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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 유품의 경매 광경 - Sharpe's Waterloo 중에서 나폴레옹 전쟁 당시 스페인에서 싸우던 영국군 장교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물, Sharpe 시리즈 중에서 한 장면입니다. 아래는 그 중 한 장면입니다. 당시 영국군에서는 전사자의 유품을 그대로 유가족에게 보내지 않고, 동료들에게 경매에 붙여 매각한 뒤 그 돈을 유가족에게 송금하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이는 해군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아마도 당시에는 DHL이나 FEDEX가 없어서 그랬나 봅니다. 아래 본문에 보면, 급여 담당관에게 돈의 송금을 맡기고, 그 급여 담당관은 일부 금액을 수수료로 떼낸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수수료는 대략 몇%였을까요 ? 대략 7~8% 정도였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인플레가 심한 편이 아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너무 심하게 떼는 것 같기도 하고, 반대로 당시에는 온라인 송금도 없었다.. 2019. 2. 21.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 이야기 (하편) 웰링턴은 포르투갈에 상륙하자마자 곧 이베리아 반도의 지형적, 그리고 사회적 특수성이 영국은 물론 프랑스나 독일 등 기타 유럽 지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장 큰 특징으로, 제대로 된 길이 없었습니다 ! 이는 스페인의 침공 위협 때문에라도 스페인과의 교통로를 적극 개발하지 않았던 포르투갈의 특수성에도 기인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이나 모두 산업과 통상의 발달이 부진했다는 점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지역간에 거래를 할 상품이 없다보니 마차가 다닐 일도 없고, 마차가 다닐 일이 없으니 넓직한 길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스페인은 지역 감정이 꽤 심한 나라여서 지방 간의 인적 왕래도 그다지 많지 않다보니, 더더욱 내륙 교통이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교.. 2019. 2. 18.
어느 영국군 장교의 이베리아 전쟁 회고록 이번 포스팅은 J. Kincaid 라는 이름의 스코틀랜드 출신의 젊은 장교가 쓴 "Adventures in the Rifle Brigade, in the Peninsula, France, and the Netherlands from 1809 to 1815" 라는 책의 일부 중 인상 깊은 장면 몇가지를 발췌해서 적은 것입니다. 5년 전에 적었던 포스팅인데, 목요일이라 재탕으로 올립니다. 이제 다음주에 마무리할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와도 연계되는 내용입니다. (참고로, 이 킨케이드 대위가 복무한 부대인 제95 라이플 연대는 Bernard Cornwell의 소설 속에서 리처드 샤프가 소위로 부임한 그 라이플 연대가 맞습니다.) Episode 1. 영국 장교들의 야전 살림살이 이런 경우 우리 수송대는 언제나.. 2019. 2. 14.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 이야기 (중편) (흔히 단순한 축성 전문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이 분으로 인해 유럽에서는 17세기부터 2백년간 요새와 포병, 병참, 병력 운영 등 모든 전쟁 양상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그야말로 위풍당당 보방(Sébastien Le Prestre de Vauban) 백작입니다.) 17세기에 들어서면서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각지의 군사 요충지에 일찌기 보지 못했던 묘한 건축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당대 유럽의 군사 작전 행태에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바로 보방(Vauban)식 요새의 등장이었습니다. 대포의 발명과 함께 무용지물이 되었던 중세식의 높고 웅장한 성벽과는 달리, 보방식 요새는 낮고 두꺼운 벽으로 된 보루(redoubt)와 쐐기 모양의 옹벽(ravelin), 그리고 대포알을 튕겨내기 위.. 2019. 2. 11.
의외의 가사를 가진 샹송 -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니, 난 전혀 후회하지 않아) 가사 해석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세계 유일의 민족이기도 하지만, 미국 문화에 대해서도 적어도 관념적으로는 무척 낮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문화라는 것이 꼭 턱시도 입고 교향악 연주회에 가거나 찬란한 샹들리에 밑에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회화에 대해 이야기하며 와인을 마시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입는 평상복, 평소에 먹는 음식, 평소에 흥얼거리는 노래 자체가 가장 중요한 문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현재 지구 최고의 문화 대국은 바로 미국이라고 봐요. 햄버거와 팝송, 영화, 그리고 그런 것들을 통해 형성되는 전반적인 사회 가치관에 있어서 미국만큼 전세계에 강렬한 영향을 끼치는 나라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너무 그렇게 미국 문화의 파급.. 2019. 2. 7.
나폴레옹 시대의 병참부 이야기 (상편) 샤우만(August Friedrich Ludolph Schaumann)이라는 분이 쓴 회고록이 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영국군 작전에 대한 귀중한 사료로 곧잘 인용됩니다. 이 샤우만이라는 분은 1778년 독일 하노버(Hanover)에서 태어난 순수 독일인으로서, 귀족 가문 출신의 신사였습니다. 영국 왕의 개인 영지이자 독립국이었던 하노버 공국의 군대에서 16세부터 21세까지 장교로 근무했던 샤우만은 원래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 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명령을 받은 모르티에(Adolphe Edouard Casimir Joseph Mortier)의 1803년 하노버 점령을 계기로, 영국군 산하 왕립 독일군(The King's German Legion, KGL)에 가담하여 프랑스군과 싸우게 되.. 2019. 2. 4.
