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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 전쟁 잡담 - 두 종류의 해리어 수직이착륙기인 해리어는 흔히 '거 경항모에서 사용하려고 만든거 아님?'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1960년대 냉전 시대에 소련군의 기갑부대에 대비하여 만들어진 것. 머릿수에서 딸리는 NATO군은 소련군의 전무후무 세계최강 기갑군단을 항공전력으로 막을 셈이었는데 NATO 수뇌부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소련군의 탄도탄 소나기에서 공군기지를 보호할 방법이 당최 없었던 것. 그래서 짜낸 묘안이 동유럽 인근 작은 전방 기지에 수직이착륙기를 여기저기 분산해두자는 것. 여러가지 실험기체가 만들어졌으나 그 중 유일한 성공작이 Hawker Siddeley Harrier. 즉, 해리어는 어디까지나 지상군을 공격하기 위한 경공격기. 그러다보니 초기 기체인 영국공군 Harrier GR.1은 물론, 포클랜드 전쟁 당시 버전인 H.. 2022. 1. 27.
번외편 - 나폴레옹은 영국 호텔에서 왜 목욕을 안 했을까? 지난 편에서 나폴레옹이 바르샤바의 '영국 호텔'(Hôtel d'Angleterre)에 투숙했을 때 목욕은 하지 않고 식사 및 회담만 한 뒤 2~3시간 만에 떠났다고 말씀드렸지요. 기억나시겠습니다만, 그랑다르메의 패잔병들이 길고 고통스러운 행군 끝에 빌나에 입성했을 때, 그 중 재빨리 호텔에 방을 잡았던 사람 중 하나인 그리와(Charles-Pierre-Lubin Griois) 대령도 목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와인을 곁들인 식사를 배불리 먹고 따뜻한 침대로 기어 들어갈 때, 비로소 장화를 벗었는데 그게 6주만에 처음 그 장화를 벗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발톱 몇 개가 양말과 함께 떨어져 나왔지요. 그렇게 더러운 몸으로 깨끗한 침대에 누웠으니 호텔에서는 매우 싫어했을 것입니다. 왜 나폴레옹도 그리와 대령.. 2022. 1. 24.
포클랜드 전쟁 잡담 - 레이더 사냥 영국공군이 Vulcan 폭격기와 9대의 Victor 급유기를 동원하여 감행한 포클랜드 섬의 Port Stanley 활주로 폭격이 의미가 있는 작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말이 많음. 혹자는 공군의 무리한 욕심이 빚은 전략적 낭비였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덕분에 아르헨 공군이 Mirage 등의 제공기를 부에노스 아이레스 방위로 돌려 영국해군의 부담을 줄여주었다고 평가. 그러나 애초에 포트 스탠리의 활주로는 너무 좁고 짧아 Mirage나 Super Etendard 등 주력 전투기는 어차피 사용할 수 없었음. 그리고 어차피 포트 스탠리 공항은 영국 항모의 해리어들은 물론, 영국 구축함들이 밤마다 접근하여 4.5인치 함포로 공격을 해댔기 때문에 거기에 주력 전투기를 배치하는 것은 자살 행위. 나중에서야 영국 .. 2022. 1. 20.
영국 호텔의 귀빈 - 바르샤바의 나폴레옹 12월 5일 스모르곤에서 그랑다르메를 떠나 파리로 향한 나폴레옹은 12월 7일 코브노를 거쳐 네만 강을 건넜습니다. 처음에는 바퀴 달린 마차를 타고 달렸으나, 도중에 썰매 위에 낡은 마차 객실을 얹은 엉성한 썰매 마차로 바꿔탔는데, 이 조악한 차량은 문짝도 잘 맞지 않아 차가운 외풍이 가혹하게 들이쳤습니다. 당시 나폴레옹의 기분을 가장 생생하게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같은 마차칸에 타고 있던 유일한 사람인 콜랭쿠르였고, 그는 생생한 기록을 남겨놓았습니다. 당연히 나폴레옹은 처음에는 기분이 착 가라앉아 거의 말을 하지 않았으나, 네만 강을 건너고나자 점점 기분이 좋아져서 콜랭쿠르를 상대로 예전처럼 온갖 이야기를 지치지 않고 떠들어댔습니다. 다만 그 이야기의 내용은 과히 바람직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았습.. 2022. 1. 17.
