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57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난이 발생했다? 3줄 요약 : - 맞습니다. 임대차 3법 때문에 전세난이 심해졌다고 생각합니다. -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이고, 또 그로 인해 고생하시는 세입자가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 임대차 3법은 유지되어야 합니다. 1) 규제 때문에 전세공급이 줄어서 그렇다 --> 그러면 원래의 전세공급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빈집으로 비워뒀다? 자식이나 조카에게 그냥 살라고 줬다? 이건 말이 안되는 설명인 것이, 규제로 인해 제값을 못받게 되니까 아예 더 큰 손해를 보기로 결정할 감정적 집주인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2)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어서 전세공급이 줄어든 것이다 --> 그러면 월세 공급이 확 늘었으니 월세가 싸졌겠네? 월세 물량이 확 늘었다는 정보는 못봤습니다. 무엇보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정도로 여유.. 2020. 10. 22.
보로디노 에필로그 (1) - 우울한 승자 전투가 끝난 어두운 보로디노 벌판은 그야말로 한 폭의 지옥도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온 들판에 말과 사람의 시체와 부서진 장비들이 가득했는데, 대부분의 사상자는 포격에 의해 발생했기 때문에 그 시체들의 모습은 끔찍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창자가 빠져나온 채로 비틀거리며 자꾸 일어서려는 말, 두동강이 난 병사들, 머리가 없는 시신들... 아직 숨이 붙어있는 부상자들이 내는 비명 소리와 신음소리는 살아남은 병사들의 신경을 긁었습니다. 먹을 것도 가져오지 못한 군대에게 붕대와 의약품, 들것 등을 기대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심한 부상을 당한 병사들은 대부분 긴 고문에 의한 사형 선고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 어떤 부상병들은 자기를 총으로 쏘아 죽여달라고 흐느끼기도 했지만 어떤 이들은 어떻게든 살겠다고 피를.. 2020. 10. 19.
항공모함 킬러의 전설 - HMS Glorious 이야기 느린 호위 항모가 아닌 정규 항모를 전함이 함포로 격침시키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1) 정규 항모의 함재기의 공격 범위가 전함의 함포 사거리보다 엄청나게 길다 2) 정규 항모는 최소한 전함만큼 빠르거나 보통 더 빠르다 3) 정규 항모는 보통 전함과 순양함들의 호위를 받는다 그런데 이 불가능한 업적을 이룬 전함이 있습니다. 바로 독일의 전함(또는 전투순양함)인 샤른호스트(Scharnhorst)입니다. 1940년 6월 8일 노르웨이 인근에서 샤른호스트는 영국 정규 항모 글로리어스(HMS Glorious)를 격침합니다. 샤른호스트는 위의 3가지 불가항력을 어떻게 다 극복했을까요? 샤른호스트가 잘 했다기보다는 글로리어스의 함장이 바보짓을 너무 많이 저질렀고, 거기에 운.. 2020. 10. 15.
보로디노 전투 (12) - 허무한 결말 나폴레옹이 근위대 투입을 주저하며 머뭇거리던 3시간은 러시아군에게는 정말 소중한 재정비 기회였습니다. 쿠투조프는 여전히 고르키 마을에서 참모들과 노닥거리고 있었지만 바클레이는 러시아 방어선 우익에 포진되어 있던 병력을 대거 중앙과 좌익 쪽으로 옮겨 허물어진 방어선을 재구성했습니다. 특히 러시아군의 맹렬한 포격에도 불구하고 프랑스군이 라에프스키 보루 앞에 정렬했으므로 그 쪽으로 강력한 공격이 가해질 것이 뻔했으므로, 라에프스키 보루의 양 옆에도 보병들을 포진시켰고, 보루 뒤 800m 후방에는 보병과 포병으로 제2 방어선도 든든히 구축해놓았습니다. 콜랭쿠르가 목숨을 버려가며 점령한 라에프스키 보루는 그 한 가운데에 있었던 것입니다. (상트 페체르부르그 카잔 성당 인근에 있는 바클레이의 동상입니다. 분명히 그.. 2020. 10. 12.
