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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삭3

대포와 낙오병 - 혼란 속의 후퇴 나폴레옹은 후퇴할 때 각 부대가 제형(梯形, echelon, 사다리꼴)으로 행군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에셜란 진형은 한자로나 한글로나 사다리꼴 모양이라고 해석이 됩니다만 실은 이건 사다리꼴 모양이 아니라 사선 대형을 말하는 군사용어입니다. 즉 부대들이 횡대나 종대가 아니라 비스듬하게 사선을 이루는 방식입니다. 이런 에셜란은 육군 부대 뿐만 아니라 해군 함대나 공군 편대들도 많이 사용하는 진형입니다. 이렇게 육해공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똑바로 횡대나 종대를 이룰 때에 비해 각 부대/군함/항공기에서 훨씬 넓은 시야를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똑같은 수의 병력이 이동할 때 훨씬 더 넓은 범위의 구역을 훑으며 지나가게 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이는 적을 수색하며 .. 2021. 6. 21.
코삭이 온다 ! 나폴레옹이 우울하기 짝이 없는 보로디노 벌판을 건너고 있을 때 즈음, 쿠투조프도 비로소 나폴레옹이 남쪽 칼루가가 아니라 정반대 방향인 모즈하이스크로 물러갔다는 것을 파악하고 '뒤로 돌아'를 외쳤습니다. 부하들은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면서 불만이 가득했지만 아예 추격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추격을 서둘렀습니다. 실제로 별로 늦지도 않았습니다. 나폴레옹의 퇴각로는 모즈하이스크를 거쳐 보로디노를 지나 비아즈마(Viazma)를 거치는 등 전체적으로 보면 직선 거리가 아니라 크게 반원호(arc)를 그리는 코스였습니다. 그에 비하면 쿠투조프의 본대는 메드신을 통해 따라잡으면 일종의 지름길을 거쳐갈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그러나 쿠투조프는 쿠투조프였습니다. 그는 밀로라도비치(Milo.. 2021. 6. 14.
애국과 반란 사이에서 - 1812년 러시아 농노들과 프랑스군 전두환의 군사독재가 한창이던 시절, 혹시 일본군이 쳐들어 온다면 여러분은 독재정권을 타도할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일본군에게 협력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누가 뭐래도 외적을 몰아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전두환의 지시에 따라 일본군과 싸우시겠습니까? 다소 황당한 설정입니다만, 1812년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은 러시아의 농노들이 딱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쿠투조프의 후퇴 소식을 접한 알렉산드르가 이런 패배를 접한 러시아 귀족들의 동태에 대해 묻자 '제가 그 일원이라는 것이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라고 솔직하게 대답할 정도로 강직했던 젊은 귀족 볼콘스키(Sergei Volkonsky) 대공은 알렉산드르가 농민들에 대해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폐하 ! 그들에 대해서는 자랑스러워 하셔도 됩니다. 모든 농노들이.. 2021.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