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ica의 뜻은 ?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Friends"는 우리나라 무한도전급의 인지도를 자랑하는 시트콤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어느 미국 신문 투고란에 '난 전형적인 여피족의 삶을 살았다'라는 의미로 'TV에서는 프렌즈를 시청했다'라는 묘사를 쓴 글이 올라왔던 것이 기억날 정도입니다.  많은 분들께는 굳이 그 배역과 극중 상황에 대한 설명이 필요없을 것입니다만, 모니카와 레이첼, 피비와 조이 등 이 다섯 친구들은 뉴욕의 꽤 넓은 (제 느낌으로는 한 45평 ?) 아파트에서 일종의 쉐어하우스 형태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뉴욕이나 런던 등의 소득대비 주거비로 볼 때 서울 아파트값이 결코 비싼 편이 아니며 오히려 싼 편에 속한다고 하지요.  그에 따르면 뉴욕 아파트 월세는 엄청난 고소득자가 아니면 감당이 안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니카는 그저그런 요리사이고, 피비는 안마사, 조이는 삼류 단역 배우, 레이첼은 웨이트리스 등 최저임금에 가까운 소득자들입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요 ?  설정이 잘못 된 것일까요 ?


아닙니다.  뉴욕은 그 살인적인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ent-controlled 거주지와 rent-regulated 거주지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제도는 서로 약간 다릅니다만, 그냥 한줄 요약하면 임차인 보호 제도입니다.  임차인이 규칙 잘 지키고 월세만 꼬박꼬박 잘 내면 언제까지고 그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월세도 인상폭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매년 매우 조금씩 오르는 월세가 2700달러(우리 돈으로 약 300만원)에 달하면 그 주거지는 이런 보호 제도에서 벗어나 집주인이 마음대로 월세를 책정할 수 있게 됩니다.  임차인에게 엄청나게 유리한 rent-controlled는 이제 거의 사라진 제도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임차인을 보호해주는 rent-regulated 거주지는 아직도 많습니다.  뉴욕 임대 주택 중 약 절반 정도가 아직도 rent-regulated 거주지로 되어 있습니다.  





프렌즈에서도 모니카의 할머니가 이 rent-controlled 거주지로 지정된 아파트에서 모니카와 함께 살다가 돌아가셨고, 그에 따라 모니카가 그 임차인 권리를 승계하여 상당히 적은 월세로 그 아파트에서 사는 것으로 나옵니다.  그나마 모니카는 그 월세도 내기가 버거워 친구들에게 일부 방을 재임대(subletting)하는 형태로 해서 쉐어하우스 시트콤이 탄생한 것이지요.  그거 일종의 불법이고, 그게 적발되면 모니카는 거주권을 읽고 쫓겨날 수도 있는 것이었고, 실제로 시트콤 에피소드 중 하나가 그에 얽힌 소동을 다룬 것이었다고 합니다.


실은 최근에 어떤 분과 점심 식사를 하다가 고삐 풀린 집값 문제 이야기가 나왔고, 이 분이 주택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하셨는데, 그 내용이 제가 듣기에는 굉장히 신박했습니다.  


이 분의 아이디어를 한줄 요약하면 '전세든 월세든 10년 거주 보장 및 연간 인상률을 물가인상률과 연동'입니다.


- 현재는 전세라고 해도 2년까지만 보장됩니다.

- 그러다보니 주택 가격 추이에 따라 2년마다 전세 가격도 올라가고, 서민들의 안정적인 주거가 위협받습니다.

- 이는 역으로 주택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줍니다.

- 그러니 전세를 10년간 보장하고, 매년 전세금 인상률을 연간 물가인상률에 연동시켜 제한하면 서민들은 구태어 내집 마련에 연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 이럴 경우 집주인들이 모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 할 것이니, 전세월세 상관없이 모두 10년 보장, 인상률 연동으로 해야 합니다.

- 특히 10년으로 하면, 전세를 살더라도 인테리어 공사 등에 임차인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 물론 집주인에게는 재산권 행사 제한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는데, 어차피 상가 임대차법도 5년(향후 10년) 보장하니 비슷하게 가면 안 될 것 없습니다.

- 그리고, 그런 재산권 행사에 제한이 있는 것이 싫다면, 자기 거주 주택 외에는 팔면 됩니다.



