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요일은 예전 다음 블로그의 글을 옮겨놓고 있고, 이건 2011년 2월의 글입니다.  유튜브에 '일부' 개신교 일당이 가짜 뉴스 풀어놓는 것은 이때부터 횡행했던 일이었군요 !



2011년 2월 경에 흥미로운 유튜브 비디오를 하나 보았습니다.  유럽 및 북미에서의 이슬람 인구의 폭발적 증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방금 틀어보니 아직도 이 비디오 클립은 버젓이 온라인 상태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EksbSKw6YY


원래 영어로 제작된 이 비디오는, 지도나 그림, 음악도 무척 정성들여 만들었더군요.  그리고 한국어로 번역된 것도, 전문 성우같은 목소리의 한국어로 더빙되었고, 각종 도표도 모두 깔끔한 전문가의 솜씨로 한글화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누군가 꽤 돈을 들여서 만든 것이고, 또 그 덕분에, 상당히 신뢰성있는 자료라는 인상을 줍니다.  마치 BBC나 KBS에서 만든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이 드니까요.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은 지금 매우 빠른 속도로 이슬람화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불과 20~30년 안에 유럽은 더 이상 우리가 아는 유럽이 아니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령 현재 프랑스의 20세 미만 인구의 30%는 이미 이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일반 프랑스 가정의 가구당 출산률은 1.8명인데, 프랑스 내의 무슬림 출산률은 무려 8.1명이나 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프랑스 남부에서는 교회보다 이슬람 모스크가 더 많다고 덧붙입니다.





또한 네덜란드는 15년 내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무슬림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벨기에 신생아의 50%는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고 있다고 하고요.  또 유럽의 기독교도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도 덧붙입니다.  몇년 안에, 러시아군의 40%는 무슬림 병사들로 채워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무시무시한 러시아군의 절반 가까이가 이슬람교도라니 !






결정적인 증거도 들이댑니다.  바로 독일 통계청입니다.  여기서, 독일은 2050년에는 무슬림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정부 발표를 인용합니다.






염장지르는 소리도 곁들입니다.  서구인들이 가장 혐오하는 중동권 국가 지도자인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어록을 인용하는 것입니다.  이제 이슬람은 폭탄 테러 없이도 유럽에서 승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유럽내 이슬람 인구 폭발을 통해서요.






이 비디오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은 사실일까요 ?  한마디로 말해서 그렇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무슨 사람이 토끼나 돼지도 아니고 가구당 8명이 넘는 자녀를 평균적으로 낳을 수 있겠습니까 ?  일단 프랑스에서는 종교별로 인구 조사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누군가 엄청난 돈을 들여서 (국가만이 할 수 있다는) 인구 통계 조사를 사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면, 프랑스내 무슬림 가정의 평균 출산률이 8.1명이라는 신뢰성 있는 결과는 낼 수 없습니다.  참고로, 프랑스에 가장 많은 무슬림 이민을 보내고 있는 북아프리카의 알제리나 모로코의 가구당 출산률은 2.38명에 불과합니다.  이들이 낭만적인 프랑스로 이민갔다고 해서 갑자기 3배 넘는 출산률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의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이슬람 인구는 5%에 불과합니다.  벨기에에서는 6%에 불과하고요.  이들이 순식간에 그렇게 많은 신생아를 낳을 수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결정적으로, 독일 통계청이 발표했다는 예측, 즉 2050년까지 독일은 무슬림 공화국이 된다는 것은 새빨간 날조입니다.  독일 연방 통계청의 부청장인 발터 라데르마허(Walter Radermacher)에 따르면, 독일의 인구가 감소 추세라는 발표를 한 것은 맞지만, 2050년 무슬림 어쩌고 한 발언은 독일 통계청에서는 나오지 않은 말이라고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종교적으로 민감한 그런 문제를 정부 기관에서 섣불리 발표한다는 사실 자체가 애초에 믿을 수 없는 일이지요.  (이 비디오에 대한 반론은 모두 영국 BBC의 보도를 인용한 것입니다.  Source는 http://news.bbc.co.uk/2/hi/8189231.stm 를 참조하십시요.)


카다피의 발언도 그렇습니다.  카다피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어디 뉴스의 해외 토픽에 반드시 보도가 되었을텐데, 전혀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제가 카다피라면 유럽 내에서 반 이슬람 운동에 유용하게 인용될 그런 민감한 발언을 서방 언론에게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이런 허위 정보를 담은 비디오를 비용을 들여가며 만들어 올렸을까요 ?  그것이 누구이든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원작 비디오는 전세계적으로 약 1천만번 접속되었습니다.  국내용으로 한글 더빙된 버전은 다행히 약 1,200회 정도만 접속되었습니다. 이 원작 비디오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어 비디오를 유튜브에 올린 분은 (이 분이 만드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기독교 신자이신 것 같습니다.  (올리신 다른 비디오를 보니 교회 관련 내용이 주종이더군요.)


