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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AM7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7) - 이게 모두 레이더 탓이다 치쿠마의 정찰기를 격추한지 얼마 안된 오후 4시 2분, 엔터프라이즈와 사라토가의 레이더들은 동시에 상당히 커다란 표적을 포착. 방향은 320도, 즉 북서쪽이고 거리는 140km. 당장 난리가 난 두 항모에서는 손님 맞을 채비에 분주. 일단 두 항모가 가진 와일드캣 전투기들을 모조리 발진시켜 총 53대를 상공에 띄움. 이건 역대급으로 많은 CAP(Combat Air Patrol) 숫자. 그 순간은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쇼가꾸와 즈이가꾸에서 출동한 일본 편대는 총 42대로서, 30대는 발(Val, Aichi D3A) 급강하 폭격기였고 12대가 제로센 전투기들. 단순 계산으로 53대 vs. 42대로 수적 우위가 있는데다, 아직 적 편대가 매우 멀리 있는 상태에서 이 정도의 전투기를 띄웠다면 적편대는 다 격.. 2024. 3. 21.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6) - 미끼 항모 8월 24일 오후 1시 20분, USS Saratoga의 레이더가 무려 150km 밖에서 포착한 대형 항공기 편대는 가만히 보니 사라토가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과달카날의 헨더슨 비행장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음. 지난 편에 언급했던 일본해군 '베티' 폭격기는 결국 미해군 항모들을 보지 못했거나 봤어도 무전을 날리지는 못했던 것. 헨더슨 비행장에는 아직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이 공습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 사라토가에서는 헨더슨 비행장에 공습 경보를 주려고 했으나, 불안한 열대 대기층의 교란으로 인해 무선통신의 치직거림이 너무 심해 교신에 실패. 그러나 헨더슨에서도 완전 무방비로 있지는 않았고, 항상 상공에 4대의 해병대 소속 와일드캣을 CAP(Combat Air Patrol)으로 .. 2024. 3. 14.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5) - 레이더가 좋아한 항공기 열악한 남태평양 과달카날에서 일본군이 버리고 간 활주로를 열심히 다듬은 미해군 공병대는 마침내 8월 20일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상태로 개장하고 그 기지 이름을 Henderson Field라고 지음. 일본군이 여기 활주로를 닦고 있다는 것을 안 미군이 화들짝 놀랐던 것과 동일하게, 미군이 곧 활주로를 완성한다는 정보에 일본군도 화들짝. 그래서 일본해군은 최강항모인 쇼가꾸와 즈이가꾸 등 항모 3척과 전함 2척, 순양함 9척과 다수의 구축함으로 구성된 함대에 상륙할 육군 1500까지 싣고 과달카날로 출동. 일본해군이 항모들을 대거 출동시킨 것은 과달카날의 헨더슨 비행장 따위 때문이 아니라 그 일대에 얼씬대는 것이 분명한 미해군 항모를 잡기 위한 것. 과달카날의 활주로는 꼭 항모를 동원하지 않아도 의외로 잡.. 2024. 3. 7.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7) - 미-일의 비교되는 사후 평가 미드웨이 해전은 미해군의 대승리였지만 미해군 입장으로서도 반성할 부분이 많았음. 미해군이 일본해군에 비하면 무척 자유분방하고 군기 빠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객관적인 사후 평가를 거친다는 점에서는 일본해군보다 훨씬 엄격한 것이 미국과 일본의 문화적 차이. 그렇게 반성할 부분이나 개선안으로 제시된 내용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음. - 일부 관제사나 조종사들이 사전에 약속된 용어를 제대로 쓰지 않음. 가령 엔터프라이즈 관제사는 arrow (화살)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그건 방위각에서 자북(magnetic north)가 아니라 정북(true north)를 뜻하는 것. 하지만 이는 엔터프라이즈 내부에서만 쓰는 용어라서 엔터프라이즈 소속 조종사들만 그 용어를 알아들었고, 호넷이나 요크타.. 2024. 2. 1.
레이더 개발 이야기 (53) - 레이더, Betty, 알 카포네 그렇게 격추된 2대의 일본군 정찰기 중 최소 1대가 라바울에 미해군 기동부대 목격을 보고한 것이 확실. 왜냐하면 오후 4시 10분 경에 렉싱턴의 레이더 스코프에 렉싱턴 방향으로 날아드는 거대한 편대의 모습이 약 100km 밖 남쪽에 나타났기 때문. 길 대위는 즉각 CAP을 치고 있던 6대의 Wildcat 전투기들을 그 쪽으로 보내 요격하게 했는데, 이들은 약 20분 뒤인 4시 30분에 일본군 폭격기들을 목격하고 Tallyho를 외침. 다행인지 혹은 필연인지 이 9대의 쌍발 폭격기들은 아무런 전투기 호위를 데리고 있지 않았음. 렉싱턴이 라바울 발진 전투기들의 전투 반경에서 훨씬 더 멀리 있었기 때문. (미해군의 WW2 초기 함재 전투기인 F4F Wildcat. 이후 배치된 F6F Hellcat에 밀려났지만.. 2023. 11. 2.
레이더 개발 이야기 (49) - 미해군의 준비 미해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레이더 시스템 CXAM을 장착하고 장시간 운용해본 항모 USS Yorktown은 레이더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전투기 관제를 위해서는 이를 운용하기 위한 전문적인 인원과 함께 레이더 운용을 위한 전용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리포트를 1941년 3월에 올림. 그때까지만 해도 미해군에서는 레이더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새로운 장난감' 정도로 생각하고 심지어 그 운용 담당자를 장교가 아닌 부사관(chief petty officer)으로 배정했을 정도. 근데 그렇게 해놓으니 도저히 운용이 안 됨. 그 부사관들이 자기가 레이더 스코프에서 본 정보, 즉 무의미한 거리와 방위각을 아무 기준을 두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구 전화로 보내오니 함교에 있는 고위 사관들이 .. 2023. 10. 5.
레이더 개발 이야기 (17) - 미드웨이 해전의 미국산 레이더 영국과 미국은 같은 언어와 인종에 역사와 문화까지 어느 정도 공유하는 국가이므로 지금도 찰떡궁합으로 붙어다니는 사이. 하지만 WW2가 시작되고 군사 동맹이 되고 나서도 한동안은 군사기밀을 서로 감추고 있었음. 가령 항공모함에서 위험한 가솔린 항공유를 어떻게 보관해야 안전한지 로열네이비는 알고 있었지만 1940년까지도 미해군에게는 그걸 알려주지 않았음. 로열 에어포스가 형제의 나라 미국에게는 레이더 개발에 대해 힌트를 주었을까? 처음에는 전혀 주지 않았음. 그러나 이미 미해군은 레이더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었음. 실은 1930년에 이미 그 가능성을 보고 이미 시작을 하고 있었음. 아래 그림은 HMS Ark Royal의 단면도. 1937년에 진수된 아크 로열은 전함 또는 전투순양함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 처.. 2023.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