제가 들어보니, 이건 집값 안정화 대책이라기보다는 서민 주거 안정화 대책에 해당합니다.  하긴 제가 볼 때 시장에서 움직이는 집값은 정부가 뭔 짓을 해도 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니 집값 잡는 건 포기하고, 그냥 서민 주거 안정화 방안을 내놓는 것이 더 좋을 듯 합니다.


원래 위 내용을 제 페북에 올려놓았더니, 몇 분께서 저 방안의 헛점에 대해 지적을 해주셨어요.   정리해보니 크게 4가지더군요.  


1) 처음 혜택을 받는 사람은 좋겠으나 일단 10년이 지나고 난 이후의 전월세 가격은 제어가 안 될 것이다 

2) 장기 임대는 필연적으로 집주인의 주택 관리 소홀로 이어져 거주지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것이다 

3) 우리나라 전세 특성상 자기 집을 전세로 내놓고 일단 자기도 전세 살다가 나중에 자기 소유 주택으로 입주하려는 집주인이 많은데 그건 어떻게 할 것인가 ?

4) 사유재산 이용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므로 위헌 소지가 크다



맞는 말씀들이라고 생각되어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들 있나 구글링을 해본 결과 알게 된 것이 뉴욕시와 독일의 임차인 보호 제도였습니다.  오히려 거기서는 10년이 아니라 평생을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보호가 되더군요.  프렌즈의 모니카처럼 평생이 아니라 아예 대를 이어 사는 것도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미국이나 독일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운영하는 제도이니 헌법 재판을 해도 딱히 불리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1번과 4번 문제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오히려 2번 문제는 장기 임대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령 저의 경우엔 전세를 사는 것에 대해 별 불만이 없었으나, 낡은 아파트를 확 뜯어고쳐 인테리어를 하고 싶어도 전세집에 그렇게 수천만원의 돈을 들이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되어 안 하다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집을 사서 인테리어를 만족스럽게 해놓고 살자는 생각에 집을 산 경우거든요.  많은 전월세 가정에서는 낡은 창틀, 낡은 화장실에 불만이 많아도 '2년 후 비워줘야 하는 남의 집에 내가 왜 돈을 쓰나'라는 생각에 그냥 참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년 이상으로 임대 기간을 보장해주면 오히려 세입자들이 돈을 내어 인테리어를 괜찮게 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저는 봅니다.  (참고로 아무리 돈을 많이 들여 인테리어를 해봐야 집 매매 가격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부분을 잘 이해를 못 했는데, 생각해보면 아파트 가격이란 주택 가격이라기 보다는 언젠가 허물고 더 높은 용적률로 재건축을 할 때의 대지지분의 가격에 불과하다 라는 설명을 듣고나니 다소 이해가 갔습니다.)


저는 오히려 3번 문제가 좀더 실질적인 문제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가구가 아마 저렇게 살고 있을 것이거든요.  가령 성북구에 4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계신 가정에서도 애가 고등학교 다니는 3년 동안만 성북구 아파트를 전세 놓고 그 전세금에 돈을 보태 대치동에서 전세살이를 하다가 아이가 고등학교 졸업하면 다시 성북구로 되돌아가는 그런 경우지요.  하지만 그 문제 역시, 1가구 1주택인 가구의 주택에 대해서는 그런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면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제도가 들어서면 아마 아파트를 투자 대상으로 보고 투자를 했던 분들은 반발이 엄청날 것 같습니다.  그에 따라 아마 많은 부작용이 있을 것 같아요.  가령 법 시행 전에 미리 전월세 금액을 엄청나게 높여 받는다든지, 이면 계약에 의해 허위 임대차 계약을 한다든지 하는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또 이런 선의의 제도를 악용하여 선량한 집주인을 등쳐먹는 사기꾼 같은 임차인도 많이 생길 것 같고요.  하지만 이런 강력한 임대인 보호 정책 실시로 인해 발생할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전반적인 주택 건설 침체를 불러와 장기적인 주택 문제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 분명히 그런 제도는 시민들의 주택 소유 욕구를 깎을 것입니다.  안정적이고 싼 임대 주택이 있는데 구태여 집을 살 필요가 없으니까요.

- 더군다나 다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은 골칫덩어리로 전락할 임대용 아파트를 팔아버리거나 아예 빈집으로 비워둘 가능성도 있습니다.