이 비디오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목적은 대략 짐작이 갑니다.  유럽의 이슬람 이민 및 그 2세들에 대한 공포심과 혐오감,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일 것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남부 및 대도시에는 북아프리카에서 온 아랍계 이민들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뉴스를 종종 본 것 같습니다.  특히 프랑스의 극우파들이 그런 무슬림 이민들이 프랑스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기존 프랑스인들의 직업 안정성과 치안을 위협한다고 선동하며 자신들의 정치 세력을 늘이려고 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프랑스인들이 그에 공감하고 있는 편이라는 우려섞인 뉴스도 읽었습니다.  아마 이 비디오는 그런 감정을 더욱 조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특히 '기존 교회 중 많은 수가 이슬람 모스크로 이미 바뀌었다'라든가, 카다피의 어록, 그리고 그렇잖아도 위협적인 러시아군을 (잠재적 테러리스트일 수도 있는) 무슬림들이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는 멀쩡한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겁에 질리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비디오를 기독교 세력이 만들었는지, 아니면 그냥 반아랍 인종차별주의자들이 만들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아무튼 공격 대상을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으로 삼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 구조를 끌어내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이 비디오 내용은 너무나 뜻 밖인 것들이 많아서, 저도 처음에 이 비디오를 볼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게다가 공격받는 대상인 무슬림들의 반발은 더욱 강했지요.  덕택에 이 비디오에서 주장되는 바를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유튜브 비디오도 올라왔습니다.  물론 공격 비디오에 비하면 조회수가 별로 많지 않습니다만, 실은 이런 반박 비디오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그 공격 비디오 원작자의 의도에 놀아나는 행위 같습니다. 





(반박하면 할 수록, 점점 더 갈등의 올가미는 조여들어 옵니다.)




그 원작 비디오의 목적은 갈등 조장입니다.  이렇게 반박 자료를 만들어 올리면, 그에 대해 다시 혐오성 댓글이 달리면서, 무슬림과 기독교인들 (혹은 국수주의자들)의 갈등이 점점 더 깊어지는 형태가 되지요.  가령 이 반박 비디오에는 '좋은 자료다'라는 감사 댓글도 있지만, '우리 무슬림들은 더 단결하여 백인 기독교인들이 우리를 무시 못하게 해야 한다'라는 무슬림 수구꼴통의 의견도 달리고, 또 다음과 같은 무슬림 이민들에 대한 혐오 댓글도 달렸습니다.


Just another fag who wants whites gone so his brown friends can rape and pillage.  

백인들을 다 쫓아내고 그의 갈색 피부 친구들이 강간과 약탈을 저지르길 바라는 쓰레기가 또 있구만.


저는 사실 무슬림에 대해 잘 모릅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요.  그저 뉴스나 책, 인터넷 댓글에서 읽은 것이 전부지요.  무슬림들이 정말 안 좋은 족속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기독교인들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비디오가 기독교 정신에 크게 어긋난다는 것은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제가 인용한 BBC 보도처럼, 이 비디오의 상당 부분은 날조 및 허위입니다.  성경의 십계명 중에 동성애 하지 말라는 계명은 없지만 '거짓 증언하지 말라'는 계명은 있습니다.  이 비디오를 만든 사람이 기독교적 신앙을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하면, 스스로 기독교 신앙을 저버리는 행위를 한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저는 기독교 정신의 본질은 박애와 믿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종교를 가졌다,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증오 및 혐오를 일으키려는 것은 전혀 기독교스럽지 못한 일입니다.    


사실 오늘날 기독교인이라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예수님이 본다면 (이건 불교도들과 부처님의 관계도 비슷할 것 같은데) 예수님이 크게 슬퍼하실 것 같지 않으십니까 ?





The Letter of Marque by Patrick O'Brian  (배경: 1813년 지중해) -------------------------------------


(잭의 사략선에서 군의관 및 군의관 보조로 일하는 스티븐과 마틴이, 200여명의 승무원들 중 한명의 악마 숭배교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정말, 글자 그대로, 공공연하게 악마를 숭배한단 말인가 ?"


"그렇다네.  그 친구는 악마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살짝 이야기해주는데, 그 이름은 공작새라고 하더군.  그들의 사원에 가면 공작새의 초상이 있다네."


"그렇게 괴이한 관점을 가진 친구가 누구인지 물어보면 부적절하려나 ?"


"괜찮다네.  그 친구는 비밀스럽게 이야기한 게 아니거든.  선장의 요리사인 아디(Adi)가 바로 그 친구야."


"난 그 친구가 아르메니아인으로서 그레고리파 기독교도인줄 알았는데."


"나도 그런 줄 알았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 친구는 다스니(Dasni) 인으로서, 아르메니아와 쿠르디스탄 사이에 걸친 지역 출신이라네."


"그럼 그 친구는 신을 전혀 믿지 않나 ?"


"아냐, 믿어.  그 친구와 그 동족들은 신이 이 세상을 만드셨다는 것과, 신의 성스러운 본질을 믿는다네.  그리고 마호멧을 예언자로서 인정하고 아브라함과 선지자들을 인정해.  하지만 그들 말에 따르면, 신께서는 타락한 천사인 사탄을 용서하고 그를 원래 자리로 복위시켜 주었다는 거야.  그들의 관점에 따르면, 그러므로 이 세계의 속된 일들은 악마의 다스림을 받는다는 거지.  그러니까 다른 존재를 섬기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거야."


