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43

달콤한 착각 - 나폴리에서 온 과자 이야기 Desolation Island by Patrick O'Brien (배경 : 1811년 HMS Leopard 함상) ------ (워건 부인은 군함 뱃바닥에 있는 영창에 갇혀 오스트레일리아의 유형지로 가는 신세입니다. 군의관인 머투어린이 이 여자를 검진합니다.) "그렇게 절망하여 외톨이 노릇을 고집하시면 틀림없이 건강을 해치게 될 겁니다." 그녀는 미소를 쥐어짜 보이고는 말했다. "어쩌면 이건 그냥 나폴리 비스킷(Naples biscuits) 때문일거에요. 최소한 1천개는 먹었거든요." "줄곧 나폴리 비스킷만 드셨다고요 ? 이 군함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던가요 ?" "주긴 하지요. 곧 그런 식사도 맛있게 먹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불평한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신 것이 언.. 2018. 9. 27.
모니카는 어떻게 뉴욕 아파트 월세를 감당했을까 ?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Friends"는 우리나라 무한도전급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시트콤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어느 미국 신문 투고란에 '난 전형적인 여피족의 삶을 살았다'라는 의미로 'TV에서는 프렌즈를 시청했다'라는 묘사를 쓴 글이 올라왔던 것이 기억날 정도입니다. 많은 분들께는 굳이 그 배역과 극중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만, 모니카와 레이첼, 피비와 조이 등 이 다섯 친구들은 뉴욕의 꽤 넓은 (제 느낌으로는 한 45평 ?) 아파트에서 일종의 쉐어하우스 형태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욕이나 런던 등의 소득대비 주거비로 볼 때 서울 아파트값이 결코 비싼 편이 아니며 오히려 싼 편에 속한다고 하지요. 그에 따르면 뉴욕.. 2018. 9. 23.
분노의 포도, 그리고 1센트짜리 캔디 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작 (배경 1930년대 미국) ------------------- (미국 중부의 수만명의 소작농들이 은행에 땅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은 끝에, 포도와 오렌지가 가득하다는 캘리포니아로 무작정 떠납니다. 대개 중고차 상인에게 속아서 산 고물 트럭에 남루한 가재도구와 지친 식구들을 싣고, 몇푼 안되는 여비를 가지고 긴 여행을 떠나는 소작농들의 행렬이 긴 66번 국도를 메우다시피 합니다. 여기서는 어떤 소작농 가족이, 도로변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물과 빵을 구합니다. 당연히 휴게소 주인 내외는 이들이 반갑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그렇습니다." 하고 사나이가 말했다. "그럼 샌드위치를 사시지 그래요. 맛있는 샌드위치와 햄버거가 있어요."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야 간절.. 2018. 9. 20.
마늘을 사랑한 영국인 리처드 샤프 오래 전에 차두리 선수가 아직 현역일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이 신문에 났었습니다. 그때 아주 인상적인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여기서 적응하려면 독일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신다. 한국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마늘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다음날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뭐가 미안하지요 ?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이 미안한거지요. 제가 다른 곳에서 듣기로도, 유학생이 주말에 한국 음식 해먹고 가면 서양애들은 귀신처럼 냄새로 알아차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양애들은 대개 마늘 냄새를 무척이나 싫어하지요. (이것이 바로 드래곤 브레스보다 더 무섭다는 갈릭 브레스) 이렇게 마늘 냄새가 그 다음날까지 나는 것은 이유가 있답니다. Allyl methyl sulfide(AMS.. 2018. 9. 13.
유대교에는 내세가 없다고요 ? - 카페 소사이어티 최근에 카투사 군대 친구 둘과 오랜만에 만나 잡담을 하다가 그만 종교 이야기가 나와버렸습니다. 모인 친구들이 (저 포함해서) 열혈이든 냉담이든 다 기독교 일당인지라 종교 이야기가 금기시되는 분위기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그 중 열혈에 속하는 친구 하나가 이슬람에 대해 분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최근에 이슬람에 대해 공부를 좀 했는데, 그건 정말 종교도 아니야. 일단 성전이라고 있는 것이 구약 성경 베낀 것에 불과하고, 또 칼리프다 뭐다 하면서 자기들끼리 얼마나 싸우고 죽이는지..." 그 말을 듣고 저처럼 깐죽거리는 사람이 가만 있을리가 없었지요. "야, 그럼 기독교하고 똑같쟎아 !" 물론 친한 친구들이라서 그냥 웃고 끝내긴 했지만, 실제로 기독교도 이슬람과 동일하게 유대교에서 파생된 종교가 맞습.. 2018. 9. 10.
1807년 쥐노의 포르투갈 침공 - 브라질 박물관 화재를 애도하며 ** 200년 역사를 가진 브라질 박물관의 최근 화재를 애도하며, 쥐노의 포르투갈 침공 사건을 다룬 글을 다시 올립니다. 그 박물관 건물은 이 시건때 브라질로 도주한 포르투갈 왕가가 임시 행궁으로 삼았던 건물입니다. ** 1806년, 나폴레옹이 예나-아우어슈테트에서 프로이센을 격파한 나폴레옹이 베를린에 입성하여 한숨 돌리고 있을 때, 나폴레옹에게 10월 14일 스페인 수상 고도이가 발표한 성명서 내용이 전달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나폴레옹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습니다. 러시아의 협박과 영국의 뇌물을 받아먹은 스페인 수상 고도이가 바로 얼마전에 발표한 이 성명서는 대부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애매모호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나, 결국 그 요점은 프랑스와의 전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독.. 2018. 9. 5.