- 이런 모든 상황은 건설사의 신규 주택 사업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입니다.  그 결과는 결국 공급 부족 및 주거 수준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 항상 좋은 해외 뉴스를 전해주시는 SantaCroce님의 뉴욕의 임대료 상한제 관련글 https://m.blog.naver.com/santa_croce/220997246462 에서도, 진보 보수 양측의 모든 경제학자들이 같은 이유로 뉴욕의 임차인 보호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위와 같은 강력한 전월세 보호 규제는 시행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법률과 규제 등은 함무라비 법전처럼 돌에 새긴 금과옥조가 아닙니다.  변화하는 사회를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받고 재검토되고 수정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성령께서 한글자 한글자 불러주시어 완성되었다는 성경책조차도 상황과 세태에 따라 과거에는 허락되던 것이 지금은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가령 예수님이 이혼을 금한다고 말씀하시자, 사람들이 '아니 모세가 율법에 허락한 것을 왜 금하느냐'라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그때는 사람들 성정이 못되어 어쩔 수 없이 허락했지만 이제는 아니란다'라고 말씀하시지요.


(마 19:7) 여짜오되 그러면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 증서를 주어서 버리라 명하였나이까

(마 19:8) 예수께서 이르시되 모세가 너희 마음의 완악함 때문에 아내 버림을 허락하였거니와 본래는 그렇지 아니하니라


지금처럼 아파트가 주거용보다는 투자용 자산으로 인식되어 부동산이 과열되고 서민 주거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그런 투자 열기를 잠재울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입니다.  나중에 부동산 경기가 지나치게 냉각되면 그때 가서 적절한 조치, 가령 향후 지어지는 신규 주택에 대해서는 그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라든가 하는 완화 조치를 발표해도 될 것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법이나 제도는 없습니다.  그걸 운용하는 국민과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런 정책이 임대업자의 수익성 악화와 몰락으로 이어져 결국 민간 임대주택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거기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기존 임대업자들이 임대업을 폐업하고 집을 내놓으면 그건 결국 싼 값에 내집마련을 할 기회를 서민층에게 주게 될테니까요.  오히려 진짜 여유있는 투자자들은 아예 다주택을 빈집으로 비워둘 가능성이 있고, 또 실제로 영국 런던 등에서는 그런 식의 빈 주택도 많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 빈집에 대해서는 징벌적 세금을 과세하는 것도 가능하니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이상 부동산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문가의 잡담이었습니다.  반말과 욕설만 안 하시면 헛점을 마음껏 비웃으셔도 됩니다.  다 그러면서 한두가지씩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독일 임차인 보호 제도를 경험하고 칭송하는 영국인의 경험담에 대해서는 아래 기사를 참조하세요.


https://www.telegraph.co.uk/expat/expatlife/11417359/Germany-the-country-where-renting-is-a-dream.html


** 뉴욕 및 독일의 임차인 보호 제도의 좋은 부분 뿐만 아니라 안 좋은 면에 대해서도 다룬 글로는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SantaCroce님의 블로그입니다.  한글입니다.  항상 좋은 글 공짜로 읽게 해주시는 점에 대해 이 기회를 빌어 SantaCroce님께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https://m.blog.naver.com/santa_croce/221109378966

https://m.blog.naver.com/santa_croce/220997246462




기타 source : https://www.nytimes.com/2018/05/20/nyregion/new-york-landlord-tenant-rights.html

https://ny.curbed.com/2017/8/28/16214506/nyc-apartments-housing-rent-control

https://www.ft.com/content/7e682660-1019-11e5-bd70-00144feabdc0

https://gamefaqs.gamespot.com/boards/225-television-broadcast-tv/70524248

https://news.joins.com/article/22604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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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 존 스타인벡 작 (배경 1930년대 미국) -------------------


(미국 중부의 수만명의 소작농들이 은행에 땅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을 잃은 끝에, 포도와 오렌지가 가득하다는 캘리포니아로 무작정 떠납니다.  대개 중고차 상인에게 속아서 산 고물 트럭에 남루한 가재도구와 지친 식구들을 싣고, 몇푼 안되는 여비를 가지고 긴 여행을 떠나는 소작농들의 행렬이 긴 66번 국도를 메우다시피 합니다.  여기서는 어떤 소작농 가족이, 도로변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물과 빵을 구합니다.  당연히 휴게소 주인 내외는 이들이 반갑지 않습니다.)


"우리는 배가 고파서 그렇습니다." 하고 사나이가 말했다.


