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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상

성공한 30대 후반 어느 미국인의 조언

by nasica 2019. 5. 30.


저는 FIRE 운동의 추종자입니다.  FIRE라는 것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한마디로 젊었을 때 열심히 벌고 모아서 생계에 급급한 삶에서 탈출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FIRE를 꿈꾸는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주로 reddit을 통해서 가끔 읽습니다.  최근에 꽤 인상적인 글을 하나 찾아서, 아래에 간단히 주요 내용만 옮겨 보았습니다.

https://www.reddit.com/r/financialindependence/comments/bsxrat/am_couple_years_away_from_40_time_for_some/

 

 


제목 : 40세까지 2년 남았스.  뒤돌아보며 정리도 좀 하고 조언도 받고 싶네.

TLDR (Too Long, Didn't Read의 준말.  너무 길어서 못 읽는 분들을 위해):  내 20~30대를 돌아보며 든 생각.  얻은 교훈과 저지른 실수.  나보다 젊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나보다 나이든 양반들에게 조언도 받고 싶어.


투자를 더 일찍 시작했었더라면.  난 2011년 이후에야 크게 투자하기 시작했어.  큰 실수였지.  저축은행에서 0.05% 이자 받으며 그냥 앉아있던 내 돈을 마지막 1달러까지 모조리 투자를 해야 했었어.  0.05%라는 낮은 이자가 놀랍다고 ?  그땐 온라인 저축계좌가 없었고 CD(예금증서) 같은 거 이해하지도 못했어.

. 식생활과 건강.  진짜 중요한거야.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장이야.  설탕, 탄수화물, 고기 같은 거에 탐닉하지마.  니 몸에 맞는 균형잡힌 식단을 먹으라구.  잠도 충분히 자.  난 보통 5~6시간 자지만, 요즘은 7시간은 자려고 노력 중이야.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 중에 니가 좋아하는 것을 습관적으로 하라구. 

20~30대엔 스킬 극대화, 그러니까 평생 써먹을 재주 배우는 데에 집중해야 해.  나도 밤늦게까지 진짜 열심히 일하고 공부했어.  일하는 동안에도 내 경력과 스킬에 촛점을 맞춰서 일했어.  정당한 보상은 당장 다음달 월급이 아니라 긴 시간에 걸쳐서 받을 거라고 생각했지.  대신 여행이라든가 사회 생활이라든가 하는 것이 전혀 없었어.  게다가 가족 관계도 나빠졌지.  그래, 이런 그늘 부분은 진짜 심각했고 난 그런 부분을 알면서도 그렇게 했어.  그런데 내 회사 주변에서 보는 신세대 젊은 애들은 그거 진짜진짜 관리 잘 하더라.  걔들은 여행/가족 등 워라밸 균형 맞추는 걸 기가 막히게 잘 해내는데다, 회사측과 연봉협상하는 것도 무자비할 정도로 멋지게 해내더라구.  그래서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난 젊은 세대에게 뭐라고 해줄 조언이 없는 것 같아.  

제대로 된 배우자를 고르는데 있어서 서두르지 말고 신중하라구.  이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말 같아.  절대 "이보다 더 좋은 상대는 못 찾을 것 같아" 라는 웃기지도 않는 마음가짐은 갖지 말라구.  배우자를 고르는 것은 절대 '정착한다'라는 느낌이 들어서는 안 돼.  물론 외모는 중요하지 않아.  금전관리, 가족, 친절함, 속궁합(sexual chemistry - 이거 보이는 것과는 꽤 다른 거라구) 등에 있어서 가치관이 같아야 한다는 점이 훠얼씬 더 중요해.

저점 매수 타이밍을 맞추고 뜰 주식을 고르는 거... 불가능해.  만약 넌 할 줄 안다고 생각하면 말이지, 정식 계약 맺고 내 돈 가져가서 시장 평균치 이상의 수익만 내게 주고 나머지는 다 너 가져도 돼.   못 하겠다고 ?  그럼 닥쳐 (STFU).  내가 말이 좀 심하다고 ?  내 경험이 그래.  난 무지개를 쫓느라고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했어.  난 지금은 그냥 인덱스펀드 같은 거에 투자하고 있어.  여전히 주식질을 하느라고 따로 투자금 계정을 가지고는 있는데, 전체 투자금의 5% 이하로 유지하고 있지.  나도 완벽한 인간은 아니라서, '뭔가 해야 한다'라는 충동을 억누르느라고 애쓰고 있어.

