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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전기 셔틀 노릇을 한 항공모함 - USS Lexington 이야기

by nasica 2020.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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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근처의 작은 도시인 타코마(Tacoma) 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인구와 산업이 불어나면서, 늘어나는 전력 수요 감당을 위해 몇 년 전에 쿠쉬먼 댐(Cushman Dam No. 1)을 건설했습니다.  이렇게 그 수력 발전에서 나오는 전력에 의존하던 타코마 시에 1929년 겨울, 뜻하지 않은 재앙이 닥쳤습니다.  시애틀은 비가 자주 오는 곳이라서 그럴 줄은 몰랐는데 여기에도 가뭄이 든 것입니다.  쿠쉬먼 호수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쿠쉬먼 댐에서의 수력 발전에 문제가 생겼고, 당장 타코마 시는 전력 공급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공장과 상점이 문을 닫아야 했고, 단기 실업자가 급증했습니다.  

 

(지금도 존재하는 퓨짓 사운드 미해군 조선소의 위치입니다.  지도 아래에 타코마가 보입니다.)

 

(구글맵에서 찾아본 퓨짓 사운드 해군 조선소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부럽네요.)

 



시애틀이나 타코마나 모두 미국 워싱턴주 서해안의 퓨짓 사운드(Puget Sound)라는 커다란 만 안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바로 그 만 안에 퓨짓 사운드 해군 조선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거기에 2년 전에 취역하여 훈련 중이던 항공모함 USS Lexington (CV-2, 4만7천톤, 33노트)이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타코마 시에 렉싱턴 호를 파견합니다.  타코마 항 부두에 접안한 렉싱턴은 함체에서 굵은 전선 다발을 쏟아내어 항구의 전력망에 연결했고, 놀랍게도 타코마 시에 전력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상 발전소 노릇을 시작한 렉싱턴 호는 12월 17일부터 다음해인 1930년 1월 16일까지 한달 간 450만 kWH의 전력을 제공했습니다.  렉싱턴은 1월 중순 비가 내려 다시 수력 발전이 가능해지자 비로소 타코마를 떠났습니다.  미해군이 타코마 시에 선사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지요.  

 

(타코마 시에 전기 셔틀 노릇하고 있는 렉싱턴 호입니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훨씬 더 진보된 항모이자 WW2에서 맹활약했던 Essex급 항모들은 이런 거 할 수 없었습니다.)

 



진짜 크리스마스 행사도 있었습니다.  렉싱턴 호는 타코마의 빈곤층 아동(poverty children이라고 하지 않고 disadvantaged children이라고 표현합니다)을 격납고로 초대해서 파티를 가졌는데, 그 파티의 클라이막스는 산타클로스의 방문이었습니다.  렉싱턴은 미국 항모 특유의 개방형 격납고를 가지고 있었는데, 함체 옆에 넓게 뚫린 출입구(bay)를 통해 콜세어(Vought O2U Corsair) 정찰기가 격납고로 내려왔고 여기에 산타클로스가 타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콜세어는 WW2에서 활약했던 갈매기 날개를 가진 전폭기 콜세어가 아니라 1920년대의 복엽 정찰기입니다.)

 



핵추진 항모도 아닌데, 작은 도시의 발전소 역할을 해내다니 대단하지요?  그러나 모든 항공모함이 이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렉싱턴은 전기 터빈식 추진장치(turbo-electric drive)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이 가능했습니다.  전기 터빈식 추진장치란 보일러에서 나온 증기로 터빈을 돌리고 그 힘으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만든 뒤 그 전기로 전기 모터를 회전시켜 스크루를 돌리는 방식입니다.  렉싱턴에는 16개의 보일러에서 최대 18만 마력, 13만 kW의 파워를 낼 수 있었고, 이 보일러에서 나온 증기로 4개의 터빈과 거기에 달린 발전기를 돌렸습니다.  

