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20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4) - 어뢰와 조명 개발된지 얼마 안된 어뢰가 진짜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온 것은 영국 해군이 어뢰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어뢰정(torpedo boat)이라는 특수함정 HMS Lightning을 취역시킨 1876년부터. 작고 빠르고 건조 비용도 적게 들어가는 어뢰정들이 크고 둔중한 장갑 전함에 재빨리 접근하여 어뢰를 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원래 장갑 전함들의 장갑판은 흘수선 위에 집중되었고, 흘수선 아래 깊숙한 곳까지는 보호하지 못했음. 아무리 강력한 포탄이라고 해도 물 속에 들어가는 순간 속도가 확 떨어졌기 때문에 수면 바로 아래 부분 정도까지만 장갑판을 두르면 충분했기 때문. 그런데 그보다 더 아래 부분, 그러니까 장갑판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곳을 어뢰가 때리면 전함은 끝장. (이건 어뢰정에 대한 대비를 고려하.. 2025. 3. 13. WW2 중 항모에서의 야간 작전 (2) - 달빛 해전 결국 이런 비극적 사고로 인해, 이후 당분간은 이런 위험한 야간 요격 작전은 실시하지 않게 됨. 나폴레옹도 야간 전투를 매우 싫어하는 편이었다고 하는데, 가만 보면 역사적으로 강대국 지휘관들은 모두 야간 전투를 싫어하고, 약한 측이 언제나 야습을 선호함. 이유는 간단. 인간은 태생적으로 주행성 동물로서 시각에 의존하는 바가 매우 크고, 그래서 야간 전투란 필연적으로 극심한 혼란 속에서 벌어지기 때문. 혼란 속에서는 통제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기 마련이고, 통제가 안된 상태에서는 아무래도 뜻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음. 즉, 낮에 싸우면 여유있게 승리를 거뒀을 쪽이 밤에는 까딱 잘못하면 지거나 이거더라도 피해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그러니 강대국 군대에서는 굳이 야간 전투를 선호하.. 2025. 2. 20. S band 레이더의 등장 (1) - 육군이 먼저 간다 이미 여러 번 이야기했던 1940년 Tizard 사절단의 방미에서는 주로 영국의 첨단 군사 기술들이 미국에게 제공된 셈이지만, 실은 영국측 과학자들도 미국의 기술력에 감탄하기도 했었음. 가령 레이더 기술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영국은 이 회담에서 미국도 해군의 CXAM과 육군의 SCR-270 등의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상당히 놀랐다고. Tizard 사절단의 영국측 과학자들은 모든 기술을 퍼주기로 작정을 하고 온 사람들인데도, 대체 어디까지 퍼줘야 할지 상대방을 믿지 못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고, 미국측에서도 영국의 꼰대들이 과연 풀어놓을 획기적 기술을 가지고 있을까 매우 의심스러워하는 입장이었는데, 서로가 독자적으로 비슷한 기술의 레이더를 만들어낸 것을 알고는 분위기가 확 바뀌어.. 2025. 1. 2. WW2의 IFF 이야기 (5) - 이렇게 편할 수가! IFF Mark I이나 II나, 공통점은 레이더의 탐색 전파에 반응하여 증폭 신호를 반송한다는 것. 레이더 전파가 수평 편광(horizontal polarization)이다 보니 항공기에 붙여야 하는 안테나도 수평이어야 했고, 그러다보니 항공기 양쪽 측면에 안테나를 배치해야 했는데도, 항공기가 어느 방향으로 비행하느냐에 따라 IFF 신호를 제대로 반송하지 못했음. 결과적으로 레이더의 수평 편광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 것 같지만 실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아님. 진짜 문제의 원인은 레이더의 탐색 전파에 반응한다는 것이었음. 