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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sack2

코삭이 온다 ! 나폴레옹이 우울하기 짝이 없는 보로디노 벌판을 건너고 있을 때 즈음, 쿠투조프도 비로소 나폴레옹이 남쪽 칼루가가 아니라 정반대 방향인 모즈하이스크로 물러갔다는 것을 파악하고 '뒤로 돌아'를 외쳤습니다. 부하들은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면서 불만이 가득했지만 아예 추격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추격을 서둘렀습니다. 실제로 별로 늦지도 않았습니다. 나폴레옹의 퇴각로는 모즈하이스크를 거쳐 보로디노를 지나 비아즈마(Viazma)를 거치는 등 전체적으로 보면 직선 거리가 아니라 크게 반원호(arc)를 그리는 코스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쿠투조프의 본대는 메드신을 통해 따라잡으면 일종의 지름길을 거쳐갈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그러나 쿠투조프는 쿠투조프였습니다. 그는 밀로라도비치(Milo.. 2021. 6. 14.
보로디노 전투 (9) - 우연 또는 필연 오전 11시 정도에 고리키 마을 동쪽으로 사령부를 더 후퇴시킨 쿠투조프는 무척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건 결코 모든 전황을 통제하고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철저한 나태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러시아군 참모 장교 하나는 당시 쿠투조프의 모습에 대해 '러시아 최고 가문들 출신의 우아하게 차려 입은 장교들과 함께 여유롭게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런 목가적인 신사분들에게 보기 흉하게 피를 철철 흘리는 프랑스군 보나미 장군이 끌려오자, 쿠투조프는 완벽하고 우아한 프랑스어로 접견하며 치료를 받고 쉬라고 권한 뒤, 마치 이미 승리하기라도 한 듯이 휘하 참모 장교들과 계속 노닥거렸습니다. 쿠투조프의 소풍 분위기를 해친 것은 피투성이 보나미 장군이 아니었습니다. 보나미가 부축을.. 2020.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