"그럼 샌드위치를 사시지 그래요.  맛있는 샌드위치와 햄버거가 있어요."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야 간절합니다만, 아주머니, 하지만 어디 그럴 수가 있어야지요.  10센트로 식구가 다 먹어야 하니까요."  그는 계면쩍은 듯이 말했다.  "가진 돈이 얼마 안 돼서 그러는 겁니다."


메이가 말했다.  "10센트로는 빵 한덩이도 못 사요.  우린 15센트짜리 빵 밖에 없어요."


그녀의 뒤에서 (남편인) 앨이 소리쳤다.  "원 세상에, 메이, 어서 빵을 드려."


"그러면 식빵 차가 오기 전에 떨어질 텐데."


"빌어먹을, 떨어지면 떨어지는 거지." 하고 앨이 말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방금 뒤적거리고 있던 감자 샐러드를 찌푸린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메이는 포동포동한 어깨를 움츠리며 난처하다는 듯이 트럭 운전사들 쪽을 쳐다보았다.


그녀가 망사문을 열어 주자 사나이는 땀냄새를 풍기면서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들도 그 뒤를 따라 슬그머니 들어와 곧장 캔디 상자 쪽으로 가더니 물끄러미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단순히 먹고 싶다는 욕망이나 기대의 시선이 아닌, 이 세상에는 이런 것도 있었던가 하는 일종의 경이의 시선이었다.  두 아이는 키도 같았고 얼굴 생김새도 비슷했다.  한 아이가 먼지투성이 복사뼈를 다른 발의 발가락으로 긁적거렸다.  또 한 아이가 나직이 뭐라고 속삭였다.  그리고 두 아이는 팔을 쭉 폈다.  그러자 작업복 호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꽉 쥔 두 주먹이 푸른 색의 엷은 천을 통해서 뚜렷이 보였다.


메이가 서랍을 열고 파라핀 종이에 싼 길쭉한 빵 한 덩어리를 꺼냈다.  "이건 15센트짜리에요."


사나이는 모자를 뒤로 젖혔다.  여전히 굽신거리는 태도로 그는 말했다. "저어, 이 빵을 10센트어치만 잘라 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


앨이 호통치듯 말했다.  "제기랄, 메이, 그 빵 다 줘 버려."


사나이가 앨을 돌아다보았다.  "아닙니다.  우리는 10센트어치의 빵을 사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말씀입니다, 아저씨, 캘리포니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세밀히 계산을 해놓고 있습니다."


메이가 단념하고 말했다.  "10센트에 그냥 가져가세요."


"그렇게 하면 강탈해 가는 것이 됩니다, 아주머니."


"괜찮아요, 앨이 그렇게 하라니까."  그녀는 파라핀 종이에 싼 빵을 카운터 너머로 밀었다.  사나이는 속이 깊숙한 가죽 지갑을 바지 뒷주머니에서 꺼내어 끈을 풀었다.  은전과 때묻은 지폐가 가득 들어 있었다.


"너무 째째하게 군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하고 그는 변명조로 말했다.  "아직도 갈 길이 천 마일이나 남았습니다.  게다가 용케 거기까지 갈지 어떨지도 모르겠고요."  그는 집게손가락으로 지갑을 더듬어 10센트 짜리 하나를 집어올렸다.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보니 1센트짜리가 한 닢 달라붙어 있었다.  그는 그 1센트를 도로 지갑에 넣으려다가 캔디 상자 앞에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는 아이들에게 눈이 갔다.  그러고는 상자 안에 있는 커다랗고 알록달록 무늬진 긴 박하사탕을 가리켰다.  "저건 1센트짜리 사탕입니까, 아주머니 ?"  하고 물었다.


메이가 그리고 가서 들여다보았다.  "어느 거요 ?"


"저기 저 줄무늬진 것."


아이들은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숨을 죽였다.  입을 반쯤 벌리고, 반벌거숭이 몸뚱이가 긴장으로 뻣뻣해졌다.


"아, 저거요 ?  아, 아니에요.  두개에 1센트에요."


"그럼 두 개 주십시요, 아주머니."  그는 1센트 동전을 조심스레 카운터에 놓았다.  메이는 커다란 사탕을 눈앞에 내밀었다.





(...중략... 농부 일가족이 트럭에 타고 떠납니다.)


빅 빌(손님으로 앉아있던 트럭 운전수)이 휙 돌아앉으며 말했다.  "그건 1센트에 두 개짜리 사탕이 아니지."


"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이에요 ?"  하고 메이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저건 한 개에 5센트짜리 사탕이쟎아." 빌도 지지 않았다.


