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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9

괴테, 영국 해군, 그리고 "Listening for the weather" 시간에 종속된 존재인 주제에, 인간은 항상 미래를 예측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써 미래의 일을 조금이라도 예측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당장 해볼 수 있는 것이 여러가지 있겠지요. 로또를 사도 되고, 선물시장에서 큰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고, 교통사고나 범죄를 미리 막아 소중한 생명들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당장 하고 싶은 것을 생각나는 대로 몇개 늘어놓고 보니 돈과 생명에 관계된 것들이네요. 미래를 예측하려는 실제적인 노력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실제로 많이 있었고, 또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노력이었고, 또 재산과 인명에 직접 영향이 있고, 지금도 국가적으로 많은 돈과 인력을 퍼붓지만 .. 2019. 1. 31.
가짜 뉴스, 전쟁을 일으키다 - 1810년 12월 31일 짜르의 칙령 1810년은 나폴레옹에게 있어 드물게 조용한 한 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지에서는 계속 피비린내 나는 전투가 이어지기는 했습니다만, 1809년 바그람 전투 이후 나폴레옹 본인이 직접 뛰어들 만큼 큰 전쟁은 없었지요. 그리고 1810년은 그의 제국이 최대 규모로 팽창했던 시기였습니다. 네덜란드와 북부 독일 공국들을 병합하여 프랑스의 영토가 사상 최대의 크기로 늘어난 것이지요. 게다가 유서깊은 합스부르크 왕가와 혼인을 맺고 정권의 영속성을 위한 아들까지 얻었으니, 정말 1810년은 나폴레옹에게 절정기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의 숙적 영국과의 전쟁도 매우 잘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웰링턴을 스페인에서 몰아낸 것에 이어 마세나가 영국의 발판인 포르투갈까지 침공해들어갔고 (물론 이는 .. 2019. 1. 28.
미라클 벨리에 (La Famille Bélier) - Je vole과 En chantant의 가사 해설 'La Famille Bélier' (벨리에 가족)이라는 2014년도 프랑스 영화가 있습니다. 저는 국내 케이블 TV에서 '미라클 벨리에'라는 제목으로 방영해줄 때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되었지요. 나중에라도 혹시 기회가 된다면 꼭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진짜 재미있습니다. 줄거리를 한 줄 요약하면 '청각장애인 가족 중 유일하게 정상인 사춘기 딸이 노래를 통해 부모와 교감하고 성장한다'라는 것인데, 웃음과 감동이 모두 있는 진짜 가족 영화입니다. 그런데 가족 영화라고 해서 이걸 자녀분과 보시면 그게 또... 좀 민망하실 겁니다. 가족 영화치고는 성적인 내용도 꽤 나오거든요. 저는 관광차 프랑스에 한 일주일 정도 밖에 가보지 않은 프알못에 불과합니다만, 이 영화를 보고 프랑스 사람들의 가치관에 대해 굉장히 충격.. 2019. 1. 24.
고대 그리스의 병사들은 어떤 것을 먹었을까 ? 고대 그리스의 고전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는 당시 병사들이 어떤 것을 먹고 마셨는지에 대한 묘사가 매우 상세하게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서사시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BC 3~4세기의 페르시아 전쟁이나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까마득한 옛날인 BC 11세기 정도의 청동기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즉 도리아인들의 침공 이후 형성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아테네와 스파르타로 양분되는 그리스 시대보다 훨씬 이전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등장 인물들의 갑옷과 투구, 창 등이 모두 청동으로 되어 있지요. 다만 철기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까지는 아니고, 철이 등장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아직 철기시대 초창기라서 당시의 철(iron)에는 탄소 함량이 너무 많아 단단하기는 하지만 깨지기 쉬운.. 2019. 1. 21.