"하지만 그 친구는 온순하고 성격 좋은 친구처럼 보이던데.  게다가 확실히 요리 솜씨도 끝내주고 말일세."


"그렇지. 그 친구가 내게 자신의 종교에 대해 친절하게 말해주면서, 진짜 터키 과자 로쿰(lokum, 영어로는 Turkish Delight)를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줬었어.  성서에 나오는 데보라(Deborah)는 정말 죄가 될 정도로 그 과자에 탐닉했었다는군.  그리고 또 자신의 출신지인 다스니 지방의 황량한 산악에 대해서도 말해주었지.  거기서는 사람들이 반지하식 주택에 사는데, 한편에서는 아르메니아인들에게 핍박받고, 다른 한쪽에서는 쿠르드족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거야.  하지만 그 가족들끼리는 서로 사랑하고 화합이 잘되는데다, 아주 먼 친척에게까지 강한 애정으로 결속되어 있다는군.  분명한 건 다스니 인들은 자기들의 교리처럼 (악마스럽게) 생활하지는 않는다는 거지."


"사실 누가 그러겠나 ?  만약 아디가 우리 기독교인들이 따르는 믿음에 대해 정확히 알고, 우리가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비교를 해 본다면, 우리가 그 친구를 쳐다보는 것처럼 그 친구도 우리의 종교 생활에 대해 크게 놀라게 될 걸세."






(Turkish delight...  나니아 연대기에서 마녀가 그 꼬마를 처음 만났을 때 주었던 그 허연 가루가 잔뜩 묻은 젤리같은 과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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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열심히 재미있게 보았던 허영만 화백의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의 한장면입니다.  테무진이 흉악범 마을에 사람을 모집하러 갔다가, 사실은 이들이 죄인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야기해주는 장면입니다.  이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악마교라는 것이 서로 미워하고 죽이고 하는 가르침이라면, 사람들이 모여서 종교를 만들수는 없겠지요.  아마 몇몇 사이코들이 개인적으로 섬기는 컬트 정도로 끝날 것입니다.)




저 위 인용 소설 속의 대화 내용처럼, 성서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자신이 가진 재물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자신을 따르라고 했지만, 제가 아는 기독교인들 중에는 그런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아, 교회에 정말 많은 돈을 헌금하는 사람들은 듣거나 보았습니다.  그러면 교회에서는 그 돈으로 크고 호화로운 교회 건물을 짓거나 외국으로 선교사를 파견하여 무슬림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며 찬송가를 부르게 하더군요.  그것이 예수님이 말씀하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물을 나눠주라고 한 것은 아닐텐데요.  또 원수가 뺨을 때리거든 반대쪽 빰을 내밀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미국은 쌍동이 빌딩이 공격당했을 때, 왜 저들이 미국을 공격했는지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은 별로 하지 않은 것같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들이쳤습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인 조지 부시는 정말 기독교를 열심히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반응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같지는 않고, 그냥 세계 유일의 강대국 지도자답더군요.   그래서 더욱 더 많은 죽음과 비극이 반복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우리를 공격했으니 우리는 더 강하게 보복하겠다 !!!  이건 예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 함무라비 법전의 가르침이지요.)




예수님의 가르침이 인간의 이해 관계를 거치면서 매우 이상한 방향으로 발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노예 제도지요.  17~18세기 당시 노예 무역이 한창일 때, 천만뜻밖에도 노예제 찬성론자들은 기독교적인 이론으로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잡아와 노예로 부려먹는 것을 합리화했습니다.  성경에서도 노예제에 대해 부정적인 말씀이 없고, 오히려 노예는 주인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나와 있을 뿐더러, 아프리카에서 예수님을 모르고 이교도로 살다가 그 영혼이 영원히 저주받는 것보다는, 차라리 백인 농장주의 농장에서 노동을 하면서 기독교로 전도시키는 것이 흑인들의 영혼을 위해 더 나은 조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세상을 사는 방법인가요 ?  하지만 결국 노예제 폐지도 같은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행동하는 기독교 단체들의 노력이 큰 몫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




TV 뉴스를 보니 어떤 대형 교회 목사님은 시가 3억원 짜리 외제차를 (아마 벤틀리였던 것 같은데) 타고 다닌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목사님의 흥분된 인터뷰를 잠깐 들어보니 이건 선물을 받은 것인데, 자기가 이 차를 교회에 봉헌했다고 하더군요.  그 인터뷰를 들으니 저도 덩달아 흥분이 되던데요.  그러면서 빅토르 위고의 장발장 중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by Victor Higo  (배경 : 1810년대 나폴레옹 치하의 프랑스) ----------------------


(디뉴 지방의 담당 주교가 교구에서 이런저런 구제 활동을 벌이다보니, 비용이 쪼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활이 어렵다고 한탄을 하니, 주교의 식모인 마글로아 부인이 예전 왕정 시대 때는 주교에게 마차 및 여행 경비를 정부에서 보조해주었다고 맞장구를 칩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주교는 정부에 마차 및 여행 경비 보조를 신청합니다.  정부에서는 토의 끝에, 주교에게 마차, 우편, 여행 경비로 3천 프랑의 예산을 배정해줍니다.)