"슬슬 가 봐야지." 하고 또 한 사나이가 말했다.  "꽤 오래 한눈팔았으니까."  그들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빌이 카운터 위에 은전 한 닢을 놓았다.  그러자 동행인도 그것을 보더니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은전 한 닢을 놓았다.  그러고는 둘이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잘 먹고 가오." 하고 빌이 말했다.


메이가 불렀다.  "여보세요 ! 잠깐만. 여기 거스름돈 있어요."


"그건 또 뭔 소리람."  빌이 말하고는 망사문을 꽈당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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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포도'는 존 스타인벡에게 풀리쳐상을 안겨준 불후의 명작입니다.  이 소설은 1937년, 스타인벡이 실제로 캘리포니아로 이동 중인 오클라호마 출신 '난민' 소작농들의 행렬에 동참한 경험을 바탕으로 2년 후에 완성한 것입니다.  이때 스타인벡은 이 오클라호마 출신의 난민들과 함께 캘리포니아로의 긴 여행을 한 뒤, 그들과 함께 막노동을 하며 그들의 삶을 같이 체험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1928년 대공황의 여파로, 많은 은행과 공장들이 문을 닫고, 미국의 총 노동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1천만명이 실업자 상태였습니다. 


특히 저 오클라호마 소작농들은, 원래 소규모 자영농으로 시작했으나, 거듭되는 흉년으로 은행 빚을 조금씩 지다가 결국 은행에 땅을 넘기고 소작농 신세가 됩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은행은 수익을 내야 하므로, 트랙터로 농장일을 자동화 해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소작농들을 내쫓습니다.  그래서 저 위에 나온 것처럼 많은 오클라호마 농부들이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나서게 된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런 난민들을 경멸하여 오키라고 불렀습니다.


이때 이렇게 대이주에 나선 사람들의 숫자는 대략 25만명에 달했습니다.  이들이 캘리포니아에 도착했을 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렇게 넘쳐나는 노동력을 착취하려는 자본가들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 윗 장면은, 이런 각박한 세상 속에서도 인정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대목입니다.  저런 작은 자비가 바꾸어놓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요 ?  숫자 상으로는 아무 것도 없겠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많은 것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어려운 시절일 수록 절실한 사람들을 위한 작은 온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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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차두리 선수가 아직 현역일 때 프랑크푸르트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이 신문에 났었습니다.  그때 아주 인상적인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말씀하시길 여기서 적응하려면 독일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신다.  한국 음식은 잘 먹지 않는다.  마늘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다음날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뭐가 미안하지요 ?  마늘 냄새가 나는 것이 미안한거지요.  제가 다른 곳에서 듣기로도, 유학생이 주말에 한국 음식 해먹고 가면 서양애들은 귀신처럼 냄새로 알아차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양애들은 대개 마늘 냄새를 무척이나 싫어하지요.





(이것이 바로 드래곤 브레스보다 더 무섭다는 갈릭 브레스)




이렇게 마늘 냄새가 그 다음날까지 나는 것은 이유가 있답니다.  Allyl methyl sulfide(AMS, 황화 알릴 메틸)이라는 물질이 마늘 냄새의 주성분인데, 이 성분은 사람 몸에서 분해가 되지 않고 그대로 혈액까지 흡수가 된답니다.  그 혈액이 돌고 돌아 폐를 통해 숨결로 나오고, 또 땀에도 섞여 나오기 때문에, 마늘 냄새에 예민한 서양것들은 우리가 마늘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1~2일 뒤까지도 우리 몸에서 마늘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실은 이런 '카더라' 통신도 들은 바 있어요.  즉, 잘게 다진 마늘즙을 갓난아이의 발바닥에 발라놓고 몇시간 지난 뒤에 아이의 숨결을 맡아보면, 희미하게 마늘냄새가 난다는 거지요.  얇은 아이의 피부를 AMS가 뚫고 들어가 혈액에 섞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총각 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신기하게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나중에 나도 아이를 낳으면 한번 테스트해봐야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차마 우리 아이에게는 그딴 짓 못하겠더라고요.  (그럼 남의 아이에게는...??)


그런데 마늘 냄새가 촌스러운가요 ?  솔직히 약간 촌스럽긴 합니다.  기분 좋은 향수는 아니쟎아요.  하지만 음식에 들어가면 정말 좋은 맛을 내주는 것도 맞지요.  저도 마늘 좋아합니다.  모든 찌개, 볶음, 나물 등에는 마늘을 꼭 넣고, 특히 스파게티를 만들 때는 듬뿍듬뿍 집어 넣습니다.  심지어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만들 때도요.  