19세기초 영국군과 인도군은 어떻게 싸웠나 - Sharpe's Triumph Bernard Cornwell이 지은 Sharpe 시리즈는 1799년 영국군이 인도 중부 마이소르(Mysor) 지방을 침공하는 장면부터 시작됩니다. 그로부터 3년 정도의 안정기를 지나, 마이소르 지방의 수도인 셰링가파탐이 영국군의 허수아비 노릇을 하는 인도 군주 하에서 안정화되자, 영국은 다시 더 북부의 마라타 연합이 지배하는 지역을 노립니다. 이런 식으로 영국이 인도 전체를 식민지화하는데는 무려 1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로버트 클라이브가 7년 전쟁 도중 플라시 전투에서 프랑스군을 무찌르고 인도에서 영국의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 1757년이었으니까, 정말 오랜 세월에 걸쳐 야금야금 먹어들간 셈이지요. 인도 대륙이 정말 크긴 큰가 봅니다. 그래서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인 무렵, 영국은 아직도 인도 .. 2019. 1. 17.
전쟁 비용 조달 -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 모든 전쟁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갑니다. 흔히 미국이 30년대의 대공황에서 빠져나온 것이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불황이 생길 때마다 네바다 사막이든 태평양 한가운데든 가상 표적을 세우고 거기에 병력과 함대를 동원해서 맹폭격을 가하지 않겠습니까 ? 결국 그렇게 전쟁하느라 쓴 돈은 누군가 갚아야 하는 법이고, 미국도 전후 20년 정도 최고 세율 90% 정도의 엄청난 소득세를 부과하여 그 비용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1913-2008 기간 중 미국 소득세 최고 세율의 역사입니다.) 나폴레옹 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국이든 프랑스든 모두 누군가는, 정확하게는 결국 국민 전체가 전쟁 비용을 .. 2019. 1. 14.
이 남자가 싸우는 방법 - Sharpe's Honour 제1장 Bertrand Cornwell의 Sharpe 시리즈 중, Sharpe's Honour 중 제 1장입니다. 맛보기로 한장만 번역했어요. ------------------------------------------------------------------------------------ 차가운 바람이 바위투성이 골짜기를 휩쓸던 습기찬 어느 봄날, 샤프 소령은 오래된 돌 다리 위에 서서 남쪽의 바위투성이 능선 낮은 쪽으로 향하는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인해 언덕들은 어두워보였다. 그의 뒤쪽으로는, 머스켓 소총의 발화장치를 헝겊으로 가리고, 총구에는 빗물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코크마개를 막아둔 채로, 5개 중대의 보병들이 늘어서 있었다. 샤프가 알기로는, 능선까지의 거리는 500야드였다.. 2019. 1. 10.
세속 권력과 종교 권력의 충돌 : 사울 vs. 사무엘, 나폴레옹 vs. 비오 7세 고대 국가와 근대적 국가의 뚜렷한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정교 분리입니다. 마치 무협지에서 관은 무림의 일에 관여치 않고 무림도 관의 일에 관여치 않는 것이 불문률인 것처럼, 종교는 정치에, 반대로 정치도 종교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정교 분리입니다. 하지만 무림과 관이 서로 상대의 일에 관여치 않기로 한 것은 서로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무척 많기 때문입니다. 가령 좌랭선의 숭산파가 중원 제패의 야심을 품고 타 문파를 무력으로 공격하는 것이 관에서 볼 때는 산적떼들의 난동과 종이 한장 차이일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종교와 정치는 엄격히 구분된 것처럼 말은 하지만 사실은 겹치는 영역이 매우 많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예수님도 반란죄로 십자가형에 처해지셨고, 마호멧은 스.. 2019. 1. 7.
스파르타는 왜 망했을까 ? 몇년 전 영화화되어 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던 영화 300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스파르타 인들의 전설적인 용맹'입니다. 물론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오락용으로 만들어진 영화에 불과하며, 많은 허구와 왜곡이 들어가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줄거리 자체는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BC 480년 가을, 바닷가의 협로인 테르모필라에(Thermopylae)에서, 그리스 본토를 침공하기 위해 이 곳을 통과하려는 크세륵세스의 수십만 대군을, 수도 훨씬 적고 가난한 스파르타의 용사들이 상당 기간 저지하다가 결국 옥쇄했던 사건이 이 영화의 배경이지요. (테르모필라에를 스파르타가 꽉 틀어막는다고 해도, 바다길이 뚫려 있으니까 페르시아 군은 그리스 본토를 유린할 수 있다고요 ? 사실 그렇긴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원시적.. 2019.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