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바르첸베르크5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0) - 나폴레옹의 산수 동쪽 바우첸 일대에서 대치 중이던 블뤼허가 난데 없이 전군을 이끌고 북쪽 바르텐부르크에 나타났다는 것은 뜻하는 바가 뻔했습니다. 바로 베르나도트와 합류하겠다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이제 막 남쪽 보헤미아 방면군이 얼츠거비어거 산맥을 넘어 켐니츠 남서쪽 방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더 할 나위 없이 분명했습니다. 연합군은 남쪽과 북쪽에서 일제히 움직여 라이프치히에서 합류하려는 것이었습니다. 흩어져 있던 연합군의 3개 방면군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할 일이었고, 나폴레옹이 위기에 봉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은 연합군의 의도를 파악하자 너무나 기뻐했습니다. 드디어 앞이 보이지 않던 외통수에서 벗어날 기회가 나타났기 때문이었습니다. 8월 27일 .. 2025. 3. 17.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2) - 왕세자에 대한 고자질 블뤼허는 베르나도트가 9월 6일 덴너비츠에서 네를 격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뻤습니다만, 곧 이어 별도로 날아든 뷜로(Friedrich Wilhelm Freiherr von Bülow)의 편지를 읽고는 무척 복잡한 심경이 되었습니다. 뷜로는 베르나도트 밑에서 북부 방면군 산하 프로이센 제3군단을 맡고 있었는데, 그는 베르나도트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옛 적군인 그에 대해 깊은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같은 프로이센 사람인 블뤼허에게는 별도의 편지를 보내 '베르나도트를 믿지 말라'고 경고했던 것입니다. 이 편지에서, 뷜로는 덴너비츠에서 열심히 싸운 것은 자신과 타우엔치언이 지휘하는 프로이센군 제3,4군단 뿐이었으며, 베르나도트는 온갖 핑계를 대며 진격을 미루다 승부가 판가름난 이후인.. 2024. 11. 4. 라이프치히로 가는 길 (1) - 명령 불복종 여태까지 왜 바이에른이 10월 8일 오스트리아와 리드(Ried) 조약을 맺고 나폴레옹을 배신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셨습니다. 이제 다시 시선을 나폴레옹과 슈바르첸베르크, 블뤼허와 베르나도트에게 돌려보시겠습니다. 9월 6일 덴너비츠(Dennewitz) 전투에서 베르나도트가 네를 완패시킨 뒤, 과연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먼저 나폴레옹은 8월 29~30일의 쿨름 전투 이후에도 보헤미아로 쳐들어가 슈바르첸베르크의 보헤미아 방면군과 결전을 벌이려고 시도는 해보았습니다. 그는 생시르의 제14군단을 선두로 빅토르의 제2군단과 근위대, 그리고 와해된 방담의 제1군단 잔존 병력까지 보헤미아로 넘어가는 얼츠거비어거(Erzgebirge) 산맥 일대에 투입했습니다. 실제로 생시르의 제14군단의 선두는 9월.. 2024. 10. 28. 드레스덴 전투 (4) - 학부모까지 참석하는 조별 과제 애초에 보헤미아 방면군 사령관 자리는 결코 쉬운 직장이 아니었습니다. 연합군의 자타공인 주력부대인 이 강력한 20만 대군의 지휘권은 상식적으로 가장 많은 병력을 대는 러시아군 수장이 맡는 것이 맞겠으나, 중립으로 있어도 되지만 유럽의 대의를 위해 이 한 몸 던진다는 생색을 내며 참전한 오스트리아에 대한 보상조로 오스트리아 장성에게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보헤미아 방면군의 지휘권에는 시작부터 러시아의 입김이 강하게 들어갈 수 밖에 없없습니다. 게다가 애초에 전쟁이란 많은 사람이 죽고 사는 심각한 사업인데, 이익이 상충되는 여러 나라가 서로 힘을 합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연합군의 작전이란 마치 학교에서 하는 조별 과제 같은 프로젝트였습니다. 약한 프로이센과 대국 러시아 둘이서 연합군을.. 2024. 3. 11. 착각과 현실 - "승리하면 모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다" 나폴레옹은 누가 뭐래도 비상한 두뇌의 소유자였습니다. 충성스러운 부하였던 랍(Rapp) 장군은 이때 나폴레옹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라인 강과 모스크바 사이에 어느 부대가 어디에 있는지 병사 하나하나를 모두 다 기억하고 있었다." 충성심 때문에 과장으로 부풀려진 것이 분명한 평가였지만, 실제로 나폴레옹은 네만 강을 건너기 전에, 그의 60만 대군의 모든 연대들과 그 대령급 지휘관들을 모두 기억했다고 합니다. 모스크바 대화재라는 뜻하지 않은 참변 속에서도 그의 명석한 두뇌는 쉴 사이 없이 상황을 분석하고 평가했으며, 그의 계산에 따르면 그의 그랑다르메가 모스크바에 눌러앉아 겨울을 나는 것은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비록 대화재가 많은 것을 파괴하긴 했지만, 모스크바의 창고에는 그의 대군이 적어도.. 2021. 1.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