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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9) - 대체 뭔 소리였지? 이 2대의 돈틀리스로부터 정확한 일본 항모의 위치 보고를 받은 엔터프라이즈는 왜 이들을 향해 폭격대를 날리지 않았을까? 요약하면 무선통신 기술의 한계 때문. 전편에서 다른 항공기들도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고 언급했지만, 당일 열대 기후의 불안정한 대기층으로 인한 무선통신 교란이 심했음. 그 때문에 그 돈틀리스들의 소중한 적항모 발견 보고는 엔터프라이즈에서도 들리기는 했으나 정확한 위치와 어느 돈틀리스가 그 보고를 하는 것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음. 플렛처 제독이 알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방향인지는 모르겠으나 돈틀리스의 정찰 범위 안쪽 어딘가에 일본 항모가 있다는 사실 뿐. 이 두 돈틀리스들은 무전을 친 이후 곧장 폭탄 투하를 위해 목숨을 건 다이빙을 시작했고, 이후에는 제로센에게 쫓기며 죽느냐 사느냐.. 2024. 4. 4.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8) - 쇼가꾸의 레이더 이렇게 폭탄을 3방이나 얻어맞은 엔터프라이즈는 레이더에 의한 조기 경보를 받은 덕분에 뛰어난 damage control을 수행할 수 있었고, 결국 잘 수습하여 공습이 끝난 뒤 불과 1시간 만에 엔터프라이즈는 다시 함재기 이착함이 가능해짐. 엔터프라이즈는 자력 항행하여 진주만으로 철수했고, 거기서 1달 정도 수리를 받고 다시 남태평양으로 돌아옴. 그렇다고 해서 피해가 경미했던 것은 아니었고, 수십 명의 승조원들이 사망하고 더 많은 수가 부상. 와일드캣 전투기들 피해는 6대 뿐이었는데, 그 중 4대가 아군 대공포에 의한 격추였음. 이건 오인 사격이 아니었음. 일부 와일드캣들은 속절없이 적기를 놓쳤다는 죄책감에서인지, 다이빙하며 돌입하는 발 폭격기들의 뒤를 쫓아 아군의 맹렬한 대공포 화망 속으로 뛰어듬. 덕분.. 2024. 3. 28.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7) - 이게 모두 레이더 탓이다 치쿠마의 정찰기를 격추한지 얼마 안된 오후 4시 2분, 엔터프라이즈와 사라토가의 레이더들은 동시에 상당히 커다란 표적을 포착. 방향은 320도, 즉 북서쪽이고 거리는 140km. 당장 난리가 난 두 항모에서는 손님 맞을 채비에 분주. 일단 두 항모가 가진 와일드캣 전투기들을 모조리 발진시켜 총 53대를 상공에 띄움. 이건 역대급으로 많은 CAP(Combat Air Patrol) 숫자. 그 순간은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쇼가꾸와 즈이가꾸에서 출동한 일본 편대는 총 42대로서, 30대는 발(Val, Aichi D3A) 급강하 폭격기였고 12대가 제로센 전투기들. 단순 계산으로 53대 vs. 42대로 수적 우위가 있는데다, 아직 적 편대가 매우 멀리 있는 상태에서 이 정도의 전투기를 띄웠다면 적편대는 다 격.. 2024. 3. 21.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6) - 미끼 항모 8월 24일 오후 1시 20분, USS Saratoga의 레이더가 무려 150km 밖에서 포착한 대형 항공기 편대는 가만히 보니 사라토가 쪽으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라 과달카날의 헨더슨 비행장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음. 지난 편에 언급했던 일본해군 '베티' 폭격기는 결국 미해군 항모들을 보지 못했거나 봤어도 무전을 날리지는 못했던 것. 헨더슨 비행장에는 아직 레이더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이 공습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 분명. 사라토가에서는 헨더슨 비행장에 공습 경보를 주려고 했으나, 불안한 열대 대기층의 교란으로 인해 무선통신의 치직거림이 너무 심해 교신에 실패. 그러나 헨더슨에서도 완전 무방비로 있지는 않았고, 항상 상공에 4대의 해병대 소속 와일드캣을 CAP(Combat Air Patrol)으로 .. 2024. 3. 14.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남자라면 중후장대(重厚長大)! 그러니까 일본은 레이더 개발을 위한 기초 기술도 가지고 있었고 레이더라는 물건이 어떤 용도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음. 전쟁 전에는 기술 이전을 꺼리던 독일도 WW2 개전 이후 적극적으로 레이더 기술을 일본에 전수해주려 했는데, 아예 뷔르츠부르크(Würzburg) 레이더 한 세트를 잠수함에 실어 일본에 보냈음. 그러나 그렇게 두 척을 연달아 보냈으나 두 척 모두 일본에 가는 도중 격침됨. 하지만 별도로 보낸 주요 부품과 설계도는 그대로 일본에 도착. 뿐만 아니라 싱가폴의 영국군 기지를 함락시킨 뒤 영국 육군의 GL Mk-2 radar와 탐조등 제어용 레이더 (Searchlight Control, SLC)를 노획했고 특히 SLC의 조작법이 적힌 문서도 고스란히 획득. 필리핀 .. 2024. 2. 22.
