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침묵7 무선침묵 이야기 (9) - 연합군에는 신기술이, 독일해군에는 대응책이 있다 허프더프를 군함에 설치할 수 있게 결정적인 개선 사항을 만들어낸 사람은 바로 동쪽에서 흘러들어온 난민. 1904년 생인 폴란드인 바츠워프 스트루신스키(Wacław Struszyński)는 바르샤바 공대에서 석사학위까지만 마치고 폴란드 국영 통신사에서 방향 탐지 기술부에서 일하던 전기공학자. 1939년 나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자 어렵게 탈출하여 1940년 영국에 도착. 실은 개인 자격으로 알아서 피난길에 나선 것은 아니었고 국영 기업에서 당시 첨단 기술이던 전파 공학을 하던 기술자라고 영국에 의해 소개된 것. 참고로 스트루신스키의 아버지는 아들보다 더 가방끈이 긴 사람으로서, 화학 박사이자 바르샤바 공대 교수였는데 영국에서 화학자는 별로 쓸모가 없었는지 소개시켜주지 않아 나찌 독일 치하에 남아야.. 2024. 9. 19. 무선침묵 이야기 (8) - 허프더프의 활약 지난 편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서양의 U-boat들은 매일 유럽 대륙의 사령부로 타전해야 하는 보고서를 보내는데 있어 쿠어츠지그날(Kurzsignale)을 사용하게 되면서 약 20초 정도만 전파를 발신했으므로, 그런 짧은 시간 동안만 지속되는 전파를 이용하여 연합군의 구축함이나 초계기들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음. 그러나 1942년 이후, 유보트들은 보고문을 타전하고 나면 얼마 안 있어 연합군 초계기 또는 구축함이 자기 위치로 득달처럼 달려오는 현상을 자주 발견. 처음엔 우연이겠거니 혹은 저 친구들이 운이 좋아서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전파 방향 탐지에 성공했겠거니 생각했으나, 점점 그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건 우연도 운도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됨. (이 벨리니-토시 전파 방.. 2024. 9. 12. 무선침묵 이야기 (7) - 뜻밖의 사용례 전파 방향 탐지에 의한 유보트 사냥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다시 영국 공군 이야기를 해야 함. 로열 에어포스는 WW2를 앞두고 압도적인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를 상대하기 위해 비밀리에 레이더, 즉 Chain-home 시스템을 구축. 이 체인-홈 레이더 시스템은 오로지 바다 건너 유럽 대륙에서 날아오는 루프트바페 폭격기들을 탐지하여 그쪽으로 아군 요격기들을 보내기 위한 것이다보니, 아예 쳐다보는 감시 구역도 고정되어 있었음. 즉, 해안가에 설치된 레이더들은 바다쪽만 쳐다볼 수 있었고 내륙 하늘은 전혀 볼 수 없었음. (체인-홈 레이더 사이트들의 위치. 모두 해안에 위치했고 또 바다쪽을 향하고 있음.) 그렇게 되니 일단 해안선을 통과한 루프트바페 폭격기들은 감시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문제도 있었지.. 2024. 9. 5. 무선침묵 이야기 (6) - U-boat는 짧게 말한다 전에 WW2 당시 미해군 조종사들에 비해 일본해군 조종사들이 무선침묵을 매우 중요시했는데, 그게 좀 지나쳐서 제대로 된 지휘통제가 안될 정도였다고 언급했었음. 무선침묵에 있어서 정도가 지나쳤다? 원래 무선침묵은 보안의 하나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 아닐까? 무선침묵 준수가 왜 중요한지는 무선침묵을 깨뜨린 결과 벌어진 참사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사실 그런 사례가 아주 많지는 않음. 연합군과 추축군 모두 무선침묵을 매우 중요시했기 때문. 그러나 물론 가끔 문제가 터짐.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말하는 슬랩튼 해변의 비극 (The Slapton Sands Disaster). (라임 베이의 위치. 바로 왼쪽 옆에 플리머스 항구가 있음.) 1944년 4월 28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앞둔 .. 2024. 8. 29. 무선 침묵 이야기 (5) - 카리브해까지 뻗은 천라지망 WW2 당시의 U-boat들의 작전은 대서양의 외로운 늑대처럼 알아서 적함을 찾고 알아서 판단하는 뭐 그런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본국 사령부의 매우 엄격한 통제하에 있었음. 원래 군에서 제일 지겹고 힘든 것이 바로 상부에 대한 보고인데, U-boat들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었음. 이들은 매일 현재 위치와 연료, 식량, 어뢰의 잔량 등과 함께 전날의 전과 등을 본국에 보고해야 했고, 또 본국 사령부로부터 어디로 언제까지 이동하여 무엇을 공격하라는 시어머니 같은 micro-management에 시달려야 했음.(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어떤 지옥을 만들어내는 지는 당해본 사람만 알 수 있음) Micro-management는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것이지만 독일 잠수함 사령부가 그렇게 시어머니 노릇을 한 것.. 2024. 8. 22. 무선 침묵 이야기 (4) - 대서양 상공의 콘돌 해군은 군함을 타고 싸우는 군대가 아니라 바다에서 싸우는 군대. 그러니까 해군이 꼭 군함으로 싸울 이유는 없으며 항공기를 이용하기도 하고, 지상에서 싸우기도 함. 가령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해군 구축함 HMS Glamorgan을 타격한 Exocet 미사일은 포클랜드 해안 근처 언덕에 숨어있던 엑조세 미사일 임시 발사대에서 아르헨티나 해군 요원들이 쏜 것. 원래 그 엑조세 미사일과 그 발사대는 아르헨티나 구축함 ARA Segui에 달려 있던 것을 떼어내 C-130 수송기로 실어왔던 것. (당시 아르헨티나 해군이 급조해서 만든 지상 이동형 엑조세 미사일 발사대.) 그런데 고대 아테네와 페르시아가 싸운 살라미스(Salamis) 해전, 베네치아를 주축으로 한 서유럽과 오스만 투르크가 붙은 레판.. 2024. 8. 15. 무선 침묵 이야기 (2) - USS Chicago의 격침 1943년 1월 말, 일본군은 과달카날 일대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을 결정하고 굶주린 잔존 병력 1만을 몰래 빼내는 케(ケ)호작전을 준비함. 일본군이 뭔가 작전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미해군도 눈치 채기는 했는데, 미해군은 실제와는 정반대로 일본군이 지상군 증원병력을 투입하려 한다고 판단. 결국 할시 제독은 정규항모 2척을 포함한 항모전단을 투입하기로 하고, 먼저 6척의 순양함과 2척의 호위항모, 기타 구축함들로 구성된 Robert C. Giffen 소장의 제18 기동부대를 앞세워 남쪽에서부터 솔로몬해로 진입을 시도. (지펜 소장의 제18 기동부대에 소속되어 있던 2척의 호위항모 중 하나인 USS Chenango (CVE-28, 1만2천톤, 18노트). 원래 1941년 미해군 유조선 AO-31으로 .. 2024. 8.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