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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0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12) 혼블로워는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도 서둘러 끼워입은 티가 나는 모습으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재빨리 선실에 나타났다. 들어서면서 그는 초조한 듯이 선실을 둘러 보았는데, 왜 상관들이 있는 이 선실로 소환이 되었는지에 대해 불안해하며 마음 고생을 한 것이 분명했고, 그 불안함은 사실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들은 이 작전 계획이란 게 대체 뭔가 ?" 버클랜드가 물었다. "듣자하니 요새를 습격하는 것에 대해 뭔가 제안할 것이 있다더군, 미스터 혼블로워." 혼블로워는 즉각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의 논점에 대해 정리하고 이 새로운 상황에 비추어 그의 최초 작전 계획을 재점검하고 있었다. 부시는 리나운 호의 공격 시도가 실패하는 바람에 기습이라는 초기 이점을 잃은 상황에서 그의 작전 계획에 대해.. 2019. 4. 29.
Bookends - 영화 '500일의 섬머' 속 가사 해설 '500일의 섬머'라는 2009년도 영화가 있습니다. 공짜를 좋아하는 저는 또 케이블 TV로 봤지요. 원래 독립 영화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Fox Searchlight Pictures가 배포를 맡아 선댄스 영화 페스티벌에서 최초 상영되었고, 의외로 좋은 평가와 인기를 끌어내어 제작비 750만불의 8배인 6천만불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사람들은 변해. 감정도 변하고. 그게 한때 나눴던 사랑이 진실되지 않았다던가 진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다만 그건 사람들이 성장할 때, 때로는 서로 멀어지는 방향으로 성장한다는 뜻이지.) 배트맨 시리즈 The Dark Knight Rises에서 로빈 역으로 나와서 잘 알려진 조셉 고든-레빗(Joseph Gordon-Levitt)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한줄 요약하.. 2019. 4. 25.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11) 제7장 만신창이가 된 리나운 호에 열대의 밤이 잦아들었을 때, 리나운 호는 바닷바람에 더해 무역풍이 보내온 대서양의 파도를 간신히 이물로 가를 정도로 느슨하게 돛을 펼친 채 육지로부터 떨어진 곳을 항진하고 있었다. 버클랜드는 그의 새 선임부관, 즉 부시와 함께 앉아 현 상황을 초조하게 의논하고 있었다. 미풍이 불어옴에도 불구하고, 그 작은 선실은 마치 오븐처럼 무더웠다. 탁자 위의 해도를 비추기 위해 갑판 대들보에 매달아 놓은 2개의 등불이 방 전체를 견딜 수 없는 수준으로 달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시는 제복 밑에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목칼라(stock)가 그의 두꺼운 목을 옥죄었기 때문에 가끔씩 손가락 두개를 칼라에 넣어 잡아당기곤 했지만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냥 그의 무거운 .. 2019. 4. 22.
Aubrey - 아쉬움과 그리움, 회한의 노래 제가 즐겨읽던 Aubrey-Maturin 시리즈는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 해군을 배경으로 한 무용담 소설로서, 그 주인공 이름이 Jack Aubrey입니다. 여러분은 Aubrey라는 이름이 남자 이름 같습니까, 여자 이름 같습니까 ? 생각해보면 유럽 계통의 모든 family name은 다 남자 이름입니다. 한번도 여성스러운, 가령 Elizabeth나 Jessica 같은 이름이 family name으로 쓰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런 것을 보면 분명히 Aubrey는 남자 이름입니다. 그런데 이건 현대 영미권 사람들에게도 좀 헷갈리는 문제인가 봐요. 구글에 'Is aubrey male' 까지만 써도 "is aubrey a male or female name"라는 문장이 자동 제시됩니다. 그리고 그 검색.. 2019. 4. 18.