과달카날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1) - 일본군의 비밀 병기 항공모함의 약점은 공격 당하면 침몰한다는 것이지만 장점은 30노트의 속력으로 먼 바다를 움직이므로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워 공격하기도 어렵다는 것. 지상에 건설해놓은 항공기지의 장점과 약점은 정확하게 그 반대. 불침항모라고 할 수도 있지만 항상 적의 폭격과 포격에 두들겨 맞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함.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항공모함은 보급 문제로 며칠 혹은 몇 주만 그 해역에 머물 수 있지만 항공기지는 그냥 영원히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선박의 배수량은 무한정 커질 수 없으므로 항모의 규모와 그 역량에는 제한이 있지만, 항공기지의 규모와 방어 시설은 거기에 얼마나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무한정에 가깝게 커질 수 있음. 따라서 결국은 항공기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보임. (에섹.. 2024. 2. 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5) - CXAM 레이더의 활약 미해군 함재기들의 공격으로 카가, 소류, 아까기의 3척이 한꺼번에 완파되는 피해를 입고나서도 일본 기동부대의 공격력은 아직 살아있었음. 4번째 항모인 소류가 바로 몇 km 북쪽에서 그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기 때문. 소류에서는 10시 58분 18대의 발(Val) 급강하 폭격기와 6대의 제로센 전투기로 구성된 공격편대가 발진. 이들은 운이 좋았음. 이함해서 보니, 방금 공격을 마치고 돌아가는 미해군 돈틀리스 급강하 폭격기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들을 멀찍이 뒤에서 따라감으로서 쉽게 미해군 항모전단을 찾을 수 있었음. 그 꼬리가 긴 돈틀리스들의 모함은 바로 요크타운. 한편, 쳐들어갈 때는 무거운 폭탄과 항공유를 잔뜩 싣고 가느라 비행 시간이 2시간 정도나 걸렸던 요크타운의 돈틀리스들은 폭탄.. 2024. 1. 11.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4) - 일본 해군은 뭘 잘못 했나? 지난 편을 요약하면 호넷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항로를 잘못 잡는 바람에 일본 기동부대를 찾지 못하고 허탕을 쳤고, 호넷/엔터프라이즈/요크타운의 뇌격기들은 CAP을 치고 있던 제로센들에게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듬. 요크타운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가장 마지막으로 늦게 출발했으니 그렇다치고,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 폭격기들은 어디서 뭘하고 있었을까? (예쁜 돈틀리스의 그림. 나중에 훨씬 더 빠르고 훨씬 더 많은 폭탄을 실을 수 있었던 Helldiver 폭격기가 나온 뒤에도 해군 조종사들은 돈틀리스를 더 선호. 이유는 저속에서의 조종성이 좋아서 항모 착함이 매우 쉬웠기 때문. 그건 단지 조종사들이 실력이 없거나 편한 것만 찾아서가 아님. 많은 함재기 조종사들이 비전투 착함 사고로 희생된.. 2024. 1. 4.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3) - 미해군 항모들의 역주행 한편, 요크타운에서는 플렛처 제독이 새벽 5시 반 경에 PBY Catalina 수상정으로부터 일본 기동부대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음. 원래 당연히 공격 성공 확률은 대규모 편대를 모아서 한꺼번에 날리는 것이 좋음. 그러나 정작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은 모두 일본 기동부대를 찾아 정찰임무를 띠고 날아다니고 있었음. 이럴 땐 어쩌지? 요크타운의 SBD 급강하 폭격기들이 귀환하여 급유 및 폭탄 장착을 마친 뒤 호넷과 엔터프라이즈의 폭격기/뇌격기들과 함께 다 같이 날아가야 하나? (Consolidated PBY Catalina는 원래 정찰 및 폭격용으로 만들어진 장거리 수상정. PBY에서 PB는 Patrol Bomber를 뜻하고 Y는 그 제작사인 Consolidated사에서 지정한 코드명. 보시다시피.. 2023. 12. 28.