실은 1940년에 Frederic C. Williams라는 영국 엔지니어가 '앞으로 레이더의 탐색 전파 주파수가 더 높은 것으로 바뀔 수도 있는데, 그렇게 가변적인 주파수에 일일.. 2024. 12. 19. WW2의 IFF 이야기 (4) - 수평이냐 수직이냐 솔로몬, 과달카날, 산타 크루즈 등에서의 해전 이후 미해군이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꼭 나오는 지적 사항이 있음. 바로 IFF에 대한 것.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 IFF 장비의 숫자가 부족하여 레이더를 이용한 전투기 관제가 어렵다는 것이고, 둘째는 IFF를 꺼놓고 다니는 조종사들이 있다는 것이며, 세째가 항모나 지상기지의 정비사들이 제대로 IFF를 정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요약하면 당장 사용 중인 IFF에 문제가 많다는 불평. 숫자 부족 문제는 이해가 감. 당시 미해군이 사용하던 것은 로열 에어포스가 개발하여 사용한 IFF Mark II으로서, 1940년 11월, 미국과 영국 간의 군사기술 교류 프로그램이었던 Tizard Mission의 일환으로 미군에 전달되었고, 미군은 이걸 SCR-535.. 2024. 12. 12. WW2의 IFF 이야기 (3) - 해결책은 영국으로부터 지난 편에서 언급한 SK-1 레이더 안테나 윗부분에 설치된, 세로 방향으로 배치된 4개 쌍극자의 정체는... 짐작하셨듯이 IFF (identification friend or foe) 안테나. 현대적인 IFF는 interrogator와 transponder의 2개의 요소로 구성됨. 즉, '너 우리편이니?'라고 묻는 신호를 발신하는 장치와, 그 신호를 받을 경우 '나 니네편 맞아'라고 답신을 보내는 장치가 있음. 보통은 이 두 장치가 하나로 결합된 시스템을 사용. (F-16 전투기의 콧잔등에 있는 저 빗금 같은 세로줄이 IFF 안테나) (이 사진은 2013년 BAE Systems Electronics & Systems가 미공군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AN/APX-125 F-16 Mode 5 advanced.. 2024. 12. 5. WW2의 IFF 이야기 (2) - 벅매스터 함장의 보고서 미드웨이 해전 직전에 벌어진 1942년 5월의 산호해 해전을 겪은 뒤 USS Yorktown의 함장 Buckmaster 대령은 2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작성. 주된 내용은 항공모함 레이더 운용 시설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서, CIC가 넓어야 한다는 것과 함께 대공 탐색 레이더는 1대로는 부족하고 2대를 갖춰야 한다는 것 등. 레이더를 2대 갖춰야 한다는 이유는 당시 요크타운의 레이더가 고장 나는 바람에 대혼란을 겪은 바 있었기 때문. "CXAM 레이더의 고장에 의한 피해는 레이더가 여전히 작동하는 다른 항공모함이 없었다면 재앙이 되었을 것입니다. 전투기 관제를 다른 레이더 장착 함정이 인계받거나 레이더 없는 항모에서 여전히 지휘할 수는 있지만, 어느 쪽도 항공모함의 자체 레이더 정보를 활용하는 전투기 관제.. 2024. 11. 28. WW2의 IFF 이야기 (1) - 렌도바 섬 상륙 작전 할시 제독이 1943년 1월 말의 렌넬 섬(Rennel Island) 해전에서 순양함 USS Chicago (CA-29)가 격침된 것은 VHF 무전기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관련 장비의 대량 생산을 촉구한 일의 배경을 살피느라 그 동안 수정 공진기, 즉 크리스탈 오실레이터(crystal oscillator) 이야기를 계속 했었는데, 이제 그 VHF 무전기가 실전에 사용되는 모습을 볼 순서임. 이제 과달카날을 완전히 장악하고 헨더슨 기지로부터 육군항공대의 전투기들과 폭격기들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미군은 동 솔로몬 제도 중 서쪽 뉴 조지아(New Georgia) 섬으로 진출을 시도.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것은 뉴 조지아 섬 남쪽 해안가에 위치한 문다(Munda)의 일본군 비행장.. 2024. 