 5.. 2017. 6. 18.
바그람 전투 (2편) - 천.지.인. 손자병법에 따르면,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지인,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이었습니다. 이건 결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아니라, 시기과 지형과 병력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나폴레옹과 카알 대공은 서로 이 세가지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병력은 양측 모두 최선을 다해 끌어 모아서 얼추 쌍방이 비슷한 규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만, 시기와 지형에 대해서는 양측의 주도권이 뚜렷했습니다. 시기는 카알 대공이 아니라 나폴레옹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반대로 지형은 카알 대공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전투 시기를 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격은 나폴레옹이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공격을 나폴레옹이 한다고 해서 전투 시기를 꼭 나폴레옹이 정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2017. 6. 11.
바그람(Wagram) 전투 (1편) - 양측의 준비 피아베 전투에서 요한 대공의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한 외젠의 이탈리아 왕국군은 막도날드 장군의 실질적인 지휘 하에 신속하게 북상하여 오스트리아 침공에 나섰습니다. 이들의 행선지는 빈, 정확하게는 나폴레옹의 다시 한번 도나우 도강을 계획하고 있던 로바우 섬이었습니다. 이들을 가로 막는 장애물은 나름 많았습니다. 곳곳의 고개길과 도시들을 지키는 요새들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병력이 이미 카알 대공과 요한 대공, 페르디난트 대공의 군대에 차출된 마당에 그런 요새들을 지키는 병력은 충분치 않았습니다. 가령 5월 17일 타르비스(Tarvis) 전투에서 말보르게토(Malborghetto) 요새는 방어하기 아주 좋은 고지에 위치한 튼튼한 요새였으나, 6천의 오스트리아군으로 2만의 이탈리아군을 당해낼 수는 없었습니.. 2017. 6. 6.
나폴레옹과 석탄 - 트럼프 파리 협정 탈퇴 기념 재업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은 바로 석유입니다.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경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매우 좋지 않습니다. 석유는 많은 오염 물질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재생이 불가능하고, 게다가 자원의 분포도 지역마다 고르지 않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 석유가 안나지 않습니까 ? 석유 기반의 경제는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빠른 속도로 파멸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석유 자원의 고갈이나 온실 가스 효과 뿐만 아니라,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와 수입하는 나라 사이의 갈등이 경제적/군사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나폴레옹 시대 직전까지의 경제는 매우 소박한 에너지원을 사용했습니다. 바로 나무입니다. 나무를 태워서 얻는 열로 난방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금속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직접적인 .. 2017. 6. 1.
넬슨의 메시지 - 나폴레옹 시대의 통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보면, 아가멤논 같은 왕이 다른 왕에게 명령을 전달할때, 전령에게 어떠어떠한 내용을 전달하라는 말을 구두로 전합니다. 그러면 전령은 전장 속을 누비며 달려가서 그 내용을 역시 구두로 전달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예, 그렇습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적어도 왕이나 전령이나 까막눈이었다는 것이지요. 군대에서 복명복창하는 거 있쟎습니까 ? 사실 그거 꼭 군기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가 내린 지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특히 극심한 혼란과 흥분이 가득한 전투 상황에서는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함장은 50도 좌현으로 틀라고 했는데, 듣는 조타병이 잘못 알아듣고 15도 좌현으로 틀지 말란 보장이 없쟎습니까 ? 그러니까 복창이 필요합니다. 즉, 영어로 .. 2017. 6. 1.
Sharpe's Honour 제1장 (번역) Sharpe 시리즈 중, Sharpe's Honour 중 제 1장입니다. 맛보기로 한 장만 번역했어요. 참 재미있는 소설인데... 요즘 도서 시장이 너무 쪼그라들어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국내 출판이 정식으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차가운 바람이 바위투성이 골짜기를 휩쓸던 습기찬 어느 봄날, 샤프 소령은 오래된 돌 다리 위에 서서 남쪽의 바위투성이 능선 낮은 쪽으로 향하는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인해 언덕들은 어두워보였다. 그의 뒤쪽으로는, 머스켓 소총의 발화장치를 헝겊으로 가리고, 총구에는 빗물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코크마개를 막아둔 채로, 5개 중대의 보병들이 늘어서 있었다.샤프가 알기로는, 능선까지의 거리는 500야드였다. (머스켓 소총의 유효사정거리는 약 60야드입니다.:역주.. 2017. 6. 1.
혼블로워의 자선 사업 (번역) 이 작품은 원래 1938년 발표된 'Ship of the line' (전열함) 이라는 제목의 혼블로워 시리즈 소설에 삽입될 에피소드 중 하나로 씌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인 포레스터는 내용상 이 부분은 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최종적으로는 정식 출판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래 site에 원문이 올라와 있으니 원문 그대로를 읽으시고 싶으신 분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원래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Sharpe 시리즈의 국내 출판 때 저를 번역 작가로 선택해 달라는 일종의 광고 내지는 시위로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싸이월드 페이퍼에서 시작했던게... 그게 벌써 거의 10여년 전이네요. 이 블로그가 인연이 되어 밀리터리 리뷰라는 잡지에 나폴레옹 관련 전쟁사를 연재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Sha.. 2017.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