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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316

전쟁 비용 조달 -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 모든 전쟁에는 돈이 아주 많이 들어갑니다. 흔히 미국이 30년대의 대공황에서 빠져나온 것이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덕분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왜 불황이 생길 때마다 네바다 사막이든 태평양 한가운데든 가상 표적을 세우고 거기에 병력과 함대를 동원해서 맹폭격을 가하지 않겠습니까 ? 결국 그렇게 전쟁하느라 쓴 돈은 누군가 갚아야 하는 법이고, 미국도 전후 20년 정도 최고 세율 90% 정도의 엄청난 소득세를 부과하여 그 비용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1913-2008 기간 중 미국 소득세 최고 세율의 역사입니다.) 나폴레옹 전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국이든 프랑스든 모두 누군가는, 정확하게는 결국 국민 전체가 전쟁 비용을 .. 2019. 1. 14.
세속 권력과 종교 권력의 충돌 : 사울 vs. 사무엘, 나폴레옹 vs. 비오 7세 고대 국가와 근대적 국가의 뚜렷한 차이점 중 하나가 바로 정교 분리입니다. 마치 무협지에서 관은 무림의 일에 관여치 않고 무림도 관의 일에 관여치 않는 것이 불문률인 것처럼, 종교는 정치에, 반대로 정치도 종교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정교 분리입니다. 하지만 무림과 관이 서로 상대의 일에 관여치 않기로 한 것은 서로의 영역이 겹치는 부분이 무척 많기 때문입니다. 가령 좌랭선의 숭산파가 중원 제패의 야심을 품고 타 문파를 무력으로 공격하는 것이 관에서 볼 때는 산적떼들의 난동과 종이 한장 차이일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종교와 정치는 엄격히 구분된 것처럼 말은 하지만 사실은 겹치는 영역이 매우 많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예수님도 반란죄로 십자가형에 처해지셨고, 마호멧은 스.. 2019. 1. 7.
나폴레옹 시대의 아침 식사 광경 (발췌 번역) 제가 좋아하는 3대 나폴레옹 전쟁 소설 시리즈인 혼블로워, 샤프, 잭 오브리 시리즈들 중에서 아침식사 장면만 몇몇 번역을 해보았습니다.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보세요. 다만, 출출한 야밤에 읽으시면 좀 곤란하겠네요. Mr. Midshipman Hornblower by C.S.Forester (배경 : 1795년 프랑스) --------------------- (프랑스 망명귀족들이 영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 프랑스 퀴베롱 지역에 상륙합니다. 사관후보생 혼블로워는 통역으로 이들과 동행합니다.) 그들은 번쩍이는 구리 냄비가 벽에 걸린 커다란 주방으로 들어갔고, 말이 없는 여자가 커피와 빵을 내왔다. 그녀는 애국자로서 열정적인 반혁명주의자일 수도 있었겠지만, 최소한 그런 내색을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녀의 감정은 .. 2018. 12. 27.
어느 병사의 주석 스푼 이야기 화제의 영화였던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3 : 인피니티 워'에서 묘한 소품이 있었습니다. 토르가 우주 공간에서 떠돌다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일당의 우주선에 구출해낸 뒤, 뭔가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토르는 상당히 조그만 구리 사발 같은 것에서 뭔가 수프 같은 것을 스푼으로 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나중에 타노스가 가오갤 일당 중 가모라를 붙잡은 뒤에, 가모라에게 '너 배고프지 않냐?' 라며 뭔가 먹을 것을 건네는데, 그게 토르가 먹던 것과 똑같이 생긴 조그만 구리 사발 같은 것이었어요. (유튜브를 열심히 검색해서 간신히 찾은 화면입니다. 원래도 좀 작은 사이즈의 사발인데 타노스의 손에 쥐니 거의 컵이네요. 토르가 먹던 사발 장면은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옵니다.) (인피니.. 2018. 11. 5.
1810년 포르투갈 침공의 서막 - 봉쇄와 결투 여태까지 1810년에 있었던 이런저런 사건들, 즉 나폴레옹의 새장가, 사탕무 설탕 공장의 건설, 베르나도트의 스웨덴 왕세자 책봉 등을 보셨습니다. 이렇게 보면 1810년은 피와 화약 연기로 점철되었던 황제 나폴레옹의 나날 중 드물게 평화로운 시절처럼 보입니다. 실제로도 비교적 그랬습니다. 그러나 스페인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달랐습니다. 오히려 1810년 들어 스페인 민중들의 대프랑스 항쟁은 그 기세가 더 격렬해졌습니다. 이는 반나폴레옹 봉기가 곳곳에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상황은 정반대로서, 웰링턴의 영국군이 탈라베라(Talavera) 전투 이후 포르투갈로 물러가자 무능력한 스페인 봉기군은 차근차근 프랑스군에게 격파되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면 스페인 민중들은 용기를 잃고 굴복할 만도 할.. 2018. 10. 8.
달콤한 착각 - 나폴리에서 온 과자 이야기 Desolation Island by Patrick O'Brien (배경 : 1811년 HMS Leopard 함상) ------ (워건 부인은 군함 뱃바닥에 있는 영창에 갇혀 오스트레일리아의 유형지로 가는 신세입니다. 군의관인 머투어린이 이 여자를 검진합니다.) "그렇게 절망하여 외톨이 노릇을 고집하시면 틀림없이 건강을 해치게 될 겁니다." 그녀는 미소를 쥐어짜 보이고는 말했다. "어쩌면 이건 그냥 나폴리 비스킷(Naples biscuits) 때문일거에요. 최소한 1천개는 먹었거든요." "줄곧 나폴리 비스킷만 드셨다고요 ? 이 군함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던가요 ?" "주긴 하지요. 곧 그런 식사도 맛있게 먹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불평한다고는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신 것이 언.. 2018. 9. 27.