11. 21.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남자라면 중후장대(重厚長大)! 그러니까 일본은 레이더 개발을 위한 기초 기술도 가지고 있었고 레이더라는 물건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음. 전쟁 전에는 기술 이전을 꺼리던 독일도 WW2 개전 이후 적극적으로 레이더 기술을 일본에 전수해주려 했는데, 아예 뷔르츠부르크(Würzburg) 레이더 한 세트를 잠수함에 실어 일본에 보냈음. 그러나 그렇게 두 척을 연달아 보냈으나 두 척 모두 일본에 가는 도중 격침됨. 하지만 별도로 보낸 주요 부품과 설계도는 그대로 일본에 도착. 뿐만 아니라 싱가폴의 영국군 기지를 함락시킨 뒤 영국 육군의 GL Mk-2 radar와 탐조등 제어용 레이더 (Searchlight Control, SLC)를 노획했고 특히 SLC의 조작법이 적힌 문서도 고스란히 획득. 필리핀 .. 2024. 2. 22. 레이더 개발 이야기 (18) - 공습도 예보가 되나요? 로열 에어포스는 레이더의 종주군(?)답게 다우딩 장군의 세심한 감독하에 체계적인 레이더 경보 및 그에 따른 요격 체계를 갖춤. 그러나 로열 네이비는 레이더를 곁가지로 시작했고 또 공군처럼 도시와 공장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함대 방공만 하면 되었으므로 체계적인 요격 체계를 갖출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음. 그러다보니 아랫것들끼리 알아서 체계를 만들어야 했음. 가령 1939년 9월, 사상 최초로 실전에서 레이더로 적기를 탐지한 전함 HMS Rodney는 120km 밖에서 독일 공군기들을 포착했고, 바로 옆에 항모 HMS Ark Royal이 있었으므로 요격 함재기들을 출격시킬 수 있었음. 그러나 안 했음. 레이더로 보아하니 다른 곳을 공습하러 가는 적기들인데 구태여 건드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따라서 .. 2023. 1. 26. 레이더 개발 이야기 (10) - 대공포 레이더의 공헌 방공포용 레이더는 그 부족한 성능과 기능에도 불구하고 공군의 항공기 탑재용 레이더 개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함. 가장 큰 기여는 안테나의 길이. 거대한 구조물로 만들어진 공군의 Chain Home 레이더와는 달리 방공포용 안테나는 적 폭격기의 방향 탐지를 위해 송수신 안테나를 포가 위에 올려놓고 회전시켜 가며 써야 했으므로 안테나가 비교적 짧아야 했음. 이를 위해서 육군 연구실인 Army Cell은 1930년대 중반에 개발된 NT57D 진공관(사진1)을 사용하여 45MHz의 주파수를 만들어냄. 이 NT57D 진공관은 영국내 제조업체들에게조차 1938년에야 그 존재가 공개된, 당시로서는 가장 최신인 기밀 전자부품. 그리고 그 기술의 핵심은 텅스텐 전극과 함께... 외외로 밀봉 기술. 진공관이 제 성능과 기능.. 2022. 11. 24. 레이더 개발 이야기 (8) - 왜 육군에 레이더가 필요했나? 당시 고사포는 본질적으로 눈과 손으로 조작하는 것이지만, 항공기의 속도가 수백 km/h로 빨라질 뿐만 아니라 고도가 수km로 높아지면서 대충 눈짐작만으로는 명중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음. WW2 당시 독일군의 유명한 88mm 고사포 (사진1) 의 포구 속도는 840m/sec. 포탄이 5km 상공까지 올라갈 때 평균 700m/sec의 속도를 낸다고 하면 약 7초가 걸리는 셈. 350km/h의 속도로 날아가는 B-17이라면 그 7초 동안 거의 500m를 이동. 그러니 적 폭격기의 속도는 물론 고도를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면 열심히 쏘아대는 포탄들은 적 폭격기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그냥 헛되이 뜨겁고 치명적인 파편이 되어 아군의 머리 위에 떨어진다는 뜻. 특히 적 폭격기의 고도를 정확히 포착하는 것은 .. 2022. 11. 3.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