 

 

(이건 프랑스의 여객선인 SS Normandie의 전기 터빈 추진장치를 보여주는 단면도입니다.  보일러와 터빈, 그에 연결된 발전기와 모터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군용보다는 여객선에 매우 좋은 시스템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왜 증기 터빈에서 나온 회전력으로 그냥 스크루를 그대로 돌리지 않고 이런 복잡한 방식을 썼을까요 ?  당연히 이점이 많았기 때문인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항속거리 증가였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친 뒤 대서양 뿐만 아니라 태평양까지 전세계의 제해권을 노리던 미해군에게는 항속거리 증가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보통 증기 터빈은 고속 회전할 때 가장 연료 효율이 좋습니다.  그러나 스크루는 훨씬 더 저속으로 회전해야 연료 효율이 좋습니다.  물 속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스크루를 회전시키면 많은 에너지가 케비테이션(cavitation) 현상으로 낭비되어 버리거든요.  그리고 군함이 항상 고속으로 항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결국 복잡하고 정교한 거대 톱니바퀴들로 이루어진 감속 기어박스(reduction gear)를 터빈과 스크루 사이에 넣어야 합니다.  이렇게 커다란 쇳덩이 기어박스는 그 무게 때문에 연료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됩니다.

보통 전함이나 항공모함 같은 대형 선박은 스크루가 3개 혹은 4개 달려 있는데, 연료를 아끼면서 적절한 저속을 내기 위해 4개의 스크루 중에서 2개를 그냥 정지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보일러의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평상시에는 절반의 보일러만 켜고 항행하는 거지요.  그러나 이것도 문제를 일으킵니다.  물 속에서 정지한 스크루는 꽤 큰 항력(drag)을 일으키거든요.  그래서 좋든 싫든 전체 보일러에 모두 다 불을 때면서 연료 효율이 낮은 저속으로 항진해야 합니다.  

게다가 터빈과 기어박스는 무척 무겁기 때문에, 보통 함체의 중간에 위치해야 합니다.  그러나 스크루는 함미 바깥에 있지요.  따라서 스크루 축(shaft)이 굉장히 길어지게 됩니다.  스크루 축 자체도 상당히 무거운 강철봉이기 때문에 또 연료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됩니다.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군함도 가끔 후진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를 위해서는 별도의 후진용 터빈을 갖추어야 했습니다.  역시 무게가 늘어나고 연료 효율이 떨어지는 요소였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로 전기 터빈식 추진장치였습니다.  

터빈과 스크루 사이에 기계적 연결이 전혀 없으므로, 터빈을 돌려서 발전기를 돌리는 것은 군함이 어떤 속도로 항진하던 간에 상관없이 그냥 연료 효율이 좋은 상태로 계속 돌릴 수 있었습니다.  또 일부 보일러를 꺼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리고 속도 조절은 전기 모터 회전 속도만 바꾸면 되었으므로 거대한 기어박스가 필요없었습니다.  후진도 매우 간단했습니다.  그냥 전기 모터의 전류 흐름만 반대로 바꾸면 되었으니까요.  게다가 모터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으므로 함미 쪽에 두어도 괜찮았습니다.  따라서 스크루 축이 짧아도 상관 없었습니다.  

게다가 전기 터빈식은 보일러로부터 시작되는 증기 파이프나 스크루 축 등이 짧아졌으므로  군함 내부의 격리가 더 쉬웠습니다.  그래서 어뢰 피격시 침수 제어가 훨씬 더 유리했습니다.  그 외에, 당시로서는 아직 절실하지는 않았지만 전기식 포탑 회전이나 레이더, 무전 장치 등 많은 전력이 필요한 장비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도 쉬웠습니다.

그래서 1917년 진수된 전함 USS New Mexico (BB-40)부터 시작하여, 테네시 급과 콜로라도 급 등 1920년대에 진수된 미해군의 전함들과 항공모함들은 대부분 전기 터빈 추진장치로 되어 있었습니다.  렉싱턴도 그 중 하나였지요.  

 

 

(세계 최초의 전기 터빈 추진 방식의 전함 USS New Mexico입니다.)

 



덕분에 USS New Mexico든 미해군 주요 전함들은 한번 급유로 8천 해리, 즉 1만5천 km를 10 노트라는 저속으로 주파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로스엔젤리스에서 싱가폴까지 아주 여유있게 갈 수 있는 항속 거리입니다.

그러나 전기 터빈 추진장치의 전성시대는 1921년 진수된 Colorado급 전함 USS West Virginia (BB-48)까지였습니다.  콜로라도 급의 뒤를 이은 것이 1940년 진수된 USS North Carolina (BB-55)를 선두로 한 노스 캐롤라이나 급, 그리고 그 뒤를 이은 South Dakota 급과 Iowa 급 전함들은 모두 재래식이 되어버렸던 감속 기어박스를 장착한 geared steam turbine 방식으로 되돌아 갔습니다.