B-17 폭격수가 주인공인 영화 : 우리 생애 최고의 해 (하) 먼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육군이나 해군이나 사병들은 동일한 급여를 받았습니다. 다만 맡은 보직과 병종, 부양 가족 유무에 따라서 각종 수당에서 큰 차이가 났습니다. (1942년 당시 미군 사병 급여 표입니다.) 그러니까 군에 보병으로 입대하면 나오는 기본이 50불이었습니다. 그런데 HBO의 유명 미니시리즈인 'Band of Brothers'의 첫부분에 나오는, 이제 노인이 된 실제 공수부대원들과의 인터뷰 장면에 이런 부분이 나옵니다. '왜 공수부대에 지원했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때 모병 부사관이 공수부대원이 되면 50불을 더 받는다고 그러더라고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공수부대처럼 위험한 병종의 이등병은 무려 2배의 월급을 받는 것이었지요. 비록 낙하산은 타지 않지만 공수.. 2020. 10. 8.
보로디노 전투 (11) - 기병대 영광의 순간 역사상 기병대가 요새를 점령한 일은 흔치 않습니다. 말이 성벽을 뛰어 넘을 수는 없으니까요. 제 정신을 가진 기병대 지휘관이라면 성벽을 향해 돌격을 감행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기병대가 라에프스키 보루를 향해 돌격을 시작한 것은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은 아일라우(Eylau) 전투에서도 그랬고 바그람(Wagram) 전투에서도 그랬습니다만, 위기가 닥치거나 전황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을 때 기병대를 냅다 적진에 집어던지곤 했습니다. 이때도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최전선의 원수들이 차례로 전령을 보내 근위대를 투입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거부하기는 했는데, 그렇다고 그냥 알아서 어떻게든 이기라고 독촉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나폴레옹은 나름대로 다 계획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기병대.. 2020. 10. 5.
B-17 폭격수가 주인공인 영화 : 우리 생애 최고의 해 (상)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 of our lives)는 '벤허'와 '로마의 휴일' 등으로 유명한 명감독 윌리엄 와일러(William Wyler)가 감독한 1946년 흑백 영화인데, 제가 알아볼 정도의 유명 배우는 출연하지 않습니다만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무려 7개 부분을 석권한 명작 영화입니다. 아마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줄거리는 전혀 모르셔도'우리 생애 최고의 해'라는 제목만큼은 다들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고향인 Boone City (아마 가상의 도시인 듯)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육해군 3명의 제대 군인들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시대극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유는 지금과는 조금씩 다른 당시의 여러가지 소소하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생.. 2020. 10. 1.
보로디노 전투 (10) - 빵껍질에 묻은 것 오전 12시 즈음 프랑스군 좌익 뒤쪽에서 벌어진 러시아 기병대의 별 효과도 없던 돌격에 깜짝 놀란 나폴레옹이 전황을 다시 계산하느라 꾸물거리는 동안, 이때부터 거의 2시간 가량 본의 아니게 전투는 잠시 멈춤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미 전력을 다했던 프랑스군은 더 이상 공세를 계속할 힘이 없었고, 러시아군도 완전히 허물어진 중앙과 좌익 방어선을 재편성하느라 바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양군 모두, 한가지 병종만 쉬지 않고 전투를 계속 했습니다. 바로 포병대였습니다. 양군의 포병대는 멈춰서서 도열한 적군을 향해 열심히 포격을 가했습니다. 이 포격전에 있어서는 프랑스군이 러시아군보다는 더 우위에 있었습니다. 나폴레옹이 근위대는 거의 전투 현장에 투입하지 않았지만 근위 포병대 일부는 이 포격전에 투입했고 .. 2020. 9. 28.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조종사들은 어떻게 길을 찾았을까?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 해군의 모험담을 담은 소설 'Aubrey & Maturin' 시리즈의 주인공은 잭 오브리인데, 잭이 함장으로 있는 영국 해군 군함에는 항상 미드쉽맨(midshipman)이라고 불리던 해군 사관후보생들이 여러 명 타고 있었습니다. 잭은 이 사관후보생들에게 '너희들은 배 조종 능력(seamanship)은 괜찮지만, 항법(navigation)에서는 문제가 많다'라면서 좁은 선실에 이 소년들을 앉혀 놓고 삼각함수 같은 수학을 직접 가르치는 장면이 종종 나옵니다. (당시의 천문 항법에 대해서는 nasica1.tistory.com/118 참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비행기도 19세기 초의 범선과 똑같았습니다. 상대 전투기에 맞서 격렬한 선회와 급강하를 반복하며 비행기를 조종하는 능력과, .. 2020. 9. 24.