하지만 서양인들은 정말 마늘 냄새를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동양을 싸잡아 멸시할 때 마늘 냄새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가령 어떤 인터넷 사이트를 보니 (http://www.bible-history.com/isbe/G/GARLIC ), '마늘은 동양(Orient) 전지역에서 많이 재배한다... 그 불쾌하고 (disagreeable) 구석까지 스며드는 (penetrating) 악취는 동양인들의 집이나 그 입냄새에서 뚜렷하게 느껴진다' 라고 표현을 해놓았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동양에 대한 혐오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 사이트가 성경 공부하는 사이트인데도 그런 멸시적 표현을 쓴다는 것은 좀 씁쓸한 일입니다.


그런데 사실 예수님도 마늘을 많이 드셨던 모양입니다.  예수님이 마늘을 드셨다는 이야기는 성경에 직접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다음과 같이 민수기 11장 5절에 이집트에서 먹던 마늘을 그리워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애굽에 있을 때에는 값 없이 생선과 외와 수박과 부추와 파와 마늘들을 먹은 것이 생각나거늘"


그 다음 구절은 불경스럽게도 하나님이 직접 주신 음식인 '만나' 밖에 없다고 투덜거리는 내용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기력이 다하여 이 만나 외에는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도다 하니"


즉,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주신 음식인 만나보다는 이집트에서 먹던 마늘 들어간 음식들이 더 맛있었나 봅니다.




(하나님이 만나를 내려주시는 동안, 유대인들은 'ㅆㅂ 마늘은'이라며 불평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간 중 하나님은 유대인들이 하도 말을 안들어서 속을 많이 썩히셨다고...)




이 뿐만 아니라, 예수님 시절에 로마인들이 유대인들을 가리켜 '마늘 냄새 나는 유대인들' 이라며 멸시했다고 합니다.  즉 당시의 유대인이었던 예수님도 마늘을 즐겨 드셔서 입냄새에서 마늘 냄새가 나셨을 것이라는 거지요.


진짜 우스운 것은 그렇게 유대인들에게서 마늘 냄새가 난다고 경멸하던 로마인들의 후손인 이탈리아인들이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마늘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유럽에서는 스페인이 제일 많이 마늘을 소비한다고 하더군요.)  


마늘의 위대함은 마늘의 세계 정복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마늘은 원래 중서부 아시아 쪽이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쌓는 인부들에게 주어지는 식단에 마늘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이미 중동 지방에 퍼져 있었고, 곧 로마제국에 상륙, 지중해 지역을 완전 장악합니다.  이어서 유럽인들의 대항해 시대에 (주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주도했지요) 아프리카와 중남미 아메리카로 퍼져 나가, 그 지역에서도 매우 인기있는 양념이 되었습니다.  동아시아에는 BC 130~120 경에, 장건이 서역 탐험의 결과로 중국에 도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마늘은 상륙하는 즉시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지요.


잠깐,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만년 전의 건국 설화에서조차 등장할 정도로 마늘의 본고장 아니었던가요 ?  그런데 중국에 마늘이 도입된 것이 고작 기원전 2세기라면... 우리나라에는 언제 마늘이 도입되었을까요 ?  그리고 단군신화에 나온 마늘은 뭘까요 ?  





(이거 그럼 중국산 마늘이야 ?)




사실 단군 신화에 나온 것은 (어차피 삼국유사는 한문으로 씌여져 있으니까) 마늘이 아니라 달래라고 합니다.  즉 산이라는 한자는 원래 달래를 가리키는 글자였는데, 나중에 마늘이 도입된 이후로는 마늘을 대산, 달래를 소산으로 구분해서 불렀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우리는 그를 여전히 쑥과 마늘이라고 알고 있지요.  이는 마늘이 우리나라를 그만큼 철저히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어느 외국 Q&A site를 보다보니, 어느 나라가 마늘을 제일 많이 먹느냐는 질문에, 답변이 '한국과 스페인'이라고 달린 것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답변자가 토를 달기를, 아마도 스페인은 유럽 지역만 봤을 때 그렇다는 것 같고, 세계 최고는 단연 한국이라고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마늘이 유일하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북유럽 쪽이지요.  여기서 북유럽이라 함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뿐만 아니라, 덴마크, 영국, 독일 등 게르만 족속들이 사는 곳을 뜻합니다.  영국과 독일의 후예들이 주류를 이루는 미국도 어느 정도 그렇습니다.  얘들은 후각이 무척이나 예민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늘 냄새를 견디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이 영화는 작가인 마이클 크라이튼도 만족한다고 했습니다만... 망했습니다.  제작비도 못건졌다고 합니다..)




