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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센6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2) - 나폴레옹 버프는 없다 10월 7일 오전, 마이센으로 향하고 있던 나폴레옹에게 도착한 것은 전날 저녁 벤너비츠(Bennewitz)에서 보내온 네의 보고서였습니다.  그 보고서의 내용은 당장이라도 라이프치히에 도착할 것 같아 보이던 블뤼허가 일단 진격을 멈추고 멀더강의 우안에 멈춰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먼저 엘베 강변의 프랑스군 요새인 비텐베르크(Wittenberg)의 포위 공격을 마무리하여 후방에 대한 걱정을 덜어낸 뒤에 움직이려는 것 같다는 네의 추측도 함께 적혀 있었습니다.   네는 결단성과 용기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용자였으나 결코 지략으로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네의 추측성 보고를 나폴레옹이 100% 믿었다면 이상한 일이겠지만, 희한하게도 이때의 나폴레옹은 자기에게 유리한 보고만 골라서 믿.. 2025. 3. 31.
덴너비츠 전투 에필로그 - 흔들리는 라인연방 덴너비츠 전투는 나폴레옹 전쟁사에서 그다지 잘 다루어지지 않는 전투이긴 합니다만, 의외로 이 전투는 그 의미가 큰 사건이었습니다.  이 전투가 일어나게 된 원인부터 그 전투 내용, 그리고 그 결과가 가져온 여파 등 모든 면에서 그렇습니다.   먼저, 왜 이 전투가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십시요.  나폴레옹이 격파해야 할 적의 주력부대는 분명히 보헤미아에 있었는데도,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베를린에 집착하여 가뜩이나 부족한 병력을 쪼개어 베를린으로 보냈다가 이 사달이 났지요.  그랬던 이유, 즉 오데르 강을 장악하여 러시아군이 스스로 후퇴하게 만든다는 큰 그림에 대해서는 이미 전에 설명드린 바 있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베를린 점령과 오데르 강 장악이 그렇게 중요한 목표라면, 왜 나폴레옹은 전.. 2024. 8. 5.
바우첸을 향하여 (5) - 대충대충 러시아군 엘베 강 동쪽의 연합군이 작전 계획에 대해 아웅다웅 하고 있는 동안, 나폴레옹의 군단들은 속속 엘베 강변에 도착하고 있었습니다. 중앙부인 드레스덴에는 외젠 지휘에 막도날의 제11 군단, 마르몽의 제6 군단과 제1 기병군단이, 그 남쪽 프라이베르크(Freiberg)에는 베르트랑의 제4 군단이, 그리고 그 북쪽 마이센에는 로리스통의 제5 군단이 향했습니다. 나폴레옹은 5월 8일 드레스덴 인근에 도착했는데, 처음에는 뭔가 멋진 정치적 의미를 띤 근사한 입성을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부관에게 지시하여, 드레스덴 시청의 책임자를 자신이 있는 인근 마을로 즉각 데려오게 했습니다. 그러나 드레스덴의 다리는 이미 파괴되어 불타고 있었고 시내 분위기도 어수선한 편이어서 그랬는지, 이후 불려온 시청 대표에게는 아주 차.. 2023. 1. 9.
끊어진 다리, 흔들리는 동맹 - 아우구스투스 다리의 의미 이미 베를린이 비트겐슈타인 휘하의 러시아군 손에 들어가고 드레스덴도 곧 빈칭게로더 손에 들어갈 것이 명약관화했던 3월 중순 즈음, 외젠에게는 6만이 채 안되는 병력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그 중에는 다부 지휘 하에 드레스덴에 있던 7천5백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의 군단들 중에서도 언제나 병력 3만 이상의 특별히 강력한 군단만을 거느리던 다부가 1개 사단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병력만을 이끌고 있던 것은 당시 약화된 그랑다르메의 신세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폴레옹은 다부는 특별 대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레이니에(Reynier) 장군이 러시아군에 쫓겨 드레스덴에서 철수하는 것은 뭐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에크뮐 대공(prince d'Eckmühl, 즉 다부)이 그런 모욕.. 2022. 6. 20.
1813년, 작센을 둘러싼 갈등 3월 24일, 블뤼허가 드디어 작센 영토인, 아니 이제 프로이센 영토라고 선언된 코트부스로 들어갈 때 블뤼허의 조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칼리쉬의 쿠투조프는 기분이 팍 상해버렸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프로이센군이 러시아군을 젖히고 코트부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당장 보급물자를 챙겼다는 것이었지만, 총사령관이자 연합군 사령관으로 쿠투조프는 그런 소소한 문제를 지적할 수는 없었습니다. 쿠투조프가 문제를 삼은 부분은 블뤼허의 포고문에 '동맹국'이라는 애매모호한 이야기만 씌여있을 뿐, 러시아라는 단어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게다가 블뤼허의 조치에 대해 화가 난 작센 관리들이 러시아 사령부에까지 '코트부스가 프로이센 영토가 되는 것이 정말 짜르의 뜻 맞느냐'라며 항의를 해오자, 그에 대.. 2022. 6. 13.
새벽의 불청객 - 2주간의 로드 무비 12월 11일 새벽, 꾸벅꾸벌 졸며 썰매를 달리던 나폴레옹은 콜랭쿠르에게 마치 우연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현재 지나고 있는 소도시의 이름을 물었습니다. 워비치(Łowicz)라는 대답을 듣고는, 마치 정말 우연히 생각났다는 듯이 나폴레옹은 '여기서 머지 않은 곳에 마리아 발레프스카의 집이 있다'라며 잠깐 거기에 들러 옛 연인에게 안부인사(?)나 전하면 어떨까라며 콜랭쿠르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아마 나폴레옹은 바르샤바를 떠난 뒤 워비치까지의 거리와 소요 시간을 그 비상한 머리로 암산하면서 딱 그 시간대에 콜랭쿠르에게 '여기가 어디인가?'라고 물으려고 벼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나폴레옹도 남자였고, 나폴레옹은 마리아 발레프스카를 한때 정말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워비치(Łowicz)는 나폴레옹이 드레스덴을 거.. 2022.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