 

 

(양덕들이 소닥 SoDak이라고 부르는 USS South Dakota (BB-57)의 1944년 모습입니다.   저는 밀덕이 아니라 잘 모릅니다만 Iowa급이 나오기 전까지는 정말 세계 최고의 전함이라고 양덕들이 치켜 세우는 전함입니다.  이렇게 우수한 전함도 작은 도시를 위해 전기 셔틀 노릇은 하지 못합니다.  전기 터빈 추진 방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기 셔틀도 아무나 하는 것 아닙니다.)

 



그렇게 된 이유는 그 동안 감속 기어 방식에 기술 발전이 있어서 연료 효율이 좋아지고 그에 따라 항속 거리도 좋아졌으며, 또 전기 터빈 방식에도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단 전기 터빈 방식이 건조 비용에 있어 조금 더 비쌌습니다.  기어박스가 없는 대신 전기 모터와 발전기를 붙이다 보니 그것도 무거웠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일반 여객선과는 달리 군함은 언제든 대포알과 폭탄, 어뢰 등에 두들겨 맞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는데, 복잡한 전기 배선이 잔뜩 들어있는 전기 터빈 방식은 그런 전투 피해 상황에서 빠른 복구가 어렵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소금물이 언제든지 콸콸 쏟아져 들어올 수 있는 상황에서 고압 전류가 흐르는 발전기와 모터를 다루는 것도 부담이 되었지만, 혹시라도 파편 등이 주요 전선 뭉치를 날려버릴 경우, 화재와 침수에 난리가 난 상황에서 그 복잡한 배선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테니까요.  

 

 

(미해군의 3번째 항모인 USS Saratoga (CV-3)입니다.  렉싱턴과 자매함으로서, 실제로 렉싱턴과 외관상 100% 똑같아서, 이 둘을 구별하기 위해 일부러 저렇게 굴뚝에 세로로 검은 선을 넣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그런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항모가 바로 1925년에 진수된 렉싱턴급 항모 USS Saratoga (CV-3)였습니다.  새러토가는 1942년 8월 솔로몬 해 전투에 참전했었는데, 거기서 일본 잠수함에게 어뢰를 한방 얻어 맞았습니다.  4만3천톤 짜리 항모라면 어뢰 1방에 침몰하거나 항행 불능 상태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발생해버렸습니다.  기관실이 하나 침수되기는 했으나, 보일러가 16개나 되므로 문제가 없어야 했는데 그만 복합적인 합선이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바람에 그만 새러토가는 한동안 꼼짝 못하고 바다 위에 표류하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그 합선 문제가 해결되는 동안 중순양함 USS Minneapolis가 새러토가를 끌고 다녀야 했습니다.  해군으로서는 끔찍한 상황이었지요.

 

이런 문제도 있고, 특히 거포를 장착한 전함의 경우엔 적의 포탄이나 어뢰에 맞지 않았다고 해도 14인치~15인치의 거포를 쏠 때의 충격에 의해 전기 모터의 부품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세계 최초의 전기 터빈 추진 방식의 전함이었던 USS New Mexico도 1930년대 초에 이루어진 현대화 작업에서 '현대화'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전기 터빈 추진장치를 전통적인 감속 기어를 갖춘 증기 터빈으로 바꾸었습니다.

 

 

 

 

Source : www.navweaps.com/index_tech/tech-038.php

en.wikipedia.org/wiki/USS_Lexington_(CV-2)

en.wikipedia.org/wiki/Colorado-class_battleship

en.wikipedia.org/wiki/New_Mexico-class_battleship

www.facebook.com/navalgeneralboard/photos/a.1328419267274223/2389937137789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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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 빛둥 2020.12.31 12:57

    재밌게 잘 봤습니다.

    아주 예전에 군사잡지를 보다가 CODAG 추진방식이 어떠니, CODOG 추진방식이 어떠니 하고 논쟁하는 기사를 봤던 게 기억이 납니다.

