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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람 전투 (4편) - 모두가 흰색이다 ! 이렇게 7월 5일 저녁 6시 경, 나폴레옹의 군단들이 게라스도르프(Gerasdorf)-바그람(Wagram)-마르크그라프노이지들(Markgrafneusiedl) 마을로 이어지는 오스트리아 방어선 앞에 전개하면서 나폴레옹은 이 날의 1차 목표, 즉 도나우 강을 건너 전체 병력을 전개한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했습니다. 마르히펠트에 쓸데없이 포진해있던 오스트리아군을 제때에 포착, 쉴새없이 공격하여 6천이 넘는 피해를 입힌 것도 기분 좋은 시작이었으나, 나폴레옹이 아군과 적군의 전개 모습을 보니 상황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 요한 대공이 이끄는 오스트리아 내부군(Army of Inner Austria)이 접근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프레스부르크(Pressburg, 현재의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 2017. 6. 25.
바그람 전투 (3편) - 도강 프랑스 병사들이 나폴레옹 섬(L'ile de Napoleon)이라고 별명을 붙인 로바우 섬에서의 준비는 6월 말 다리가 준비되면서 사실상 완료되었습니다. 회전 부교(pivoting bridge), 즉 작전이 시작되면 로바우 섬의 강변에 고정된 한쪽 끝을 축으로 회전하여 도나우 강 좌안에 붙게 되어 있던 다리는 나폴레옹의 공병단장 베르트랑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으로서, 약 800m에 달하는 긴 다리가 놀랍게도 하나의 통판(single span)으로 만들어진 걸작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작센 왕에게 이 회전 부교가 엘베 강변의 작센 도시 '비텐베르크(Wittenberg)의 다리보다 더 넓고 아름다운 다리'라며 자랑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준비가 끝났는데 시간을 더 끌 나폴레옹이 아니었지요. 그는 7월 5.. 2017. 6. 18.
바그람 전투 (2편) - 천.지.인. 손자병법에 따르면,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지인,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이었습니다. 이건 결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아니라, 시기과 지형과 병력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나폴레옹과 카알 대공은 서로 이 세가지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병력은 양측 모두 최선을 다해 끌어 모아서 얼추 쌍방이 비슷한 규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만, 시기와 지형에 대해서는 양측의 주도권이 뚜렷했습니다. 시기는 카알 대공이 아니라 나폴레옹이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반대로 지형은 카알 대공이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전투 시기를 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격은 나폴레옹이 하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공격을 나폴레옹이 한다고 해서 전투 시기를 꼭 나폴레옹이 정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었습니다... 2017. 6. 11.
바그람(Wagram) 전투 (1편) - 양측의 준비 피아베 전투에서 요한 대공의 오스트리아군을 격파한 외젠의 이탈리아 왕국군은 막도날드 장군의 실질적인 지휘 하에 신속하게 북상하여 오스트리아 침공에 나섰습니다. 이들의 행선지는 빈, 정확하게는 나폴레옹의 다시 한번 도나우 도강을 계획하고 있던 로바우 섬이었습니다. 이들을 가로 막는 장애물은 나름 많았습니다. 곳곳의 고개길과 도시들을 지키는 요새들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병력이 이미 카알 대공과 요한 대공, 페르디난트 대공의 군대에 차출된 마당에 그런 요새들을 지키는 병력은 충분치 않았습니다. 가령 5월 17일 타르비스(Tarvis) 전투에서 말보르게토(Malborghetto) 요새는 방어하기 아주 좋은 고지에 위치한 튼튼한 요새였으나, 6천의 오스트리아군으로 2만의 이탈리아군을 당해낼 수는 없었습니.. 2017. 6. 6.
나폴레옹과 석탄 - 트럼프 파리 협정 탈퇴 기념 재업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에너지원은 바로 석유입니다.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경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매우 좋지 않습니다. 석유는 많은 오염 물질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재생이 불가능하고, 게다가 자원의 분포도 지역마다 고르지 않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 석유가 안나지 않습니까 ? 석유 기반의 경제는 이런 문제점들 때문에, 빠른 속도로 파멸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석유 자원의 고갈이나 온실 가스 효과 뿐만 아니라,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와 수입하는 나라 사이의 갈등이 경제적/군사적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 나폴레옹 시대 직전까지의 경제는 매우 소박한 에너지원을 사용했습니다. 바로 나무입니다. 나무를 태워서 얻는 열로 난방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금속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직접적인 .. 2017. 6. 1.
넬슨의 메시지 - 나폴레옹 시대의 통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를 보면, 아가멤논 같은 왕이 다른 왕에게 명령을 전달할때, 전령에게 어떠어떠한 내용을 전달하라는 말을 구두로 전합니다. 그러면 전령은 전장 속을 누비며 달려가서 그 내용을 역시 구두로 전달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예, 그렇습니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적어도 왕이나 전령이나 까막눈이었다는 것이지요. 군대에서 복명복창하는 거 있쟎습니까 ? 사실 그거 꼭 군기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급자가 내린 지시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입니다. 특히 극심한 혼란과 흥분이 가득한 전투 상황에서는 이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함장은 50도 좌현으로 틀라고 했는데, 듣는 조타병이 잘못 알아듣고 15도 좌현으로 틀지 말란 보장이 없쟎습니까 ? 그러니까 복창이 필요합니다. 즉, 영어로 .. 2017. 6. 1.