예전에 읽은 소설 중에, '시체를 먹는 자들'이라는, 일종의 역사(...라기보다는 판타지) 소설이 있습니다.  작가는 무려 쥐라기 공원을 썼던 마이클 크라이튼이고, 90년대 후반에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13번째 전사'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도 되었습니다.  소설 원제는 'Eaters of the Dead: The Manuscript of Ibn Fadlan Relating His Experiences with the Northmen in A.D. 922'으로서, 부제를 번역하면 '서기 922년 이븐 파들란이 노르만인들과 경험했던 사건의 기록' 정도가 되겠습니다.  소설 줄거리는 아랍인 학자가 어찌어찌하여 러시아 쪽에서 바이킹들과 합류하게 되어 지내다가, 당시 바이킹 마을을 주기적으로 습격하던 네안데르탈인들과 혈투를 벌이는 내용입니다.  



(영화는 그저 그랬으나, 소설은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주석이 하도 사실처럼 달려 있어서 처음에는 진짜 역사책인줄 알고 읽었는데, 알고보니 주석조차도 소설의 일부더군요.)




여기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진짜 바이킹 풍속 중에 그런 것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바이킹 전사가 전투 중에 배에 상처를 입을 때의 처리 방식입니다.  그렇게 다친 전사에게는 먼저 양파 수프를 먹인다는 거에요.  그렇게 양파 수프를 먹인 뒤, 상처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보아서, 양파 냄새가 나면 그 전사는 가망이 없는 것으로 포기하고, 냄새가 안나면 살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내장 기관이 상했는지 여부를 보는 것이지요.  제가 의아하게 생각했던 것은, 어차피 양파를 끓여서 국을 만들면 양파 냄새가 거의 사라질텐데, 그것도 피비린내나는 좁은 상처 틈 사이로 과연 양파 냄새가 날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북유럽인들은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나 보지요 ?  사실이라고 하면 정말 개코가 따로 없네요.


아무튼 북유럽인들은 마늘 넣은 음식을 정말 싫어들 합니다.  아예 안먹는 것은 아니고요, 갈릭 브레드나 치킨 키에프 (마늘 버터를 넣은 닭요리) 정도를 먹는다고 하네요.




(갈릭 버터를 주 양념으로 쓰는 닭요리, 치킨 키에프)





Sharpe’s Honour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2년 포르투갈) -------------------


(신임으로 포르투갈 전선에 파견된 영국군 매튜즈 소위가 술에 취해 반쯤 맛이 간 프라이스 중위를 만납니다.)


그 중위는 어정쩡하게 미소를 짓더니 돌아서서는 토하기 시작했다.  


'오, 젠장 !'  그 중위는 숨쉬는 것이 힘들어 보였으나 다시 힘들여 똑바로 서서, 소위를 향해 돌아섰다.  


'친구, 정말 미안하네.  이 빌어먹을 포르투갈 사람들은 모든 것에 마늘을 넣는구만.  난 해롤드 프라이스라네.'


프라이스 중위는 군모를 벗고는 머리를 문질렀다.  '미안하네만 자네 이름을 내가 놓친 것 같은데...?'


'매튜즈입니다.'


'매튜즈라, 매튜즈.'  프라이스는 마치 그 이름이 뭔가 중요한 걸 뜻하는 것처럼 되뇌이더니, 다시 위장이 들먹이는지 숨을 참았다가, 경련이 멎은 뒤에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용서하게, 매튜즈.  아마 오늘 아침에는 내 위장이 좀 민감한가봐.  어, 내 짐작에, 혹시 내게 5파운드를 꿔주면 자네에게 폐가 될까 ? 그냥 하루 이틀이면 돼.  기니 금화로 주면 더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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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래서 북유럽 쪽이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남유럽 쪽 사람들을 얕잡아 마늘 냄새나는 것들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특히 영국인들은 원래 프랑스와 사이가 좋지 않아, 프랑스인들을 이런저런 경멸적 표현으로 많이 부르는데, 대표적인 것이 frogs (프랑스라는 단어와 발음이 어울리기도 하고, 또 프랑스인들이 개구리도 먹는다고 이렇게 부르나 봅니다), snail-eaters (달팽이도 먹는다고 이렇게 부르지요) 정도입니다.  그런데 마늘 냄새나는 것들 (garlic-reekers)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솔직히 저도 저건 못 먹을 것 같습니다... 저도 보기보단 비위가 약해요.)




