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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전기6

새로운 레이더, 새로운 항모 (2) - 함교냐 CIC냐 해군은 해군대로, 육군은 육군대로 자기들이 가장 많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는데 (한편 공군은 지들이 편하게 지낸다는 거 스스로 인지하는 것 같음), 육군의 어려움 중 하나는 최전선에서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조명을 마음대로 켜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분명히 장교 및 부사관은 한밤중에라도 상황판에 숫자나 그림을 그려가며 작전 회의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음.  그러던 중 영국 육군 누군가가 plexiglass의 가장자리에 자외선을 비추면 그 위에 색연필(grease pencil)로 써놓은 글자가 어둠 속에서 빛난다는 것을 발견.   (색연필을 grease pencil이라고 하는데, 보통 china marker 또는 chinagraph pencil라고도 부름.  이유는 중국에서 발명된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도자기.. 2025. 1. 30.
WW2의 수정 이야기 (8) - 안티 에이징 솔루션을 찾아서 많은 비용을 들여 제조해놓은 수정 박판들이 crystal aging이라는 노화 현상 때문에 결국 몇 주, 몇 달 후에는 모조리 불량품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알게된 미군 통신사령부 산하 QCS는 공황 상태에 빠짐.  이미 수백만 개의 완성품이 쌓여 있는 것도 문제였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달에 1백만 개씩 계속 양산이 되고 있다는 것은 더 큰 문제였음.  지금이라도 생산 중단을 명령해야 하나?  하지만 그럴 경우 대안은 있나?  당장 세계 곳곳의 전투 현장에서 많은 미군들이 목숨을 잃어가며 싸우고 있는데, 그들을 위한 무전기는 어떻게 하지?  특히 이 crystal aging에 따른 무전기 고장의 피해는 영국에 주둔한 제8 공군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남.  태평양 전선처럼 덥고 습한 환경도 아닐 텐데 왜.. 2024. 11. 14.
WW2의 수정 이야기 (7) - 통신 두절 1943년 하반기에 접어들 무렵엔 이미 상당한 양의 수정 공진기가 제조되어 세계 각지의 물자 집적소는 물론 최전선 부대에게까지 보급되어 있었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하나둘씩 수정 공진기를 이용한 무전기가 먹통이 되었다는 장애 보고서가 올라오기 시작.  세상에 인간이 만든 물건 중에 고장 없는 물건이 없는 법이므로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  그런 보고서에 대해 관계자들은 대개 '일부 불량품이야 당연히 있는 법이지'라든가 '무식한 병정놈들이 최첨단 무전기를 제대로 쓸 줄 몰라서 발생한 문제' 등으로 치부하며 별 신경을 쓰지 않음.   (왜 먹통이냐고?  니들이 뭔가 잘못 만졌겠지!) 하지만 가면 갈 수록 점점 그런 장애 보고서가 많이 올라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장 건수가 늘자 이.. 2024. 11. 7.
WW2의 수정 이야기 (6) - 유보트와 연금술 처음 미국에서 내놓은 수정 수입 확대안은 브라질에서의 수정 생산량을 늘리는 것.  그러기 위해서 미국인들이 생각한 방법은 지극히 미국적인 방법.  얘들은 별 생각도 없이 그냥 '기계화'를 추구하여 불도저와 굴삭기 등 온갖 노천 광산용 중장비를 잔뜩 브라질에 보내기로 함.  이미 소련과 영국에 lend-lease라는 이름 하에 엄청난 양의 탱크와 지프차, 트럭과 대포, 탄약과 식량 등을 퍼나르고 있었는데 브라질에 불도저와 굴삭기 수십 대 정도야 못 보내겠는가? 그런데 1차로 보낸 중장비들은 대서양을 횡단하다 유보트에 걸려 어뢰를 얻어맞고 꼬로록.  좌절하지 않고 다시 보내 결국 무사히 하역.  그런데 거기서부터가 진짜 문제.  수정이 나는 곳은 당연히 해안의 도시 주변이 아니라 내륙의 고원지대.  그런데 .. 2024. 10. 31.
WW2의 수정 이야기 (4) - 독일군 무전기의 충격 미군에서도 훨씬 간단한 구조를 가진 덕분에 고장도 적고 성능도 안정적인 수정 공진기를 군용 무전기에 사용하자는 의견이 많았음.  그러나 적어도 1939년 중반까지 미군 장성들은 그런 의견을 묵살.  장군님들은 (1) 유연성 (2) 비용 (3) 가용성의 세 가지 이유로 수정 공진기를 싫어했기 때문. 수정 공진기가 비싸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  수정을 보석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수정은 그 자체가 싼 물건은 아니었음.  게다가 지난 편에서 설명한 대로 1kg의 수정에서 20~30개의 수정 박판을 만들어내는데 비용이 30달러 정도 든다고 했으니, 공진기를 만들기 위한 수정 박판 1개의 가격은 이윤을 뺀 생산단가가 1~1.5달러 정도였다는 이야기.  1935년의 1달러는 지금의 23달러 .. 2024. 10. 17.
무선 침묵 이야기 (2) - USS Chicago의 격침 1943년 1월 말, 일본군은 과달카날 일대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을 결정하고 굶주린 잔존 병력 1만을 몰래 빼내는 케(ケ)호작전을 준비함.  일본군이 뭔가 작전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미해군도 눈치 채기는 했는데, 미해군은 실제와는 정반대로 일본군이 지상군 증원병력을 투입하려 한다고 판단.  결국 할시 제독은 정규항모 2척을 포함한 항모전단을 투입하기로 하고, 먼저 6척의 순양함과 2척의 호위항모, 기타 구축함들로 구성된 Robert C. Giffen 소장의 제18 기동부대를 앞세워 남쪽에서부터 솔로몬해로 진입을 시도.   (지펜 소장의 제18 기동부대에 소속되어 있던 2척의 호위항모 중 하나인 USS Chenango (CVE-28, 1만2천톤, 18노트).  원래 1941년 미해군 유조선 AO-31으로 .. 2024.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