아내가 남편에 복종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 ? 최근 어떤 모임에서 디도서 2장을 읽었습니다. 기분이 확 상하는 부분이 있더군요. (딛 2:4) 그들로 젊은 여자들을 교훈하되 그 남편과 자녀를 사랑하며 (딛 2:5) 신중하며 순전하며 집안 일을 하며 선하며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게 하라 ... (딛 2:9) 종들은 자기 상전들에게 범사에 순종하여 기쁘게 하고 거슬러 말하지 말며 ...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건 예수님의 말씀은 아니고 바울이 크레테 섬의 기독교 지도자 티투스(Titus, 디도)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입니다. 바울은 유대교의 순혈주의를 지향했던 다른 기독교 지도자들과는 달리 로마 제국 내의 비유대인들에 대한 전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고, 그의 서신이 신약성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기독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도 .. 2019. 4. 15.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10) 더 이상 육풍이 불 때도 아니라고 부시는 생각했다. 버클랜드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언덕 위의 요새에서 날아온 포탄 하나가 주돛대 삭구 고정판(the main chains)에 우지끈하고 박히면서 나무 파편이 비처럼 뿌려졌다. 화재 진압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를 들으며 버클랜드는 뼈아픈 결정을 내렸다. "스프링 닻줄을 잡아당기게." 그는 명령을 내렸다. "바다를 향하도록 함수를 돌리게." "예, 함장님." 후퇴 ? 패배. 그 명령이 뜻하는 바가 바로 그거였다. 하지만 패배라는 현실을 직면해야 했다. 그 명령을 내린 뒤에도 당장 전함이 처한 위험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할 일이 많았다. 부시는 돌아서서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거기, 캡스턴 돌리는 거 중지 !" 톱니멈춤쇠의 철컹거리는 소.. 2019. 4. 15.
아델의 Make you feel my love는 누가 썼길래...? Make you feel my love라는 노래는 아주 전형적인 사랑 노래입니다. 구애를 하는 사람이 아직 주저하고 있는 상대방에게 '달도 별도 다 따다 줄게' 라고 약속하는 내용의 가사에요. 어떻게 보면 뻔하고 유치한 가사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아델의 보컬 외에 그 가사 자체에도 꽤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좋은 노래들이 다 그렇듯이, 이 가사의 백미 역시 전체 곡이 80% 정도 진행된 후에 나옵니다. 바로 The storms are raging on the rolling sea and on the highway of regret 이라는 부분이지요. 사랑 노래에서 폭풍 치는 바다가 나오는 것은 놀랍지 않습니다만, 저는 저 on the highway of regret, 그러니까.. 2019. 4. 11.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9) 선미갑판에 있는 버클랜드에게도 설명이 필요했다. 선미갑판에 가보니 부시는 정말 그럴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인생 최초로 독립적인 지휘권을 가지고 수행하는 첫 모험이 실패로 끝나고 있데다 그의 전함이 이런 절대절명의 위기에 놓인 것을 지켜보고 있던 이 불운한 사내는 난간의 레일을 포도주병의 코르크처럼 뜯어내려는 듯 두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스미스가 그에게 전달해야 할 매우 중요한 소식이 하나 있었다. "로버츠가 죽었습니다." 그는 입술 한쪽 구석을 통해서 나지막히 말했다. "안돼 !" "죽었습니다. 론치 보트를 타고 있던 그를 대포알이 두동강 냈습니다." "세상에 저런 !" 부시가 로버츠의 사망 소식을 듣고 이제 자신이 이 전함의 선임부관(first lieutenant : PS1.. 2019. 4. 8.
초원의 빛 (Splendor in the grass) Splendor in the grass by William Wordsworth What though the radiance which was once so bright Be now for ever taken from my sight, Though nothing can bring back the hour Of splendour in the grass, of glory in the flower, We will grieve not, rather find Strength in what remains behind; In the primal sympathy Which having been must ever be; In the soothing thoughts that spring Out of human sufferi.. 2019. 4. 3.
나폴레옹 시대 영국 전함의 전투 광경 - Lieutenant Hornblower 중에서 (8) 사상자들이 끌려나가고 캡스턴 바에는 다시 수병들이 배치되었다. "밀어라 !" 부스가 외쳤다. 철컹-철컹-철컹. 캡스턴은 점점 더 천천히 돌았다. 그러더니 결국 딱 멈췄고, 멈춤목이 장력을 받아 삐그덕 소리를 냈다. "밀어라 ! 밀어 !" 철컹 ! 그리고는 아주 마지 못해 움직이듯 아주 오랜 간격 뒤에 다시 철컹 ! 그러더니 또 멈췄다. 힘을 쓰는 수병들의 팽팽한 등짝 위에 햇빛이 무자비하게 내리쬐었다. 굳은 살이 박힌 발로 갑판의 목판 틈 사이에 디딜 곳을 찾느라 더듬거리며 수병들은 캡스턴 바를 온 힘을 다해 밀었다. 그들이 힘을 쓰도록 내버려둔 채, 부시는 다시 하갑판으로 내려갔다. 그는 하갑판에서 수병들을 차출하여 상갑판으로 보내 캡스턴 바를 밀 인원을 3배로 늘렸다(to treble bank the.. 2019.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