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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클랜드 전쟁 잡담 - Vulcan의 폭탄 포클랜드 섬 Port Stanley의 활주로에 Vulcan 폭격기가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공군의 계획을 전해들은 로열네이비 원정함대의 항모 사령관 Woodward는 '뭔 쓸데없는 짓거리'라며 혀를 참. 해리어에 폭탄 실어서 투하하면 되는데 뭐하러 공중급유기 떼거리로 날려가며 그 난리를 피우느냐는 것. 그런데 영국 공군에서 내세운 이 Black Buck 작전의 합리화 중 하나는 '그렇쟎아도 현장에 해리어 수가 너무 부족하므로 소중한 해리어를 위험한 활주로 폭격 작전에 노출시킬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웃워드는 일단 잠자코 있었는데 정작 작전 바로 직전에 영국 공군으로부터 '우리가 폭격하고 난 뒤에, 활주로 얼마나 부서졌나 보게 해리어 띄워서 사진 촬영 좀 해줘, 대낮에~'라는 요청을 받음. 웃워드는 '미친 .. 2022. 1. 13.
연쇄 반응 - 타우로겐 조약 개전 초기부터 막도날은 약 3만 규모의 제10 군단을 이끌고 오늘날 라트비아의 수도인 리가(Riga) 방면을 포위 공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2월 초, 그랑다르메 본진이 빌나를 넘어 네만 강 너머로 철수하고 있다면 이제 리가 함락이 문제가 아니라 퇴로가 끊길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후퇴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의 제10 군단 중 절반은 요크(Ludwig Yorck von Wartenburg) 장군의 프로이센군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들이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한 것입니다. 막도날의 참모들은 프로이센놈들이 배신하려 한다며 불안해 했습니다. 막도날도 처음부터 높지 않았던 프로이센군의 열의가 요즘 확연히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긍지 높은 프로.. 2022. 1. 10.
포클랜드 전쟁 잡담 - 고물상을 뒤지는 영국 공군 원래 영국 공군의 작계에 따르면 남대서양의 포클랜드 섬은 너무 멀고 영국공군은 장거리 타격 능력이 없기 떄문에, 그 섬이 침공당할 경우 그 방어는 로열네이비와 육군에게 맡기고 공군은 정찰 및 수송 정도만 지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음. 그러나 1980년대 초, 댓처의 무자비한 국방예산 감축에 육해공군이 모두 정신없이 칼질을 당하다가 포클랜드 전쟁이 터지자, 영국공군은 '여기서 밥숟가락 못 얹으면 영국공군은 전후에 집중 예산삭감 대상이 된다'라는 절박감에 무조건 타격작전을 펼치기로 작정. 영국공군이 가진 유일한 장거리 폭격기는 전세계 소년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지만 사실 별 볼일 없었던 Avro Vulcan 뿐이었는데 사실 이것도 영국-소련 전쟁을 상정한 중거리 폭격기라서 적도 인근 아센시온 기지에서 출격해도 .. 2022. 1. 6.
전쟁의 끝은 어디인가? - 러시아의 고민과 해결책 코브노의 다리를 건너 네만 강을 건넌 그랑다르메의 장병들은 이제 살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야말로 최후방을 지키며 직접 러시아군에게 마지막 머스켓 소총을 쏜 뒤 그 소총을 강바닥에 집어던진 뒤 돌아선 네 원수의 행동도, 이제 전쟁은 끝났으며 러시아군의 추격은 여기까지라는 철석같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여유있는 발걸음으로 쾨니히스베르크를 향하던 그랑다르메 병사들은 코삭 기병들이 얼어붙은 네만 강을 대규모로 건너 추격해오자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코삭들은 국경에 대한 개념도 없고 존중할 의사도 없었거든요. 그들은 그저 저항할 수 없는 패잔병들을 습격해서 노략질을 하고 포로를 잡을 생각 밖에 없었습니다. 러시아 정규군이 대거 침공하는 것도 아니었.. 2022. 1. 3.
포클랜드 전쟁 잡담 - 스카이호크 이야기 월남전과 포클랜드 전쟁에서 맹활약한 A-4 Skyhawk는 원래 최후의 프로펠러 공격기 A-1D Skyraider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공격기로서 원래 제식번호도 A-4D. 워낙 설계가 잘 되어 크기가 작아 함재기인데도 날개를 접지 않아도 되고 그러다보니 구조도 단순하고 그러다보니 가볍고 게다가 결정적으로 가격도 쌈. 다만 1950년대에 설계된 기체답게 초음속도 못내고 폭장량도 아쉬웠고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도 없었기 때문에 결국 F-8 Crusader를 기반으로 설계된 A-7 Corsair로 점차 대체됨. 스카이호크는 1950년대 설계답게 기총이 동체가 아니라 날개에 붙어있는데, 심지어 WW2 당시 영국제 전투기에서 주로 쓰던 Hispano HS 404를 개조한 Colt Mk 12 20mm ca.. 2021. 12. 30.
"문송합니다" - 낙오된 자들의 운명 메이야르(Jean Pierre Maillard)라는 스위스 제2 연대의 하사관은 10월 18일 폴로츠크 전투에서 부상을 입고 어느 수도원에 차려진 임시 병원에서 다른 수백 명의 부상병들과 함께 수용되었습니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던 그랑다르메는 메이야르를 포함한 그 수백의 부상병들에게 의료 처치는 커녕 물과 빵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0월 20일 프랑스군이 물러나고 러시아군이 그 수도원을 접수했을 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그들은 부상병들에게 물과 먹을 것을 주는 대신 누워있는 부상병들을 약탈하기 바빴습니다. 러시아군은 가진 것이 별로 없던 메이야르로부터도 군복 소매에 붙은 하사관 계급장을 뜯어갔습니다. 그런데 그 러시아군들은 양반이었습니다. 며칠 뒤 .. 2021. 12. 27.