다니엘과 장발장과 나폴레옹의 콩 이야기 한 십여년 전에, 집에서 National Geographic 잡지를 구독한 적이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어찌어찌하다가 구독하게 된 것이었는데, 영문판이었습니다... 그렇쟎아도 내용이 심오한 잡지였는데 영문판이니 더욱 읽기가 어려워 결국 대부분 읽지도 않은채 구독이 끝나버렸지요. 그런데 그 얼마 안 되는 읽은 기사 중에 곡물의 역사에 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게 기억되는 부분이, "만약 콩이 없었다면 인류는 결코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진화하지 못 했을 것이다"라는 문구였습니다. 즉, 최초의 인류가 아프리카 어딘가에서 태어났을 때 아프리카 평원에 콩류가 없었다면 인류가 큰 뇌를 발달시키는데 필요한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콩은 지금도 인류에게 값싼 단.. 2018. 9. 3.
나폴레옹은 대체 왜 살이 찐 것일까 ? - 고탄저지의 비극 저는 여러번 밝혔다시피 비만인 편입니다. 젊었을 때는 괜찮다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늘어나는 체중으로 좌절과 굴욕을 맛본 사람이 저 하나 뿐만은 아닐 겁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나폴레옹도 그 중 한명이었습니다. (포병 소위 시절의 나폴레옹...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 그의 많은 초상화에서 보듯이, 젊은 시절 나폴레옹은 상당히 마른 편이었습니다. 그를 당시 직접 본 많은 사람들이 남긴 기록에도 '야위었다, 마치 아픈 사람같은 안색이었다'라는 표현이 많습니다. 그는 제1통령 시절, 튈르리 궁에서 지낼 때부터 겨울철에는 벽난로의 불을 크게 피우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마른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그도 추위에 무척 약했기 때문입니다. (제1통령 시절 날씬했던 나폴레옹의 모습) 나폴레.. 2018. 8. 30.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10편) - 로또를 맞은 것은 누구인가 베르나도트는 스웨덴 국민들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 즉 러시아로부터 핀란드를 되찾아오는 임무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북구의 촌뜨기 스웨덴 사람들이 국제 사정을 몰라서 가진 소원일 뿐, 도저히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스웨덴 사람들의 소망을 처리하는데 있어, 자신이 그저 지시받은 목표를 무조건 수행해내는 단순무식한 장군이 아니라 목표 설정 자체부터 재검토하는 진정한 국가 지도자급 인물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증명해보입니다. 그는 떠오르는 강대국 러시아로부터 핀란드를 되찾아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설령 나폴레옹의 힘을 빌어 일시적으로 되찾아온다고 해도 그건 일시적인 만족감을 줄 뿐, 결국 반드시 러시아와 끝없는 전쟁을 불러올 뿐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러시.. 2018. 8. 27.
나폴레옹 시대의 채권 투자 이야기 저로 하여금 이 블로그를 연재하게 만든 것은 세 권(..은 아니고 세 세트)의 소설입니다. 모두 영국 소설이고, 제 블로그에 자주 출입하시는 분들은 이미 다들 아시는, Sharpe, Hornblower, 그리고 Aubrey-Maturin 시리즈입니다. 이 세 종류의 소설은 모두 영국인이 쓴 나폴레옹 시대의 역사 소설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지요. 일종의 성장 소설이라는 것입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20대 정도의 하급 장교(Sharpe의 경우는 일병 계급부터 시작합니다)에서 시작하여, 노년에 제독(역시 출신 성분이 미천한 Sharpe의 경우는 신분의 벽을 뚫지 못하고 중령에서 스톱)까지 이르게 되지요. 이 장편 시리즈물의 주인공들이 도중에 포로가 되기도 하고, 함정에 빠져 계급을 박탈당하기도 하는 등 갖.. 2018. 8. 23.
스톡홀름의 프랑스 왕 (9편) - 알았다면 뽑지 않았을 왕세자 아우구스트 왕세자와 폰 페르센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도 사태는 험악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왕의 역할일텐데, 카알 13세는 정작 거의 아무 역할을 못 했습니다. 이미 1809년 11월 이미 한차례 심장마비를 일으킨 이후 건강 문제로 인해 국정에 거의 참여를 못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스웨덴의 조야는 모두 안정을 원했는데, 이 혼란이 끝나기 위해서는 강력한 후계자를 조속히 선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습니다. 문제는 카알 13세의 왕비 샤를로타(Hedvig Elisabet Charlotta) 왕비였습니다. 살해된 폰 페르센과 함께 구스타프파의 수장 노릇을 해왔던 여걸이던 그녀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구스타프 왕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2018. 8. 20.
나폴레옹 시대, 중고 프리깃함 가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 최근에 흥미로운 보험 사기 관련 뉴스가 있었습니다. 길이 100m가 넘는 4천톤급 원양어선에 보험금을 노리고 일부러 화재를 일으킨 뒤, 보험금으로 무려 6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냈다는 것이었지요. (https://news.v.daum.net/v/20180809072704748 참조) 거기서 저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했던 것은 애초에 그런 큰 배를 구입하는데 들었던 금액이었습니다. 19억원이더라구요. 비록 낡은 중고어선이라서 많이 내려간 가격이긴 했지만, 그 정도면 서울에 있는 좋은 동네 넓은 아파트 가격이쟎아요 ? 저는 그런 큰 배는 가격이 엄청나게 높아서,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 정도면 물론 큰 액수이긴 하지만 로또 한방이면 가능한 금액이라는 점에 마음이 설렜습니다. 길이.. 2018.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