    글을 읽고 나서, 좀 더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은 없나 싶어 찾아보니,

    한글로 정리된 문서 중에는 나무위키의 관련 문서도 간단히 읽기에는 좋아서 소개합니다.

    https://namu.wiki/w/%EC%84%A0%EB%B0%95/%EC%B6%94%EC%A7%84%EB%B0%A9%EC%8B%9D?from=CODOG#s-4

    선박이라는 게,

    고속에 맞는 추진방식도 있고, 최대 효율에 맞는 추진방식도 있으며,

    군함처럼 전속력으로 달려야 할 일이 있는 배와, 그렇지 않은 민간선박도 있고,

    대형함/소형함도 있고, 가성비가 중요한 함/고성능이 중요한 함도 있어서,

    동력원(증기터빈, 디젤엔진, LNG엔진, 가스터빈)부터 아주 예전에 사용했던 것이 여전히 사용/공존하고 있으며, 그들을 결합해서 사용하는 함선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00년전 함선인 렉싱턴의 추진 구조는, 현대 함선의 추진방식 중에는 COGAS/CONAS/COSAG와 비슷해 보입니다. 렉싱턴의 추진 구조는, 이들 추진 방식의 초기형이 아닐까 싶은거죠.
    답글

  • 아즈라엘 2020.12.31 19:14

    우리나라에도 해방직후에 미해군 발전선이 인천에 들어와서 상당기간 전력을 공급한걸로 압니다

    답글

  • 나삼 2021.01.01 21:35

    같은 이유로 독일의 초중전차들도 전기하이브리드 방식으로 동력을 하려던 시도가 있었죠. 티이거도 포르쉐박사가 하이브리드로 하려다가 시범운행에서 경사를 타다가 모터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나시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나폴레옹 연재 마치시길 바랍니다. 갠적인 바램이 있다면 나폴레옹 이후 30년 전쟁사도 연재가 혹시 가능하신지... 그 시대에도 관심이 많지만 제대로 된 연재나 리뷰가 없네요. 웨지우드의 30년 전쟁사를 샀지만 너무 포괄적인 내용들이라 좀 아쉽다는..
    답글

    • 빛둥 2021.01.02 23:47

      30년 전쟁에 대해서는, 10년쯤 전에 '학생'님이 필력있게 쓰셨던 게 기억납니다.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naver.com/ggacn

      입니다.

  • 최홍락 2021.01.02 21:52

    1. 타코마시에 항모까지 동원하여 전기를 공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타코마 시에 위치했던 Tacoma Boatbuilding Company 조선소때문인 듯 합니다. 2차대전때 소해정, 경비정 등 소형 선박 제조 업체로, 70~80년대까지 생산이 이루어지다가 2000년 되기 전에 파산 후 청산된 조선소입니다.

    이 Tacoma 조선소는 한국과 인연이 있는 조선소인데, 예전에 마산에 있던 코리아 타코마 조선소가 바로 그것입니다. 70년대 김종락 전 회장 (고 김종필 전 의원 또는 전 총리의 형)에게 타코마 조선소 측에서 자신들이 만드는 군함을 한국에서도 만들고자 합작을 제안한 것이 모태가 되었습니다. 한국 기술자들이 타코마 조선소에 파견되어 선박 제작 과정을 지켜보고 그걸 한국에서 건조를 해서 고속정, 초계함, 상륙함 등을 생산할 수 있었죠. 나중에 이 조선소는 부실이 누적이 되어 한진중공업에 매각되었는데, 마산 공장은 성동산업에 매각되고, 코리아타코마 조선소에 있던 크레인은 헐값에 루마니아 조선소에 매각되었다고 합니다.

    2. 육상의 전기를 항공모함에서 공급을 하는 경우는 타코마 시 이후에도 발생을 하는데요. 아이티 대지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지역에 니미츠급 항공모함이 투입되어 비상용 전기 공급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이티 대지진 - 칼 빈슨 함 / 동일본 대지진 - 로널드 레이건 함) 이때는 전기 뿐만 아니라 식수까지 공급을 했었지요.

    따로 전기만 공급하는 발전선(Generating Ship)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합니다. 이게 처음 개발된 것은 미 전시생산국 (War Production Board)에서 근무한 워커 리 시슬러 박사로 신속하게 현장에 배치돼 전력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발전선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GE에서 개발을 해냈지요. 이렇게 탄생한 최초의 발전선이 SS Jacona함입니다.