다니엘과 장발장과 나폴레옹의 콩 이야기 한 십여년 전에, 집에서 National Geographic 잡지를 구독한 적이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어찌어찌하다가 구독하게 된 것이었는데, 영문판이었습니다... 그렇쟎아도 내용이 심오한 잡지였는데 영문판이니 더욱 읽기가 어려워 결국 대부분 읽지도 않은채 구독이 끝나버렸지요. 그런데 그 얼마 안 되는 읽은 기사 중에 곡물의 역사에 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게 기억되는 부분이, "만약 콩이 없었다면 인류는 결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지 못 했을 것이다"라는 문구였습니다. 즉, 최초의 인류가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태어났을 때 아프리카 평원에 콩류가 없었다면 인류가 큰 뇌를 발달시키는데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콩은 지금도 인류에게 값싼 단.. 2018. 9. 3.
나폴레옹은 대체 왜 살이 찐 것일까 ? - 고탄저지의 비극 저는 여러번 밝혔다시피 비만인 편입니다. 젊었을 때는 괜찮다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늘어나는 체중으로 좌절과 굴욕을 맛본 사람이 저 하나 뿐만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나폴레옹도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포병 소위 시절의 나폴레옹...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 그의 많은 초상화에서 보듯이, 젊은 시절 나폴레옹은 상당히 마른 편이었습니다. 그를 당시 직접 본 많은 사람들이 남긴 기록에도 '야위었다, 마치 아픈 사람같은 안색이었다'라는 표현이 많습니다. 그는 제1통령 시절, 튈르리 궁에서 지낼 때부터 겨울철에는 벽난로의 불을 크게 피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마른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그도 추위에 무척 약했기 때문입니다. (제1통령 시절 날씬했던 나폴레옹의 모습) 나폴레.. 2018. 8. 30.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10편) - 로또를 맞은 것은 누구인가 베르나도트는 스웨덴 국민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 즉 러시아로부터 핀란드를 되찾아오는 임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북구의 촌뜨기 스웨덴 사람들이 국제 사정을 몰라서 가진 소원일 뿐,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스웨덴 사람들의 소망을 처리하는데 있어, 자신이 그저 지시받은 목표를 무조건 수행해내는 단순무식한 장군이 아니라 목표 설정 자체부터 재검토하는 진정한 국가 지도자급 인물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증명해보입니다. 그는 떠오르는 강대국 러시아로부터 핀란드를 되찾아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령 나폴레옹의 힘을 빌어 일시적으로 되찾아온다고 해도 그건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뿐, 결국 반드시 러시아와 끝없는 전쟁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러시.. 2018. 8. 27.
나폴레옹 시대의 채권 투자 이야기 저로 하여금 이 블로그를 연재하게 만든 것은 세 권(..은 아니고 세 세트)의 소설입니다. 모두 영국 소설이고, 제 블로그에 자주 출입하시는 분들은 이미 다들 아시는, Sharpe, Hornblower, 그리고 Aubrey-Maturin 시리즈입니다. 이 세 종류의 소설은 모두 영국인이 쓴 나폴레옹 시대의 역사 소설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지요.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20대 정도의 하급 장교(Sharpe의 경우는 일병 계급부터 시작합니다)에서 시작하여, 노년에 제독(역시 출신 성분이 미천한 Sharpe의 경우는 신분의 벽을 뚫지 못하고 중령에서 스톱)까지 이르게 되지요. 이 장편 시리즈물의 주인공들이 도중에 포로가 되기도 하고, 함정에 빠져 계급을 박탈당하기도 하는 등 갖.. 2018. 8. 23.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9편) - 알았다면 뽑지 않았을 왕세자 아우구스트 왕세자와 폰 페르센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사태는 험악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왕의 역할일텐데, 카알 13세는 정작 거의 아무 역할을 못 했습니다. 이미 1809년 11월 이미 한차례 심장마비를 일으킨 이후 건강 문제로 인해 국정에 거의 참여를 못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스웨덴의 조야는 모두 안정을 원했는데, 이 혼란이 끝나기 위해서는 강력한 후계자를 조속히 선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습니다. 문제는 카알 13세의 왕비 샤를로타(Hedvig Elisabet Charlotta) 왕비였습니다. 살해된 폰 페르센과 함께 구스타프파의 수장 노릇을 해왔던 여걸이던 그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구스타프 왕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2018. 8. 20.
나폴레옹 시대, 중고 프리깃함 가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 최근에 흥미로운 보험 사기 관련 뉴스가 있었습니다. 길이 100m가 넘는 4천톤급 원양어선에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화재를 일으킨 뒤, 보험금으로 무려 6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냈다는 것이었지요. (https://news.v.daum.net/v/20180809072704748 참조) 거기서 저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했던 것은 애초에 그런 큰 배를 구입하는데 들었던 금액이었습니다. 19억원이더라구요. 비록 낡은 중고어선이라서 많이 내려간 가격이긴 했지만, 그 정도면 서울에 있는 좋은 동네 넓은 아파트 가격이쟎아요 ? 저는 그런 큰 배는 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서,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정도면 물론 큰 액수이긴 하지만 로또 한방이면 가능한 금액이라는 점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길이.. 2018.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