. 퇴직연금 수수료 확인해봐.  연 0.15% 이상 수수료를 떼먹히고 있다면 당장 바꿔.  복리로 계산하면 엄청난 손실이야.

. 행복/목적/의미.  이건 목표지점이 아니야.  어떤 성과를 이루더라도 니가 너 자신과 니 인생에 대해 느끼는 기본적인 기분은 바뀌지 않아.  넌 공허감과 의미 상실, 그리고 디지털 호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온갖 나쁜 뉴스로부터 받는 피곤함에 대해 너 스스로 헤치고 나아가 너 자신만의 의미와 행복을 창조해야 해.  이 세상이 개똥같고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건 너 뿐만이 아니야.  이 세상에는 지금도 아무 이유도 없이 온갖 나쁜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구.  이 우주는 너의 야망과 꿈에 대해서는 쥐뿔도 신경 안써 (doesn't give two leptons about : 역주 : lepton이 뭔가 찾아보니 중성미자네요...  보통은 예전 영국 화폐 중 가장 작은 동전에 비유해서 doesn't give two pence about...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걸 더 과장한 표현입니다.  이 양반 배운 양반인 듯).  너만 신경쓴다구.  이 우주가 너에게 말이 되든 안되든 상관하지 말고, 너만의 의미와 목적을 만들어야 해.  (좋은 출발점은 니가 정말 사랑하는 것에 집중하는 거야.)

. 니가 해야할 유일한 '경쟁'은 너 자신과의 경쟁이야.  니가 도착하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너에게 주어진 자원과 기회로 니가 얼마나 멀리 가느냐야.  난 주변 사람들이 "쟤 성공했네"라며 나를 부러워할 때 반대로 패배감에 쩔어지낸 적도 있어.  난 내가 세상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어.  사람들은 각자 잠재력의 종류가 다르다고 난 생각해.  니 잠재력이 뭔지는 니가 제일 잘 알겠지.  최소한 인생 몇몇 순간에는 나타날거야.  니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그로부터 기쁨을 느끼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여정을 떠나건 잊어버리라구.  심지어 너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너보다 앞섰는지 뒤처졌는지도 중요한게 아니야.  니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은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사는 거야.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정해준 인생을 살면 넌 기쁨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니가 니 인생을 살면 어떤 인생이 되었을지도 알 수가 없을테니까 말이야.

. 난 14살 이후로 계속 금전적으로 안정된 삶을 추구했어.  근데 그걸 이루고나서 느낀 감정에 대해 정말 깜짝 놀랐어.  처음엔 황홀감도 느꼈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도 느꼈는데, 그러고나서는 정기적으로 뭔가 안 좋은 느낌이 계속 들더라구.  난 내가 꿈꾸던 비싼 차도 가지고 있고, 멋진 와이프와 대출 안 낀 아름다운 주택과, 경제적 독립, 거기에 안정된 직업 등 모든 걸 다 가졌거든.  근데 느끼는 건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 같은 거야.  사정이 좋지 않은 식구나 뭐 그런 사람들 보면 마음이 아파.  가끔은 내가 이런 행운을 누릴 자격이 되나 싶기도 하고.  물론 그런 감정은 일시적인 것이고 난 재빨리 내가 즐기는 것으로 관심을 돌리곤 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이 저 너머에 실존한다는 걸 항상 느껴.  모든 걸 가진다는 것이 행복은 아니더라구.  행복은 발전에서 오는 거더라.  행복해지려면 항상 뭔가를 향해서 발전을 해나가야 하더라구.  너 자신이 의미를 두는 무언가에 대해서 너 자신을 계속 발전시켜야 해.  그게 금전적인 것이든, 사람과의 관계에서든, 지적인 면에서든, 육체적인 것이든 말이야.  우울함에 대해 유일하게 효과가 있는 알약은 발전이야.  난 그걸 너어어무 늦게 깨달은 것 같아.

. 글이 너무 기네, 미안해.  주말 아침에 글을 쓰다보니 재미있더라구.  누군가에게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해.  내 현황은 이래.  외벌이에, 결혼 했고, 아직 아이는 없지만 1년 안에 하나 낳을 계획이야.