    이 자코나 함도 한국과 인연이 있는데요. 1948년 5월 14일 북한, 정확히 얘기하면 소련 군정은 대남 송전을 일시에 끊어버립니다. 당시 상황을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한반도의 전력생산 설비의 90% 이상이 북한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었지요. 이러한 점을 소련군은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걸핏하면 단전을 무기로 남부와 중부 지방에 주둔한 미 군정 당국에 압력을 가해 이때문에 미군정에서 전기 사용료라는 명목으로 구리나 생고무를 비롯한 잉여물자를 넘겨주는 변칙적인 방식으로 소련 군정을 무마해왔습니다. 그러다가 48년 남한의 단독선거에 이어 단독 정부 출범이 착착 전개가 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소련 군정에서 전기 공급을 일시에 중단해버렸는데, 이를 5.14 단전 이라고 하지요.

    이를 만회하기 위하 미 군정은 급하게 발전선 2척을 긴급 투입하고 서울 당인리 발전소의 설비를 보강하여 대응하기로 합니다. 자코나 함을 부산항에, 또다른 발전선인 엘렉트라호를 인천항에 투입하여 간신히 사태를 수습합니다. 이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발전설비가 부족해지자 미리 투입된 발전선 포함 총 8척의 발전선이 투입되었으며, 56년까지 이들 발전선이 전력 수요의 50% 이상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최근에 발전선 뿐만 아니라 부유식 발전플랜트 등에 대해 조선소와 전력회사들의 관심이 높은데요. 2013년 현대중공업, 독일 지멘스, 중부발전, 폴라리스쉬핑이 합작하여 부유식 LNG발전선 개발에 뛰어들었는데요. 기술 개발까지는 가능했는데, 문제는 예비전력이 남아 도는 상황에서 발전선을 만들 경우 민간 발전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현재까지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옆나라인 일본은 이미 가와사키 중공업에서 대형 LNG 발전선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하지요.

    3. 상선에 있어 스팀 터빈 엔진은 LNG선에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는데요. 액화된 LNG 화물에서는 기화된 LNG가 발생하는데 이를 BOG(Boil Off Gas)라고 합니다. 이 BOG를 처리하는 방법의 일환으로 이를 연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스팀 터빈을 활용해왔지요. BOG로 보일러의 물을 끓여 발생한 고압의 스팀으로 스팀터빈을 구동하고, 이 회전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린 것입니다. 이경우 열효율은 30% 정도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핀란드의 Wärtsilä사가 개발한 DFDE (Dual Fuel Diesel Eletric) 엔진이 등장합니다. 이게 위에서 렉싱턴함이 움직이는 방식과 같은데요. 연료와 더불어 BOG를 원료로 이용하여 발전기를 돌리고 그 전기로 프로펠러를 구동하는 방식을 쓴 것이지요. 열효율은 기존 스팀터빈 엔진 대비 개선 (45%)되었고, CO2 배출도 적지요. 이게 2000년대 중반의 상황이었습니다.

    여기도 한국 얘기 빠지지 않습니다. DFDE 기반 LNG선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 2001년 삼성중공업입니다.

    뭐 BOG 문제만 해결된다면 LNG선도 다른 상선들과 마찬가지로 디젤엔진으로 직접 프로펠러를 돌리는 편이 더 효율적이겠지요. 따라서 현재는 BOG를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LNG 추진 엔진이 개발되었고, (MEGI 엔진 같은) 다들 아시다시피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한국 조선소가 되겠습니다.

    4. 모두들 새해 건강하십시오.

    답글

    • 아즈라엘 2021.01.03 23:30

      여담이지만 성동산업 같은 경우에는 원래 선박블럭,조선 기자재를 만들다가 2000년대 조선호황을 보고 신조선 건조에 뛰어들었는데 신조선 건조에 뛰어든지 얼마되지않아 조선불황이 오는 바람에 폭망해버렸죠. 마산공장은 분할매각되어 흔적도 없어졌고 통영 조선소는 HSG중공업에 매각이 되었던가요.
      마산공장의 경우에는 한진시절부터 마산해안도로 건설로 인해 반푼이가 되었지만요 해당 부지앞에 툭 튀어나온 부두시설이 있는데 거기에 있던 엘리베이터로 힘겹게 LST나 초계함,고속정등을 건조해냈었습니다. 지금은 흔적만 남아 있지만요

    • nasica 2021.01.04 00:06 신고

      최홍락님 오랜만이네요. 새해에도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