미드웨이에서의 레이더 이야기 (1) - 과묵한 일본 조종사 지난 편을 요약하면, 산호해 해전에서 USS Lexington이 왜 격침되었는가를 조사한 미해군은 '레이더 팀에게 넓은 방에 작도 장비와 칠판 등을 충분히 주고 통신 시설 강화하라'는 결론을 도출했음. 일본해군에게 조사를 시켰으면 조종사들 정신 교육을 강화하라는 결론이 나왔을지 모르겠는데, 실제로 미해군과 일본해군의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통신이었음. 흔히 군대는 총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급으로 싸운다고 하는데,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통신. 전통적으로 육군이야 전령이 왔다갔다 할 수도 있고 유선통신 발명 이후로는 전화를 통해 이야기를 하면 되었으므로 큰 문제가 없었으나, 해군은 예로부터 함선 간에, 그리고 해안 요새와 함선 간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 2023. 12. 14.
레이더 개발 이야기 (56) - 렉싱턴의 최후 (상) 운명의 5월 8일, 아침 8시 7분 경 길(Red Gill) 대위의 레이더는 렉싱턴으로부터 330도 (그러니까 약간 북서쪽) 35km 지점에서 뭔가를 포착. 관찰을 해보니 240도 방향, 즉 남서쪽으로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었음. 길 대위는 즉각 CAP을 그 지점으로 유도해서 확인을 시켰으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레이더 상에서도 사라짐. 길 대위는 그것이 snooper, 즉 일본 해군 정찰용 수상기 같았으며 그것이 아군 함대를 보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함대 사령관인 플렛처 제독에게 보고. 바로 직후인 8시 20분, 렉싱턴에서 일본 항모를 찾으라고 날려보냈던 정찰용 Dauntless 급강하 폭격기들 중 한 대가 북쪽 280km 지점에서 일본 함대를 발견했으며, 그것들이 15노트의 속도로 똑.. 2023. 11. 23.
레이더 개발 이야기 (55) - 친구인가 적인가? 전편에서 언급했듯이, 당시의 CXAM radar는 손으로 일일이 안테나를 돌려가며 한참동안 그 목표물을 추적 관찰하면서 방위각과 거리, 속도와 방향을 계산하고 그래프를 보고 고도를 추측해야 하는 물건. 따라서 100여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자동으로 추적하며 수십개의 목표물과 동시 교전을 할 수 있는 현대적 Aegis radar와는 차원이 달랐음. 무엇보다, 여러 대의 적 편대가 따로 따로 나타날 경우 레이더 운용사는 정말 손발이 바빠질 수 밖에 없었음. 당시 항모의 공중전 상황에서 2개 이상의 편대를 추적할 일이 많았을까 라고 생각해보면 당연히 있었음. 왜냐하면 적기 뿐만 아니라 아군 항모를 지켜주는 CAP (Combat Air Patrol) 전투기들이 항상 있었기 때문. 아군 CAP을 적기 쪽으로 유도,.. 2023. 1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