댓글11

  • snob 2019.05.30 12:22

    인생 성전에 가까운 현자의 글입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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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30 23:27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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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애경 2019.05.31 05:26

    건강...정신적 으로나 육체적 으로나 정말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근데 설탕,탄수화물,고기등 되도록 양을 줄일려고는 하지만 힘드네요! 어쩜 그렇게 몸에 안좋은 것만 땡기는지...

    항상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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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까님 2019.05.31 10:55

    밑에서 두번째 14살 부터~ 하는 친구 정말 멋지네요
    저친구가 말하는 행복의 근원은 발전이라는 부분...
    이게 꼭 지금 보다 뭔가 더 객관적으로 높은 스탯을 갖게돠는 것... 이라고 이해하는 분도 계실 듯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스스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면 되는 거겠죠
    전 아직 생계를 위한 돈벌이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만 10여년 후 그때가 오면 농부가 되고싶습니다
    땀흘려 일하고 용돈벌이도 하고 베풀기도 하며 소박하게 밥만 먹고 살 자유를 살 수 있디면 직장 같은 건 별로 비싼 대가가 아닌 곳 같네요
    제 fire는 아주 작은 불꽃입니다
    더 큰 부자가 되면 경제젇으로는 더 자유로울지 모르지만 그 부를 이루는 데 더 많은 인생을 바쳐야 하고 손에 쥔 걸 지키려고 더 피곤할 것 같아서요
    나시카님도 요즘 뭔가 울적한 일이 있으신가본데 얼른 fire 당해도 괜찮을 정도의 fire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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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를대공 2019.05.31 22:57

    다른 이야기는 여타 성공한 많은 사람들도 하는 이야기이긴 한데 "행복/목적/의미. 이건 목표지점이 아니야. 어떤 성과를 이루더라도 니가 너 자신과 니 인생에 대해 느끼는 기본적인 기분은 바뀌지 않아" <- 요 부분은 많은 생각이 들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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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를대공 2019.05.31 22:58

    문득 든 생각이지만 레딧 많이 하시는거 같은데 종종 이번처럼 좋은 글 번역해서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미국이 우리랑 여러모로 연관이 많은 나라인데 생각해보니 중국/일본쪽 반응은 많이 번역돼도 미국쪽 여론은 쉽게 알 길이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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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inhardt100 2019.06.03 08:38

    FIRE 운동. 저거 저도 관심 있는데 다만 연령은 최대한 늦게 잡는게 맞는것 같더라고요. 개인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엇보다도 향후 자산가치 변동성 혼자서 계산해보니 평균 18년~20년 단위로 화폐가치가 적어도 1/4 정도는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와서요. 개인적으로 FIRE하기 위한 최소 금액은 한화로 960억원 이상, 실질적으로는 미화로 1억불은 되야 정말 안심하겠더군요. 더 있으면 훨씬 좋고요.

    P.S. 위의 금액은 개인적인 주관적 요소가 가득 들어간 계산 결과니 그리 참고 안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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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시민A 2019.10.31 15:06

    나시카님, FIRE 추종자라고 하시니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만약 경제적인 자유를 얻으시고 나면 하고싶으신 일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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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ica 2019.10.31 22:08 신고

      프랑스어도 배우고 싶고 무협지도 써야 하고 세계 여행도 가야 하고... 할 건 너무 많습니다 !

  • 소시민A 2019.11.01 01:52

    오 무협지라니 ㅋㅋ 그건 몰랐네요. 저는 남몰래 한국판(대한제국 버전?) 샤프 시리즈 같은 대체 역사물을 쓰시려나 기대했는데 ㅠ

    솔직한 말씀을 드리면 저는 FIRE에 대해 좀 안좋게 보고 있었습니다. Financial independence을 얻고나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할 것인지 혹은 가치를 창출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많지 않은 것 같아서요. 돈 모아서 자본 이득으로 먹고 살면 (건물주 같은) 뭐 본인이야 편하고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생리상 손가락질 할 것도 없지만, 일을 그만두려는 사람들은 더이상 사회에 가치부여는 하지 않는 걸까 생각 했거든요. 덕분에 생각이 좀 바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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