이것이 그 지역 시민 사회에 상당한 격분을 불러 일으켰다.  또, 예전 혁명 시절에 500인 위원회의 의원이었고 뷔르메르 18일 사건 (나폴레옹의 쿠데타)을 지지했던, 현직 원로원 의원으로서 그 주교의 관할지인 디뉴 근처에서 멋진 원로원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물급 인사도 이 움직임에 동조하여, 다음과 같은 분노의 편지를 비고 드 프레므뉴(Bigot de Premeneu) 씨에게 보냈다.


(역주 : 500원 위원회는 나폴레옹이 쿠데타로 해산시킨 의회입니다.  그런데 나폴레옹의 쿠데타를 지지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요. 이 원로원 의원은 그저 권력만을 좇아 움직이는 지조없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비고 드 프레므뉴라는 사람은 실존 인물로서, 나폴레옹 민법전의 편저자이자 나폴레옹 밑에서 종교성 장관을 지낸 사람입니다.)


"마차 비용이라고요 ?  주민이 4천명 밖에 안되는 좁은 마을에서 무슨 마차가 필요합니까 ?  우편요금과 설교 여행 경비라고요 ?  이런 여행의 목적이 무엇입니까 ?  길도 없는 산간 마을에서 편지를 나르느라 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  이 지방 사람들은 말 등에 올라타고 여행을 합니다.  샤토-아르누의 듀랑스에 있는 다리는 황소가 끄는 달구지 하나가 겨우 통과할 정도입니다.  이 성직자라는 사람들은 모두 똑같습니다.  탐욕스럽고 구두쇠이지요.  이 주교라는 사람도 처음에는 도덕적인 인물처럼 시작하고는 결국 다른 성직자들과 똑같이 행동하는군요.  이 주교는 유개 마차와 멋진 이륜 마차를 갖고 싶다는거지요.  예전 시절의 주교들이 가진 모든 사치품을 다 가지고 싶다는 겁니다.  이런 비공식적인 성직자들이라니 !  백작 각하, 황제 폐하께서 이런 협잡꾼들을 다 제거해버리지 않으신다면 일이 제대로 처리된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교황은 물러가라 !  (이 시절에는 나폴레옹과 교황과의 사이에 갈등이 있었습니다.)"  등등



다른 한편으로 주교관 식모 마담 마글로아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그녀는 주교의 여동생인 밥티스틴 양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주 좋아요. 이제 주교님께서 비록 다른 사람 생각만 하시는 것으로 시작은 했지만, 결국 자신 생각도 하셔야 하거든요.  그분이 자선활동에 모든 돈을 다 써버리셨지만 이제 우리를 위한 3천 프랑이 있으니, 고생이 끝난거지요 !"


하지만 그날 저녁, 주교는 다음과 같은 노트를 적어서 여동생에게 전달했습니다.


마차 및 여행 경비 내역


구제 병원의 환자들을 위한 고기 수프                 1500 프랑

엑스(Aix) 지방의 어머니회                               250 프랑

드라귀냥(Draguignan) 지방의 어머니회              250 프랑

버려진 아이들 비용                                         500 프랑

고아들 비용                                                  500 프랑


이것이 미리엘 주교의 개인 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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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미리엘 주교가 나중에 장발장에게 은촛대를 건네주는 그 착한 신부님입니다...  원래 서양 속담에 as poor as church mouse 라는 말이 있지요.  신도들이 헌금을 안 내서 교회 쥐가 가난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 말씀따라, 돈될 만 한 것은 모두 내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때문에 교회에 돈이 없는 것이지요.  부디 그 대형 교회 목사님도 레미제라블의 이 장면은 좀 읽어보셨으면 해요.  이미 읽어보셨을까요 ?  그렇다면 약간 비극이겠네요. 



최근에 흥미로운 보험 사기 관련 뉴스가 있었습니다.  길이 100m가 넘는 4천톤급 원양어선에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화재를 일으킨 뒤, 보험금으로 무려 6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냈다는 것이었지요.  (https://news.v.daum.net/v/20180809072704748 참조)  거기서 저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했던 것은 애초에 그런 큰 배를 구입하는데 들었던 금액이었습니다.  19억원이더라구요.  비록 낡은 중고어선이라서 많이 내려간 가격이긴 했지만, 그 정도면 서울에 있는 좋은 동네 넓은 아파트 가격이쟎아요 ?  저는 그런 큰 배는 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서,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정도면 물론 큰 액수이긴 하지만 로또 한방이면 가능한 금액이라는 점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길이 100m 정도의 선박이면 크기가 어떨지 궁금해하시는 분들께서는 망원동 쪽에 정박해서 이젠 공원이 되어 있는 서울함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서울함은 1985년에 취역하여 30년 사용하다가 퇴역한 울산급 호위함인데, 길이가 100m 정도입니다.  다만 저 원양어선처럼 뚱뚱하지 않고 군함답게 날씬하여 배수량은 약 1500톤 급이라고 하네요.  