Sharpe's Revenge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4년 프랑스 남부) -------------------


네언 장군의 유일하게 원통해하는 것은, 그가 여단 지휘를 맡은 이후 아직 그럴싸한 전투가 벌어지지 않아, 그에게 더 일찍 여단을 주었더라면 좋았을 뻔 했군 하고 멍청한 웰링턴 공작이 후회하게 만들어 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젠장, 리처드, 이젠 남은 전쟁이 별로 없지 않나. 난 저 마늘 냄새 나는 것들에게 한방 먹이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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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자랑하는 요리 중 하나가 에스카르고(Escargot), 즉 달팽이인데, 깔끔한 척하는 영국인들이 질겁을 하는 요리지요.  특히 이 요리는 마늘 버터(garlic butter)로 간을 맞추게 되어 있습니다.  달팽이에 마늘이라... 달팽이의 비린내를 없애는 데는 효과가 좋을 것 같은데, 영국인들은 더욱 질겁하겠군요.


일본인들도 한국인들을 경멸할 때, 마늘 냄새가 난다고 욕합니다.  실은 일본도 마늘을 많이 먹는 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더 많이 먹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일본인들은 양념보다는 음식의 원재료 맛을 그대로 음미하는 것을 더 즐기기 때문에, 마늘이 요리에 많이 쓰이는 편이 아니지요.  대표적인 예가 생선회인데, 그건 정말 날재료를 거의 그대로 먹는 것이다보니, 이건 요리라고 하기도 좀 애매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생선회조자도 된장과 함께 마늘을 넣고 쌈을 싸서 먹으니, 정말 우리나라의 마늘 사랑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이든 스칸디나비아 쪽이든, 마늘을 쓰지 않는 나라의 요리는 정말 개판으로 소문이 자자합니다.  반면에,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요리로 소문난 국가는 다들 마늘을 많이 소비하지요.  아무리 봐도 일식보다는 한식이 더 맛있는 것도 마늘 덕분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더 웃기는 것은 영국인들로부터 마늘 냄새 난다고 비웃음을 산다는 프랑스 사람들조차도 이탈리아나 스페인 사람들에게 '마늘 냄새 난다'라고 욕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본 인도 영화 '굿모닝 맨하탄' (원제는 English Vinglish)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잠깐 뉴욕을 방문한 인도 중산층 주부인 여주인공이 현지에서 만난 프랑스인 요리사와 이야기를 하며 난 이탈리아 음식과 프랑스 음식을 구별 못하겠다고 하니까, 프랑스인 요리사가 '프랑스 요리에서는 이탈리아 요리처럼 마늘을 많이 쓰지 않는다'라고 비웃듯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었거든요.




(이 영화 정말 재미있습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저 인도 여배우 최근에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와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Rest in peace...)




Sharpe’s Honour by BERNARD CORNWELL (배경: 1813년 스페인) -------------------


(프랑스군의 포로가 된 영국군 샤프 소령을 프랑스군 장교들이 접대하고 있습니다.)


샤프는 몽브렁 소령이 이번 봄엔 비가 많이 왔었고, 스페인치고는 이번 여름엔 비가 잦은 편이라고 말하는 것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또 이 가스파초(gazpacho, 스페인의 토마토 수프)가 맛있다고 해주었다.  몽브렁은 샤프의 입맛에 맞기에는 마늘이 너무 많이 들어가지 않았나 염려된다고 했으나, 샤프는 자신의 입맛에 마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 몽브렁은 그런 미각이 정말 현명한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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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식 차가운 토마토 수프인 가스파초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샤프 소령은, 그냥 공치사로 마늘을 좋아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마늘을 좋아합니다.  샤프 소령은 나폴레옹 전쟁 내내 죽은 프랑스 병사들의 시체에서 프랑스산 마늘 소시지를 노략질해 먹다가, 마늘에 맛을 들인 것으로 나오지요.  비록 영국인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그를 극복하고 마늘을 사랑하게된 리처드 샤프 소령에게 따뜻한 환영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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