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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제비츠3

드레스덴을 향하여 (4) - 나폴레옹의 계산 바로 며칠 전까지 네의 제3군단 수석 참모를 맡고 있던 조미니는 당연히 그랑다르메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때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귀족들과 신사들이라고 하더라도, 그에게 그랑다르메의 병력 배치 현황과 나폴레옹의 작전 방향을 묻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직무유기일일 것입니다. 물론 조미니를 고문실에 가둬놓고 두들겨 패가면서 취조한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잡담 형식으로라도 조미니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을 것입니다. 문제는 조미니가 어느 정도까지 대답을 했느냐 하는 것이지요.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좀 엇갈립니다. 조미니 본인은 물론 그에 대해 자신이 그랑다르메의 군사 기밀을 적에게 술술 불었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들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지극히 .. 2024. 1. 1.
지도와 공약(空約) - 프로이센 장교들의 이탈 안실리온(Friedrich Ancillon)의 조언은 꽤 정곡을 찌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국적에 상관없이 귀족이나 신사라면 모두가 프랑스어를 쓰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당대의 지식인답게, 야만스러운 러시아보다는 문명국인 프랑스 친화적인 노선을 취하기를 권고하며 러시아 장군들의 무능력 등을 비난하기도 하고, 스페인 민중과는 달리 프로이센 국민들에게는 종교적인 광기가 부족하기 때문에 스페인식 민중 투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등의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도 했습니다. 그러나, 누가 봐도 그럴싸한 이유도 내놓았습니다. 바로 러시아와 프랑스의 지리적 위치였습니다. 기동력이 좋은 군대를 가진 프랑스는 바로 지척에 있는데 러시아는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지요. 또한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전투에서 승리해도 유럽 .. 2022. 3. 28.
드리사(Drissa)로 가는 길 - 후퇴하는 러시아군의 사정 일반적으로 후퇴하는 군대는 비록 작전상 후퇴라고 할지라도 사기가 매우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특히 자국 내에서 영토를 내주며 후퇴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1808년 말 자국 영토도 아닌 스페인에서 영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코루냐 항구로 후퇴하던 존 무어 경(Sir John Moore)의 영국군이 추위와 와인 속에서 그야말로 녹아내리던 것을 상기해보면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또 후퇴할 때는 사기 뿐만 아니라 부상자와 환자, 쌓아놓았던 각종 보급품의 처분 등 온갖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당장 후방 걱정은 하지 않고 날랜 부대들로 쫓아가기만 하면 되는 추격군의 입장과, 부상병과 보급품을 수습해서 움직여야 하는 후퇴군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고, 보통 그런 문제들 때문에 결국은 후퇴하는 군대는 추격하는.. 2019.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