(망원동 쪽에 있는 서울함 공원입니다.  3천원인가... 유료입장이긴 한데, 꽤 괜찮습니다.)




이왕 돈 써서 선주가 되는 김에, 시시한 어선 말고 날렵한 군함을 구매해서 대양을 항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  현대에 퇴역 군함으로 대체 뭘 해야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걱정이시라면 저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만, 제 블로그의 주제인 나폴레옹 전쟁 당시라면 매우 수지 맞는 장사가 있긴 했습니다.  바로 사략선(privateer)입니다.  


사략선은 해적(pirate)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일종의 민간 해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략선은 전시에 소속 국가로부터 면허장(letter of marque)을 받아서 합법적으로 적대국의 선박을 공격하여 노획하는 역할을 하는 선박입니다.  일반 군함과 다른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함장을 비롯하여 모든 선원은 민간인입니다.  그러나 해적과는 달리 일반적인 통상적인 교전 수칙을 다 지켜야 했습니다.  가령 탈취한 선박의 민간인, 특히 여성의 안전은 절대 보장해야 했습니다.  


- 합법적으로 교전할 수 있는 선박은 면허장(letter of marque)에 표기된 국가 소속의 민간 및 군용 선박입니다.  만약 교전국이 여러 국가라고 하면, 반드시 면허장을 그 해당 국가별로 다 따로 받아야 합니다.  가령 덴마크가 프랑스의 동맹국이자 영국의 적국이라고 해도,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대한 면허장 2장만 있다고 하면 절대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 사략선의 주목적은 노획품이었습니다.  따라서 적함의 격침보다는 탈취가 목표였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가 빨라야 했고 또 승선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수의 전투원을 태울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략선은 대포 무장이 빈약한 작은 배였습니다.  이런 작은 배들이 자신의 2배 정도 크고 대포 수도 더 많은 인도 무역선(Indiaman)에 겁도 없이 덤벼들곤 했습니다.


- 원래 목적도 그랬고 또 무장이 빈약했으므로 사략선은 상선을 만나면 공격하고 적 군함을 만나면 빠른 속력을 이용해 도망쳤습니다.  




(동인도 회사 소속 켄트 Kent 호를 공격 중인 프랑스 사략선 콩피앙스 Confiance 호의 모습입니다.  이 사건은 1800년에 있었는데, 저 그림 속에서 작은 배가 콩피앙스입니다.  저 켄트 호는 무려 40문의 대포를 장착한 무장 상선이었고, 특히 화재가 발생한 다른 배의 승객들을 구출해서 태우고 있었기 때문에 무려 300명의 군인을 포함한 437명의 인원을 태우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서 콩피앙스 호는 15문의 대포에 고작 150명의 선원을 태우고 있을 뿐이었지요.  그런데도 1시간 반의 전투 끝에 콩피앙스 호는 켄트 호를 나포하는데 성공합니다.   이때 나포 이후 1시간의 약탈이 허락되었는데 여성 승객들은 엄격하게 보호될 정도로, 프랑스 민간 사략선들은 해적과는 달리 신사도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영국 해군성은 이 콩피앙스 호의 선장 로베르 쉬르쿠 Robert Surcouf 에게 현상금을 걸기도 했습니다.   쉬르쿠는 1809년 현역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40 척을 나포하는 활약을 했는데, 이후에는 다른 사략선을 무장시켜 내보내는 선주로서 또 많은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영국 해군성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는 등 명예롭게 살다가 1827년 노르망디에서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런 사략선을 바다에 띄우는 것은 매우 위험이 큰 사업이었습니다.  따라서 돈 많은 상인들이 돈을 대서 배와 장비를 사들이고 유능한 선장과 선원들을 고용하여 사략선을 띄웠습니다.  이런 사략선에 가장 좋은 배는 원래 군용으로 제작되었다가 오랜 취역 생활 후 낡아서 퇴역한 작은 슬룹(sloop) 함이었습니다.  속도가 빠른데다 군함 특성상 전투원들을 많이 태우기도 좋았고, 무엇보다 낡은 중고 선박이라서 유사시 역으로 탈취 당하거나 침몰하더라도 새 배를 잃는 것보다는 손해가 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사략선 사업을 하려면 돈이 대략 얼마나 들었을까요 ?  





The Reverse of the Medal by Patrick O'Brian  (배경 : 1812년 영국 ) --------------


(주인공인 영국 해군 함장 잭 오브리가 증권시세 조작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받게 됩니다.  이 재판에서 유죄로 판결을 받을 경우 돈도 잃지만 무엇보다 해군에서 불명예 전역을 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그의 절친인 군의관 스티븐 머투어린은 잭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잭과 자신이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다가 이제 퇴역하는 영국 해군 소속 낡은 프리깃함인 HMS Surprise를 자신의 돈으로 매입하여 사략선으로 만들 생각을 합니다.  최근 스티븐의 스페인 귀족 대부가 사망하면서, 그에게 엄청난 규모의 금화를 유산으로 남겼거든요.  그에 대해 해군성 관료인 조셉 블레인 경과 스티븐이 대화를 나눕니다.) 