포클랜드 전쟁 잡담 - Vulcan의 폭탄 포클랜드 섬 Port Stanley의 활주로에 Vulcan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공군의 계획을 전해들은 로열네이비 원정함대의 항모 사령관 Woodward는 '뭔 쓸데없는 짓거리'라며 혀를 참. 해리어에 폭탄 실어서 투하하면 되는데 뭐하러 공중급유기 떼거리로 날려가며 그 난리를 피우느냐는 것. 그런데 영국 공군에서 내세운 이 Black Buck 작전의 합리화 중 하나는 '그렇쟎아도 현장에 해리어 수가 너무 부족하므로 소중한 해리어를 위험한 활주로 폭격 작전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웃워드는 일단 잠자코 있었는데 정작 작전 바로 직전에 영국 공군으로부터 '우리가 폭격하고 난 뒤에, 활주로 얼마나 부서졌나 보게 해리어 띄워서 사진 촬영 좀 해줘, 대낮에~'라는 요청을 받음. 웃워드는 '미친 .. 2022. 1. 13.
연쇄 반응 - 타우로겐 조약 개전 초기부터 막도날은 약 3만 규모의 제10 군단을 이끌고 오늘날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Riga) 방면을 포위 공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2월 초, 그랑다르메 본진이 빌나를 넘어 네만 강 너머로 철수하고 있다면 이제 리가 함락이 문제가 아니라 퇴로가 끊길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후퇴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의 제10 군단 중 절반은 요크(Ludwig Yorck von Wartenburg) 장군의 프로이센군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들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한 것입니다.  막도날의 참모들은 프로이센놈들이 배신하려 한다며 불안해 했습니다.  막도날도 처음부터 높지 않았던 프로이센군의 열의가 요즘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긍지.. 2022. 1. 10.
포클랜드 전쟁 잡담 - 고물상을 뒤지는 영국 공군 원래 영국 공군의 작계에 따르면 남대서양의 포클랜드 섬은 너무 멀고 영국공군은 장거리 타격 능력이 없기 떄문에, 그 섬이 침공당할 경우 그 방어는 로열네이비와 육군에게 맡기고 공군은 정찰 및 수송 정도만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음. 그러나 1980년대 초, 댓처의 무자비한 국방예산 감축에 육해공군이 모두 정신없이 칼질을 당하다가 포클랜드 전쟁이 터지자, 영국공군은 '여기서 밥숟가락 못 얹으면 영국공군은 전후에 집중 예산삭감 대상이 된다'라는 절박감에 무조건 타격작전을 펼치기로 작정. 영국공군이 가진 유일한 장거리 폭격기는 전세계 소년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지만 사실 별 볼일 없었던 Avro Vulcan 뿐이었는데 사실 이것도 영국-소련 전쟁을 상정한 중거리 폭격기라서 적도 인근 아센시온 기지에서 출격해도 .. 2022. 1. 6.
전쟁의 끝은 어디인가? - 러시아의 고민과 해결책 코브노의 다리를 건너 네만 강을 건넌 그랑다르메의 장병들은 이제 살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야말로 최후방을 지키며 직접 러시아군에게 마지막 머스켓 소총을 쏜 뒤 그 소총을 강바닥에 집어던진 뒤 돌아선 네 원수의 행동도, 이제 전쟁은 끝났으며 러시아군의 추격은 여기까지라는 철석같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쾨니히스베르크를 향하던 그랑다르메 병사들은 코삭 기병들이 얼어붙은 네만 강을 대규모로 건너 추격해오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코삭들은 국경에 대한 개념도 없고 존중할 의사도 없었거든요. 그들은 그저 저항할 수 없는 패잔병들을 습격해서 노략질을 하고 포로를 잡을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러시아 정규군이 대거 침공하는 것도 아니었.. 2022. 1. 3.