괴테, 영국 해군, 그리고 "Listening for the weather" 시간에 종속된 존재인 주제에, 인간은 항상 미래를 예측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써 미래의 일을 조금이라도 예측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당장 해볼 수 있는 것이 여러가지 있겠지요. 로또를 사도 되고, 선물시장에서 큰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고, 교통사고나 범죄를 미리 막아 소중한 생명들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생각나는 대로 몇개 늘어놓고 보니 돈과 생명에 관계된 것들이네요. 미래를 예측하려는 실제적인 노력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제로 많이 있었고, 또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노력이었고, 또 재산과 인명에 직접 영향이 있고, 지금도 국가적으로 많은 돈과 인력을 퍼붓지만 .. 2019. 1. 31.
가짜 뉴스, 전쟁을 일으키다 - 1810년 12월 31일 짜르의 칙령 1810년은 나폴레옹에게 있어 드물게 조용한 한 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지에서는 계속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지기는 했습니다만, 1809년 바그람 전투 이후 나폴레옹 본인이 직접 뛰어들 만큼 큰 전쟁은 없었지요. 그리고 1810년은 그의 제국이 최대 규모로 팽창했던 시기였습니다. 네덜란드와 북부 독일 공국들을 병합하여 프랑스의 영토가 사상 최대의 크기로 늘어난 것이지요. 게다가 유서깊은 합스부르크 왕가와 혼인을 맺고 정권의 영속성을 위한 아들까지 얻었으니, 정말 1810년은 나폴레옹에게 절정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숙적 영국과의 전쟁도 매우 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웰링턴을 스페인에서 몰아낸 것에 이어 마세나가 영국의 발판인 포르투갈까지 침공해들어갔고 (물론 이는 .. 2019. 1. 28.
미라클 벨리에 (La Famille Bélier) - Je vole과 En chantant의 가사 해설 'La Famille Bélier' (벨리에 가족)이라는 2014년도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저는 국내 케이블 TV에서 '미라클 벨리에'라는 제목으로 방영해줄 때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되었지요. 나중에라도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진짜 재미있습니다. 줄거리를 한 줄 요약하면 '청각장애인 가족 중 유일하게 정상인 사춘기 딸이 노래를 통해 부모와 교감하고 성장한다'라는 것인데, 웃음과 감동이 모두 있는 진짜 가족 영화입니다. 그런데 가족 영화라고 해서 이걸 자녀분과 보시면 그게 또... 좀 민망하실 겁니다. 가족 영화치고는 성적인 내용도 꽤 나오거든요. 저는 관광차 프랑스에 한 일주일 정도 밖에 가보지 않은 프알못에 불과합니다만, 이 영화를 보고 프랑스 사람들의 가치관에 대해 굉장히 충격.. 2019. 1. 24.
고대 그리스의 병사들은 어떤 것을 먹었을까 ? 고대 그리스의 고전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는 당시 병사들이 어떤 것을 먹고 마셨는지에 대한 묘사가 매우 상세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서사시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BC 3~4세기의 페르시아 전쟁이나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까마득한 옛날인 BC 11세기 정도의 청동기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즉 도리아인들의 침공 이후 형성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양분되는 그리스 시대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등장 인물들의 갑옷과 투구, 창 등이 모두 청동으로 되어 있지요. 다만 철기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까지는 아니고, 철이 등장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직 철기시대 초창기라서 당시의 철(iron)에는 탄소 함량이 너무 많아 단단하기는 하지만 깨지기 쉬운.. 2019. 1. 21.
19세기초 영국군과 인도군은 어떻게 싸웠나 - Sharpe's Triumph Bernard Cornwell이 지은 Sharpe 시리즈는 1799년 영국군이 인도 중부 마이소르(Mysor) 지방을 침공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그로부터 3년 정도의 안정기를 지나, 마이소르 지방의 수도인 셰링가파탐이 영국군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인도 군주 하에서 안정화되자, 영국은 다시 더 북부의 마라타 연합이 지배하는 지역을 노립니다. 이런 식으로 영국이 인도 전체를 식민지화하는데는 무려 1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로버트 클라이브가 7년 전쟁 도중 플라시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무찌르고 인도에서 영국의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 1757년이었으니까, 정말 오랜 세월에 걸쳐 야금야금 먹어들간 셈이지요. 인도 대륙이 정말 크긴 큰가 봅니다. 그래서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인 무렵, 영국은 아직도 인도 .. 2019. 1. 17.
전쟁 비용 조달 -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 모든 전쟁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갑니다. 흔히 미국이 30년대의 대공황에서 빠져나온 것이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불황이 생길 때마다 네바다 사막이든 태평양 한가운데든 가상 표적을 세우고 거기에 병력과 함대를 동원해서 맹폭격을 가하지 않겠습니까 ? 결국 그렇게 전쟁하느라 쓴 돈은 누군가 갚아야 하는 법이고, 미국도 전후 20년 정도 최고 세율 90% 정도의 엄청난 소득세를 부과하여 그 비용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1913-2008 기간 중 미국 소득세 최고 세율의 역사입니다.) 나폴레옹 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국이든 프랑스든 모두 누군가는, 정확하게는 결국 국민 전체가 전쟁 비용을 .. 2019. 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