마침내 스티븐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여기 오면서 유죄 판결의 경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잭 오브리는 해군에서 퇴출당할 경우 정신줄을 놓고 폐인이 될 겁니다.  저도 영국에 남아 있고 싶은 생각이 없고요.  그러니 제가 대신 서프라이즈 호를 구입해서 - 잭의 금전 상황이 어렵게 되었으니까요 -  사략선 면허장을 받고 선원들을 계약해서 사략선으로 출항시킬까 생각합니다.  잭을 그 선장으로 해서요.  그에 대해 생각해보신 뒤 내일 제게 조언을 주십사 간청드려도 될까요 ?"


"물론 이지요.  일단은 매우 훌륭한 계획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직을 얻지 못한 해군 장교들 여럿도 그렇게 사략선에 자리를 얻어서 자신들의 전쟁을 계속 하면서 가끔씩 적의 통상로에 아주 난리를 일으킴과 동시에 큰 수익도 올리고 있지요.  떠나신다고요 ?"


(중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이 영국 내에 필요한 자금을 가지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이런 거래에서는 당장 준비된 자금이 필요하거든요.  만약 없으시다면..."


"있습니다.  군함을 사서 장비를 갖추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성령과 통상 은행'(the Bank of the Holy Ghost and of Commerce)에서 발행한 쓰레드니들 가(Threadneedle Street - 영국 금융기관이 밀집한 거리의 이름)의 어음 3장이 있습니다."  스티븐은 그 중 한 장을 건네면서 말했다.  "만약 이것들로 부족하다면 더 가져올 수 있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당시는 물론, 지금도 런던의 금융기관이 몰려 있는 지역을 'The City'라고 부릅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Threadneedle 거리는 그 City에 속한 거리 이름으로서 지금도 많은 금융기관이 있습니다.)




"맙소사, 머투어린."  조셉 경이 말했다.  "이거 하나로도 내구 연한이 지난(past mark of mouth) 소형 중고 프리깃함은 말할 것도 없이 74문짜리 신규 전열함을 건조하고 선원과 장비를 갖출 수 있겠소."


"서프라이즈 호는 선수 돛을 좀 특별히 달면 정말 민첩하게 내달립니다.  그리고 그 냄새와 낮은 천정, 하갑판의 좁은 공간에 다들 결국 익숙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배는 아주 멋진 사략선이 될 겁니다.  서프라이즈호를 뿌리칠 정도로 빠르거나 화력 대결을 벌여 이길 정도로 중무장한 상선은 많지 않지요.  하지만 이미 아시다시피 먼저 사략 먼허장을 받아야 합니다.  그게 없으면 그냥 해적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우리가 교전국인 국가들 하나하나에 대해 각각 면허장을 받아야 합니다.  제 친구들 중 하나는 프랑스 선박에 대한 면허장만 가지고 있었는데도 전쟁 초기에 네덜란드 선박을 하나 나포했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눈치 빠른 영국 해군 함정 하나가 그의 면허장을 보고는 나포된 네덜란드 선박을 몰수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의 선원들 중 절반을 강제 징발(press)하여 해군에 입대시켰지요.  하지만 제게도 아직 해군성 한 구석에 영향력이 좀 있으니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적대국에 대한 면허장을 오늘 오후에 받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아까 말했지만, 서프라이즈 호에 대한 경매가 잭 오브리 함장의 공판 바로 하루 전으로 정해졌답니다.  그게 당신에게 어떤 문제가 될까요 ?"





(HMS Surprise는 실제로 존재했던 군함입니다.  원래 프랑스 해군이 1793년에 건조한 32문짜리 위니떼(Unité) 호였는데, 1796년 영국이 나포한 뒤 36문짜리 HMS Surprise로 바뀌었습니다.)




(중략 ...)


조셉 경이 말했다.  "토마스 풀링스라면, 오브리 함장의 선임 부관으로 근무하다가 최근에 준함장(commander)으로 승진한 그 장교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 친구 말로는 (비록 함장으로 승진했지만) 자신이 해군 함정을 배정받아 출격할 가능성은 이미 매우 낮은데, 만약 오브리 함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진다고 하더군요.  정말 그런가요 ?"


"안 됐지만 그럴 겁니다.  아무 배경이 없는 준함장이, 더군다나 불명예 전역한 정규 함장과 해군 생활을 했다고 하면, 아무리 그 불명예가 누명에 불과하다고 해도 남은 여생을 육지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의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요."


"그렇다면 서프라이즈 호를 매입해서 정비하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그의 제안을 제가 받아들인다고 해서 제 양심이 찔릴 이유는 없겠군요 ?"


"예,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정말 아주 잘 되었군요 !  실은 저도 경매 현장에서 당신을 도와줄 경험있는 뱃사람을 소개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렇지 않을 경우 철저히 사기를 당해서 서프라이즈 호는 뱃바닥의 구리판을 다 뜯기고 아예 진흙뻘에나 어울리는 평저선으로 개조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풀링스가 모든 면에서 훨씬 더 뛰어난 사람입니다."


(중략 ...  항구에서 머투어린은 마침 정박해 있는 유러디시 호의 함장이자 오브리의 친구인 던다스 함장의 면회를 요청합니다.)