항공모함 관련 잡담 (12/23) 항공모함의 개념이 도입되던 1920년대, 바다 위에서 굳이 비행기를 날려서 얻을 이익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해군은 뚜렷한 청사진이 있었음. 사정거리가 수평선 너머까지인 25km 이상으로 확장된 전함들의 눈 역할을 한다는 것. 아무리 사거리가 길고 명중률 좋은 주포를 가진 전함이라도, 수평선 너머에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적을 타격할 방법은 없음. 그러나 더 높이 올라가면, 즉 비행기를 띄워서 높은 곳에서 아군 사격의 탄착점을 볼 수 있다면 수평선 너머의 적을 정확히 타격하는 것이 가능. 전함을 뜻하는 battleship이라는 단어는 사실 전함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하지는 못하고, 오히려 프랑스어 cuirassé (원래는 le navire cuirassé)가 정확히 표현. 즉 적 포탄을 견딜 두꺼운 장갑을 .. 2021. 12. 23.
러시아의 마지막 프랑스인, 네만 강을 건너다 빌나에서 코브노까지는 약 3일 행군거리였습니다. 그 기간 내내 기온은 계속 추워서 영하 30도 이하를 유지했습니다. 만약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졌다면 네만 강이 녹아서 베레지나에서처럼 임시 교량을 놓아야 했으니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실은 코브노에는 네만 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었으므로 굳이 날씨가 추워야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당시 3일 동안 영하의 강추위 속에서 미끄러운 눈길을 걸어야 했던 병사들에게 추위는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비오네(Louis Joseph Vionnet, Vicomte de Maringone) 소령의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동상으로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손이나 손가락에서 뼈가 드러난 병사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훗날 부르봉 왕가로부터 마링고네 자.. 2021. 12. 20.
미해군 항공모함의 1972년 인종 폭동 이야기 우리가 아는 것과는 달리, 미국도 여전히 '남성' 시민들은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으며 실은 미국 시민권자 뿐만 아니라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모든 이민자들도 18세 생일 되는 30일 이내에 Selective Service System (SSS, aka "The Draft")에 등록을 할 것을 법으로 요구 받음. 여기에 등록된다고 다 군대 간다는 소리는 아니고 '필요시' 국가가 거기 등록된 사람을 징병할 수 있다는 이야기.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최소 50만명의 젊은이들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병역을 회피(draft avoidance)하거나 기피(draft evasion/dodgoing). 대표적인 회피/기피 방법은... 1. 종교적 이유에 의한 양심적 병역기피 : 목사 및 전도사 등은 모두 병역 면제. 공화당.. 2021. 12. 16.
뮈라, 모래, 그리고 금화 - 빌나에서의 후퇴 모든 군사 작전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이 후퇴입니다. 빵집 솜씨는 바게뜨를, 중국집 솜씨는 짜장면을 맛보면 알 수 있듯이, 지휘관의 역량은 후퇴 작전을 시켜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은 모스크바에서든 스몰렌스크에서든 철수할 때마다 어느 부대가 앞장 서서 후퇴를 시작하고, 첫 부대가 다 떠난 뒤 간격을 얼마나 두고 두번 째 부대가 후퇴를 시작하는지 등등에 대해 꼼꼼한 명령서를 베르티에를 통해 발부했습니다. 그러나 남아대장부 뮈라는 달랐습니다. 그는 베르티에 따위는 찾지도 않고 그냥 '전군, 코브노로 후퇴'라는 짧고 간결한 명령만 날린 뒤,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지체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앞장 서서 후퇴에 나섰습니다. 덕분에 빌나에서 철수한다는 명령은 매우 아마추어스럽게 전달되었습니.. 2021. 12. 13.
포클랜드 전쟁 잡설 - 한 발의 엑조세를 쏘기 위해... 1970년대에 프랑스 해군이 함재기 구매에 나설 때 원래는 유럽의 다국적 합작품인 SEPECAT Jaguar (사진1)를 함재기 버전으로 바꾼 Jaguar M을 개발했으나, 유럽애들이 하는 것이 다 그렇듯 이 프로그램이 산으로 가자 그냥 다 때려치우고 그냥 남들 다 쓰는데다 가격도 합리적인 미제 함재기 A-7 Corsair 또는 A-4 Skyhawk를 사려고 함. 그러나 끈끈한 '우리가 남이가' 정서를 이용한 프랑스 다소 사가 프랑스 정부를 움직여 Super Étendard를 억지로 구겨 넣음. 쉬페르 에땅다르는 50년대 말에 첫 비행을 한 Dassault Étendard IV (사진2)의 기체를 거의 그대로 사용하면서 좀더 강력한 엔진과 개선된 날개, 그리고 그 사이에 개발된 첨단 항공전자장비를 통합한.. 2021. 12. 9.
커피 한 잔과 케익 한 조각 - 약속의 도시 빌나 나폴레옹이 마차의 말을 교체한 뒤 떠나버린 다음 날인 12월 7일 오후, 좁은 빌나 성문을 통해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 뜯어지고 꾀죄죄한 옷차림에 적어도 몇 주간은 씻지 않은 것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는데, 마치 야만인들이 문명인 세계로 온 것처럼 번화한 거리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몇몇 시민들이 이들의 몰골을 보고 놀라서 수군거렸지만 이들은 영업 중인 카페를 발견하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다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커피와 케익을 주문했습니다. 그 일행 중 하나가 펠레(Jean-Jacques Germain Pelet-Clozeau) 대령이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그 경험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차분하게 정돈된 도시를 보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사치.. 2021. 1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