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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4

레이더 개발 이야기 (26) - 어둠 속의 빛 레이더의 핵심 기술 중 하나가 송신 펄스(pulse)파의 길이를 짧게 만드는 것. 이것이 길면 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물체와의 최소거리가 너무 길어지게 됨. 펄스가 발사되고 있는데 반사파가 되돌아오면 탐지가 불가능하기 때문. 전파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니 펄스 길이가 1 micro-second (µs)일 경우 최소 탐지거리는 약 150m. 그런데 WW2 기술로는 영국 공군이 대잠 초계기에 장착한 공대함 레이더 ASV Mk II의 최소 탐지거리는 900m 이상. (레이더 송신 펄스파의 길이(width)에 대한 그림. 저 펄스 길이가 짧을 수록 레이더의 최소 탐지 거리가 짧아지므로 좋은 것.) WW2 당시 U-boat는 부상한 상태로 작은 sail (잠수함 위쪽에 불쑥 솟아난 구조물)만 물 위로 내민 채 디.. 2023. 3. 23.
레이더 개발 이야기 (12) - 근시도 아니고 원시도 아닌 레이더 레이더의 전파가 40 MHz냐 160 MHz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 근데 이런 단위는 모두 주파수의 단위. 전파의 파동 주파수는 대체 무슨 장치로 만들어냈을까? 압전(Piezoelectricity) 효과는 이미 18세기 후반에 발견되었으나, 이걸 실험으로 입증해보인 것은 바로 퀴리 부인의 남편인 Pierre Curie과 그의 형 Jacques Curie. (윗 사진이 퀴리 형제가 황옥, 수정, 로쉘 소금 결정 등등의 다양한 결정체로 그런 실험을 수행했던 장치) 압전 효과는 한동안 신기한 과학 현상으로만 알려졌으나 이게 실제 활용에 사용된 것은 역시나 전쟁 때문. WW1 동안 잠수함 탐지 방법을 연구하던 프랑스 물리학자 Paul Langevin이 active sonar 개발에 수정의 압전 효과를 이용한 변.. 2022. 12. 8.
전함 HMS Barham의 격침과 영국 최후의 마녀 이야기 1941년 11월 26일은 독일 해군 중위 티센하우젠(Hans-Diedrich von Tiesenhausen)에게 운수 대통한 날이었습니다. 그의 잠수함 U-331의 음탐사가 멀리서 들려오는 군함들의 엔진 소리를 탐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군함들은 대략 그의 잠수함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 군함들의 정체는 영국 해군 전함 3척과 그를 둘러싼 구축함 8척이었습니다. 티센하우젠 중위는 알 방법이 없었겠지만, 이들은 리비아로 향하는 이탈리아군 수송단을 요격하기 위해 알렉산드리아 항구를 나선 퀸 엘리자베스 호(HMS Queen Elizabeth), 밸리언트 호(HMS Valiant), 그리고 바럼 호(HMS Barham), 그러니까 모두 1910년 초반에 진수된 퀸 엘리자베스급 전함 3척과 그를 호위하.. 2020. 6. 25.
나폴레옹의 잠수함 노틸러스(Nautilus) 호 이야기 지난 편에서는 나폴레옹이 불로뉴에 약 20만명의 '영국 방면군'과 약 1천여척의 대형 보트들로 구성된 상륙 함대를 집결시키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이 소식은 공포심과 상상력이 빚어낸 기발한 형상의 각종 상륙함들과 하늘을 뒤덮으며 기구를 타고 날아올 프랑스군의 모습으로 영국 대중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심지어는 프랑스군이 영불 해협 밑에 지하 터널을 뚫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바다를 통해, 하늘을 통해, 심지어 땅속을 통해 쳐들어오는 프랑스 군의 모습. '지나친 상상력은 국가 안보에 해롭습니다') 물론 영국 정부나 군 지휘관들은 이런 황당무계한 찌라시 기사들에 흔들리지 않았습니다만, 대중들이 공포에 질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프랑스군의 영국 상륙 자체는 전.. 2018. 5.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