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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16

휴전 (5) - 차가운 남자의 함박웃음 휴전이 되자 바클레이는 즉각 오데르 강을 넘어 후퇴할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그런데도 바클레이는 재빨리 슈바이트니츠에서 더 서쪽인 상(上) 슐레지엔의 슈트렐렌(Strehlen, 폴란드어로는 스첼린 Strzelin)으로 이동하려 했습니다. 프로이센군은 휴전까지 되었는데 뭐가 무서워 자꾸 도망치려고 드냐고 거세게 항의했지만, 바클레이는 절대 나폴레옹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휴전은 시간 벌기용 위장일 뿐이고, 나폴레옹이 그 사이에 오데르 강 상류쪽으로 행군하여 러시아군의 퇴로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이었습니다. 바클레이가 워낙 강력하게 주장했기 때문에, 결국 알렉산드르와 프리드리히 빌헬름 모두 후퇴에 동의해야 했습니다. 그는 아직 정식 조약이 서명되기도 전인 6월 3일 즉각 부대를 동쪽으로 행군시.. 2023. 7. 31.
휴전 (4) - 땅을 치고 후회할 결정 그나이제나우는 5월 31일 이같은 생각을 바클레이에게 펼쳐놓고는, 자기가 생각해봐도 완벽한 자신의 논리와 작전안에 스스로 감동하여 바클레이가 이 작전안에 찬성할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하고는 자신의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곧 전투가 벌어진다고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바클레이의 대답은 단호하게 일관적이었습니다. 즉, 러시아군은 결코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며, 이번 기회에 오데르 강을 건너 후퇴해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이센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짜르의 명령 때문에 슈바이트니츠에 발이 묶인 상태이다보니, 바클레이가 내세운 계획은 최대한 버티면서 시간을 끌되, 만약 나폴레옹이 공격해오면 그 일대의 구릉 지대에서 메뚜기 뛰듯 옮겨다니며 계속 농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바클레이는 나.. 2023. 7. 24.
휴전 (3) -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 러시아 공사삼일! 이 때 즈음 해서 러시아와 프로이센은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습니다. 바클레이로 대변되는 러시아군은 오데르 강을 넘어 폴란드로 후퇴하고 싶어했으나 프로이센놈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지나 다름 없는 슈바이트니츠로 끌려간다는 불만이 있었고, 그나이제나우로 대변되는 프로이센군은 온갖 핑계를 대고 폴란드로 후퇴하려는 러시아군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딱 하나, 나폴레옹의 휴전 요구에 대해서 러시아나 프로이센이나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일고의 가치가 없다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지요. 애초에 연합군에게 종전이 아닌 임시 휴전은 별 의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2연패를 당한 지금, 러시아와 프로이센이 만족할 조건으로 나폴레옹이 종전 협정을 맺을 가능성은 전혀.. 2023. 7. 17.
휴전 (2) - Uti Possidetis란 무엇인가? 나폴레옹이 현상 타개책으로 내놓은 것은 휴전 제안이었습니다. 보통 휴전을 제안하는 것은 패배한 측이 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나폴레옹이 이렇게 휴전 제안을 한 것은 프랑스군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러시아군보다야 좀 나을지 몰라도, 대부분 불과 4~5개월 전에 징집된 신병인 그의 병사들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고된 행군과 격렬한 전투에 지쳐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프랑스와 독일이 러시아에 비하면 물자가 풍부하고 길도 잘 닦인 곳이라고 해도, 뤼첸 전투를 위해 건넜던 잘러(Saale) 강으로부터 이제 건너야 할 오데르(Oder) 강까지는 400km 떨어진 먼거리였으므로 보급은 역시나 시원치 않았습니다. 병사들이 지치고 배가 고픈 것은 늘상 있는 일이라고 쳐도, 당장 각 연대에는 뤼첸-.. 2023. 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