던다스는 그의 함장실에서 사복 차림으로 허겁지겁 뛰어나와 외쳤다.  "오 세상에 머투어린, 제가 늦은 것이, 딱 5분 늦은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마침 시내로 나가기 직전이었거든요."  


그는 머투어린을 그의 선실로 안내하고 걱정스럽게 잭 오브리의 안부에 대해 물었다.  던다스는 걱정하는 머투어린에게 해군 관례인 허위 복무 기록(false muster)에 대한 오브리의 문제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니 걱정말라고 안심시키고는 이 공판에 대해 머투어린의 예상은 어떤지 물었다.  민간인의 관점에서 정말 위험한 재판이 될 것이라고 보는지 ?


"제3자 관점에서 보면 유죄 판결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문의 얼굴을 보고 정치적으로 연루된 재판이 과거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돌이켜 보면, 저는 그 재판 결과가 걱정스럽습니다.  제가 공판에 참석하지 못하고 서프라이즈 호 경매에 참석하러 가는 길이라 더욱 그래요."


"당신이요 ?  맙소사 !"  던다스는 놀라 외쳤다.  그는 스티븐을 의심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서프라이즈 호는 값이 꽤 나갈 겁니다... 민간용 군함이니 가격이 정말 높을텐데요."


"해군성의 높은 분도 그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 그래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배를 셀머스턴 항구로 옮겨갈 수 있도록 선원 한두 명을 좀 빌려줄 수 있으실런지요 ?  빌려주시는 선원들은 본덴 및 제 하인과 함께 합승마차를 타고 오면 됩니다.  그 동안에 저와 톰 풀링스는 경매 참석을 위해 무개마차를 타고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당장 승조원 팀을 꾸며 드리겠습니다.  경매는 내일이지요 ?  오 맙소사.  당신에겐 정말 시간이 없군요.  오늘 밤 안으로 거기 도착하려면 당장 출발하셔야 합니다.  제가 부둣가에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제 바지선이 유러디시 호 바로 옆에 떠 있거든요.  승조원 팀에 대한 명령을 제가 내리는 대로 출발하실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경매에 늦으시면 안 되지요.  톰 풀링스가 당신과 함께 간다니 얼마나 안심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혼자 가신다고 했다면 저라도 따라갔을 겁니다.  선박 경매에 따라 붙는 암초와 상어들로부터 당신을 보호해야 하거든요.  그것들은 다리 하나 쯤은 - 아마 두 개 다 - 가볍게 뜯어가거든요.  그런데 제가 더란트네에서 전에 말씀드렸던 젊은 친구와 만나기로 시내에 약속이 잡혀 있어서 -"


"함장님 형님네가 아니고요 ?"


"아니요.  멜빌과 저는 요즘 말 안 섞고 지냅니다.  제 아이들과 그 엄마를 모욕하고도 걷어 차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인 거지요 - "


(중략...  머투어린은 풀링스와 함께 경매에 참석합니다.  그는 경매장에서 지금은 스웨덴에 있는 아름다운 그의 아내 다이애나 생각에 빠져듭니다.)


비록 그는 사전 경매들과 풀링스의 초기 입찰에 대해 기계적인 관심을 좀 주기는 했지만, 그의 머릿속은 곧 다이애나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버렸다.  다이애나가 크리스티 경매장의 문 안쪽에 서서 고개를 높이 들고 낙찰의 기쁨에 입을 벌리던 모습은 경매 진행자가 단호하게 내리치는 망치 소리에 날아갔고, 풀링스가 낙찰에 대해 축하 인사를 했다.


"신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군의관 선생님.  이제 서프라이즈 호의 선주이십니다 !"  형식적인 절차가 끝나고 그들이 다시 서프라이즈 호의 갑판에 서게 되자 기쁨의 목소리로 풀링스가 말했다.


"아주 엄숙한 일이지."  스티븐이 대답했다.  "하지만 내가 이 배를 오래 소유하지 않기를 바라네.  내일 재판이 잘 진행되어, 오브리 함장이 기쁜 마음으로 내 손에서 이 배를 빼앗아 갔으면 좋겠어.  물론 난 이 배를 아주 사랑해.  내게 이 배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집이자 피난 방주라네."


"거기 당신 !(You, sir)" 풀링스는 밧줄걸이(belayingpin)에 손을 올리며 외쳤다.  "그 꼬인 밧줄에서 손을 떼."


"전 그냥 보기만 했는데요."  항만 노동자 하나가 말했다.