포클랜드 전쟁 잡담 - 스카이호크 이야기 월남전과 포클랜드 전쟁에서 맹활약한 A-4 Skyhawk는 원래 최후의 프로펠러 공격기 A-1D Skyraider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공격기로서 원래 제식번호도 A-4D. 워낙 설계가 잘 되어 크기가 작아 함재기인데도 날개를 접지 않아도 되고 그러다보니 구조도 단순하고 그러다보니 가볍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가격도 쌈. 다만 1950년대에 설계된 기체답게 초음속도 못내고 폭장량도 아쉬웠고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F-8 Crusader를 기반으로 설계된 A-7 Corsair로 점차 대체됨. 스카이호크는 1950년대 설계답게 기총이 동체가 아니라 날개에 붙어있는데, 심지어 WW2 당시 영국제 전투기에서 주로 쓰던 Hispano HS 404를 개조한 Colt Mk 12 20mm ca.. 2021. 12. 30.
"문송합니다" - 낙오된 자들의 운명 메이야르(Jean Pierre Maillard)라는 스위스 제2 연대의 하사관은 10월 18일 폴로츠크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어느 수도원에 차려진 임시 병원에서 다른 수백 명의 부상병들과 함께 수용되었습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던 그랑다르메는 메이야르를 포함한 그 수백의 부상병들에게 의료 처치는 커녕 물과 빵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0월 20일 프랑스군이 물러나고 러시아군이 그 수도원을 접수했을 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그들은 부상병들에게 물과 먹을 것을 주는 대신 누워있는 부상병들을 약탈하기 바빴습니다. 러시아군은 가진 것이 별로 없던 메이야르로부터도 군복 소매에 붙은 하사관 계급장을 뜯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러시아군들은 양반이었습니다. 며칠 뒤 .. 2021. 12. 27.
항공모함 관련 잡담 (12/23) 항공모함의 개념이 도입되던 1920년대, 바다 위에서 굳이 비행기를 날려서 얻을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해군은 뚜렷한 청사진이 있었음. 사정거리가 수평선 너머까지인 25km 이상으로 확장된 전함들의 눈 역할을 한다는 것. 아무리 사거리가 길고 명중률 좋은 주포를 가진 전함이라도, 수평선 너머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적을 타격할 방법은 없음. 그러나 더 높이 올라가면, 즉 비행기를 띄워서 높은 곳에서 아군 사격의 탄착점을 볼 수 있다면 수평선 너머의 적을 정확히 타격하는 것이 가능. 전함을 뜻하는 battleship이라는 단어는 사실 전함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프랑스어 cuirassé (원래는 le navire cuirassé)가 정확히 표현. 즉 적 포탄을 견딜 두꺼운 장갑을 .. 2021. 12. 23.
러시아의 마지막 프랑스인, 네만 강을 건너다 빌나에서 코브노까지는 약 3일 행군거리였습니다. 그 기간 내내 기온은 계속 추워서 영하 30도 이하를 유지했습니다. 만약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졌다면 네만 강이 녹아서 베레지나에서처럼 임시 교량을 놓아야 했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은 코브노에는 네만 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었으므로 굳이 날씨가 추워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당시 3일 동안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미끄러운 눈길을 걸어야 했던 병사들에게 추위는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비오네(Louis Joseph Vionnet, Vicomte de Maringone) 소령의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동상으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손이나 손가락에서 뼈가 드러난 병사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훗날 부르봉 왕가로부터 마링고네 자.. 2021.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