보로디노 전투 (9) - 우연 또는 필연 오전 11시 정도에 고리키 마을 동쪽으로 사령부를 더 후퇴시킨 쿠투조프는 무척 편안한 모습이었습니다. 이건 결코 모든 전황을 통제하고 있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철저한 나태와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러시아군 참모 장교 하나는 당시 쿠투조프의 모습에 대해 '러시아 최고 가문들 출신의 우아하게 차려 입은 장교들과 함께 여유롭게 소풍을 즐기고 있었다'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런 목가적인 신사분들에게 보기 흉하게 피를 철철 흘리는 프랑스군 보나미 장군이 끌려오자, 쿠투조프는 완벽하고 우아한 프랑스어로 접견하며 치료를 받고 쉬라고 권한 뒤, 마치 이미 승리하기라도 한 듯이 휘하 참모 장교들과 계속 노닥거렸습니다. 쿠투조프의 소풍 분위기를 해친 것은 피투성이 보나미 장군이 아니었습니다. 보나미가 부축을.. 2020. 9. 21.
항공모함은 대체 어디에 (2) - 영화 '생존자들'의 재미있는 기술적 배경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연합군은 전파 기지국을 운용하여 군용기의 항법 계산에 활용했습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주에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만, 적의 공격에 항상 노출되는 군용기의 특성상 언제나 그런 전파 항법 장치에만 의존할 수는 없었습니다. 대공포나 적 전투기의 총탄에 수신기가 고장나는 일은 흔했습니다. 그런 경우에 대비해서 나폴레옹 시절에 하던 방식대로 육분의로 태양이나 별을 봐야 할 수도 있었습니다만, 그것도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었으니 기본적으로는 정해진 속도와 나침반에 따른 정해진 항로로 직진을 하면 일정 시각에 일정 장소에 다다르도록 추측 항법(dead reckoning)을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장거리 폭격기들의 항로를 보면 되도록 직선 항로를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1944년 2월 라이.. 2020. 9. 17.
보로디노 전투 (8) - 양파 쿠투조프의 지휘는 확실히 일관성도 없고 너무 무성의했습니다. 그러나 쿠투조프의 기본 전략이 괜찮았던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먼저, 분명히 쿠투조프는 러시아군은 프랑스군과 기동전을 벌일 실력이 안된다고 정확하게 평가하고 무조건 좁은 지형에서의 방어전으로 전략을 확실히 정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영국의 웰링턴과 확실히 비슷했지요. 그러나 웰링턴과는 다른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웰링턴은 영국군을 향상 2~3줄의 얇은 횡대로 펼쳐서 최대한의 화력을 전진하는 프랑스군에게 퍼붓는 전술을 썼습니다. 필요시에는 반원 모양으로 대오를 수축시켜 종대로 공격해오는 프랑스군의 선두 부분을 집중 사격하는 세심함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사회 밑바닥 층을 모병제로 끌어모아 만든 영국군 특성상 이해력은 떨어져도 장기간에 걸쳐 실.. 2020. 9. 14.