"자넨 당장 판자 다리를 건너 배에서 내려."  풀링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뱃전으로 가서 나룻배를 향해 외쳤다.  "조스핀, 수고스럽겠지만 자네 형을 불러오게."  그는 스티븐에게 말했다.  "이 배의 삭구와 돛대까지 다 도둑맞기 전에 배를 빨리 항구 가운데의 계류장(moorings)으로 끌고 나가야겠습니다.  본덴이 여기 선원들과 함께 이미 와있다면 정말 좋았겠네요.  조류 저쪽의 계류장에 있는 중에도 제겐 감시할 눈이 한 쌍 뿐이거든요."  그는 양동이를 하나 붙잡더니 놀라운 손재주로 그 속에 든 물을 뱃전 아래의 꼬마들에게 뿌렸다.  그 아이들은 훔친 널빤지로 만든 뗏목을 타고 이물 쪽으로 접근해서 프리깃 함체의 구리판을 뜯어가려 하고 있었다.  "야 이 거지같은 못된 꼬마들아(실제 표현은 어머니와 성매매와 기타 아주 험악한 표현이 많이 쓰였습니다.  참고로 당시엔 fXXXer 대신 bugger라는 표현이 많이 쓰였답니다.  남색꾼이라는 뜻입니다 - 역주), 다음 번에 또 그러면 체포해서 교수형에 처할 거야 !  아뇨, 선생님, 이제 경매사의 조수들이 하선했으니 저것들은 우리 배를 아주 정당한 사냥감으로 생각하는 겁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계류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거기서도..."


"계류장이라는 것은 부둣가에서 이동시킨다는 뜻인 모양이지 ? 부두나 선창에서 멀리 ?"


"맞습니다.  항구 내의 가운데로요."




(당시 목조 범선들의 바닥에는 구리판을 촘촘히 입혔습니다.  이는 뱃바닥에 달라붙는 따깨비 등의 해양 생물이 목판을 침식하는 일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구리는 비쌌으므로 이렇게 바닥에 구리판을 입히는 것은 군함이나 재정이 튼튼한 큰 해운 회사 소속의 상선에서나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copper-bottomed'라는 형용사는 '구리판을 바닥에 댄'이라는 뜻 외에 '재정이 든든한'이라는 뜻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림은 미해군 대형 프리깃함 USS Constitution에 구리판을 다시 덧대는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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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으로는 이 소설과 그 다음에 이어지는 시리즈 후편들 속에서도 머투어린이 상속 받은 금액이 얼마인지, 그리고 머투어린이 얼마에 서프라이즈 호를 낙찰받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직접 그 책을 읽지는 못 했으나) E.H.H Archibald라는 분이 쓰신 "The Fighting Ship of the Royal Navy"라는 책에 다음과 같이 등급별 군함 건조 비용이 나옵니다.  아래 나오는 비용에는 대포 및 각종 삭구류 등의 비용은 들어가 있지 않은, 순수 함체 건조 비용입니다.



대포 수        배수량        건조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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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문           2220톤        67,600파운드

 98문           1920톤         57,120파운드

 74문           1660톤         43,820파운드

 64문           1390톤         35,920파운드

 50문           1050톤         25,700파운드

 44문             890톤        21,400파운드

 32문             700톤         15,080파운드

 28문             600톤         12,420파운드

 24문             530톤         10,550파운드

 20문             440톤          9,100파운드

Sloop함         300톤          6,260파운드



금의 가치로 환산하면 당시의 1파운드가 대략 25만원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당시 물가를 고려할 때 그건 꼭 맞는 계산법은 아닐 것이겠지요.  당시 해군 위관급 장교의 일당이 3실링(20실링=1파운드) 즉 월급이 약 4.5파운드이고, 현재 한국 해군 중위의 월급여가 대략 230만원 정도라고 하면, 당시 1파운드는 대략 51만원입니다.  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저 소설속 HMS Surprise는 36문의 대포를 갖춘 약 650톤급 프리깃함이므로 건조 비용이 대략 1만5천 파운드 정도이고 현재 가치로는 약 77억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서프라이즈 호는 잭 오브리 함장이 어린 소년 시절 사관생도(midshipman) 생활을 했을 정도로 낡은 군함으로 나옵니다.  진수된지 약 30년 정도가 된 배라고 봐야지요.  중고 선박이 얼마나 가격이 내려갈지 모르겠습니다만, 설마 1/10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으니, 대략 1/3 가격, 즉 5천 파운드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가치로 26억원 정도입니다.  스티븐 머투어린이 물려받은 금화가 대체 몇 톤이나 되었던 것일까요 ?


기록을 찾아보니 불가리아 해군이 벨기에로부터 2300톤 짜리 빌링겐(Wielingen)급 중고 구축함을 2005년에 2천3백만 유로에 구매한 사례가 있군요.  약 300억원에 산 셈입니다.  화물선 같은 경우, 뒤져보니 대략 선체 길이 100미터에 배수량 2500톤급의 35년 묵은 화물선 가격이 대략 145만불, 즉 16억원 정도하더군요.  여러분도 그 정도 돈만 모으면 선주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럴 돈이 있다면 낡은 화물선보다는 서울에 아파트 사놓는 것이 재테크 측면에서는 더 좋아 보입니다.






Source : The Reverse of the Medal by Patrick O'Brian

http://www.twcenter.net/forums/showthread.php?294049-Cost-of-British-naval-vessals-in-1789

https://forums.civfanatics.com/threads/cost-of-ships-in-the-age-of-sail-cost-compared-to-today.281532/

https://en.wikipedia.org/wiki/HMS_Surprise_(1796)

https://www.yachtworld.com/boats/1984/Custom-Geared-RoRo-Cargo-Ships-3123789/Russia?refSource=browse%20listing#.W3Fv5CgzZ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