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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과 케익 한 조각 - 약속의 도시 빌나 나폴레옹이 마차의 말을 교체한 뒤 떠나버린 다음 날인 12월 7일 오후, 좁은 빌나 성문을 통해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다 뜯어지고 꾀죄죄한 옷차림에 적어도 몇 주간은 씻지 않은 것 같은 몰골을 하고 있었는데, 마치 야만인들이 문명인 세계로 온 것처럼 번화한 거리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몇몇 시민들이 이들의 몰골을 보고 놀라서 수군거렸지만 이들은 영업 중인 카페를 발견하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다 카페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 커피와 케익을 주문했습니다. 그 일행 중 하나가 펠레(Jean-Jacques Germain Pelet-Clozeau) 대령이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그 경험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우리에겐 모든 것이 차분하게 정돈된 도시를 보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사치.. 2021. 12. 6.
떠나는 자와 남는 자 - 빌나 앞에서 나폴레옹이 12월 5일 스모르곤(Smarhonʹ 또는 Smorgon)에 도착하여 어떤 농가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있을 때, 그를 찾아 서쪽에서 온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동프로이센과 리투아니아의 주지사로서 빌나에서 각종 행정 업무를 보고 있던 호겐도르프(Dirk van Hogendorp)였습니다. 호겐도르프는 나폴레옹이 빌나의 마레(Maret)에게 주문했던 사항, 즉 10만 병력이 3달간 먹을 식량과 5만 명을 무장시킬 수 있는 머스켓 소총과 탄약, 군복, 군화, 기타 장비류는 물론, 많지는 않지만 보충용 군마들도 준비되어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더 반가운 소식도 있었습니다. 호겐도르프는 독일에서 새로 편성된 2개 사단이 막 빌나에 도착했는데, 이들을 빌나 외곽에 부채 모양으로 전개.. 2021. 11. 22.
러시아군의 사정 - '똑게' 쿠투조프 나폴레옹은 강추위에 무너져 내리는 자신의 군대를 보며 무척이나 화를 냈습니다. 그는 나름 잘 싸웠던 빅토르에게도 '형편없는 소극적 태도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화를 냈고 자신이 무관심과 혹사로 기병대를 날려먹어 놓고서는 폴란드인들에게 '폴란드에도 코삭 기병이 있던데 왜 그들을 대규모로 미리 준비해놓지 않았는가'라며 화를 냈습니다. 당연히 자신을 배신하고 혼자서 도망친 슈바르첸베르크 대공과 그가 지휘하는 오스트리아군, 그리고 강추위에 대해서도 화를 냈습니다. 보통 남탓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원하는 바는 '그러니까 내 잘못은 아니야'라고 강조하는 것인데, 이 점에 있어서 쿠투조프는 나폴레옹급의 인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일부러 저런다는 티가 날 정도로 천천히, 정말 천천히 추격해오느라 나폴레옹의 뒤꿈치.. 2021. 11. 15.
잘못된 시작 - 빌나(Vilna)에서의 프랑스군 네만 강을 건너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나(Vilna, Wilna, Vilnius)에 입성하기까지 총 한 방 쏘지 않았던 프랑스군은 겉으로 보기에는 승승장구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프랑스군이 빌나에 입성할 때, 빌나 주민들의 반응을 봐도 그랬습니다. 당시 빌나는 러시아의 직접 통치 하에 들어간지 약 20년이 채 안 된 상태였었는데, 러시아계 관료들이나 러시아 측에 붙었던 폴란드계 귀족들은 러시아군이 철수할 때 그 뒤를 따라 함께 피난을 가버린 뒤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남아있던 폴란드-리투아니아계 주민들은 프랑스군을 해방군으로서 열렬히 환영했습니다. 당시 폴란드 창기병 부대를 이끌고 빌나에 거의 처음으로 입성했던 로만 솔틱(Roman Soltyk) 백작의 목격담에 따르면 거리와 광장은 환영 인파로 가득했고 창.. 2019.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