Sharpe's Honour 제1장 (번역) Sharpe 시리즈 중, Sharpe's Honour 중 제 1장입니다. 맛보기로 한 장만 번역했어요. 참 재미있는 소설인데... 요즘 도서 시장이 너무 쪼그라들어서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국내 출판이 정식으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차가운 바람이 바위투성이 골짜기를 휩쓸던 습기찬 어느 봄날, 샤프 소령은 오래된 돌 다리 위에 서서 남쪽의 바위투성이 능선 낮은 쪽으로 향하는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인해 언덕들은 어두워보였다. 그의 뒤쪽으로는, 머스켓 소총의 발화장치를 헝겊으로 가리고, 총구에는 빗물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코크마개를 막아둔 채로, 5개 중대의 보병들이 늘어서 있었다.샤프가 알기로는, 능선까지의 거리는 500야드였다. (머스켓 소총의 유효사정거리는 약 60야드입니다.:역주.. 2017. 6. 1.
혼블로워의 자선 사업 (번역) 이 작품은 원래 1938년 발표된 'Ship of the line' (전열함) 이라는 제목의 혼블로워 시리즈 소설에 삽입될 에피소드 중 하나로 씌여진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인 포레스터는 내용상 이 부분은 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최종적으로는 정식 출판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래 site에 원문이 올라와 있으니 원문 그대로를 읽으시고 싶으신 분은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원래 제가 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가 Sharpe 시리즈의 국내 출판 때 저를 번역 작가로 선택해 달라는 일종의 광고 내지는 시위로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싸이월드 페이퍼에서 시작했던게... 그게 벌써 거의 10여년 전이네요. 이 블로그가 인연이 되어 밀리터리 리뷰라는 잡지에 나폴레옹 관련 전쟁사를 연재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Sha.. 2017. 5. 31.
쩌리들의 전쟁 (하편) - 피아베(Piave) 전투 사칠레 전투의 패배를 수습하며 의기소침 해있던 외젠에게 공화국 시절의 낡은 군복을 입고 나타난 장군은 그 군복만큼이나 이름도 독특했습니다. 막도날드(Étienne Jacques Joseph Alexandre MacDonald)라는 이름이었거든요. 스당(Sedan) 출신으로 엄연한 프랑스인인 이 사람이 누가 봐도 스코틀랜드 계통의 이름을 가지게 된 사연은 간단했습니다. 그 가문은 실제로 스코틀랜드 서쪽 섬인 사우쓰 우이스트(South Uist)가 원래 고향으로서, 퇴출된 영국 및 스코틀랜드 연합 왕국의 카톨릭 왕 제임스 2세를 추종하는 집안이었습니다. 박해받는 그런 집안이 같은 카톨릭 국가인 프랑스로 망명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지요. (막도날드의 초상입니다. 그로 Gros의 작품입니다.) 그.. 2017. 5. 28.
쩌리들의 전쟁 (상편) - 사칠레(Sacile) 전투 여기서 잠시 시간을 약 2달 전으로 되돌려 1809년 4월 경으로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기억들 하시겠지만, 오스트리아군의 침공은 크게 3갈래였습니다. 카알 대공이 주력을 이끌고 바이에른을 침공하는 동안, 페르디난트 대공은 바르샤바 공국을 들이치고, 셋 중 가장 어렸던 요한 대공은 북부 이탈리아에 있는 나폴레옹의 이탈리아 왕국을 향했지요. 이 삼형제의 능력치는 정확하게 나이 순이었습니다. 카알 대공은 이미 많은 경험을 쌓은 오스트리아 최고의 명장이었고, 페르디난트 대공은 군사적 역량보다도 그 온후하고 공정한 성격을 기반으로 한 리더쉽으로 군의 신망을 얻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27세의 약관이었던 요한 대공이었습니다. (요한 대공이 17살이던 1799년 그려진 그의 초상화입니다.) 요한 대공은 이 두 형.. 2017. 5. 21.
바그람을 향하여 - 형과 동생 아스페른-에슬링 전투는 분명히 나폴레옹 같은 괴물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그는 전투가 끝난 다음날부터 무려 36시간 동안 아무런 군사 행동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전장에 나선 그에게는 어지간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패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투 다음날인 5월 23일 아침부터 나폴레옹은 이미 이 처참한 패배를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주된 선전 도구인 육군 회보(Le Bulletin de la Grande Armée)에 실릴 전투 결과에 대해, '공격해 온 오스트리아군은 원래 위치로 되돌아 가야 했고, 프랑스군이 전장의 지배자로 남았다'라고 뻔뻔스럽게 구술했습니다. 100%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진실과는 거리가 꽤 먼 선언문이었지요. 휘하 장군들은 아예 비.. 2017. 5. 14.
"나는 너희들 편이다" - Royal Affair (금괴왕 대통령 취임 기념 재업) 전에 EBS에서 해주는 영화를 봤는데, 독특하게도 18세기 덴마크 왕실을 배경을 한 시대극이었습니다. 제목은 로열 어페어 (A Royal Affair. 덴마크 어로는 En kongelig affære) 그래서 왕실 치정극인가 싶었지요. 주인공은 007 카지노 로열에서 악당으로 나왔던 메즈 미켈슨이라고 덴마크 사람이더군요. 알고보니까 이 영화 자체가 덴마크 영화였습니다. 왕비, 즉 여주인공은 제이슨 본 최종편에서 젊고 똑똑한 CIA 사이버전 전문가로 나왔던 알리시아 비칸더(Alicia Vikander)였습니다. 이 영화 줄거리는 역사적 사실을 비교적 가감없이 그대로 따라 갑니다. 영국의 공주이자, 나중에 나폴레옹 전쟁을 치루어낸 조지 3세의 여동생인 캐롤라인 마틸다 (Caroline Matilda) 가 1.. 2017.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