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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과 케익 한 조각 - 약속의 도시 빌나 나폴레옹이 마차의 말을 교체한 뒤 떠나버린 다음 날인 12월 7일 오후, 좁은 빌나 성문을 통해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 뜯어지고 꾀죄죄한 옷차림에 적어도 몇 주간은 씻지 않은 것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는데, 마치 야만인들이 문명인 세계로 온 것처럼 번화한 거리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몇몇 시민들이 이들의 몰골을 보고 놀라서 수군거렸지만 이들은 영업 중인 카페를 발견하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다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커피와 케익을 주문했습니다. 그 일행 중 하나가 펠레(Jean-Jacques Germain Pelet-Clozeau) 대령이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그 경험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차분하게 정돈된 도시를 보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사치.. 2021. 12. 6.
보로디노 전투 (11) - 기병대 영광의 순간 역사상 기병대가 요새를 점령한 일은 흔치 않습니다. 말이 성벽을 뛰어 넘을 수는 없으니까요. 제 정신을 가진 기병대 지휘관이라면 성벽을 향해 돌격을 감행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기병대가 라에프스키 보루를 향해 돌격을 시작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아일라우(Eylau) 전투에서도 그랬고 바그람(Wagram) 전투에서도 그랬습니다만, 위기가 닥치거나 전황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기병대를 냅다 적진에 집어던지곤 했습니다. 이때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최전선의 원수들이 차례로 전령을 보내 근위대를 투입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거부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그냥 알아서 어떻게든 이기라고 독촉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나폴레옹은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기병대.. 2020.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